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4 Game No. 14 일단 막고 이야기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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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마친 난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간단한 회식이 있다고 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평소라면 쓰러지듯 잠들었을 일요일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직 실험 해봐야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옷을 벗으며 바로 컴퓨터를 켰다.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치렀던 모든 경기에서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알려준, 정확히 말하면 [날빌러] 스킬을 활용해 가볍게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날빌러]가 알려주는 빌드는 상대방이 배제하거나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빌드였다. 즉 완벽하게 상대를 잡아먹는 빌드였던 것이다. 어찌나 신통방통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연속해서 2판을 한 사람에게 맵핵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들의 전쟁 매니저란 걸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가기 전에 치른 수많은 경기를 통해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1.
스탯이라 나열 된 능력치와 수치는 아무렇게나 정해진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수준을 객관적으로 데이터화 한 수치이다.
실제로 난 공중 유닛 컨트롤보다 지상 유닛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편이었고 물량이 좋다는 이야기는 듣지만 반대로 시야가 좁아 견제에 취약하다는 말을 듣는 편이었다.
2.
레벨업을 하면 아침에 설명했던 대로 스탯포인트 3을 준다.
3.
레벨업을 하게 되면 아무리 체력이 떨어져 있어도 다시 100%로 돌아간다.
4.
레벨업을 하려면 경험치를 얻어야 하는데 경험치는 신들의 전쟁 경기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치는 아무나 이긴다고 주는 것이 아니다. 래더 B 이상. 그러니까 준프로 이상의 실력자를 이겨야만 경험치를 준다.
5.
체력이 낮은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하면 아무리 스킬을 써도 그전처럼 완벽히 이기는 상황을 만들 수 없다. 특히 50% 이하로 깎이는 순간 다른 능력치들이 어마어마하게 깎이기에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해주어야한다.
이처럼 알게 된 것도 많지만 모르는 것도 여전히 많았다.
일단 스탯의 최고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100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200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스킬의 횟수 제한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분명 초급자 모드이기에 횟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1달이 지나면 초급자 모드가 끝날 테고 그 땐 지금처럼 연속해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단 소리였다.
그 전까지 능력치든 뭐든 나만의 무기를 하나 개발해야했다.
어찌되었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게 된 것은 말 그대로 신이 주신 기회다.
잘만 활용한다면 1군이 아니라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꿈으로만 생각했던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게 된다.
그래. 한 번 해 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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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또 빌드 다 처먹네?”
화성 오즈의 프로게이머 구성재가 인상을 썼다.
“왜? 형이 또 졌어?”
옆에 앉아 있던 같은 화성 오즈의 프로게이머 박영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화성 오즈는 리쌍의 일인이자 최강의 마수 프로게이머라 불리는 이제운이 소속 되어 있는 게임단이었다.
예전엔 프로리그에서 그저 그런 팀에 불과했지만 신3대 용족이라 불린 전설의 용족게이머 사진 최영종의 등장 이후 다크호스로 다른 팀을 위협하더니 끝내 역대 최강의 마수 게이머 이제운을 배출하며 명실상부 명문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구성재와 박영오는 이제운처럼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은 없지만 프로리그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구성재는 환국 게이머로서 특히 3,4 라운드로 구성 된 위너스리그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큰 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나갔다면 최소 2킬이나 3킬을 따내어 위너스리그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박영오는 리틀 이제운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뛰어난 공격 능력을 가진 마수 게이머였다. 조금씩 마무리가 아쉽긴 했지만 프로리그에서 좋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제운, 구성재, 박영오.
이 3명의 게이머에 활약에 힘입어 화성 오즈는 현재 프로리그 3위에 랭크 되어있었다.
“어. 말도 안 되는 빌드에 졌다. 아니 요즘에 누가 이딴 식으로 게임을 해?”
구성재는 아직까지 자신이 진 경기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가 커다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짜증을 뿜어냈다.
우연히 래더에서 한 유저와 경기를 하게 되었다. 래더가 B이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리 래더가 높아도 상위권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자신과는 큰 차이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결과는?
졌다.
그 것도 1번이 아니라 3번 연속으로.
프로리그에서도 6할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가 바로 구성재다. 상대가 최강의 용족인 택뱅이나 육룡 라인도 아닌 이상 이렇게 무기력하게 3번 연속으로 패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것도 모두 날빌에 당해서.
첫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러시에 앞마당이 뚫리며 지고 말았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진 경기.
이렇게 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구성재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승부욕이었다. 상대방을 반드시 무릎 꿇게 만들겠다는 승부욕.
이대로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 구성재가 2번째 게임을 제안했다. 다행히 상대도 물러나지 않고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벌어진 두 번째 판.
또 다시 상대가 날빌을 사용할거라 판단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했다.
하지만 상대의 선택은?
‘오히려 배짱을 부렸지.’
구성재가 이를 바득 갈았다.
미친 듯이 확장을 하며 물량으로 구성재를 찍어 눌렀다.
그리고 마지막 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맵핵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신의 빌드를 먹고 들어가는 빌드로 상대가 출발했다.
이미 시작부터 기울어진 경기를 역전하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며 6:4 상황까지 몰고 갔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세 번째 GG를 선언 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이 핵 쓴거 아냐?”
박영오의 말에 구성재가 고개를 저었다.
“런처 키고 했어. 런처가 못 잡는 핵은 없잖아. 핵은 아냐. 정말 운이 좋은 놈이던가 아니면 완벽하게 게임을 내려다볼 정도로 시야가 넓은 놈이던가.”
단순히 빌드만 먹고 들어가는 걸로 경기를 이길 순 없다.
상황에 맞는 판단력과 컨트롤이 필수다. 상대는 조금씩 잔실수가 있긴 했지만 결코 유리함을 잃지 않았다.
‘적어도 2군 이상이야. 팀에 따라 1군이 될 수도 있는 수준.’
잠시 기지개를 쭉 편 구성재라 리플레이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지는 것도 연습이다.
어떻게 졌는지 확실하게 안다면 다음부터 같은 수에 당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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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간신히 이겼네.”
난 컴퓨터 옆에 놓여있는 물티슈를 뽑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혹시 오해할 지도 몰라서 말해두는데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아니다.
게임을 하게 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열이 나면 땀이 난다.
땀이 계속 흐르면 경기를 치르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땀을 닦기 위해 부드럽고 촉촉한 물티슈를 놓은 것 뿐이다.
정말 힘든 싸움이었다.
결과는 다행히 좋았다.
3전 3승.
상대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현역 프로게이머라는 건 확실히 알았다. 상대는 바코드 아이디를 가진 래더 A등급이었으니까.
바코드는 소문자 l과 대문자 I, 숫자 1을 조합하여 만든 아이디를 말한다. 보통 정체를 들키기 싫어하는 프로게이머가 사용한다. 본래 아이디를 사용했다간 금세 소문이 난다. 그리고 리플레이 파일도 어디로 공유 될 지도 모르고. 전략을 실험하러 왔다가 오히려 유출이 되버린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프로게이머들은 대부분 래더 게임을 할 때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바코드 아이디를 사용한다.
물론 바코드라고 해서 모두 프로게이머는 아니다. 가끔 프로게이머인 척 하고 싶은 허세 가득한 녀석들이 바코드를 아이디 삼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그럴 경우 래더 등급을 보면 된다.
A라고?
그럼 고민할 것도 없이 프로게이머다.
지금 3연전을 펼친 상대는 분명 프로게이머였다.
만약 [날빌러]스킬이 아니었다면 패배하는 건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었을 것이다.
상대는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
빌드를 먹고 들어갔음에도 끈덕지게 상황을 따라 붙었다. 아주 질릴 정도로 말이다. 일단 상대가 환국이었다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마수였다면 빌드를 이겼어도 질 가능성이 있었다.
난 마수 막장.
마막의 끼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얻은 것이 많다.
높은 실력을 지닌 상대를 연속으로 3번이나 잡아냈기 때문일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잔여 스탯 포인트를 분배해주십시오.]
[레벨이 올랐습니다. 잔여 스탯 포인트를 분배해주십시오.]
레벨이 무려 2나 올랐다.
드디어 도달한 레벨 5.
흐뭇한 미소를 짓는 순간.
[레벨 5가 되었습니다. 스킬 포인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포인트를 분배해주십시오.]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창이 하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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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