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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2화 (32/575)

00032  Game No.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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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챙겨 부스로 들어 온 나는 곧바로 손을 풀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아직 100%를 넘기 때문일까? 손놀림이 매우 가벼웠다.

‘좋았어. 일단.’

상대가 신상운이긴 하지만 크게 위축되진 않았다. 아직 체력이 빵빵해 사용 할 수 있는 스킬의 횟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쉬운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아직 결승에 올라본 적은 없지만 8강은 밥 먹듯이 가고 4강 역시 종종 올라가는 선수다. 프로리그 역시 다승 10위 권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편이고.

저번에 16강 결정전에서 상대한 도재열과 비슷한 클래스의 선수였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하면 단순히 그 위력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체력의 부담 역시 줄어든다.

매번 레벨 업 할 때마다 주어지는 스탯 포인트와 달리 주어지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현재 가장 높은 스킬은 [날빌러]로 무려 3이다.

깎이는 체력은 10%.

5%면 꽤나 큰 차이였다.

신상운을 상대하는 지금 난 최대 2번의 스킬을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날빌러] 1번과 [투신] 1번.

이렇게 사용하면 깎이는 체력은 25%.

기본적으로 경기를 치르면 깎이는 체력도 있으니 2번에서 어떻게든 승부를 결정지어야한다. 가장 좋은 상황은 [날빌러]만으로 승리를 얻는 것.

‘그렇게 되면 참 좋을텐데.’

감독님은 크게 부담 갖지 말라고 하셨지만 어디 그럴 수 있나?

내가 패배하면 바로 대장전인데.

아무리 현우 형이 좋은 실력을 지녔다 해도 상대가 맞춤 빌드를 들고 나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역올킬이 그냥 올킬보다 힘든 이유는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올킬을 막기 위해 상대방이 던지는 올인 빌드를 막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냥 올킬과 달리 역올킬은 1번만 삐끗하면 패배로 경기가 종료된다. 올인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걸 역이용해서 오히려 배를 불리는 플레이를 한다면 그것 나름대로 이득을 가져가는 것이다.

‘할 수 있으면 올킬까지.’

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나에겐 남들에게 없는 스킬이라는 무기가 있다.

최대한 활용해서 이긴다. 3킬 이상을 해 현우 형에게 가는 부담을 최대한 덜어준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올킬까지 한 번 달려 보는 거고.

확실한 건 지금 신상운을 반드시 잡아내야한다는 것이었다. 3킬까지 내주면 절대 안 된다. 선수에게 있어 기세는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이미 손은 풀릴 대로 풀린 상황. 부담을 지고 있는 현우 형이 이기기란 쉽지 않다.

-경기 준비 완료 되셨습니까?

지금 경기에 사용되는 전장은 운명의 갈림길.

3인용 전장이라 비교적 전락적인 움직임을 하기 좋은 전장이다. 동시에 힘싸움을 펼치기에도 상당히 좋은 전장.

-이승우 : 네. 완료 되었습니다.

-신상운 : 옙.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곧 바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난.

‘날빌러 사용.’

[날빌러]를 사용하였다.

10분 이후라면 빌드의 유불리가 많이 사라지지만 초반 10분까진 속칭 빌드빨이 먹혔다. 최대한 유리한 상황으로 만든다.

‘제발. 제발.’

가장 바라는 건 상대와 빌드와 완전 엇갈리는 것이었다.

내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전진 77제단.]

난 씨익 미소 지었다.

잘하면 승부를 결정 지을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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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운이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느새 2킬.

1,2 라운드 포함하여 계산하는 다승순위도 한계단 상승하였다.

‘상대는 신인.’

하지만 변수가 있는 신인이다. 이미 도재열이 1번 당했다.

상대방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의해.

‘조심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신상운은 평소보다 조금 빠른 타이밍에 일꾼을 빼 정찰을 보냈다.

그는 무난하게만 진행되면 자신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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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갈림길에서 3세트 시작되었습니다.

-전장 이름처럼 정말 운명의 갈림길이죠. 여기서 추격하느냐 아니면 벌어지느냐에 따라 오늘 경기의 승패가 거의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초반엔 해설할거리가 별로 없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이야기나 농담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어! 이승우 선수 일꾼 나갑니다.

-설마?

해설위원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장 중앙 쪽으로 향하는 이승우의 일꾼.

-이거 전진 시리즈인가요?

-맵 자체가 3인용 맵이기에 전진 건물을 하기에 괜찮긴 합니다. 다만 신상운 선수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할지. 그 것이 변수거든요? 아. 신상운 선수 빠르게 정찰 보냅니다. 발견하면 쉽게 막죠.

이승우가 선택한 빌드는 7 솟대 7제단.

지독하게 가난한 빌드다.

상대가 눈치 채는 순간, 막히는 순간 경기가 거의 끝나는 수준의 빌드.

-신상운 선수! 어? 어?

-와아아아아!!!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었다.

신상운의 일꾼이 지어지고 있는 제단 옆으로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지금 안보였나요? 보였을 것 같기도 한데요?

캐스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에 비춰지는 신상운의 개인화면.

-아! 못 봤어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승우에겐 행운이었고 신상운에겐 불행이었다. 일꾼 시야 바로 바깥에 위치해있는 제단. 조금만 방향을 틀었다면 바로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실로 기가 막힌 전진 건물 위치였다.

-이거 큰일 났죠.

-아. 이거 가면 못 막습니다. 빌드가 제대로 맞물렸습니다. 이제 도감 완성되는데 이미 용아 찍혔죠? 신상운 선수 운이 안 좋네요.

그 사이 이승우의 일꾼이 신상운 선수 본진에 도착했다. 타이밍 상 일반적인 정찰과 비슷한 속도. 반면 신상운의 일꾼은 아직 이승우의 본진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찰 운마저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설상가상.

-금광러시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할 돈도 없어요! 그냥 제단 집결지 신상운 선수 본진으로 바꾸고 꾸준히 용아만 찍으면 됩니다!

-용아 나왔습니다! 이제 어떡할겁니까? 뭐로 막을 겁니까?

-아예 경기를 끝내도 좋지만 무리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화차 나오려면 멀었어요. 망루를 지어버리면 일꾼 뽑으면서 차분히 멀티하면 됩니다. 어차피 한동안 환국은 집 밖에 못나오거든요?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용아 1마리.

이토록 기세 좋은 용아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때 화면에 신상운의 얼굴이 잠깐 비춰졌다. 낭패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

-아. 이제 봤죠. 본진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상운 선수도 경험이 많은 선수니까 본능적으로 알 겁니다. 지금 용족의 건물이 밖에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마견이면 모를까 용아는 아무리 체력이 높은 환국 일꾼이라도 상대하기 힘들었다. 거기다 이승우 역시 컨트롤을 해주고 있기에 더욱 더 힘들었다.

결국.

-신상운 : GG

신상운 선수는 GG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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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2번째 용아가 거의 피해 없이 신상운의 본진에 도착했을 때부터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다. 여기서 솔직히 고민을 조금 했다.

내 컨트롤로 승부할까?

아니면 [투신]을 사용할까?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었다. [투신]을 사용하면 반드시 이번 공격에 신상운을 끝낼 수 있다. 반면 그냥 컨트롤로 승부를 봤을 때 혹 이번 공격이 막힐 수도 있었다.

고민은 짧았다.

내 선택은 [투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컨트롤을 믿는 것이었다. 컨디션으로 인하여 지상 유닛 컨트롤이 50이 넘었다. 추가로 공격력 역시 60이 넘으니 지금 같은 상황에선 체력을 아까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아무리 일꾼이 비비기를 사용했지만 용아를 죽이는데엔 실패했다. 비록 후반엔 지뢰 제거나 천자총통에 몸빵을 대주기 위해 희생되는 유닛이지만 극 초반엔 그 어떠한 유닛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어느새 신상운의 일꾼수가 처음 시작했을 때 주어지는 4마리까지 줄어들었다.

경기는 이미 끝났다.

일꾼이 너무 줄어버린 탓에 GG를 선언한 신상운.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부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1승이다. 1승!

몰수패로 얼룩져 있던 내 프로리그 공식도 드디어 한줄기 빛이 내려앉았다.

“컨트롤 쩐다!”

“빌드 한 번 죽인다!”

함성과 함께 들려오는 여러 목소리.

날빌을 사용해 이겼음에도 부정적인 말은 거의 없었다. 다 엄재웅 해설위원님의 포장 덕분이었다. 내가 깐죽대는 이미지거나 오직 승리만을 위해 경기를 하는 이미지였다면 분명 욕을 먹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내 이미지는 역경을 딛고 일어난 인간승리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더해 진 로열로더에 도전하는 용족 선수.

기본적으로 용족 선수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남자의 종족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개인리그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종족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난 날빌을 썼음에도 당당하게 부스 밖을 나올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온 난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앞으로 쭉 내밀어진 손들과 하나씩 하이파이브를 했다.

TV로만 보던 걸 내가 직접 하게 될 줄이야.

소름이다. 소름.

마지막으로 카메라 앞에 가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었다.

별 다른 의미는 아니다.

그저 1승을 했다는 뜻.

하지만.

-이야. 이승우 선수! 자신감 대단한데요!

-난 준우승자인 도재열도 잡고 온 몸이다. 이 정도는 가뿐하다. 뭐 이런 의미인가요?

-승부라는 불에 기름을 가져다 붓네요! 활활 타오릅니다. 활활!

-오늘 게시판 폭발하겠는데요?

저기. 해설위원님? 캐스터님?

손을 까딱거리는 것이 그 의미로도 보일수 있긴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닌데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런 뜻 아닌데. 아니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15%의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조금 욕심이 났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신상운을 잡아냈다.

경기가 극 초반에 끝난 덕에 스킬 사용을 제외하고 소모 된 체력은 없었다.

현재 체력은 90%.

3승까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광고가 나가는 사이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집중력 유지를 위해 난 부스 안으로 바로 들어왔다.  용족 코치인 유 코치님이 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유 코치님이 잔뜩 상기 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감독님이 최고란다. 최고. 정말 잘했어. 어떻게 정찰이 그렇게 비껴가냐?”

“정찰이요?”

“그래. 너 제단 지을 때 그 바로 위로 신상운 일꾼 지나갔어. 농담아니고 1CM만 아래로 갔으면 들켰을걸?”

이건 내가 몰랐던 이야기였다.

[날빌러]는 빌드를 추천해주는 스킬이지 맵을 보여주는 스킬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요?”

“어차피 지난 일이니까 상관없어. 스파키즈 쯕에서 4세트에 나오는 선수는 김상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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