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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8화 (18/575)

00018  Game No. 18 나도 어디서 꿀리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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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에 들어가기 전.

난 근처 약국에서 청심환을 사서 하나 먹었다. 그리고 개인장비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폈다.

데뷔전처럼 오늘 예선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실력은 문제가 없다. 이미 래더에서 증명되었다. 떨지만 않으면 된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럼 무난하게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계속해서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난 하나도 떨리지 않다. 마치 집에서 경기를 치르는 기분이다라고.

생각보다 효과는 있었다.

청심환의 효과인지 마인드컨트롤의 효과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조금 마음이 안정되었다.

예선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순간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내가 여기에 나타난 것 자체에 모두 놀란 것 같았다. 하긴. 방출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모든 팀에 소문이 났다. 아마 내가 신들의 전쟁을 다신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겠지. 적어도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예선장에 나타나리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뜨거운 시선이 뒤통수로 느껴진다. 간혹 키득대는 소리도 들리고. 난 애써 모든 걸 무시했다. 신경 쓰지 말자. 오늘 있을 예선에만 집중하자. 집중!

예선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가 모였는지 조추첨이 시작되었다.

나의 조는.

“무소속 이승우 선수 26조입니다.”

26조였다.

굳이 무소속이란 걸 말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가 발표 된 직 후 같은 조에 누가 있나 확인해보았다.

“흠.”

앞에 적힌 이름을 아무리 읽어도 누군지 잘 모르겠다. 아마 다른 팀의 2군이거나 연습생이겠지. 다른팀이라 하더라도 2군끼린 연습을 주고 받긴 하지만 모든 2군들의 이름을 외우는 건 무리다. 2군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나타내는 이들이 아니라면 더욱 더 그랬다.

나름 대진운은 좋았다.

2군 생활 6년을 하면서 들어보지 못했거나 기억에 남지 않은 이름이라면 그다지 대단한 실력은 아닐테니까. 긴장만 하지 않는다면 [날빌러]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실력으로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난 오늘 전 경기에 [날빌러]를 사용할 생각이다.

[날빌러]가 어디까지 통하나 알고 싶었다.......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1달간 최대한 뽕을 뽑고 싶은 것이 진심이었다.

체력을 아끼고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아주 좋은 전략이었다.

그러는 사이 모든 조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조 순서에 따라 자리가 배정되었다. 26조이다 보니 난 거의 끝 쪽......어?

“형. 오랜만이야.”

누군가 아는 체를 해왔다.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야. 뭐 이렇게 때깔이 좋아졌냐? 못 알아볼 뻔 했다.”

S1의 팀복을 입은 형규가 서 있었다.

정말 입고 싶었던 옷인데. 입 안이 쓰게 느껴졌다.

“그동안 잘 지냈어?”

“나야 뭐 잘지냈지. 넌?”

“나도 뭐 그냥 그렇지.”

“프로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거 잘보고 있다. 늦게 포탠이 터지는 선수가 있다더니. 네가 딱 그렇네.”

거짓말이다.

솔직히 S1의 경기는 아직 볼 수가 없다. 다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형규가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걸 알수 있었다.

내 칭찬에 형규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지 뭐.”

“운도 반복되면 실력이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 오늘 예선도 가뿐히 통과해라.”

“그래. 형도 잘하고.”

형규와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더 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형규 옆엔 S1 코치님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코치님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혀버렸다.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

배정받은 자리에 앉으니 한결 나아졌다.

상대의 종족은 용족.

[날빌러]를 쓰기에 아주 좋은 종족이었다.

두 경기 모두 10분 내에 끝내리라.

이런 내 다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대 선수는 긴장한 얼굴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오늘 예선을 위해 하루 종일 열심히 연습을 해왔을 상대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약해졌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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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그래. 나도 알고 있어. 지금 내 빌드가 말도 안된다는 걸.

마치 맵핵에라도 당한 것 같은 기분이겠지.

난 상대 선수의 경악에 가까운 외침을 들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를 여기서 만날 걸 불행이라고 생각하길. 그리고 다음 예선엔 다른 선수 만나서 꼭 통과하길 빌겠어.

결과는 2:0.

경기 시간은 합쳐서 15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날빌의 향연이었다.

그 어떠한 경기보다 빠르게 끝났다.

아직 1 경기도 끝나지 않은 조가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난 굉장히 만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벌써 경기가 끝났나요?”

온게임TV 스텝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 날빌이 난무하는 예선이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끝날 줄은 몰랐을테니까.

“네. 끝났습니다.”

내 말에 상대 선수도 고개를 끄덕여 자신이 졌음을 인정했다.

“아직 반대편 매치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잠시 휴식을 취해주세요.”

난 의자에 앉아 오늘 경기를 곱씹어보았다.

여태껏 [날빌러]를 경기당 1번씩 사용했는데 오늘 혹시나 하고 중첩해서 사용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시 [날빌러]가 사용되었다.

이는 대단한 발견이다.

적어도 제한이 없는 1달간은 승률을 지금보다 바짝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여태 왜 이런 시도를 해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은연중에 스킬은 경기당 1번만 사용할 수 있겠지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스탯을 공격력에 투자한 건 옳은 일이 되었다.

숙련도 증가로 더욱 더 날카로워진 [날빌러]와 60이 넘는 공격력의 조화는 무서울 정도였으니까.

만약 스탯과 스킬을 찍지 않았다면 15분만에 가볍게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휴식시간이 조금 길어졌다.

그 사이 조금 떨어졌던 체력이 다시 100%로 회복되었다. 2연승을 해서 인지 컨디션 역시 처음 왔을 때보다 높아졌다.

이 것 참 좋은 소식이네.

한참이 지났음에도 아직 경기 결과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26조 1경기 승자인데요. 2경기 결과 안나왔나요?”

“26조 2경기는 지금 첫번째 경기 진행하고 있어요.”

“네? 아직 첫번째 경기라고요?”

뭐라고?

시계를 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신들의 전쟁 평균 경기 시간은 20분 정도이다.

거기서 플러스 마이너스 5분 정도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다.

보통 40분이 넘어가면 장기전이라 부르고 60분이 넘어가면 초장기전이라 불렀다.

내가 알기로 예선의 평균 경기 시간은 전체 평균보다 조금 더 짧은 15분 정도로 알고 있다. 어떻게든 2차 예선에 올라가야하기에 올인같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공격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거의 40분에 가까운 경기를 하고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난 슬쩍 2조 선수들의 등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개인화면을 몰래 지켜보는 건 굉장한 실례다. 하지만 예선장에선 예외였다. 이미 다른팀의 코치를 비롯한 수많은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가장 많은 선수가 몰려있는 곳은 단연 형규의 뒷자리였다.

이미 빠르게 예선을 통과한 선수도 있었고 패배해 탈락한 선수도 있었다.

그들은 형규의 움직임에서 배울 만한 것을 찾아 눈으로 빠르게 쫓고 있었다.

내 뒤에도 몇명 선수들이 있긴 했다. 물론 형규의 화면을 바라보는 눈빛과는 조금 달랐다.

동물원의 동물을 바라보듯 재미난 구경거리를 바라보는 눈빛.

올해 최고의 방송사고를 만들어낸 선수에 대한 호기심.

이 정도라고 해야할까?

예전 같으면 그 눈빛에 신경을 썼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예 신경을 꺼버렸다. 적어도 예선에서는 무조건 먹히는 스킬이 있었으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승우 선수. 경기 준비해주세요.”

드디어 26조 결승이 시작되었다.

4인 토너먼트이니 1명만 이기면 바로 결승이었지만 어쨌든 결승은 결승이었다.

그러고보니 결승은 커리지 매치 이후 처음이네.

나름 동네에서 먹어줄 땐 PC방 대회나 지역 대회에서 몇 번 우승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우승 경력은 커리지 매치가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 어떠한 대회에서도 우승을 해 본 적이 없다. 나름 2군 매치에선 4강까지 올라간 적이 있지만 우승은 하지 못했었다.

이번에 반드시 우승하고 말리라!

난 자리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세팅했다.

상대 종족은 환족이었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4강은 용족. 결승은 환족.

나에게 있어 꿀 같은 매치업이었다.

까다롭게 여겨지는 마수 선수는 지금 붙게 되는 환족 선수에 의해 탈락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런 상황인가?

-두 선수 경기 준비 되었나요?

-네. 완료 되었습니다.

-시작해도 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1차 예선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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