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1 Game No.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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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장은 사용되는 태백산맥.
좁은 언덕이 구비구비 이어져있어 마수의 가시귀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전장이어다. 가시귀는 그슨대굴에서 가시귀 연구를 마치면 생산할 수 있는 유닛으로 따로 마수 소굴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그슨대의 변태를 통해 생산할 수 있다. 즉 가시귀를 뽑으려면 반드시 그슨대가 있어야한다는 소리였다.
승대가 5시.
신상운이 11시가 나왔다.
“어? 일꾼 나간다.”
연호의 말처럼 신상운의 일꾼이 빠른 타이밍에 나서고 있었다.
빠른 정찰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단.
“역시 8도감이네.”
훈련도감을 짓기 위해서겠지.
군주의 평범한 정찰 시야를 벗어나는 모호한 위치에 훈련도감이 건설되었다. 운 좋게 얻어 걸린 것이 아니다. 아마 무수한 연구 끝에 나온 위치겠지. 결국 승대는 8도감을 정찰하는데 실패했다. 승대는 무난하게 12번째 일꾼에 앞마당을 먹는 빌드는 선택했다.
“설마 노 숲 3소굴 올리진 않겠지?”
평소라면 그럴 리가 없지라고 답했겠지만 전판을 보고 나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빌고 빈다.
제발 노숲 3 소굴 빌드는 가지 않기를.
만약 마견숲을 짓지 않고 배를 째기 위해 3번째 마수 소굴을 짓는다면?
끝이다. 끝.
게임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아. 그래도 마견숲 먼저 짓네.”
“휴. 그나마 다행이네.”
다행히 승대는 마수 소굴이 아닌 마견숲을 선택했다.
그래도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장찰을 위해 뒤늦게 일꾼이 나가고 있지만 늦다. 지금 들켜도 상관없다. 이미 생산 된 궁병이 일꾼과 함께 전진해보고 있었으니까.
궁병은 환국의 기초 공격 유닛으로 3 종족의 기초 유닛 중 유일하게 원거리 공격을 하는 유닛이었다.
확실히 플레이가 좋다.
궁병이 생산되자 가는 것이 아니라 3마리가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들키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전진 도감을 알았다면 벌레를 일꾼을 뽑는데 모두 사용하지 않고 마견을 뽑기 위해 조금 남겨두었겠지. 하지만 전혀 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남겨둔 벌레의 수가 부족했다. 아니 굳이 남겨둘 필요가 없었다.
결국 일꾼으로 싸우는 수 밖에.
“와. 대박. 궁병 뒤로 빼는거 봤어?”
“그 사이에 일꾼이 데미지 넣는 것도?”
“사기네. 사기. 이러면서 본진에 테크는 다 올라가잖아.”
결국 승대는 큰 피해를 입었다.
녀석 역시 컨트롤에 자신이 있었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신상운.
마수를 상대로 종종 종이 비행기라는 풍운 운영을 보여줄 정도로 컨트롤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정말 사람 혼을 쏙 빼놓는 컨트롤로 일꾼을 잡는 신상운.
마치 유닛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 했다. 망루를 완성시키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많은 수의 일꾼을 잡아낸 후였으니까.
그 후로 게임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뒤늦게 광풍협곡을 건설한 승대가 닷발귀를 부랴부랴 뽑았지만 그 수가 평소보다 너무 적었다. 원래대로라면 9마리의 닷발귀가 동시에 튀어나와야하지만 현재 나온 닷발귀는 겨우 6마리. 그마저 1마리씩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라 타이밍 역시 늦었다.
아무래도 초반의 피해 때문에 정상적인 타이밍에 원하는 수의 닷발귀를 확보하는 건 불가능했다.
나름 컨트롤을 해보겠다고 본진으로 날아가 보지만.
“끝났네. 벌써 칠성신이 나오다니.”
어느새 닷발귀의 천적 유닛인 칠성신이 나와 있었다.
칠성신은 공중공격 밖에 못하지만 스플래쉬 데미지를 입히는 환국의 공중 유닛으로 특히 소형 유닛에게 강했다.
안타깝게도 닷발귀는 소형 유닛이었다.
현재 승대가 경기를 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말도 안되는 닷발귀 컨트롤로 상대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다.
난 스윽 이재명 감독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낯빛이 어둡다. 이미 경기가 기울었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그 사이 조합이 완성 된 신상운의 병력이 앞마당을 박차고 나왔다.
궁병과 의원이 당당하게 전진하고 그 위를 따라가는 칠성신.
칠성신과 궁병, 의원을 섞는 러시는 신상운이 즐겨 쓰는 전략 중 하나였다.
아무리 승대가 닷발귀 컨트롤을 잘해도 소용이 없었다.
궁병을 하나 끊어 먹는 순간 칠성신의 공격에 닷발귀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깎였으니까.
아직 잃은 닷발귀는 없지만 타격을 입는 것만으로도 손해였다.
전진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었으니까.
지금 같이 자원이 빡빡한 상황에서 가시귀를 뽑는 건 불가능하다. 오직 닷발귀의 컨트롤과 가시 촉수만으로 막아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건 현재 최고의 마수인 이제운이 와도 힘들지.
결국 승대는 무난하게 밀렸고.
-김승대 : GG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신상운 선수! 역시 기발합니다.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플레이!
-초반 도감 짓는 위치부터 보십시오. 이게 어디 하루 이틀연구해서 나온 결과입니까? 수십, 수백번을 연습한 위치일 겁니다. 이번 경기는 신상운 선수가 완벽하게 가져갑니다.
신상운의 대한 중계진의 칭찬이 쏟아졌다.
“고생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오는 승대의 어깨를 툭 치며 위로하는 이재명 감독님.
“죄송합니다.”
“질수도 있지 뭐. 네가 못 했다기보단 상대가 워낙 잘했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승대가 못한 건 없다.
경기를 펼치며 모든 걸 생각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오히려 모든 걸 방비하는 전략 자체는 좋지 못하다. 역으로 혼자 꼬이는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승대는 잘 했다. 다만 신상운이 너무 잘했을 뿐이었다.
“다음 전장 어디지?”
“폭풍의 언덕입니다.”
“폭풍의 언덕이라.”
잠시 고민하던 감독님은 차봉 카드를 선택했다.
“연호로 가지.”
그렇게 차봉은 연호로 결정되었다. 부름을 받은 연호가 감독님 앞에 섰다.
“신상운 특성 상 이번에도 무언가를 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정찰 꼼꼼히 하고. 알겠지?”
“넵. 알겠습니다.”
“그래. 가봐.”
연호가 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후 부스로 향했다.
-신상운 선수 가볍게 1승을 따냈습니다. 이번에 아스트로에서 나오는 선수는 누구죠?
-신연호 선수입니다.
-요즘 페이스가 많이 안 좋은 선수죠.
-듣자하니 연습실에선 어마어마한 승률을 낸다고 합니다. 그 실력이 발휘되야하거든요? 이제는? 이번 경기마저 무너지만 2세트나 스파키즈에 넘겨주게 됩니다.
-자. 경기 준비 완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폭풍의 언덕에서 신연호 선수와 신상운 선수의 경기를 시작~합니다!
팀원들은 긴장한 얼굴로 연호의 경기에 집중했다.
정말 중요한 세트다.
여기서 이기면 1:1로 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진다면 2:0으로 크게 기울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팀 내에서 내놓을 수 있는 전략의 수가 확 준다.
제발 연호가 이기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아. 신상운 선수 2화통에서 모은 병력과 함께 과감하게 진출합니다! 신연호 선수 아직 모르죠?
-모릅니다. 전혀 모릅니다. 용혼 전진 배치시키고 끊임없이 생산해야합니다. 아. 큰 일 났어요. 신연호 선수 일꾼 생산하고 테크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알아 차려야 합니다. 아. 정찰용으로 세워놓은 병력 없나요? 이거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없어요. 없습니다. 전장의 반을 지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신연호 선수 움직임이 없습니다.
경기는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연호의 안 좋은 버릇이 또 나왔다.
상대가 무얼 하든 자신이 하려는 플레이는 하는 버릇. 연습 경기에선 거의 안 그러는데 유독 방송 경기만 나오면 이런 모습을 자주 보였다.
“끝났군.”
화면을 보며 감독님이 쓰게 웃었다.
더 이상은 안 봐도 비디오다.
내려오는 순간 알아도 막기 힘든 러시인데 자신의 앞마당에 도착 할 때쯤이 되서야 상대의 2화통 러시를 알아 버렸다.
-쾅!
천자총통의 공격이 터짐과 동시에.
-피링.
하는 맥없는 소리와 함께 용혼이 터져나갔다. 상성상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날아가는 앞마당. 역전을 하기 위해 운룡을 띠워봤지만 의미 없었다. 어느새 신상운의 본진엔 화살탑이 지어져 있었다.
빈틈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였지만 무의미한 움직임이었다.
-신연호 : GG
결국 본진에 들어온 병력을 막지 못하고 GG를 선언하는 연호.
땀에 절은 얼굴을 푹 숙이는 연호.
멀리서 보는 나조차 이렇게 안타까울 정도인데 실제 저 자리에 앉아 있는 연호의 심정을 어떠할까?
비슷한 일을 당해보아서 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
그때였다.
“승우야.”
“네. 감독님.”
감독님이 가라앉은 목소리를 나를 부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다음 경기 준비해라.”
중견으로 출전할 선수가 바로 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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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스트로에서 내놓은 중견 카드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나올 때가 되었죠. 사실 차봉으로 이승우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승우 선수 요즘 아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비록 프로리그에선 몰수패 1번이 공식 전적의 전부이지만 오늘 활약 여부에 따라 완전히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 처음 나온 선수기에 두 선수간의 전적은 없습니다. 데이터 역시 적구요. 하지만 신상운 선수도 그렇게 쉽게 볼 수 없을 겁니다. 도재열 선수를 2:0으로 잡아낸 건 정말 대단한 이변이었거든요? 신상운 역시 그런 상황을 맞이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긴장해야해요.
-그래도 그때와 상황이 다른 것이 신상운 선수 지금 2연승을 거두며 폼이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손도 풀렸고요. 본인이 2킬을 해내면서 앞서있는 상황. 조금 더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죠. 반면 이승우 선수는 팀이 2:0으로 뒤져있기 때문에 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하면 좋고 안통하면 말고 같은 올인 식의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과연 이승우 선수가 위기에 빠진 팀을 구원할 수 있을지? 아니면 신상운 선수가 파죽지세를 이어가 3승을 달성할 것인지? 잠시 후 경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후.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까지.’
겉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재명 감독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경기 시간이 채 30분이 지나기 전에 벌써 2:0으로 벌어져 버렸다. 이제 이 쪽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단 2장.
중견과 대장 뿐이었다.
애초에 오늘 출전할 선수를 정해놓았다.
요즘 가장 컨디션이 좋은 박현우와 이승우, 김승대, 신연호로.
첫 전장은 마수가 좋은 전장이기에 김승대를 내놓았다. 하지만 스파키즈에서 최고 에이스 카드인 신상운이 나오면서 1승을 하는데 실패했다.
그 다음 꺼내든 카드는 용족.
전장도 괜찮고 종족 상성도 좋으니 신연호를 내는 건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정말 연습경기력의 70%만 나와도 승을 챙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실패했다.
이제 남은 선수는 박현우와 이승우 뿐이었다.
누굴 중견으로 내보낼지 많이 고민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이승우였다.
‘현우는 에이스로 아껴둬야지.’
대외적으로 아스트로 최강의 전력은 누가 뭐라해도 박현우다. 혹시 여기서 잡혀버린다면 역전의 꿈을 더 이상 꿀 수 없다. 만약을 대비해 아끼고 또 아껴 둬야했다.
이승우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도재열을 잡았을 때처럼 신상운 1명만 잡아주길.’
아스트로보다 스파키즈의 사정이 더 나았지만 상위권 팀에 비교해보면 선수층이 얇은 건 똑같았다. 스파키즈에서 1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신상운와 이형민 단 2명 뿐이었다. 이 선수들만 제거된다면 나머지 선수들은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다.
연습실에서 이승우의 대 환국전의 실력은 발군이었다.
더군다나 신연호와 달리 방송경기와 연습경기의 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OSL 진출과 MSL 듀얼 토너먼트 전승 진출로 증명하지 않았는가?
이재명 감독이 의자에 몸을 묻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할 수 있는 건 이승우가 그의 기대만큼 활약해주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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