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화 (4/575)

00004  Game No. 4 1군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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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임형규의 1군 테스트가 치러졌다. 콜업을 받았다고 무조건 1군으로 가는 건 아니었다. 1군 선수들과 전부 경기를 치러야했고 거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좋은 모습이라는 것이 꼭 승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더라도 근성있는 플레이나 장점을 보여주면 충분했다.

임형규의 테스트 결과는 4승 7패로 마무리되었다.

패배가 더 많았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플레이다.

솔직히 시작과 동시에 2패는 하고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다.

정명혁과 김택윤을 단판에서 잡아낼 수 있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으니까.

심지어 4승 중 1승이 도택명 라인 중 1명인 도재열을 잡아내 얻은 승이다. 그리고 김택윤을 이길 뻔 했다. 승패를 가른 건 실력 부족이 아니었다. 경험의 부족이었다. 만약 형규가 조금 더 경험이 있었다면 분명 그 경기를 이겼을 것이다.

내가 저런 녀석이랑 계속 게임을 해왔던거지?

어쩐지 내가 대 마수전 성적이 안 나온다 싶더니.

다 저 녀석 때문이었구만.

“저 정도면 1군 확정이죠?”

옆에 앉은 박성훈 코치님께 슬쩍 물어보았다.

“확정이지. 당장 지금 1군 마수 중에 저 정도로 하는 애 없을걸?”

하긴. 11경기를 연달아 펼친 성적이 이 정도다.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이보다 성적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체력 역시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으니까.

“와. 부럽다. 부러워.”

“부러우면 너도 열심히 해.”

“열심히 한다고 1군이 다 되면 1군 안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박성훈 코치님이 어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권투를 하는 자세로 내 어깨를 가볍게 주먹으로 톡톡 쳤다.

“이게 오래있었다고 코치한테도 덤비네?”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전 코치님은 존경하거든요.”

반쯤 장난처럼 말한 말이지만 진심이다. 나는 박성훈 코치님을 가장 좋아한다. 주운 감독님보다 더 말이다.

“아이고. 그 것 참 고마운 소리다. 경기도 끝났고 이제 저녁 먹고 바로 연습시작하자. 지금 스크린에 나온 형규가 부럽냐? 너네도 될 수 있어. 형규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냐? 아니지? 바로 이 2군에서 연습하고 1군이 되었단 말이야. 너네들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알겠지.”

“네.”

“어째 대답이 작다? 알겠지!”

“네!!!”

전보다 훨씬 큰 함성.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업 되었다.

시무룩해질 수 있는 2군 분위기에 파이팅을 불어넣는 박성훈 코치님.

이래서 내가 제일 좋아한다.

저녁은 오랜만에 시켜먹는다고 했다. 새롭게 1군에 합류 된 형규를 환영하기 위한 행사라고 했다. 혹시 1군들만 먹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2군들 역시 넉넉하게 탕수육과 짜장, 짬뽕을 시켜주었다.

역시 대기업 클라스 어디 안가는구만!

“오엔마네 먹눈 하장며 마힛네여.”

난 입에 짜장면을 잔뜩 문 채 히죽 웃었다. 난 모든 돈을 집으로 보낸다. 당연히 짜장면 같은 건 개인적으로 사먹을 수 없다. 비슷한 짜장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전부다. 거기에 탕수육이라니. 오늘은 복을 타고 났다.

박성훈 코치님이 질색한 표정으로 뒤로 훌쩍 물러났다.

“야. 그거 더 먹고 다가와.”

“아 크츠니임!”

오랜만에 즐거운 식사시간이 끝나고.

형규가 2층으로 올라왔다. 짐을 가지러 온 것이었다. 하긴 이제부터 1군이 되었으니 2층에 짐을 둘 필요가 없겠지.

“오! 형규형! 오늘 진짜 멋있었어요!”

“진짜 다시 봤어요.”

“으악. 눈 부셔. 1군 클라스!”

제각기 다른 반응이었지만 모두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형규가 약간 피곤한 얼굴로 웃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피곤하다기보단 아까 한 경기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 듯 싶었다.

“형.”

어? 지금 나 부른건가?

착각은 아닌 듯싶다.

형규가 향한 곳은 자신의 방이 아닌 내 앞이었으니까.

“왜 부르냐?”

“그 동안 고마웠어.”

“으. 소름. 갑자기 왜 그런 닭살 돋는 말을.....”

“솔직히 형이 연습 도와준 것이 굉장히 많은 도움 되었거든. 오해 말고 들어. 꼭 1군에서 다시 만나자. 내가 봤을 때 다음 차례는 형이야.”

조금은 오글거리는 말을 던지고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는 형규.

짜식. 빈말이라도 고맙다.

형규가 마구 힘을 준 덕분인지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래. 지금 당장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는 기분이야.

단순히 기분에서 끝내지 말자. 정말 이기자!

“야. 너 나랑 붙자.”

“지금요?”

지목 당한 2군 녀석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소화도 채 되지 않았는데 게임이라니. 정말 그거 해야하는 겁니까? 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지금이지 언제야.”

“형. 조금만 소화 시키고 게임하면 안될까요?”

“안 돼. 지금 당장 들어와.”

하지만 여기서 짬은 내가 제일 높다.

거역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지.

더군다나 가혹행위도 아니고 프로 게이머가 게임 연습하자는 건데.

결국 둘의 매치가 성사되었다.

그 결과는....

“그러니까 제가 소화 시키고 하자고 했잖아요.”

“....그러게.”

내가 졌다.

그거 아주 처참하고 빠른 속도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게임에 졌냐면.

“형. 나 이제 1층으로 가볼게.”

“그래. 잘 가.”

형규가 채 짐을 다 챙기고 나오기도 전에 패배를 당해버렸다. 그랬기에 형규는 내가 게임을 1판 했는 줄 모른다. 그저 같은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으로 알 것이다.

쪽팔린다.

그냥 기분 좋게 있을 것이지 괜히 게임은 하자고 해가지고.

진짜 가는구나.

자신의 짐을 들고 내려가는 형규를 보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이 아니다.

이미 많은 2군 선수를 이렇게 먼저 앞으로 보냈다.

이제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다음번에 내려가는 건 반드시 내가 될 것이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 사이 형규의 데뷔전 날짜가 잡혔다.

“토요일에 나간다고? 대박이네?”

“와. 난 그렇게 빨리 나갈 줄 몰랐다니까. 지금도 심장이 떨려서 죽겠어.”

금요일 설거지를 하기 위해 내려온 난 주방에서 찬물을 들이키는 형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며칠 전까지 함께 설거지하던 사이인데 나 혼자 이러고 있으니까 기분 참 애매하고 좋네. 하하하.

토요일. 그러니까 내일 프로리그에 바로 출전한단다. 아무래도 감독님이 꽤나 인상 깊게 보신 듯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빠르게 실전에 투입될 순 없었겠지.

상당히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다.

나는 그 뒤로 연습에 매진했지만 딱히 나아지는 걸 느끼지 못했다. 박성훈 코치님은 나아지고 있다며 용기를 불어넣어주셨지만 이걸 어쩌나. 내 스스로가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데.

“내가 언제나처럼 집에서 응원할게.”

“설마 지라고 응원하는 건 아니겠지?”

“역시. 넌 눈치가 너무 빨라.”

그렇게 평소처럼 농을 계속 이어가려는 찰나.

“거기서 뭐 하는거야?”

아. 1군 코치가 다가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어? 넌 당장 내일 리그 나가잖아. 히히덕 거릴 시간에 상대팀 선수 분석하고 전장 분석할 것이지. 그리고 이승우 너. 넌 지금 여기서 이렇게 놀고 있을 정신은 있어? 너보다 훨씬 늦게 들어온 애들도 지금 벌써 1군에 올라와있는데.”

젠장. 억울하다.

떠들기는 같이 떠들었는데.

왠지 나만 혼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1군에 올라오지못한 이야기는 왜 하는건데? 그런 건 이미 다 알고 있다구요. 코치님. 슬쩍 형규의 얼굴을 보니 미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어차피 혼나는 건 익숙하니까. 그리고 이런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는 건 더 익숙하니까.

코치는 한 동안 잔소리를 쏘아붙였다.

이렇게 붙잡아놓고 잔소리하는 것이 더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무렵 나와 형규를 놓아줬다.

“둘 다 제 자리로 가도록.”

“넵.”

“네. 알겠습니다.”

인사는 생략이다.

지금 상황에서 인사는 사치지. 나는 손에 낀 고무장갑을 벗어 가지런히 올라온 후 2층으로 올라왔다.

“내려가서 한 번 털렸나보다?”

2층 계단 입구엔 박성훈 코치님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항상 있는 일이니까요.”

“이제 남은 건 뭐지?”

“실력을 키워 저런 소리 절대 안 듣는거요.”

“그렇지. 자 연습 시작해보자!”

형규는 프로리그 연습.

난 2군 연습.

상황은 다르지만 더 나은 내일이 되기 위한 거란 건 다름이 없다.

============================ 작품 후기 ============================

재미있으셨다면 추천 1방 부탁드립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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