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9화 (9/575)

00009  Game No. 9 정말 이기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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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이승우 선수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초반에 찌르기가 있었는데 상당히 침착하게 막아냈거든요? 일꾼을 늘리지 않고 감행한 찌르기였기에 상황은 지금 이승우 선수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오. 승우 형 잘하네!”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S1 2군 숙소에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헤드셋을 거꾸로 쓰며 엄청 긴장한 것 처럼 보였던 이승우지만 경기는 꽤나 침착하게 풀어가고 있었다.

나주평야는 무난하게 흘러가면 용족에게 유리한 전장이다.

예상대로 차인환은 초반 기습 공격을 준비했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은 일꾼의 정찰에 힘입어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공격을 막아냈다. 상황은 이승우에게 유리하게 흘렀다. 사람에 따라 7:3 정도로 기울었다고 볼 수 있는 정도.

무난하게 멀티를 먹거나 그게 아니면 제단을 늘려 공격 타이밍을 잡아도 된다.

경기의 주도권은 이승우에게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자신이 유리한 상황으로 경기를 유도할 수 있다. 이 상황을 5:5로 만들려면 적어도 2번 이상의 공격을 차인환이 아무 피해 없이 막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게. 일꾼 침착하게 컨트롤해서 마굴 올라가기전에 그슨대굴 올라가는 거 봤잖아.”

“용광포도 오바해서 안짓고 적당량 딱 지었고. 고내히 오바해서 지었으면 테크 느렸을텐데. 지금은 테크고 마수에 비하면 빠른 수준이고. 이대로가면 승우 형도 사고 치겠는데?”

이승우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며 박성훈 코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생각보다 이승우는 크게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한방 병력 나와서 진출하면 밀 수 있어.’

일꾼과 소굴이 같은 타이밍의 다른 마수보다 적다. 한 방 병력을 막기 힘들다. 지금도 충분히 유리한 상황. 이대로 끌고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삐빅.

“뭐야?”

“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화면을 보는 박성훈 코치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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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약간.

-이거 실수한 것 같은데요? PP나 PPP를치고 협회 쪽에서 경기를 멈춰야하는데요. 선수가 직접 경기를 멈춰버렸습니다. 표정을 보니 의도하지 않은 실수 인 것 같습니다.

-설사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 하다라도 자신이 경기를 멈추는 것은 좀 아닌데요?

-표정도 약간..약간..내가 실수했다라는 표정이 보였거든요?

-자. 여기 PPP선언 없이...혹시 PPP를 치고 경기를 멈췄나요?

-PPP를 쳤든 안쳤든 어찌되었든 간에 경기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협회 쪽에만 있습니다. 어떤 문제인지 이야기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런 경기 중단에 경기장은 혼란에 빠졌다.

“뭐야. 저 새끼?”

가장 혼란스러운 건 누가 뭐라고 해도 S1 쪽이었다.

용족 코치인 권 코치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승우가 앉아 있는 부스 쪽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뭐 이런 병신이 다 있나 하는 눈빛이었다.

주운 감독 역시 나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눈빛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그 역시 당황한 것이다.

잠시 후.

심판이 중앙으로 나왔다.

“한국 이스포츠 협회 강미현 심판입니다. 판정하겠습니다. 차인환 선수와 이승우 선수와의 경기 도중 사운드 조절을 위해 옵션창을 열었다가 실수로 본인이 직접 경기를 중단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규정에 따라 이승우 선수의 몰수패를 선언하고 다음 경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차분히 결과를 발표한 심판이 허리를 꾸벅 숙이더니 다시 무대 뒤로 들어갔다.

몰수패.

이여름 감독의 예상대로 였다.

이스포츠 역사상 몇 번 있지 않던 일이 오늘 벌어졌다.

-아. 몰수패가 선언 되었네요.

-경기 중에 사운드 조절을 하려가 실수로 경기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아쉽네요. 정말 많이 아쉽네요. 경기력 괜찮았거든요? 상황도 좋게 이끌어 가고 있었고. 결과야 끝나야 확실히 아는 거지만 분명 잡을 수도 있었던 경기거든요. 선입 입장에서 오늘 피로리그 데뷔전인데....

-사실 해서는 안 되는 실수죠.

-그렇죠.

-경기 시작전에 분명 손을 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시간에 사운드를 비롯하여 다른 사항들의 점검이 완료 되어야하고 경기 중엔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합니다. 분명 같은 시간이 주어졌고 그때 확인을 했었어야합니다.

-그래도 너무 아쉽네요. 저희가 이런 기분인데 선수 본인은 어떤 기분일지. 이승우 선수 오늘 데뷔전인데 아쉬운 패배를 당했습니다.

-다음 경기에 집중해서 다시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자. 이렇게 6경기가마무리 되었고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화면이 전체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허무한 경기 결과에 몇몇 관중들이 짜증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이게 뭐야?”

“참나. 내가 몰수패 보려고 직관을 왔나?”

이미 경기가 끝났음에도 이승우는 아직 부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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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수패.

이스포츠 역사상 아예 없던 일은 아니다.

몇몇 선수들이 황당한 이유로 몰수패를 당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느 것을 쳐도 상관없지만 과거엔 PPP가 아닌 PP를 치면 몰수패를 주었다. 즉 PPP를 쳐야하는데 PP를 쳐 몰수패를 당한 선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황당한 경우는 또 있다. 경기 시작 카운트를 하고 있는 도중 실수로 ESC를 눌러 몰수패를 당한 선수가 있었다.

이처럼 몰수패는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분명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임주혁 선수처럼 전설로 불리는 프로게이머들도 몰수패를 당한 적도 있었고.

만약 다른 상황이라면, 내가 팀의 주축 선수라면 내 몰수패는 하나의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아니 데뷔전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데뷔전.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오늘 난 게임단과 관객, 해설진등에게 처음으로 평가를 받는 자리다. 이 선수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 현재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의외로 많은 것을 데뷔전 1경기에서 알 수 있다.

그런 데뷔전을 난 망쳤다.

다른 누구의 손도 아닌 내 손으로 직접.

부스를 나가야하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O와 P가 왜 바로 옆에 붙어있는지 원망을 할 뿐이다.

차라리 단축키를 사용하지 말고 마우스로 누를 걸하는 생각도 든다.

미련이다.

미련.

미련이 남는다.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 미련.

난 부스 안을 둘러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이 부스에 들어오는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이 틀리지 않을거란 걸 난 너무 잘알고 있었다.

“에이스 결정전 준비해야 하니까 장비 정리해서 나오세요.”

문이 열리고 스텝이 들어와 말했다.

사형선고처럼 느껴지는 말.

난 굳어버린 팔을 억지로 움직여 마우스와 키보드를 본체에서 분리해냈다. 그리고 삐걱거리는 발걸음으로 부스를 빠져나왔다.

선수석으로 돌아온 난 죄인처럼 입을 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아니 실수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실수를 하고 말았다. 경기 중에 경기를 내 마음대로 멈춰버린 것이다.

경기 진행 중 이상을 느끼면 중간에 멈출 수 있는 규칙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직접 경기를 멈추는 건 심판들이고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PP나 PPP를 쳐 경기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 전부였다.

사실 PP나 PPP를 칠 상황이 아니었다. 마우스나 키보드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경기 상황 역시 나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어 기분이 좋았고.

그냥 소리가 조금 큰 것 같아 줄이기 위해 메뉴창을 킨 것 뿐이었다.

경기중단의 단축키가 P이고 소리를 줄일 수 있는 있는 옵션 창의 단축키가 O라는 것이 운명의 장난이라면 장난이었다.

O를 누른다는 것이 그만 P를 눌러버리고 만 것이다.

나름 억울했다.

하지만 그 억울함을 내보이기엔 내 실수가 너무 치명적이었다.

몰수패.

3:2로 앞서던 상황이 동률이 되며 에이스 결정전 확정.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위로는 바라지도 않는다. 차라리 누군가 나에게 욕을 하거나 질책을 해주었다면 지금처럼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다.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마치 나를 투명 인간 보듯 취급했다.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슥 지나갈 뿐이다.

에이스 결정전이 시작되기까지 5분.

겨우 5분인데 시간이 가지 않는다.

지옥 같은 시간은 날 서서히 옥죄어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으셨다면 추천 1방 부탁드립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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