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3화 (23/575)

00023  Game No. 23 결과는 알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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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드디어 OSL의 서막을 알리는 16강 결정전이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캐스터를 맡게 된 전현석입니다.

-해설의 엄재웅입니다.

-역시 같은 해설의 김태영. 팬 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엄전김.

엄재웅, 전현석, 김태영의 성을 줄여 만든 말로 OSL의 터줏대감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이었다. 사실 순수한 해설 능력으로 보자면 최고라 부를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해설을 해온 덕에 재미 면에서 단연 탑이라 부를 수 있었다. 또한 초창기 OSL부터 해왔기에 OSL에 없어선 안 될 필수 중계진이었다. 그들이 없는 OSL은 단팥 빠진 붕어빵이나 마찬가지였다. 팬들 역시 이들에게 완벽한 해설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시기적절한 드립과 포장으로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켜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자. 이번 시즌에도 대단한 선수들이 16강 결정전에 자리잡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16강 결정전도 어마어마합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신인부터 다시 16강에 오르기 위해 이를 갈고 있는 선수들까지! 아주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전현석 캐스터의 말을 곧바로 엄재웅 해설위원이 받았다. 엄재웅 해설위원의 주특기인 포장이 시작부터 나왔다. 아직은 가벼운 포장. 하지만 포장의 크기는 점점 커져 말만 들으면 안보고는 못 배기는 경기로 둔갑시킨다.

-오늘 출전이 예정 되어 있는 선수 역시 그러한 선수 중 하나입니다.

-예. 그렇죠. 바로 도재열 선수입니다. 작년 시즌 최고의 성적을 보여주었던 용족 선수 중 하나죠. 주특기인 물량으로 시원시원하게 상대를 밀어버리는 스타일입니다. 작년 시즌 무려 2번이나 결승전에 갔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거기다 저번시즌엔 16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한 선수입니다. 지금 잔뜩 이를 갈고 있을 겁니다.

-야수 도재열 선수의 본능이 몇 개월 동안 분출되지 못했습니다. 오늘 도재열 선수의 시원한 경기력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족 선수의 등장에 김태영 해설위원의 얼굴에 싱글벙글 미소가 가득 번졌다. 중립성을 유지해야하는 해설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김태영 해설위원은 용족 선수를 특별히 좋아했다. 그 감정이 중계에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다른 해설위원이 정식 중계 중에 편파적인 발언을 했다면 커뮤니티에서 잔뜩 까였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영 해설위원은 예외였다. 사람들은 오히려 김태영 해설위원이 용족에 몰입했을 때 더 재미있어했다. 압권은 바로 천왕랑이 나왔을 때였다.

김태영은 용족과 환국의 경기가 있을 때면 시도 때도 없이 천왕랑을 찾았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김태영에게 묻는다면 90% 이와 같은 답을 얻을 것이다.

<천왕랑 가야합니다.>

만약 천왕랑이 경기에서 활약이라도 하는 날엔?

그날은 김태영의 입이 귀에 걸리는 날이다. 목이 쉬도록 천왕랑을 예찬하고 또 예찬하며 말이다. 이런 김태영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나 예상 할 수 있을 것이다.

용족 선수 중 천왕랑을 가장 잘 쓰는 송병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송병호를 따로 만나 밥을 사줄 정도로 아낀다고 했다.

-자. 이런 도재열 선수와 맞붙는 선수. 누구죠?

-일단 데이터가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한 선수거든요.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후 다시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 본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현석 캐스터의 힘찬 외침이 퍼지는 순간 사람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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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기실에서 중계진이 하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다 들었다. 그렇게 너무 겁주지 마요. 안 그래도 떨리는데. 16강 결정전이라고 하지만 타이틀만 다를 뿐 세트는 OSL와 똑같았다. 그래서 떨렸다. 이 경기장에 처음 와보는 건 아니다. 가슴아픈 몰수패를 당하긴 했지만 1번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프로리그였다. 무게감이 다르다.

16강 결정전.

선수의 등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매치.

내가 이 무대에 오르게 되다니.

경기장에 오기 전까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신들의 전쟁 모든 경기 중 빌드로 경기 결과가 극도로 갈리는 용용전 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오고 나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난 앞에 놓인 찬물을 벌컥 벌컥 들이켜 마셨다.

안 돼. 정신 차리자. 그 전처럼 정신 줄 놓은 실수를 할 순 없어.

“이승우 선수 준비해주세요.”

한참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을 때 방송국 스텝이 들어왔다.

난 스텝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어? 안녕하세요.”

오늘 맞붙게 되는 도재열과 함께 있는 권 코치님을 발견했다.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오랜만이다.”

권 코치님이 약간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팀이다 보니 그런 듯싶었다.

“잘 지내셨어요?”

“뭐. 나야 그럭저럭 잘 지냈지...너는?”

이상하게도 내 시선을 회피하는 권 코치님.

아무리 상대로 만났다지만 이런 건 너무하잖아요! 그래도 한솥밥 먹은 기간이 무려 6년인데!

“저도 뭐 잘 지냈죠.”

“그래. 오늘 경기 잘하고. 다음에 보자.”

그 말을 끝으로 권 코치님은 도망치 듯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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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와의 만남을 끝낸 권 코치가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있었다.

‘젠장.’

권 코치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마음같아선 시원하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이 곳은 방송국.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너무 많다.

‘이승우가 예선을 통과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이승우가 16강 결정전에 오를 줄은.

그는 이승우의 활약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이승우의 방출을 가장 먼저 게임단에 제의한 이가 권 코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쁜 결정은 아니었다.

이미 육룡 중 2명인 도택을 보유하고 있는 S1.

급한 종족은 마수지 용족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6년째 2군을 전전하고 있는 이승우의 방출은 과거에도 종종 요구했었다. 전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권 코치의 요구가 받아지게 된 건 아무래도 프로리그의 몰수패 영향이 컸다.

그 사건 이후 이승우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감독님과 프런트가 방출을 결정했으니까.

그런데 일이 꼬였다. 팀에서 방출 된 이승우가 16강 결정전까지 오르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만약 이승우가 도재열을 꺾고 16강에 오르게 된다면?

“안 돼.”

권 코치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냥 16강에 올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도재열이 꺾이는 건 절대 안 될 일이다.

‘아니. 차라리 다행인가?’

반대로 생각하자.

차라리 도재열을 만나서 다행일 수가 있다. 도재열이 가장 잘하는 종족전이 환국이긴 하지만 용족전 역시 꽤나 좋은 승률을 자랑한다. 만약 컨디션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선수를 만나 운 좋게 16강에 오른다면 그게 더 큰일이다.

권 코치가 찬물을 틀어 얼굴에 마구 뿌렸다.

그래. 정신 차리자. 어차피 이승우가 도재열을 잡을 리가 없다. 만약 잡을 실력이었다면 애초에 6년이나 2군 생활을 하지 않았겠지.  그리고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면 그걸로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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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16강 결정전이 화려한 막을 오릅니다!

-도재열 선수라면 개막전을 장식하기에 아주 적절한 선수죠!

용족을 좋아하는 김태영 해설위원이 한 마디 거들었다.

-맞서는 상대 선수 역시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이승우 선수.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앞으로 아스트로에서 활동하게 된다고 합니다. 정말 파란만장한 삶이 아닙니까? 6년간 S1에서 2군 생활을 하다가 실력을 인정받아 프로리그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분명 기회였고 좋은 순간이었지만 몰수패라는 프로게이머 최악의 상황을 당함과 동시에 팀에서 방출이 되어버립니다. 보통 선수들이라면 어떻겠습니까? 그냥 모든 걸 포기합니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천천히 준비를 해 예선을 뚫고 16강 결정전에 올랐습니다. 이게 어디 보통 멘탈입니까? 검도 수백, 수천 번의 망치질 끝에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이승우 선수를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올라 있는 겁니다! 누가 이런 이승우 선수를 만만하게 본단 말입니까?

역시 엄재웅.

그저 그런 신인 선수와 저번 시즌 16강 탈락자의 매치를 최고의 매치처럼 만들어버렸다. 그의 포장기술은 신의 경지에 도달해있었다. 여기에 화룡정점이 찍혔다.

-어차피 같은 종족이기에 전장의 유불리는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빌드의 상성이 가장 극심하게 갈리는 경기거든요? 만약 이승우 선수가 도재열 선수의 빈 틈을 파고 들어가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엄재웅 해설의 트레이브 마크 엄대엄이 시전 되었다.

엄대엄.

5:5를 뜻하는 이스포츠 용어로 엄재웅 해설이 입버릇처럼 항상 하는 말이었다. 어느 누가 경기를 하더라도 엄재웅 해설의 입을 거치면 박빙의 승부가 된다.

아무리 승부가 기울어져있어도 전장의 유불리나 전략적인 수 등등 온갖 이유를 들어 승부는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버린다. 연패를 하고 있는 선수가 나타나도 마찬가지다. 6연패든 7연패든 상황이 안 좋은 선수에겐 ‘연패 할 만큼 하지 않았습니까? 바닥 치고 올라갈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선수 이를 갈고 왔을 겁니다.’ 라고 말하면 승부는 알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포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승우 선수. 이번에 처음으로 예선에 진출해 16강 결정전까지 진출한 선수입니다. 즉 진 로열로더의 자격을 갖춘 선수란 말입니다. 여태껏 진 로열로더의 길을 걸은 선수들을 보십시오. 처음부터 우승하리라는 확신이 있던 선수였습니까? 아닙니다. 이런 선수가 과연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아니 16강, 8강에선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가 깜짝 우승을 하며 진 로열로더의 길을 걷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승우 선수 역시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4강이나 8강도 아니고 이제 겨우 16강 결정전. 아직 진 로열로더를 언급하기엔 매우 이른 시기다. 어찌 보면 성급한 발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재웅은 이 이야기를 꺼냈다. 분명 먼 이야기긴 하지만 이승우가 진 로열로더 후보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이번 OSL에서 로열로더의 자격을 갖춘 이는 몇 있디만 진 로열로더의 자격을 갖춘 이는 단 2명 뿐이다.

현재 프로리그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임형규와 오늘 16강 결정전을 치르는 이승우.

둘 모두 16강에 오르기만 한다면 엮을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함께 S1에서 2군 생활을 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마수와 용족이 갖고 있는 스토리까지.

16강 결정전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밖의 것들은 완전 상반된다.

프로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라운드 MVP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임형규와 프로리그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 팀에서 나오게 된 이승우.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와 모진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는 들꽃의 대결.

상상만으로도 피가 끓어오르지 않는가?

이처럼 이제 막 두각을 타타내고 있는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주를 지닌 이가 엄재웅이었다. 그는 새로운 스타를 항상 바랐다. 이스포츠계가 고인물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고인 물은 언젠가 썩는다. 물을 계속 흘러야한다. 절대자가 등장하면 그 절대자를 왕좌에서 끌어내릴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항상 기대했다. 그러한 스토리를 사람들이 원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스토리가 팬을 끌어 모으는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걸 엄재웅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토록 선수간의 스토리를 만드는데 많은 공을 쏟았다.

-확실히 동족전이기에 지켜보긴 해야죠.

김태영 해설은 아무래도 좋았다.

16강 결정전 첫 경기부터 용용전이 나왔다.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어쨌든 용족 1명이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이었으니까. 그저 용족이면 다 좋은 김태영 해설이었다.

-자. 이제 경기 준비가 거의 끝나간다고 합니다. 준비가 완료 되는대로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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