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9 Game No. 19 또 다른 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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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이게 뭐야?”
데자뷰처럼 느껴지는 상대방의 외침.
슬쩍 몸을 일으켜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예선 결승에서 붙은 상대 선수의 얼굴은 여러 감정이 섞여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자신의 패배를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렇겠지. 2경기 다 허무하게 패배했으니까.
상대방 입장에선 재수가 더럽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배제했던 빌드만 내가 사용했으니까.
1경기에선 전진 제단을 사용했다.
하필 상대가 선택한 빌드는 생더블. 훈련도감을 생략하고 바로 앞마당에 군영을 짓는 빌드였다.
그야말로 내 빌드와는 상극의 빌드.
중앙에서 생산 된 용아는 빠르게 상대의 본진에 당도하였고 공격 유닛이 생산되지 않은 상대는 큰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자원 위주의 플레이를 하기 위해 생더블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안하느니만 못한, 가난한 생더블이 되고 말았다.
상대의 빌드를 확인한 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스킬을 사용한 건 아니지만 솔직히 상대도 모 아니면 도식의 배짱 빌드를 사용했다. 만약 내가 용아를 찍지 않고 무난히 진행했다면 중반 이후 뿜어져 나오는 물량에 압도당했을 그런 빌드였다.
2경기에서 상대가 사용한 빌드 본진 2화통 올인.
하지만 난 이미 [날빌러]가 추천해준 안전한 빌드도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버렸다. 일꾼까지 쉬어가면서 들어왔던 러시가 막혀버린 상황. 이미 상황은 나에게 7:3 정도로 기울어져있었다. 3번째 멀티를 먹은 후 제단을 늘려 러시를 가서 끝낼 수도 있지만 난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를 했다.
역전의 빌미 자체를 주고 싶지 않았다.
마수전이나 용족전이었다면 [날빌러]를 연속해서 사용했겠지만 자신있는 환족전이었기에 기본기 싸움으로 경기를 몰고 갔다.
그리고 20분간 이어진 전투.
환족은 끊임없이 1방 병력을 모아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무산되고 말았다.
전투를 하는 족족 내가 이겼기 때문이었다. 모든 스탯을 공격력에 찍은 효과가 지금 빛을 바랗는 듯 싶었다.
결국 버티지 못한 상대방이 GG를 선언했다.
그 순간 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본선에 올라간 것도 아닌, 그저 1차 예선을 통과했을 뿐인데도 구름 위를 걷는 것같은 기분이었다.
스텝에서 승리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1차 예선 통과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일단 집에 가셔도 되구요. 2차 예선에 관한 내용 문자로 통보해들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축하한다는 말에 내 입이 귀에 걸렸다.
기분이 너무 좋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기고 예선장을 떠나려는 순간.
“저기 잠시만 나랑 이야기 좀 하지?”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고개를 돌려 보니.
“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얼굴.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곧바로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이재명 감독님?”
나를 향해 방긋 웃어 보이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성은 아스트로의 감독 이재명 감독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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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선수가 누구인데 그런 반응인거야?”
“혹시 전에 저랑 S1이랑 나무전자 경기 보셨던 거 기억납니까?”
“얼마전에 에결까지가서 임형규가 2승 챙긴 경기?”
“네. 바로 그 경기요.”
“그 경기가 지금 왜 나와?”
“혹시 그때 6경기에 나왔던 선수 기억나십니까?”
“아. 헤드셋 거꾸로 쓰고 몰수패 당한 애?”
“네. 그 애요.”
“아니 그 이야기가 왜 나오냐니까? 걔 그러고 방출당했잖아. 뭔 상관이야 지금.”
“자고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감독님이 그 선수 어떻게 평가하셨죠?”
“내가 뭐라고 평가했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 듯 이재명 감독이 얼굴을 찡그렸다.
“기본은 있지만 방송으로 대성하지 못할 선수라고 했죠. 1군도 되기 힘들다고.”
“아아. 그랬었군. 근데 이야기를 왜.....설마?”
이재명 감독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맞아요. 2:0, 2:0으로 올라간 선수. 무소속이라고 했죠? S1에서 방출 당한 이승우입니다.”
힘차게 걷던 이재명 감독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도 수코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데려와봤자 뭐합니까? 오늘 경기도 보니까 4경기 모두 올인을 해서 이기거나 올인을 막고 이겼습니다. 제대로 된 실력보단 운이 좋아서 1차 예선을 통과한거라구요. 아마 2차 예선에선 통과하긴 힘들거구요.”
이재명 감독이 몸을 홱 돌려 도 수코를 바라보았다. 기세에 움찔 놀란 도 수코가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무섭게 왜 그럽니까?”
도수코의 목소리에 당황이 묻어나왔다.
“야. 우리팀에 이번에 OSL 올라간 선수 몇 명이나 있지?”
“일단 저번시즌 8강에 올랐던 현우가 시드로 16강에 올라 있고 저번 시즌 16강 갔던 승대가 16강 결정전 기다리고 있죠.”
박현우는 아스트로의 에이스다.
저번시즌 8강에 오르며 자신이 왜 아스트로의 에이스인지 증명해 내었다. 프로리그 역시 승승장구했다. 유독 아스트로는 4:1이나 4:2로 지는 경기가 많았는데 아스트로가 이긴 1은 대부분 박현우의 몫이었다. 만약 아스트로에서 에이스 결정전까지만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수가 있었다면 박현우가 에이스 결정전에 나와 팀에 승리를 몇 번 가져다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육군 타이거즈와 경쟁 따윈 펼치지도 않았겠지.
이처럼 한껏 기세가 올라있던 박현우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상대를 잘못 만나고 말았다.
하필 8강에서 이영우를 만난 것이다.
이영우는 모든 종족전에서 강하지만 특히 환족전 22연승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그래도 1경기를 잡아냈다는 건 박현우의 실력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이었다.
김승대의 종족은 마수로 박현우와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있다.
아스트로가 4:2로 졌다고?
그럼 대부분 박현우와 김승대 이 둘이 이긴 것이다.
저번 시즌 16강에 오르며 나름 괜찮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걔네 빼고 이번에 예선 나온 애들은?”
이재명 감독의 질문에 도 수코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졌기 때문이었다.
“없죠. 다 탈락이죠 뭐.”
아스트로는 1군과 2군의 경계가 모호하다.
지원이 적기 떄문에 S1처럼 체계적으로 2군을 운영할 수 없다.
선수 역시 다 합쳐서 10명 밖에 되지 않는 열약한 상황.
박현우와 김승대를 제외한 8명이 이번 1차 예선에 출전했고 5명은 4강에서 광속탈락, 나머지 3명은 결승에서 탈락했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번 1차 예선을 뚫은 아스트로 선수는 없었다.
“우리 애들은 올인 안썼냐?”
“설마요. 할 수 있는 건 다 시켰죠.”
“야. 근데 우리 애들은 예선 통과못했지? 올인 성공시키는 것도 실력이다. 단순히 운으로 치부해버리면 안되는거야. 객관적으로 우리 팀 3번째 선수보다 나은 결과 보여줬잖아. 안 그래?”
이재명 감독의 말에 도 수코가 꿀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결과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1차 예선을 통과한 이승우와 전원 탈락한 아스트로.
“듣자하니 2군 중에선 임형규 다음으로 실력이 좋았다고 하더라. 문제는 방송경험인데 자주 내보내고 하면 어느 정도 고쳐지지 않겠냐?”
“그래도.....”
도 수코가 무어라 반박하려 했지만 이재명 감독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현실을 보자. 우린 1차 예선 조차 통과하는 선수가 없는 팀이야.”
“......”
이재명 감독의 말에 도 수코는 끝내 할 말을 잃었다.
이승우를 찾기 위해 자리를 옮기던 이재명 감독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저 멀리 예선장을 떠나가는 이승우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거의 뛰다시피 해서 이승우의 뒤에 따라 붙은 이재명 감독.
“저기. 나랑 이야기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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