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3 Game No. 13 어라? 이거 진짜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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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식사를 마친 난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아침부터 가벼운(?) 사건이 하나 있긴 했지만 신경 쓸 만 한 건 아니었다. 아마 요즘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로 있어 헛것이 보이는 듯 했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하네. 혹시 나와 같은 현상을 겪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검색을 해봤지만 나오는 결과가 없었다.
최후의 보루로 녹색창 지식엔에 글을 올려봤지만.
-미안한데 초딩? 아니면 게임 중독? 적당히 게임해요. 참나. 무슨 소설도 아니고 상태창이 보인다니 ㅋㅋ엄마가 알면 슬퍼할 듯 ㅋㅋㅋㅋㅋ
예상대로 비웃음 가득 담긴 답변이 담겼다.
그래. 나도 내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안다고. 근데 어떡해?
진짜 눈 앞에 나타나는 걸?
더 이상 답을 얻기란 불가능했다.
인터넷 창을 닫고 신들의 전쟁을 실행시켰다.
그래. 어차피 신경 안쓰면 안보이니까. 신경 쓰고 연습이나 하자.
바뀐 아이디로 래더 접속.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아이디다. 조금이라도 멍 때리면 예전의 아이디를 나도 모르게 써버린다. 김유신 장군님을 태우고 간 말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
확실히 D등급이 되서 그런지 전보다 게임을 원하는 사람의 수준이 올라갔다. 래더는 자신보다 2등급 아래까지만 점수를 준다. 즉 D등급이면 B등급의 사람들과도 맞붙을 수 있다는 말씀!
B등급은 준프로나 2군 정도의 수준이다.
연습 상대로 딱 알맞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래더 B에게 게임 요청을 했지만.
답이 없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안해주네. 쳇.”
하긴 이제 막 D에 올라선 사람과 B가 해줄 리가 없다. C 이하는 속칭 말하는 즐겜 유저 혹은 동네에서 먹어주는 수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B와 C의 갭은 C와 F보다 더 클 정도다. 아쉬운 대로 C나 D 유저들과 해야지. D 등급의 유저와 게임을 진행하려는 순간.
-BBBBB++++
래더 B에게 귓속말이 왔다. 한 게임하자는 귓속말이었다. 양학을 하려는 것인지 손을 풀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완전 땡큐다.
난 귓속말로 알려준 방으로 들어갔다.
전장은 국민맵인 투혼이었다. 투혼은 방송경기에선 사용된 지 몇 년이 지난 맵이지만 최상의 밸런스를 지녀 아직까지 래더에서 사용되는 전장이었다.
실제로 종족 상관없이 실력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사실처럼 퍼져 있는 전장이었다.
투혼에서 경기를 하는 것보다 현재 프로리그에서 사용되는 전장을 사용하는 것이 연습엔 더 좋겠지만 아쉽게도 프로리그 전장에서 경기를 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래더에서 투혼이 아닌 프로리그 전장을 하려 한다고 욕을 먹기도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래더가 그렇다면 그래야지.
상대종족은 환국.
나름 자신이 있는 종족전이었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는 순간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여태까지는 그저 손풀기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진정한 연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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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위치는 1시.
심시티를 하기에 가장 좋은 스타팅 포인트였다.
투혼은 세로간의 러시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 맵.
무리하게 확장을 가져가다간 상대방의 찌르기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초급자 모드 발동.]
뭐야 이게?
신경 안 쓰면 가만히 있는 줄 알았는데 왜 혼자 중얼거리고 난리야? 그 사이에 내 병세가 악화 된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알 수 없는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아직 스킬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를 위하여 스킬을 자동 실행합니다. 날카로운 빌드 발동!]
[본진 2제단 흑완 드랍.]
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나한테 전략을 가르쳐준 건가?
싸늘하다. 날카로운 빌드가 날아와 꽂힌다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상을 보면 그냥 날빌로 승부를 보겠다는 거였다.
내가 무슨 날빌러도 아니고.
[스킬의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싸늘하다. 날카로운 빌드가 날아와 꽂힌다.가 날빌러로 변경되었습니다.]
“........”
신들의 전쟁 매니저란 놈이 알려준 빌드는 본진 2제단 흑완 드랍. 확장도 포기하고 흑완에 모든 걸 거는 빌드다. 흑완은 따로 은신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항상 은신 상태로 있는 용족의 유닛이다. 환국의 일꾼을 제외한 나머지 일꾼들을 1방에 썰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약한 체력과 용족의 기초 화통도감 유닛인 화차에 굉장히 약한 유닛이다.
만약 상대가 본진에 은신 지상 유닛을 타격할 수 있는 지뢰를 달거나 혹은 빠르게 눈치를 채서 탐지 능력이 있는 화살탑을 올리거나 관측소를 달아버리면 속된 말로 좆되는 빌드다.
그런데 그런 빌드를 나보고 하라고?
상대가 안전하게 가면 아무 것도 못하는데?
상대는 어중이 떠중이가 아니라 래더 B다. 꾸준한 정찰을 통해서 내가 무엇 하려는지 파악하라 것이다.
용족의 원거리 지상 유닛을 생산하게 해주는 여의주탑이 완성되는 그 순간까지 난 고민했다.
여기서 결정해야한다. 어떤 건물을 올리느냐에 따라 운영이 될지 올인이 될지 나뉘니까.
잠시 고민하던 난 용의 신전 대신 황룡성지를 건설했다. 황룡성지는 흑완을 생산하게 해주는 하늘성소를 지을 수 있게 해주는 건물이었다.
밑져야 본전이지 뭐.
난 목소리가 시킨 대로 테크트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름대로의 페이크는 시도 했다. 앞마당 쪽에 심시티를 올리며 확장을 가져가는 척을 한 것이다.
운이 좋았는지 상대방의 정찰 병력이 앞마당에 신전이 지어지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 잡을 수 있었다.
용의 신전이 올라가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들키면 개망한다. 절대 들키면 안된다!
무사히 용의 신전이 올라가고 지상 병력을 운송할 수 있는 운룡이 생산되었다. 운룡에 탑승하는 4기의 흑완들.
이젠 정말 이판사판이다.
이거 실패하면 끝이다.
만약 상대가 관측소를 올렸으면 모은 병력으로 진출하면 다시는 앞마당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조이기를 당하고 말 것이다.
상대 본진에 도착한 운룡이 끝자락에 조심스럽게 4기의 흑완을 내렸다.
제발. 제발.
째라. 째는 빌드 써라!
1화통 트리플 이라든지 2화통을 올려버린다던지!
제발!
됐다!
상대의 자원 채취 건물인 군영 근처에 당당히 도착한 4기의 흑완.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 것도 없다.
관측소도 화살탑도.
흑완을 볼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상대는 정확히 내 공격만 배제한 채 운영을 하고 있었다.
흑완이 신나게 썰기 시작했다.
비록 확장이 하나 차이 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상대는 제대로 자원을 채취하지 못할테니까.
흑완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일꾼이 썰려나갔다. 상대가 당황한 듯 지상 병력들도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지뢰를 박았지만 말 그대로 뒤늦은 판단이었다. 지뢰는 흑완의 공격 1번에 터진다. 조금만 컨트롤에 신경을 쓰면 지뢰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여러개가 박히는 지뢰라면 모를까 하나 두개씩 박히는 지뢰라면 4기의 흑완으로 충분히 썰어낼 수 있다.
됐다! 먹혀들었다.
서서히 희열이 올라왔다.
졸였던 마음도 이젠 안녕이다. 상황은 급속도로 내게 유리해졌다. 이제 천천히 확장을 올리면 된다.
앞마당에 신전을 짓기 위해 일꾼을 빼는 그 순간.
-GG
어? 상대방의 GG가 나왔다.
난 멍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승부가 이렇게 쉽게 갈릴 줄이야.
상대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내 전략에 당해 GG를 선언했다. 정확히 말하면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알려준 전략에 의해.
만약 내가 원래 하려던 대로 무난하게 앞마당을 가져갔다면 경기를 불리하게 가져갔을 것이다. 상대는 올인을 배제하고 경기를 풀어갔으니까.
“이거 진짜야?”
아무도 없는데 물어봤자 무엇하랴.
답이 올 리가 없었다.
대신.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잔여 스탯 포인트를 분배해주십시오.]
밝게 빛나는 새로운 창이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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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