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6 Game No.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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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열 선수 GG나옵니다. GG!
-이 번 경기에서 도재열 선수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야! 이승우 선수! 제대로 사고 한 번 쳐줍니다!
해설진들의 흥분이 가득 담긴 목소리처럼 경기장도 함성으로 들끓고 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도재열이 이렇게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질 줄은. 더군다나 그 상대가.
“야. 이승우가 저번에 프로리그에서 몰수 패 당한 애 아냐?”
“맞어. 멍 때리다가 지가 게임 정지 시켜서 몰수패 당한 애.”
“대박. 말도 안 돼. 걔 방송 울렁증 때문에 그딴 실수 나온거 아냐? 근데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잘해?”
“나야 모르지. 막말로 각성했을지.”
이승우라는 건 더욱 더 큰 충격이었다. 한달이 지났지만 이승우의 몰수패 사건은 각종 신들의 전쟁 커뮤니티의 단골소재였다. 여전히 수많은 별명, 그 것도 안 좋은 별명을 만들어가고 있던 선수의 승리라니. 더군다나 상대는 육룡 중 하나인 도재열.
오늘 경기장에 찾은 관중들은 대부분 싱거운 경기를 예상했다. 이미 승부는 정해졌고 몰수로더가 또 어떤 기막힌 실수를 할지 기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었다.
바로.
“야! 내가 뭐라고 했냐! 쟤 된다고 했지!”
관중석에 앉아있던 이재명 감독이 도재열의 GG가 나오는 순간 두 손을 하늘로 번쩍 치켜 올렸다. 그리고 함께 온 도 수코를 향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 선택이 옳다는 걸 이제 알겠냐? 내가 괜히 감독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게요. 과감하네요. 진짜.”
도 수코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느 정도 싹이 있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이미 1번 방송 경기 경험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그걸 경험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잔뜩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몰수패를 당했으니까.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다. 감독님의 말씀처럼 아스트로에 16강 결정전에 오른 선수가 없기에 영입했을 뿐이었다. 처음 상대가 도재열이란 말을 들었을 때 좌절했다. 동시에 포기했다. 아스트로의 16강 진출자는 박현우 1명 뿐이라고. 하지만 이승우의 1경기 승리는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진짜 중요한 건 2경기야. 흥분해서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이재명 감독이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분명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 진출을 확정지은 건 아니다. 단지 1승일 뿐이다. 이어지는 2경기와 3경기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16강에 가지 못한 선수 일 뿐.
축배는 진출이 확정 된 후에 들어도 늦지 않다.
“그래도 다행히 승우 얼굴이 좋다. 얼어붙거나 들뜨지 않았어. 지금처럼만 하면 좋은 경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하 동문입니다.”
도 수코가 오랜만에 빛나는 눈빛으로 이재명 감독을 바라보았다. 이재명 감독은 이스포츠 감독으로서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특히 사람 보는 눈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헌재 최강이라 불리는 리쌍을 가장 먼저 눈여겨 본 이도 이재명 감독이다. 하지만 팀을 잘못 만났다. 아스트로는 16살의 어린 선수를 1억을 주고 데려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리쌍의 몸값은 그보다 수십 배는 올라 있었다. 이재명 감독이 아스트로가 아닌 다른 팀 감독 그러니까 명문팀 감독으로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은 도 수코는 종종 하곤 했었다.
‘그래. 감독님 말씀처럼 꼭 이겨라!’
도 수코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오랜만에 코치로서의 피가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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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경기가 생각보다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흑완을 배제한 도재열.
결국 내 흑완을 막지 못하고 GG 선언을 하고 말았다.
가슴 속에 희열이 벅차올랐다. 첫 승은 아니다. 과거 2군에서 함께 있었을 때 이긴 적이 여러 번 있다. 단순히 도재열을 이겨서 기쁜 것이 아니다. 16강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그리고 내가 인생 최악의 실수를 한 곳에서 승리를 했다는 점이 좋았고.
경기에 몰입했다.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어버렸다. 그저 몸이 자연스레 움직였을 뿐이다. 문득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땐 경기가 끝나있었다. 두 손이 잘게 떨렸다. 방송 첫 데뷔경기 때와 같은 현상. 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그때는 긴장과 공포였다면 지금은 기쁨이다.
이로써 내 공식 전적은 1승 1패(몰수패)가 되는구나!
아직 프로리는 1패(몰수패)로 남아있겠지만. 그 것도 차차 고쳐 가면 되는거지 뭐.
예선전도 공식전에 포함되었다면 꽤나 화려한 전적이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예선전은 공식전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이번 승리가 내 공식전 첫 승이다. 비록 몰수패를 당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육룡 중 1명이 도재열을 잡으며 어느 정도 만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붕붕 떠오르려는 기분을 붙잡았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흥분으로 떨리던 손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안정. 1경기의 승리는 지난 과거다. 이제 집중해야한 건 2경기.
2경기는 분명 다를거다. 어떻게 경기가 흘러갈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빌드가 확 갈려서 끝나진 않을 거다. 이미 날빌에 1번 당한 도재열은 분명 안전한 빌드를 선택하겠지. 상대가 안전한 빌드를 선택하면 [날빌러]를 써도 크게 답이 없다. 그저 순간순간 허를 찌르는 운영으로 갈 수 있을 뿐.
‘게임을 길게 보자.’
-잠시 휴식시간입니다. 부스를 나가셔도 괜찮습니다. 단 5분 이내로 다시 부스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스텝의 체팅이 있었지만 난 부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다. 밖에 나갔다오면 모든 것이 깨질 것 같았다.
그렇게 5분의 시간이 지나고.
-경기 준비하겠습니다. 모두 전장으로 입장해주십시오.
2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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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 시즌 최고의 이변이 발생하고 있는 16강 결정전 도재열과 이승우의 제 2경기가 곧 시작됩니다. 엄재웅 해설위원님은 앞선 1경기 어떻게 보셨습니다.
-최고죠.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는 정말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도재열 선수도 더 이상 이승우 선수를 얕보지 않을 겁니다. 전심전력을 다해 이승우 선수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거든요? 그래서 전 2경기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상처입은 괴수는 무섭거든요. 과연 이승우 선수가 도재열 선수의 분노를 받아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어지는 2경기 전장 설명해 해주시죠.
-네. 2경기는 현재 프로리그에서도 함께 사용되고 있는 운명의 갈림길입니다. 3인용 전장으로 스타팅 포인트는 각각 1시, 6시, 10시 방향에 위치해있습니다.
16강 결정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1경기와 2경기의 전장은 각각 프로리그에서 사용하는 전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마지막 3경기 역시 국민맵으로 불리는 투혼을 사용하였기에 16강 결정전에 임하는 선수들은 따로 연습 할 필요 없이 그저 프로리그를 준비하면 저절로 16강 결정전 연습도 되었다.
-이 전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중앙이 구조물 없이 운동장처럼 넓다는 겁니다. 도재열 선수같이 물량을 중심으로 한 힘싸움을 펼치는 선수들에게 특화가 되어있는 전장입니다.
-도재열 선수도 그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 판은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단순히 가져와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판 가져오지 못하면 탈락이에요. 탈락! 지금 도재열 선수는 벼랑 끝에 서있는 상황이란 말입니다. 만약 패배하게 된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육룡과 몰수로더의 대결.
그 누구도 이 경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상황으로 흘러갈 줄 몰랐다.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합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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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선수들은 준비해주세요.
동시에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검은 화면으로 바뀌었을 때 심호흡을 크게 했다. 모니터에 비춘 내 얼굴은 묘한 흥분과 긴장으로 붉게 변해있었다.
적어도 전보다 훨씬 나은 얼굴.
그래. 2경기도 이겨서 깔끔하게 16강 가보자!
오늘은 아무런 제한 없이 스킬을 마음 껏 쓸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이런 날 패배는 말도 안된다. 반드시 이겨야한다. 첫 번째 기회는 내가 날려먹었다. 두 번째 기회마저 날려먹을 순 없었다.
시작 된 경기.
내 위치는 1시였다.
‘좋았어.’
1시는 자원 수급률이 다른 곳보다 미세하게 좋은 곳이었다. 이건 게임 자체의 문제였기에 아무리 맵을 잘 만든다고 해도 수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시작이 좋다.
난 곧바로 [날빌러]를 사용했다.
[1제단 용의 신전 이후 3제단.]
[날빌러]가 추천해준 빌드는 용용전 정석 중에 정석 빌드였다. 이 빌드를 추천해준다는.
‘초반에 찌를 수 있는 틈이 없다는 뜻이지.’
도재열은 굉장히 안정적인 빌드를 선택했다. 빌드의 완벽한 우위를 가져갈 수 없다면 앞으로 흘러갈 경기 양상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컨트롤, 운영, 전략, 판단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것이 신들의 전쟁이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시작만 좋구나. 시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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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열 선수. 전 경기에서 흑완에 당했기 때문일까요? 상당히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앞선 경기가 영향을 미친 것도 분명 사실이지만 이런 자신감도 있겠죠. 무난히 하면 내가 안 진다! 이런 자신감.
-맞습니다. 앞선 경기의 패배로 자존심에도 분명 상처를 입었을 겁니다.
중계진의 해설처럼 경기는 전 경기와 달리 무난하게 흘렀다. 앞마당 멀티를 먹고 무난한 지룡 싸움. 지룡은 홀로 움직이는 유닛이 아니다. 막강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동속도가 느려 유닛을 수송하는 기능을 지닌 운룡과 함께 활용 된다.
용용전의 60% 이상이 서로 지룡을 활용한 전투가 벌어진다. 나머지 40%는 전 경기처럼 빌드가 갈려서 빠르게 끝나거나 둘 중 하나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비렴 쪽 테크를 타는 경우였다. 지금 도재열과 이승우는 모두 같은 빌드를 선택했기에 남은 건 컨트롤 싸움 뿐이었다. 아무래도 컨트롤 쪽에선 도재열 선수가 조금 더 유리했다.
-도재열 선수! 지룡을 운룡에 태우며 공격을 피해냅니다. 화면을 놓치지 않네요. 조금만 놓치면 바로 얻어맞는 부분이거든요!
-지금 도재열 선수가 바짝 약이 올라있습니다. 너 나를 전 경기에서 이겼다는 거지? 그래 좋다. 이번엔 내가 널 쓰러뜨려주마라고 생각하며 잔뜩 벼르고 있는 거죠!
상황은 조금씩 도재열으로 기울었다. 도재열을 응원하는 팬들의 응원소리가 점점 커졌다. 아무래도 빌드가 같다보니 조금 더 경험이 많은 쪽으로 승부가 향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어? 방금 공격 이승우 선수 막았습니다?
-분명 지형이나 병력 수나 도재열 선수 쪽이 더 나아보였거든요. 정말 꾸역꾸역 막고 있습니다.
-이게 단순히 1번이면 운이 좋았다고 치부할 수 있는데 벌써 3번째거든요? 이건 단순히 운이 아닙니다. 이승우 선수의 실력입니다.
-이 선수도 점점 각성하나요?!
도재열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승부를 끝 낼 수 있을 만큼 유리한 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5.5 : 4.5 정도. 까딱 잘못하면 역전을 허용할 정도다.
경기가 이렇게 흐른 건 도재열이 못해서가 아니다. 이승우가 말 그대로 꾸역꾸역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말 이상했다. 도재열이 서서히 승기를 잡아간다 싶었지만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이승우가 끈덕지게 따라붙었다. 모든 것이 다 늦었었다. 3번째 멀티도 비렴을 확보하는 테크도. 그럼에도 버티는 것이 신기하면 신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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