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7 Game No. 17 1차 예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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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드림 스튜디오는 이스포츠 팬들에게 있어 성지와 마찬가지인 곳이다. 세계 최초로 신들의 전쟁 리그가 시작 된 곳이기 때문이었다. 규모 역시 타 방송사인 문래동 히어로 센터보다 컸다.
오늘 용산 드림 스튜디오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개인리그 예선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개인리그 예선에 참가하는 선수의 수는 무려 131명.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프로 게이머가 모이는 순간이다.
4명씩 1조를 이뤄 토너먼트를 치러 우승을 차지한 선수 1명이 2차 예선으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예선에 참가하는 프로게이머의 숫자가 4로 나뉘지 않기 때문에 3개의 조엔 5명의 프로게이머가 속하게 된다. 그결과 총 32개의 조가 만들어지고 오늘이 지나면 남는 선수는 32명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겨우 1차 예선이 끝난 것 뿐이니까.
최종적으로 방송경기, 그러니까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선수는 8명뿐이다. 힘들게 토너먼트에서 통과한 선수는 다시 한 변 2차, 3차 예선을 거쳐 최종적으로 8명을 선발한다.
이렇게 3차 예선을 통과하면 저번시즌 16강 진출자 중 8강에 오르지 못한 8명과 붙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방송으로 경기가 중계되는 본선이었다. 여기서 이기면 16강 진출이 확정 되고 패배하면 다시 예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즉 처음 OSL 예선에 참여하는 선수는 적어도 4명의 프로게이머를 이겨야 본선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OSL과 다른 리그 방식을 운영하고 있는 MSL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나은 건 3차까지 나눠 있는 OSL과 달리 1차 예선만 통과해도 방송으로 경기가 중계되었다. 듀얼토너먼트라는 이름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여기가 MSL은 아니다. 듀얼 토너먼트를 통과해야 진정한 MSL에 출전할 수 있다.
온게임TV보다 조금 나은 점은 3차 예선까지 중계를 하지 않은 OSL에 비해 MBS게임은 듀얼 토너먼트부터 방송 중계를 해주기에 4인 토너먼트만 통과하면 방송에 나와 자신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OSL과 MSL의 공통점은 지난 시즌 8강에 오른 선수들에게 차기 리그 시드를 준다는 것이었고 차이점은 OSL의 본선은 16강인데 비해 MSL은 32강이라는 점이었다.
당연히 예선을 통해 올라오는 선수들의 숫자 역시 MSL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예선장엔 선수도 많지만 선수와 함께 온 프로게임단 코치진들도 있다. 보통 팀에서 출전한 선수들의 멘탈이나 전략 관리를 위해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전혀 다른 이유로 무려 감독까지 예선장에 나온 팀이 있었다.
바로 아스트로였다.
보통 감독이나 수석코치는 예선장에 오지 않는다.
그들이 예선장에 올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올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로 감독과 수석코치가 예선장에 온 이유는.
“어때? 좀 괜찮아보이는 애들 있어?”
“글쎄요. 조금 괜찮아보인다 싶은 애들은 다 상위권 팀 소속 애들이던데요.”
“하. 우리 팀으로 데려가기엔 글렀구만.”
팀의 새로운 선수를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전통적인 명문인 S1이나 CT같은 팀은 들어오려고 안달이 나 있는 준프로나 프로게이머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아스트로 같은 영세한 게임단에 관심을 가지는 프로게이머들은 극히 드물었다. 특히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게이머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드래프트를 통해봤자 재능 있는 선수는 상위권 팀에서 다 채가기 일수고 남아있는 선수 역시 1군으로 활용하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바로 1군으로 데뷔시켜준다고 꼬셔보지 그래?”
아스트로 감독 이재명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재명은 이스포츠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독 경력을 모두 아스트로에서 보냈다는 것 정도?
도민우 수석코치, 줄여서 도 수코라 불리는 도민우가 황당한 표정으로 이재명 감독을 바라보았다.
“그랬다간 해당 팀 코치한테 한 소리 들을걸요? 설사 접근했다고 쳐도 애들이 올까요? 프로리그 11위인 팀한테? 차라리 자기 팀에서 1군으로 올라가려고 하겠죠. 우리가 탐내는 재능 있는 선수라면.”
이재명 감독의 한 쪽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도 수코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놨다는 것. 그리고 도 수코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속을 뒤집어놨다는 것.
“얌마.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냐? 너 수석코치잖아. 수코! 그러면 어느 정도 딱딱 알아서 움직여야 하는거 몰라?”
“뉘예뉘예. 알겠습니다.”
도 수코가 한 발 물러났다. 답답한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팀의 사정이 좋지 않다. 아주 심각하게.
여태껏 육군 타이거즈와 비교되며 온갖 놀림을 받고 있었지만 단 1번도 육군 타이거즈보다 뒤에 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자칫 잘못했다간 11위 자리를 육군 타이거즈에게 넘겨주게 생겼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 것이다. 보통 불도 아니고 아주 커다랗고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불.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만약 육군 타이거즈에게 11위 자리마저 빼앗긴다면?
상상만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다.
성적이 낮을 팀으로 좋은 선수를 데려오려면 둘 중 하나가 되어야한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희망한 미래를 보여주는 경우. 그리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해서 스카우트해오는 경우.
‘이게 되면 내가 여기 있을 필요가 없지.’
물론 아스트로에겐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는 경우였다.
선택이 가능했다면 진작 그렇게 했겠지.
“그나저나 정말 선수 없냐?”
“선수는 있죠. 이번 예선에 처음 등장한 S1의 임형규 같은 선수요. 누가 봐도 재능도 최고고 앞으로 미래가 창창한 선수 아닙니까? 그 밖에 싹이 보이는 선수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수는 있는데 우리팀에 올 선수가 없죠.”
이재명 감독은 잠깐 고민했다.
지금 도 수코의 입술을 손으로 잡아 비틀어 볼까하고.
아쉽게도 고민으로만 끝냈다. 보는 눈이 너무 많다. 연습실이면 모를까 예선장에선 그랬다간 눈덩이처럼 소문이 불어나 아스트로 감독-수코 불화설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릴 지도 모른다.
안그래도 안좋은 팀 분위기 감독이 나서서 망칠 필요는 없었다.
“하긴. 임형규는 왜 여태 2군이었냐?”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죠. S1의 기준이 워낙 높으니까요. 작년까진 별로였다가 이번 시즌 들어오면서 기량이 확 터진 걸 수도 있고.”
임형규는 방송사를 비롯한 모든 팀이 주목하고 있는 마수 게이머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이제운의 뒤를 이을 차세대 본좌 마수라는 평을 받을 정도다.
그 정도로 임형규가 프로리그에서 보여준 능력을 대단했다.
그리고 그 뛰어난 능력을 오늘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2:0.
2:0.
오늘 임형규의 예선 결과다.
프로리그에서 1군을 상대로 높은 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임형규다. 예선에 나오는 게이머들이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모두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를 거두고 가장 먼저 예선장을 떠났다.
“어디 임형규처럼 2:0으로 상대 다 터는 선수 없나?”
그냥 해본 말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있던데요?”
“정말?”
이재명 감독이 눈을 빛냈다.
“걘 어디팀인데?”
“아직 무소속이던데요.”
“뭐? 그런 선수가 아직 있었어? 왜 진작 말 안했냐?”
“말해봤자 별로 관심 안 보이셨을걸요?”
열 내고 있는 이재명 감독과 달리 도 수코는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이재명 감독이 도 수코의 등을 밀었다.
“자.자. 안내해라! 그 선수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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