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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8화 (8/575)

00008  Game No. 8 청심환 좀 먹으면 안될까요?  =========================================================================

이로서 스코어는 1:1.

기울어졌던 승부의 추가 다시 원점으로 맞춰졌다.

어둡던 이여름 감독님의 얼굴도 한층 밝아졌다.

그렇게 승부는 박빙으로 흘러갔다. 어느새 5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 스코어는 2:2. 2점씩 나눠가진 상황이다. 이제 다시 승부의 추가 기울어질 때였다.

“너무 부담감 가지지 말고 하려던 플레이하고. 알겠지?”

주운 감독님이 형규를 불러 긴장을 풀어주었다. 지금 상황에서 잘하라고 해봤자 들릴 리가 없겠지. 형규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이 좋군. 무언가 일낼 것 같은 느낌이 드네.

-자. 역시 S1과 나무전자의 경기입니다! 현재까지 2:2. 아주 공평하게 승리를 나눠가졌습니다.

-이제 S1에서 나오는 선수는 갓 데뷔전을 치른 따끈따근한 선수죠?

-그렇습니다. 데뷔전에서 과감한 전략으로 1승을 챙긴 임형규 선수입니다. 나무전자에서 내놓은 카드 역시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임형규 선수처럼 이제 막 데뷔전을 치른 선수는 아니지만 이번 시즌에 데뷔한 박철호 선수거든요.

-승부의 중요한 갈림길이 신인 선수들에 의해 좌우되겠군요.

-오늘 경기가 임형규 선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경기가 될겁니다. 저번 경기 역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용족전이었거든요? 지금은 다릅니다. 환국전입니다. 만약 환국전까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면 S1엔 뛰어난 마수 카드가 한 장 생기는 겁니다.

-양 선수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경기~시작 합니다!

5경기는 형규와 박철호의 대결이다.

형규가 과감한 전략으로 큰 주목을 받았든 나무전자의 박철호 역시 작고 곱상한 외모와 달리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공격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별명이 광견(狂犬), 미친개니 더 이상 설명할 것도 없다.

본진이 공격을 당하면?

러시를 간다.

앞마당에 집요한 견제를 당하면?

러시를 간다.

상대가 똥배짱을 부린 걸 알게 되면?

러시를 간다.

이처럼 확실한 색을 지니고 있는 선수가 박철호였다. 더욱 더 황당한 건 공격일변도로 운영한다는 걸 뻔히 알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것이었다.

괜히 광견이 아니었다.

형규 역시 만만찮은 녀석이다.

정말 볼만한 대결이 될 것 같다.

주운 감독님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들도 긴장 된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저분들이 걱정하는 건 6경기에 나서는 나 때문이겠지?

확실한 1패 카드일테니까.

즉 지금 형규가 패배한다면 4:2로 경기를 내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형규가 이겨줘서 에이스 결정전 까지 끌고 가줬으면 하는 생각.

안봐도 비디오다.

형규야. 이겨라.

내가 반드시 6경기에 승리해 오늘 팀의 승리를 책임질테니까!

****************

내 응원 덕인지 코치가 전략을 잘 짜준 덕인지 그 것도 아니면 그냥 형규의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인지 어쨌든 형규는 5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형규가 선택은 정말 놀라웠다.

맞불작전.

박철호가 멀티를 향해 공격을 들어오면?

형규가 러시를 간다.

박철호가 방어를 하면?

형규가 또 러시를 간다.

박철호가 방어에 성공하면?

형규가 또 러시를 간다.

형규는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었다.

아슬아슬하게 막힐 듯 보였던 형규의 공격이 결국 통했고 박철호는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은 그야말로 흥분으로 잔뜩 들끓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도 마찬가지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2연승이나 해주다니.

그 것도 중요한 경기 때마다.

당연히 예뻐 보일 수 밖에 없겠지.

이제는 내 차례다.

내가 내 가치를 보여줄 차례다. 마침 감독님이 손짓하시는 군. 그리로 향하자.

“어차피 뒤에 에이스 결정전이 있으니까 너무 긴장하지는 마라.”

......힘이 풀리는 소리를 하시는군.

****************

-정말 놀라운 5경기였습니다. 광견, 작은 박철호라 불리는 박철호가 공격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비만 하다가 졌습니다. 오늘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겠는데요?

-그렇습니다.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격을 제대로 시도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공격에 잔뜩 휘둘리기만 했을 뿐이죠. 그 거 아십니까? 초반 정찰을 제외하고 박철호 선수의 병력이 단 한번도 임형규 선수의 본진을 구경해보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로 몰아붙였고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따냈습니다.

-이 선수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합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예라니.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저도 이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조만간 개인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역시 극찬이 쏟아진다.

늦어도 1시간 내에 나도 저런 칭찬을 받고 싶다.

주운 감독님과 짧은 면담을 끝낸 난 부스로 들어왔다. 솔직히 내가 오기 전까지 경기가 어떻게든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긴 했다.

막상 경기에 나가려니 너무 떨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지든 이기든 경기에 나가는 것이 훨씬 나은 상황인 것 같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여기 되게 정신없다. 밖에 들리는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웅웅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데 묘하게 위축되고 긴장된다. 심장도 소리와 함께 빨리 뛰는 느낌?

그래서 다들 연습 때보다 못한 경기력을 부스에서 보이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완벽한 경기를 보여준 형규가 내심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희가 게임 내 채팅으로 상황 안내 드릴거에요. 그러니까 두리번 거리실 필요 없으시고 채팅 화면 집중해서 봐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우스나 키보드 감도조정 등 연습하실 수 있는 시간 10분 드리니까 그 사이에 반드시 체크해주시고요. 혹 시간이 더 필요하면 말해주세요. 10분 정도는 더 드릴 수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방송국 스텝이 이 것 저 것 주의사항에 대해 알려주었다.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지만 난 감사를 표할 수 없었다. 잔뜩 굳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화면에 비춰지는 난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아. 젠장. 굉장히 얼빵할 것 같다.

무언가 나의 흑역사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마구 마구 든다.

잠시 후 스텝이 밖으로 나갔다. 이제 부스엔 홀로 남아있다. 이러니까 더 긴장되잖아? 손도 부들부들 떨리는 거 같고 왜 이렇게 목은 또 탄지.

젠장.

나오는 건 젠장이란 말 뿐이다.

난 간신히 떨림을 진정시킨 후 연습게임에 들어갔다. 상대는 물론 컴퓨터였다. 다른 건 체크할 필요 없다. 스텝의 말 처럼 마우스나 키보드는 원하는 감도대로 설정되어 있는지, 유닛 컨트롤은 나쁘지 않게 되는지 등등 말이다.

6경기에서 붙는 나무전자 선수는 차인환.

종족은 마수다.

그나마 자신 있는 환국 선수가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필 마수라니.

그래도 송병호나 허영우와 붙은 것보다 천배 백배는 나은 상황이다. 차인환은 현재 나무전자 선수 중 그나마 상황이 좋지 않은 선수다.

4강까지 가본 선수이지만 최근 페이스가 안좋다.

4연패.

집중만 잘하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잘해보자.

마우스야. 키보드야.

제발 내 뜻대로 잘 따라주길 바란다. 가끔 내가 의도치 않았음에도 뽀록으로 좋은 움직임 보여주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지만 반대는 정중히 사양한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소리가 안 들리지?

게임 소리를 키워도 마찬가지다.

소리가 멀리서 느껴진다.

뭐야? 이거 장비 문제 있는 거 아냐?

****************

-이번에 6경기에 나오는 선수 역시 임형규 선수와 같은 신예입니다. 무려 오늘이 데뷔전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승우 선수의 나이는 26. 요즘 데뷔하는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10대 후반에 집중되어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늦은 데뷔입니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6년 동안 2군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앞선 임형규 선수 역시 적은 나이는 아니었거든요? 임형규 선수가 어마어마한 활약을 보여준 것 처럼 이승우 선수 역시 승리하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일단 해볼 만한 승부라고 생각합니다. 차인환 선수. 요즘 페이스 안 좋거든요? 최근 10경기가 4승 6패입니다. 4할 정도 해주고 있긴 하지만 최근 4연패를 당했다는 것이 굉장히 큽니다.

-만약 오늘 임형규 선수와 이승우 선수가 나란히 승리를 거둔다면 진짜 난리 나는 겁니다. 도택이 없어도 승리하는 S1. 어느 팀이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캐스터와 해설자들의 말을 들으며 주운 감독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에이스 결정전에 누굴 내보내야하는가?’

이승우가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질 확률이 더 높다. 그렇다면 에이스 결정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경기에서 6경기는 미리 엔트리를 제출하지만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은 경기 당일, 6경기가 끝난 직후 결정하는 것이다.

평소라면 고민도 하지 않고 정명혁을 내보내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마지막 전장인 운명의 갈림길이 지독한 상성맵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무전자에서 나올 선수는 90%이상 확정되어 있다.

송병호 아니면 허영우.

상성 맵인 운명의 갈림길에 정명혁을 내놓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1경기에 승리하긴 했지만 돌아온 맞대결에서 오히려 맞춤 빌드를 당해버릴 수도 있다.

그때였다.

-지금 이승우 선수 뭐하고 있는거죠?

-글쎄요. 지금...

해설진의 의아해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주운 감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의 시선이 부스를 당했다.

맙소사.

못볼걸 봤다는 표정을 지은 주운 감독이 두 눈을 꼭 감았다.

속이 부글 부글 끓는다. 주운 감독의 기분을 알아챈 코치들이 슬금슬금 곁에서 멀어졌다. 지금 괜히 말을 걸었다간 화풀이 대상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S1 용족 1군 코치인 권 코치가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부스를 바라보았다.

‘저런 병신.’

욕이 절로 나온다.

데뷔전?

당연히 긴장되지.

그렇다고 저런 실수를 하다니. 권 코치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다른 선수들 표정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카메라가 비쳐주는 부스 안엔 잔뜩 얼어있는 표정을 한 이승우가 헤드셋을 거꾸로 뒤집어 쓴 채 앉아 있었다.

****************

S1 숙소.

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2군들도 1군들의 경기를 관람한다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이승우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낼 때 미친 듯 박수를 쳤던 이들도 충격과 공포에 빠져있었다.

“헐. 지금 승우 형 뭐하는거야?”

“내가 본게 맞나? 지금 헤드셋 뒤집어 쓴거 맞지?”

다들 걱정스레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이들 중 가장 표정이 안 좋은 이는 단연 박성훈 코치였다.

그를 1군 경기에 추천한 이가 그였기 때문이었다.

‘많이 긴장했구나.’

침착하게 생각하려 해도 조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해도 될 실수가 있고 하면 안되는 실수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은 후자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저런 실수라니.

‘이기긴 힘들겠구나.’

박성훈 코치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쳐지나갔다.

경기가 시작 전 선수의 표정으로 경기의 승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좋은 표정인지 딱 말할 순 없어도 이승우가 보여주는 모습은 결코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못했다.

굳었다.

몸부터 정신까지 모두 다.

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컨트롤이나 판단이 나올리가 없다.

상대방이 견제를 들어오면 속절없이 휘둘릴 것이다.

올인을 시도한다면 아무 것도 하지못하고 무기력하게 패배할 것이다.

운영을 간다면?

그냥 무난하게 지겠지.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들릴 리 없겠지만 박성훈 코치가 애타게 소리쳤다.

-음.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것이 맞죠?

-네. 저도 함께 보고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 헤드셋이 반대인데요?

-크흐..흠흠...

-흐흐흐흐흐...

-그럴 수 있....흐흐

결국 해설진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화면에 잡힌 이승우가 헤드셋을 거꾸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쪽이 바깥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3명의 중계경력을 합치면 20년이 될 정도로 이스포츠 중계에 베테랑들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해설진은 최대한 정신을 수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자. 차인환 선수입니다. 준우승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요즘 슬럼프에 빠져있죠. 최근 공식전 4연패 중입니다. 과연 오늘 데뷔전을 치르는 이승우 선수를 잡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흡.

어떻게든 화제를 돌려보려 애썼지만.

-크흐음.

-흠! 흠.

나오는 건 웃음과 침묵뿐이었다.

이승우는 아직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듯 여전히 헤드셋을 거꾸로 쓰고 있었다.

-흐흐흐..말씀하시죠.

-으...말씀드릴게 뭐가 있을까요?

-이승우 선수가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은데 경기에 들어가선 조금 더 차분하게 경기를 진행하길 바랍니다.

그 사이 스텝 중 하나가 부스 안으로 들어가 이승우에게 헤드셋을 거꾸로 썼다고 알려주었다.  들짝 놀라며 헤드셋을 바로 잡는 이승우. 그 모습은 고스란히 화면에 비추어졌고 간신히 웃음을 수습하던 해설진들이 다시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

“....네. 알겠습니다.”

아. 젠장.

얼굴이 시뻘게지는 것이 느껴진다.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헤드셋을 거꾸로 뒤집어 썼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아. 커뮤니티가 폭발하겠구나. 지금쯤 나에 대한 글들이 잔뜩 도배되고 있겠지. 그 것도 안 좋은 쪽으로.

이렇게 된 이상 경기를 이겨야한다.

아니 지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져야한다.

싱겁게 져버리면 내 이미지는?

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 헤드셋을 고쳐 쓴 난 다시 집중력을 어떻게든 되살리려 노력했다. 이제 소리가 잘 들리는구나.

그러는 사이 경기 준비가 완료 되었다.

옵저버 : 이제 화면 들어옵니다. 양 선수 준비 완료 되었나요?

이승우 : 넵.

차인환 : 네. 완료 되었습니다.

옵저버 :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5.

4.

3.

2.

1.

점점 떨어지는 숫자를 보며 난 깊게 심호흡을 했다.

할만 해. 아주 할만해.

맵은 나주평야.

분명 용족이 유리한 전장이다. 이런 전장에 마수가 나왔다는 건 뻔하다.

바로 저격.

분명 노림수를 들고 나왔을거고 난 그 노림수에 맞는 안정적은 운영을 가져가면 된다.

============================ 작품 후기 ============================

재미있으셨다면 추천 1방 부탁드립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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