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9 Game No. 29 =========================================================================
체력이 50% 이하로 깎이면 능력치가 상당 폭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스킬은 3번.
예전처럼 [날빌러]를 남발하는 건 이제 할 수 없게 되었다.
참 아쉬웠다.
[투신]이라는 사기급 스킬을 배운 다음날 초보자 모드가 끝나다니.
체력이 스킬에 연관 된 능력치라면 컨디션은 스탯에 연관 된 능력치였다.
만약 컨디션이 80% 이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모든 능력치가 깎인다. 그러니까 컨디션이 75%가 되면 모든 능력치가 5%씩 깎여 95%밖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상당한 패널티라 생각되었지만 반대로 컨디션이 높아지면 그만큼 능력치가 올라갔다. 컨디션에 110%라면 모든 능력치가 10%가 올라간다.
어떻게 아냐고?
지금 내 컨디션이 110%였으니까!
컨디션은 내가 기분이 좋을 때도 높아지지만 연승을 하거나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도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이러저러한 변화를 거쳐 나온 현재 내 능력치는.
피지컬
속도 : 63/57
지상 유닛 컨트롤 : 51/46
공중 유닛 컨트롤 : 28/25
생산력 : 59/54
공격력 : 70/64
수비력 : 36/33
시야 : 18/16
밸런스 : 22/20
반응속도 : 47/43
체력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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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집중력 : 35/32
판단력 : 17/15
정신력 : 39/35
컨디션 : 110%
육감 :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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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다.
업적을 통해 얻은 스탯 포인트는 이미 분배한지 오래였다. 강점을 살릴까 약점을 보강할까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당장 앞의 결과를 본다면 공격력에 올인 하는 것이 좋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균형 있는 분배가 더 좋다고 생각되었다.
추가로 확인한 건 소수점 밑으론 사사오입이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웬만하면 끝자리를 5로 맞추는 것이 좋겠다.’
초보자 모드였을 땐 컨디션을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가장 신경 써야 할 능력치가 되어버렸다. 최소 80%의 컨디션은 항상 유지해야 했다. 현재는 OSL 본선진출, MSL 듀얼 토너먼트 등으로 상당히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다.
‘마음이 편한 것도 컨디션에 영향을 미쳤겠지?’
요즘 마음이 편하다. 아스트로의 팀 분위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솔직히 걱정했다. 육군 타이거즈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꼴찌 팀이 아스트로였기에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처져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생각없이 들 떠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노력한다면 우리도 잘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모두 품고 있었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것이.
비록 팀의 성적은 전에 있던 S1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오히려 난 이 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
“형. 나랑 좀 연습해줘.”
“야. 이번엔 나한테 양보해. 어제 실컷 연습했잖아.”
투닥 거리는 김승대와 신연호를 바라보며 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둘이 싸우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나와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연습실에서 내 성적은 굉장히 좋았다. 얼마 전 펼쳐진 팀내랭킹전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였으니까. 솔직히 얼떨떨했다. 혹 초보자 모드가 사라져 실력이 확 줄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살짝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첫 경기를 해볼 결과 느낀 검.
‘해볼만 한데?’
였다.
오히려 방송 경기 때보다 움직임이 경쾌했다.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어떤 빌드를 선택해야할지 눈에 훤히 보였다. 경기를 치르면서 그간 내가 스킬에 너무 많은 걸 의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 또 졌네.”
박현우가 붉게 상기 된 얼굴로 위지에 몸을 기댔다.
“고생하셨어요. 형.”
그 앞엔 밝은 표정의 신연호가 앉아 있었다.
흔히 팀 마다 연습실 본좌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실제 방송 경기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하는데 꾸준히 나오는 선수가 있다면 거의 연습실 본좌라고 보면 무방했다. 연습실 본좌의 특징은 연습 경기에서 거의 패배하지 않지만 실제 경기에 나가면 귀신같이 패배했다.
아스트로에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바로 신연호가 그런 존재였다.
“넌 연습 때 실력만 나오면 프로리그 30승은 해줄텐데.”
박현우의 말은 그저 기분 좋으라고 하는 칭찬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 연호의 플레이를 보는 순간 느낀 건.
‘잘한다.’
였다.
아스트로가 약팀이긴 하지만 적어도 박현우는 우습게보면 안 된다. 개인리그 8강에 올랐다는 건 단순히 운이 좋다고 이룰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프로리그 역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갔다. 작년 프로리그에선 아스트로에서 유일하게 30승을 올린 선수가 박현우였다. 그런 박현우를 거의 압도하는 신연호라니.
아마 커뮤니티에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신연호는 단순히 환국전만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용족전 역시 꽤나 잘했다. 나도 신연호와 많은 연습 경기를 치렀는데 아스트로의 선수 중 가장 상대하기 힘든 사람을 꼽자면 신연호를 꼽을 정도로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래. 방송에서 그렇게 벌벌 떠는데도 매번 나오는데엔 다 이유가 있지.
실제로 커뮤티니에선 신연호의 잦은 출전을 두고 말이 말았다. 매번 패배하면서 나오는 그를 이재명의 양아들이라 부르는 이도 많았다. 썩 듣기 좋은 별명은 아니었다. 몰수로더로 까였을 때가 불현 듯 생각나는군.
연습에선 이렇게 본좌인데 방송에 나가면 왜 그렇게 못할까?
이 점만 고친다면 아스트로의 성적은 수직 상승할 것이다.
나 역시 이런 기질을 지녔었지만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은 후 많이 고쳐졌다.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았지만 연습때의 실력이 거의 100% 방송에서도 발휘 되었다.
내 연습 경기를 보며 감독님도 상당히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음 3라운드부터 너 출전한다.”
내 프로리그 출전일도 바로 잡혔다.
어느새 프로리그는 1/3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현재 팀은 성적은 여전히 육군 타이거즈를 제외한 최하위를 달렸다.
2라운드까지의 성적은 4승 18패.
암울 그 자체다.
4승 중 2승은 그나마 육군 타이거즈를 잡은 거니 정상적인 팀을 상대로 얻은 승은 겨우 2번에 불과했다.
3라운드와 이어지는 4라운드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위너스리그다. 위너스리그는 승자연전 방식으로 말그대로 이기는 선수가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는 방식이었다.
팬들을 비롯한 택뱅리쌍 같은 확실한 에이스 카드를 지닌 팀에선 굉장히 환영하는 방식이었지만 아스트로 입장에선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일부 팬들은 위너스리그를 프로리그의 꽃이라 부르기도 했다.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따로 위너스리그의 성적으로만 결승을 치를 정도였다.
다른 라운드에서 한 선수가 거둘 수 있는 최대 승수는 2승이다. 이조차 에이스 결정전을 치러야 할 수 있는 승수.
6경기 전에 경기가 끝난다면 1승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위너스리그는 다르다.
본인이 선봉을 나선다면 최대 4승까지 할 수 있다.
이를 올킬이라고 불렀는데 올킬이 나올 때마다 커뮤니티가 완전 뒤집어졌다.
올킬은 여러모로 좋다.
선수 입장에선 1경기에 무려 4승을 챙기니 다승왕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팀 입장에선 팀에게 승리를 챙겨다주니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올킬 자체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역올킬이었다.
상대방의 올킬을 저지함과 동시에 본인이 올킬을 달성하는 위업!
상황만 봐도 드라마 같지 않은가?
한 시즌 최다 올킬 기록은 3회로 S1의 김택윤 선수가 지니고 있었다. 올킬 자체가 선봉 혹은 팀이 3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장으로 나오는 경우 밖에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생각보다 횟수가 많지는 않다.
나 역시 종종 올킬을 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이제 그 꿈을 현실로 이룰 시간이 다가왔다.
****
16강 결정전이 끝난다고 바로 OSL이 진행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조지명식을 거쳐야하고 그 보다 앞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오프닝 촬영이 기다리고 있다.
오프닝.
OSL은 MSL에 비해 오프닝 영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퀼리티 역시 굉장히 뛰어났는데 어찌나 뛰어났는지 지상파 방송사에서 OSL의 오프닝 영상을 그대로 표절하는 사건 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OSL의 오프닝 촬영은 항상 테마를 가지고 진행된다.
이번 시즌 테마는 라이벌이었다.
“자. 고생하셨습니다!”
촬영 감독의 박수소리와 함께 이영우와 이제운의 촬영이 끝났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이 둘은 리쌍으로 묶여 오프닝 촬영을 함께 하였다.
신들의 전쟁 역사상 최고의 맞수라 부를 수 있는 임진록과 맞먹을 수 있는 건 리쌍 뿐이었다.
이번 OSL엔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진출했다.
대부분 당연히 16강에 올라야지 싶은 선수들이었다. 물론 이변도 있었다.
도재열을 꺾고 올라온 이승우.
프로리그의 미친 활약을 개인리그로 가져 온 임형규.
이 둘은 진 로열로더라는 이름으로 묶여 함께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승우 선수 조금만 긴장 푸세요!”
촬영 감독이 이승우를 다독였다. 이미 10번이 넘는 NG를 낸 상황이지만 촬영 감독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오프닝 촬영을 맡은 지 몇 년이 흘렀다.
경기를 하는 프로게이머와 카메라 앞에선 프로게이머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니터 앞에선 맹수처럼 날카롭게 눈빛을 빛내던 선수들도 카메라 앞에서면 숙맥이 되어 버렸다.
경기 때의 눈빛을 요구해도 잘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잔뜩 힘만 주어 어색한 표정이 나올 뿐이었다. 그나마 몇 번 촬영을 진행 한 선수들 같은 경우엔 나름 원하는 대로 움직여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이번에 처음 진출한 선수.
당연히 촬영 역시 처음이다.
윽박지른다고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걸 촬영 감독은 잘 안다.
“자. 그럼 두 선수 마주보고 있다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뛰면서 다시 점프해볼까요?”
마치 유치원생을 달래는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이승우와 임형규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향했다. 둘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언젠가 나오고 싶던 오프닝.
그 오프닝이 이리 힘들게 만들어 질 줄 몰랐으니까.
촬영은 계속되었다.
다른 선수들의 촬영이 거의 마무리 되어갔지만 이승우와 임형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만히 서로를 마주 볼 땐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뛰는 폼이 너무 어설프다. 설상가상으로 점프는 더 어설펐다. 다리를 시원하게 쫙 뻗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
촬영 감독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 둘의 테마는 패기다.
신인의 패기.
모든 사람들을 씹어 먹겠다는 신인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울 줄 모르는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는데 이들은 이미 범 무서울 줄 아는 하룻강아지였다.
-짝짝짝.
결국 촬영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잠시만 쉬었다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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