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2화 (22/575)

00022  Game No. 22 16강 결정전 상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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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다.

이재명 감독님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1차 예선 때 이야기했던 걸 다시 묻기 위해서라고 했다.

영입.

머릿속이 복잡하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해준다는 것이었으니까.

난 이재명 감독님의 영입 제안을 수락했다. 사실 3차 예선을 통과한 후라면 더 좋은 팀에서 제안이 올 수도 있었다. 아니 분명 올 것이다. 스킬의 위력은 대단했으니까.

내가 그때를 기다리지 않고 이재명 감독님을 선택한 건 나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눈빛 때문이었다.

그 눈빛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거울 속의 나.

이재명 감독님의 얼굴에 내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전혀 다른 얼굴이지만 눈빛만큼은 일치했다.

그래서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난 이재명 감독님의 손을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할 수도 있다.

S1에서 다시 나를 불러줄 수도 있고 다른 명문팀에서도 나에게 영입제안을 할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아스트로 팀에 합류하기로 한 걸 분명 후회하겠지. 프로리그도 개인리그도 나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이니까. 모든 면에서 아스트로는 육군 타이거즈를 제외하고 최악이다. 하지만 적어도 S1이 가지지 못한 진심을 지니고 있었다. S1은 선수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본다. 의리나 믿음 같은 건 조금 먼 이야기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선수의 성적에 따라 즉각 즉각 반응해준다는 장점이 있었으니까. 물론 내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긴 했다.

지금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엔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래. 이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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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차에 탄 이재명 감독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흥분을 감치지 못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도 수코가 피식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이재명 감독의 대답은 곧장 나왔다.

“당연하지! 정말 오랜만에 선수를 영입했는데!”

이재명 감독은 당장 콧노래라도 부를 기세다. 도 수코가  어꺠를 으쓱거리며 차를 출발시켰다.

그 역시 상당히 기분이 좋다.

이승우는 분명 재능이다.

방송 경기에서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몰라도 그 점만 고치면 주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고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있는 건 아니다.

마인드 컨트롤.

많은 방송 경기 경험.

전자는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후자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 어떠한 팀보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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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난 3차 예선도 무난히 통과했다. 슬슬 나를 주목하는 타 팀 코치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하긴. 이제 1번만 더 이기면 개인리그 16강인데.

개인리그 16강은 선수의 급수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프로리그는 결승전까지 포함하여 1월부터 11월까지 11달 동안 진행되며 개인리그는 양대 방송사에서 각각 3번씩 총 6번의 개인리그가 진행된다.

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프로리그 30승 혹은 개인리그 8강의 성적을 유지하는 선수는 A급으로 친다. A급 선수는 팀마다 많아야 3명이고 보통 1~2명 정도 소속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프로리그 망한 개인리그 우승자나 개인리그 망친 다승왕보다는 한 단계 밑이겠지만.

S1에서 그렇게 외치는 선택과 집중이 생각나는군.

이 둘 중에 누굴 더 우위일까에 대한 질문의 답은 이렇다.

게임단 쪽에선 다승왕을 좋아한다. 다승왕을 배출하고 프로리그에서 나쁜 성적을 배출한 게임단은 없다. 아무리 못해도 플레이오프나 포스트 시즌엔 진출 했을 거고 그랬다면 성적으로 차등 배분받는 중계권에서 큰 금액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프런트나 게임단 입장에선 프로리그가 가장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 해 성적에 따라 그해 수익이 정해지니까.

팬이나 선수의 입장에선 프로리그 활약보다 개인리그 활약을 중요시 한다.

그 중 가장 환상적인 길은 로열로더다.

개인리그 첫 진출에 우승을 차지하는 것.

여기서 개인리그 첫 진출의 개념은 OSL은 16강을 MSL은 32강을 뜻한다. 즉 예선에서 여러번 탈락해도 로열로더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여기에 약간 불만을 품는 팬들도 있었다. 5번 예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탈락했던 선수가 우승한 것과 첫 예선에 바로 우승을 차지한 선수를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는 것.

이런 생각은 의외로 많은 동의를 얻었다.

심지어 OSL 해설자인 엄재웅 위원이 방송에서 직접 이를 언급할 정도였다. 엄재웅은 초창기부터 OSL을 진행해온 베테랑 해설자로 프로게이머의 스토리텔링의 대가였다.

임주혁 선수의 환웅이란 별명을 비롯하여 그의 입과 손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그가 있었기에 그저 게임놀이가 아닌  스토리를 지닌 또 다른 컨텐츠로 발전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그가 로열로더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만약 해당 선수가 예선조차 처음이라면 앞에 ‘진’자를 붙이자고.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발언이었다.

로열로더는 적다.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진로열로더는 더욱 더 적다. 한 손에 모두 들어올 정도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면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바로 진로열로더의 길이란 말이지!

난 처음으로 예선에서 출전시켜 주지 않은 S1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1번이라도 나왔고 탈락했더라면 난 진로열로더의 길을 걸을 수 없었겠지!

김치국이라는 거 안다.

하지만 이런 김치국은 평생 1번밖에 못 마셔보는 것이니 오늘은 먹고 죽을란다.

어쨌든 자신이 어디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느냐에 따라 우위는 얼마든지 바뀐다. 난 무조건 개인리그 우선이다.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결심을 했던 날이 임주혁과 홍진우의 개인리그 결승이었으니까.

연봉협상은 개인리그 활약보다 프로리그 활약을 더 반영한다고 들었다. 실제로 시즌 내내 개인리그 결승에 1번도 오르지 못한 선수지만 다승왕을 차지하면서 당시 최고의 연봉을 받았던 선수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 쳐주는 것이 프로리그 20승 혹은 개인리그 16강에 성적을 유지하는 선수다. 이 정도 수준이면 팀의 주전급이고 중위권이나 그 밑의 팀에선 에이스로 불릴 수도 있다.

난 16강 결정전 1번만 더 이기면 뒤의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방출되었던 흑역사는 사라지고 모든 팀에서 주목하는 선수가 된다는 말이다!

자.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이미 정해져있지! 무조건 이기는 것!

물론 다른 팀의 제의가 들어온다고 해도 갈 생각은 없다. 이미 아스트로에 합류하기로 했으니까. 합류 시기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16강 결정전 전후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선 최대한 빨리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야 한 푼이라도 더 아낄 수 있을 테니까. 근데 내가 16강에 진출하고 아스트로에 합류하게 되면 설거지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만 둬야하나?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이렇게 빨리 팀을 구하게 될 줄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신들의 전쟁 매니저라는 시스템을 얻게 될 줄 몰랐다. 나를 최고로 만들어줄 무기. 만약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아르바이트를 절대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방출당하지 않고 버티는 방법을 생각해겠지. 어차피 다 지난 일이다. 생각해봤자 속만 쓰리지. 지금은 앞으로 할 일만 생각할 때다.

오늘 16강 결정전 상대가 발표된다.

정확히 말하면 1분 후인 5시 정각이다. 1시간 전부터 경기에 집중이 안 되서 아예 컴퓨터를 끄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방식은 추첨이라고 했다.

제발 약한 선수와 했으면 좋겠다라는 소원을 빌고 있는 도중.

-위잉.

“왔다!”

폰이 울렸다.

난 달달 떨리는 손으로 문자함을 열었다.

-따스한, 봄을 맞아 조건 없이/ 누구나 필요한 금액 2000까지 대출#가능하니 바로 연락주세요.

온 몸의 기운이 쫙 빠졌다.

잔뜩 긴장했는데 원하던 문자는 아니었따. 그나저나 참 착한 곳이네. 누구나 필요한 금액 2000만원까지 대출해주겠다니.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대출은 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몸을 딱딱하게 만들었던 긴장이 막 풀어지려는 순간.

-위잉.

직감으로 느껴졌다.

이번엔 진짜라는 것이.

난 다시 문자함을 열었다. 내 예상대로 스팸문자가 아닌 온게임TV 쪽에서 온 문자였다. 온게임TV가 나에게 문자보낼 이유는 딱 하나.

바로 다음 상대 대진.

난 침을 꿀꺽 삼키며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젠장.”

문자를 끝까지 읽은 내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이거 16강 본선도 아니고 결정전 아냐? 왜 8강, 4강에서나 이름을 볼 수 있는 선수가 보이는거지?

운명의 장난인지 단순히 내가 재수없는 건지 몰라도 16강 결정전에서 만난 상대는 S1에서 한솥밥(비록 생활하는 층은 나뉘어있을지라도 먹는 밥은 똑같다. 반찬엔 조금 차이가 있지만)을 먹었던 도재열이었다.

도재열은 용족 선수 중 가장 강한 6명을 뜻하는 육룡 중 한 명으로 양 방송사에서 벌어지는 개인리그 중 적어도 하나에선 8강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내주는 선수였다.

도재열이 가장 큰 결실을 맺은 건 작년이었다.

무려 2번의 결승전에 올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으니까.

둘 중 하나라도 우승을 차지했더라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준우승도 매우 뛰어난 성적이다.

그 시기에 도재열은 물 만난 고기처럼 승을 쓸어 담았다. 프로리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강의 용족이라 불리는 김택윤이 잠시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 위기에 빠진 S1용족을 구원한 것도 도재열이었다.

지금은 작년보다 상승세가 조금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생각해보니 저번 시즌에 도재열은 2승 1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3자 동률이 나와 재경기를 치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재경기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는 이야기도. 그땐 워낙 내 앞가림하기도 바쁜 시기라서 듣고 흘렸던 것 같다.

바로 인터넷을 열어 저번 시즌 16강 탈락자를 확인해보았다. 대부분 탈락할 만한 선수들이었고 이변이라 할 수 있는 선수는 도재열 뿐이었다. 하필 이런 선수를 내가 만나게 될 줄이야.

“에휴.”

입을 열면 나오는 건 한숨이다.

16강 결정전부터 이리 강적을 만날 줄이야. 혹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온게임TV에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대진.

그래도 별 수 있나.

“연습이나 하자!”

오늘부터 16강 결정전이 있는 날까지 죽어라 용족전만 파야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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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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