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1 Game No. 11 신들의 전쟁 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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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시간 후 여러 가게에서 하나 둘 씩 치킨이 배달되기 시작했다. 2군 녀석들은 언제 슬퍼했냐는 듯 배달 된 치킨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치느님의 위력은 대단했다.
평소라면 이 상황을 용납하지 않았을 감독님이었지만 오늘은 이해해 주셨다. 어쨌든 6년간 팀에 있던 사람이 떠나는 날이니 말이다.
그렇게 배달 된 치킨을 삼삼오오 모여 마구 먹기 시작했다.
평균 나이 20대 초반.
아주 건장한 사내였기에 녀석들은 치킨을 살 하나 남기지 않고 아주 싹싹 발라먹었다.
마치 피라냐가 뜯어먹은 고기 같았다.
만약 안 사줬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난 박성훈 코치님 곁에 앉아 치킨을 먹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편한 자리는 여기였으니까.
“고생했다.”
“고생은요. 오히려 제가 코치님께 죄송하죠.”
팀을 떠나게 된 상황에서 가장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은 단연 박성훈 코치님이었다. 나를 믿고 1군 경기에 추천해주셨는데 내가 다 말아먹고 말았다. 형규에게 듣기론 경기가 끝난 후 감독님에게 불려가 크게 혼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나에겐 철저히 감추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한테 미안할 게 뭐 있냐? 난 지금도 후회 안 해.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널 추천할거야.”
크윽.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구만!
지금 이 순간까지 어찌 그리 멋지실 수 있습니까 코치님?
“이제 팀 나가선 뭐하려고?”
“나가서요? 일단 방부터 구하고...”
“그리고?”
“계속 게임해야죠.”
초등학교 이후 내가 흥미를 가지고 미친 듯이 몰두했던 건 오직 신들의 전쟁 뿐이다.
배운 것도 신들의 전쟁이 전부다
잘하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신들의 전쟁.
“그래. 너 정도면 다른 팀 1군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거야.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그냥 빈말은 아니다.
유독 S1 1군의 벽이 높다. 이건 핑계가 아니라 팬들을 비롯하여 다른 게임단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실제로 2군에서 나간 선수가 다른 팀 주전 1군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S1을 고집했던 이유는 하나다.
나를 프로게이머 세계에 입문시킨 임주혁 선수의 팀이 S1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오실 때 1군으로 만나 뵙고 싶었는데.
그 것도 수포로 돌아갔네.
지금 임주혁 선수는 군대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육군 타이거즈 소속이다. 애초에 육군 타이거즈 자체가 임주혁 선수를 위해 만들어진 팀이었다.
놀랍게도 임주혁 선수가 군대에 가기 직전 육군, 해군, 공군은 모두 프로게임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임주혁 선수가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놀라운 일이었다.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가 군 체육단에 들어가는 말은 들어봤지만 프로게이머도 이런 대우를 해준다니. 다 임주혁 선수이기에 해주는 것들이었다.
이는 임주혁 선수 입장에서 좋은 일이었다.
단순히 본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후배들의 군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으니까. 30대 프로게이머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임주혁 선수의 선택은 육군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장 군 기간이 짧다는 것.
임주혁 선수의 군입대를 시작으로 나이가 찬 선수들이 하나 둘 육군 타이거즈로 모이기 시작했다.
성적은 12개의 게임단 중 최하위인 12위이지만 인기만큼은 최고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선수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수단 이름으로만 보면 올스타가 따로 없다.
임주혁 선수를 비롯하여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홍진우 선수 역시 육군 타이어즈 소속이었다.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만 그런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경기력을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다.
어쨌든 임주혁 선수는 육군 타이거즈 제 1호 선수로서 전역을 몇 달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가 전역하면 돌아올 곳은 어디겠는가?
당연히 S1이지.
팀 내의 소문에 의하면 플레잉 코치나 수석 코치의 자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때 당당히 내 존재감을 보여준 후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어렸을 적 팬이었다고.
아니 우상이었다고. 임주혁 선수를 보고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이젠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참 씁쓸하구나.
이미 결정 된 일.
계속 곱씹어 생각하면 상처만 더 깊게 파일 뿐이다.
그래.
오늘은 모든 걸 다 잊자.
그리고 치킨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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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확히 숙소를 나온 건 치킨 파티를 연 후 4일이 지난날이었다.
들고 있는 금액은 그대로 1000만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게임단에서 치킨 값을 내줬다. 정확히 말하면 감독님께서 대신 내주신거지만.
“자. 이 것 저 것 사고 보니 남은 돈이 거의 없네. 이번 달에 50만원 또 보내야하고. 후.”
홀로 서기는 쉽지 않았다.
20살이 되자마자 숙소 생활만 했기에 물가가 이리 비싼지 몰랐다. 1000만원이라는 돈은 결코 많은 돈이 아니었다. 사람이 살만한 방을 이 돈으로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특히 보증금이 없는 방은 찾기 힘들었다. 그럭저럭 이 정도면 살겠지 싶은 방을 구하는 것에서 만족해야 했다. 풀 옵션 원룸이라 추가로 돈이 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야할 것도 많았다.
하다못해 수저와 그릇, 샴푸 등등까지.
생필품이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컴퓨터를 구매해야했다.
난 신들의 전쟁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 실력을 더 키워 다른 팀에 2군으로 다시 들어갈 생각이었다.
모든 걸 끝내고 수중에 남은 돈은.....
“200만원이네.”
200만원.
다달이 보내는 50만원과 그리고 월세를 빼면 더욱 더 적어진다. 그리고 라면이든 뭐든 밥은 먹어야할 것 아닌가?
식비까지 생각하면 더욱 더 빠듯한 돈이었다.
“어쩌지?”
어떤 경우라도 집에다 방출 당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절대 말할 수 없다.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좋아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배고프고 춥게 살면 살았지 절대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차피 집에 가봤자 좋아질 상황도 아니고....”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나라도 재정 상황이 많이 안 좋다는 건 느낀다.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연습도 소홀히 할 수 없으니 주말 아르바이트라도 하나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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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허름하긴 하지만 어쨌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혼자 쓰는 방이 생겼다.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집에 있을 때도 동생과 같은 방을 썼고 숙소에 올라온 이후에도 여러 명이 한 방을 같이 썼으니까.
1군이 되서 내 방을 가졌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필 방출이 되어서 내 방을 가지게 되다니.
우울한 생각은 여기까지!
계획대로 연습에 집중하자!
빠듯한 돈을 해결하기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젊은 남자애들이 일할 만한 곳은 피했다. 혹 알아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예인병 걸렸냐고?
그럴 리가.
신들의 전쟁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면 아직도 내 자료가 돌아다닌다. 그 것도 매일 매일 새롭게 합성되고 재탄생 되서 말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지닌 인재들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았다니. 놀람의 연속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아르바이트는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설거지 경력 6년.
난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색다르게 설거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했다. 어차피 할 아르바이트라면 내가 잘하는 걸 선택해야지 하면서 고른 아르바이트였는데.
생각해보니 팀에서 나와서라도 설거지를 하게 되다니. 설거지와 난 끈끈한 운명의 끈...아니다. 잊자. 잊어.
지금은 연습 시간! 연습에 집중하자!
나는 컴퓨터를 켜 신들의 전쟁을 실행시켰다. 며칠 간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간단히 컴퓨터와 연습 게임을 진행했다.
“별로네.”
겨우 며칠 쉬었다고 손이 삐걱거리는 게 느껴진다. 원하는 포인트보다 반 박자 정도 느리다. 순간 짜증이 확 솟았다.
프로게이머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재능형과 노력형.
재능형은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략 전술을 짜는데 더 큰 시간을 할애한다. 연습은 자신이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전략이 실제로 사용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과 감을 잃지 않기 위해 하는 정도로만 한다.
노력형은 반대로 연습에 모든 걸 거는 스타일이다.
하루에 30판 이상의 연습 경기를 진행하고 어떤 상황이 와도 기계처럼 즉각 반응하는 걸 연습한다.
난 후자다.
그 것도 철저한 노력형.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 하면 그 것이 게임에 나타나는 스타일.
솔직히 역대 본좌라인이나 최강자 라인을 보면 노력형 보다 재능형이 많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건 노력형임에도 최강자에 올라선 게이머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었다.
“손 풀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그래도 20분 정도 손을 풀자 어느 정도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컴퓨터와의 경기에서 나온 난 곧바로 래더에 접속했다.
물론 아이디는 바꾸었다.
원래의 아이디를 사용했다간 붙는 상대마다 승드셋과 몰수로더에 대한 드립을 퍼붓겠지.
아무리 멘탈이 튼튼한 사람이라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그건.
새롭게 아이디를 만들다보니 래더 상대로 잡히는 이들이 모두 F등급이다.
손 풀기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해볼까!
F급이라 보니 상대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초반 컨트롤 싸움에서 압도했다. 내가 방송에서 우스운 꼴을 당하긴 했지만 실력만큼은 어느 정도 있다.
F나 E등급에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점수는 금세 올라 어느새 D등급이 되었다.
하루만에 만든 아이디치고 굉장히 빠르게 등급을 올릴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패배는 1번도 없었다.
위기가 있긴 했지만 신들린 운영으로 게임을 뒤집었다. 내가 이 맛에 신들의 전쟁을 한다니까!
컨디션도 괜찮고, 조금 더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벌써 1시가 넘었네.”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새 오후 1시가 넘었다. 아르바이트를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신들의 전쟁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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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맛 집으로 소문난 곳에서 알바를 해서 주방엔 이미 내가 세쳑해야 할 식기들이 한가득 놓여있었다. 괜히 시급이 다른 곳에 비해 두둑한 곳이 아니었다.
손님들이 한 바탕 몰아닥치면 커다란 고무 대야 한 가득 그릇이 추가로 밀려 들어왔다.
손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가족 단위로 온 손님도 있었고 커플로 온 손님들도 있었다. 남자들끼리 온 이들도 물론 있었다. 작게 난 창을 통해 홀을 바라본 난 홀에서 일하지 않길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 중에 신들의 전쟁을 좋아하는 이가 분명 섞여있겠지.
그들에게 난 놀림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딸랑딸랑.
“어서오세요!”
유명한 식당이라 그런지 손님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
마치 마수의 마견 떼들이 몰려드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일과를 마치고.
“내일 또 봐. 총각!”
“힘들다고 도망가면 안 돼! 총각만큼 설거지 잘하는 사람도 없어!”
칭찬인지 아닌지 애매한 말을 들으며 난 퇴근했다.
집에 돌아 온 난 씻자마자 그대로 뻗어버렸다.
연습도 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피곤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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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곤히 잠들어 있는 이승우의 머리 위로 원형 형태로 빛이 모여들었다. 마치 반딧불 수십, 수백 마리가 모인 것처럼 빛은 강렬하게 빛났다.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는 이승우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벌레 떼를 쫓 듯 팔을 휘적거렸을 뿐이었다.
머리를 위를 빙빙 돌던 푸른빛이 이승우의 콧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시작합니다.]
이승우의 운명을 바꿀 목소리가 그의 자취방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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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아주 편안하고 기분 좋은 꿈.
꿈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고생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누군가한테 인정받기 위해 살아온 건 아니지만 이런 말을 들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열심히 삶을 살아간 사람에겐 그만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딱히 엄청난 삶을 산 건 아니다. 그저 남 탓하지 않고 지나간 일보다 앞으로 다가올 일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을 뿐이다.
내가 피해 받는 것이 싫으니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을 뿐이고.
어쨌든 보상이라니 좋다.
로또라도 되게 해주려나? 아.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같긴 하다.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한다고 했다. 또한 정말 하고 싶은 걸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야한다고 했다.
누가 그랬냐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엄마.
이 두 가지를 조합해서 생각해 낸 건 바로.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게 해주세요.
말해놓고 보니 어째 로또 당첨되는 것이 더 쉬운 일 같다. 다시 원하는 걸 정정하려는 순간.
-화악.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빛이 내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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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셨다면 추천 1방 부탁드립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