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3 Game No. 3 나도 가고 싶지. =========================================================================
자그마한 방에 2층 침대가 3개 다닥다닥 붙어 있어있는 이 방이 내가 지내는 방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먼지가 풀풀 올라온다.
혹 폐병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열약한 환경.
하지만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순 없었다.
난 설거지 2군 게이머였으니까.
“휴.”
침대에 그대로 몸을 던졌다.
나름 짬이 있다고 그마나 가장 좋은 매트릭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면 뭐하나?
1군의 방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
S1은 모든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꿈에서라도 들어오길 원하는 이유가 1군을 대하는 대우에 있다.
평균 연봉은 모든 팀 전체 1등이고 고액 연봉의 상징이라 불리는 2억을 넘기는 선수만 무려 3명이 존재한다. 그 중 한 명은 무려 8억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과한 게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충분히 받아도 될 정도다.
아까 용족 최강자가 택뱅이라고 했지?
그 중 하나인 택, 김택윤이 바로 S1이다.
팀 내에 확고한 에이스라고 할 수 있지. 조금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김택윤과 나는 동기다. 같은 드래프트를 통해 S1에 들어왔다는 말이다.
처음 만났을 때 함께 1군이 되자고 약속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말도 붙이기 힘들 정도로 멀리 있는 기분이다.
정확히 말하면 택윤이가 날 무시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내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적어도 1군이 되기 전까진 같은 기분이겠지.
어쨌든 내가 이렇게 2군에 붙어 있는 이유는 언젠가 나도 저런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 때문이다.
실낱같이 얇디얇은,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희망이지만.
처음 내가 S1에 입단한다고 했을 때 엄마는 굉장히 기뻐하셨다. 하나 뿐인 여동생도 마찬가지였다.
S1의 모기업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굴지의 대기업이었으니까.
사실 나도 그땐 내가 금세 무어라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동네 방네 자랑을 하고 다니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니 지금도 다시 웃음이 나온다.
“그러니까 내가 더 떠날 수 없지.”
만약 내가 방출되어 팀을 나가게 된다면 가장 실망하고 슬퍼할 사람은 엄마다.
난 엄마의 자랑이다.
대기업에 일하고 있는 자랑.
슬픈 표정을 지은 엄마의 모습을 다신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더 악착같이 붙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으니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체 게임단 평균 연봉 1위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1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지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연봉 600만원.
누군가의 월급이라 해도 될 정도로 적은 금액을 난 1년에 받고 있었고 이 금액을 고스란히 엄마에게 보내고 있었다.
월 50만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일 할 시간을 줄일 수 있을테니까.
물론 월급의 전체라고 말하진 않았다.
나머지는 내가 쓰거나 저축을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전부라고 하면 안 받으실 걸 뻔히 알았으니까.
다행히 엄마는 내 거짓말을 믿어주셨다.
월 50만원이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없는 것 보단 낫다.
그나마 한 달에 50만원이라도 있는 2군들은 가끔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러 나가는 둥 문화생활을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왜?
모든 돈을 집으로 보냈으니까.
그저 숙소에 있는 음식을 먹거나 TV에서 해주는 때 지난 영화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조금 운이 좋을 땐 1군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 전체 회식을 할 때였다.
고기든 치킨이든 먹을 수 있었으니까.
“두고봐라. 내가 1군 올라가서 계약금 받으면 미친 듯이 고기 사먹을테니까.”
사치란 사치는 다부릴 생각이다.
요플레 껍질에 붙은 것도 핥아먹지 않고 버릴 생각이고 치킨 뼈끝에 붙은 살도 제대로 발라먹지 않고 버릴 생각이다.
그야말로 사치 중에 사치.
그렇게 하고도 수백, 수천만원이 남겠지.
그 돈은 모두 엄마에게 드릴 생각이다. 그리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엄마. 이제부터 일 안 해도 되요. 그냥 집에서 편하게 쉬시면 되요.
“언제쯤 그런 날이 올까?”
상상만으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시간을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1시간이 흘렀다.
다시 연습 할 수 있는 힘을 얻은 난 힘찬 발걸음으로 연습실로 향했다.
*************
연습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총 전적은 13승 8패.
형규에게 당한 5패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2군에게 당한 패는 3번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이긴 횟수는 11번.
좋아. 좋아. 아주 만족스럽군.
비록 1군의 벽을 넘기 힘든 나였지만 다른 2군들과도 어느 정도 벽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었다.
“나쁘지 않네.”
2군 용족 코치인 박성훈 코치님이 내 옆 의자에 앉았다. 코치님이 들고 있던 노트엔 오늘 펼쳐진 2군들끼리의 경기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요?”
“응. 형규랑 한 게임을 빼면 11승 2패. 괜찮지. 우리 2군 실력 다른 2군에 비해 뛰어나잖아? 어차피 형규는 조만간 1군으로 넘어가니까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어?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형규가 1군?
내 표정이 이상했는지 코치님이 바로 덧붙여 설명해주었다. 참 친절하기도 하셔라.
“아. 몰랐구나. 형규 내일부터 1군으로 올라간다. 정식 엔트리에도 올라가고. 빠르면 이번주 토요일 경기에 데뷔전 치를거야.”
저 말에서 형규의 이름이 아니라 내 이름이 들어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마음도 분명 있지만 부러운 것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형규 역시 2군에 오래 있긴 했지만 6년간 2군에 머문 나만큼은 아니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떨까?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엔 잔뜩 불편한 표정으로 보이겠지? 굳이 거울로 확인해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 앞엔 코치님이 계셨으니까.
코치님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이번에 2명을 1군에 보내라고 하면 너까지 함께 보냈겠지만 이번에 원한 건 1명이었어. 당장 마수 전에 약점이 있는 너보단 그래도 골고루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형규가 1군으로 올라가게 되었어.”
형규의 1군행을 아예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몇 주 전부터 종종 1군 연습실에 불려갔던 형규였으니까.
1군 게이머의 연습상대로 활약하며 많은 칭찬도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프로리그 승리 후 인터뷰에서 형규의 이름이 몇 번 언급되곤 했었으니까.
형규는 그 기사를 캡쳐해서 내 앞에 자랑 하 듯 보여주곤 했다. 물론 장난이었다.
나 역시 장난으로 맞받아쳤지만 조금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심보가 고약하다고 손가락질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 불안한 마음의 근원은 형규가 1군으로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배가 아프다거나 1군에 올라가지 못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
다만 1군에 올라가는 사람이 나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었다.
“네가 알다시피 우리팀에서 부족한 건 마수잖아. 용족은 이미 에이스급 선수가 둘이나 자리 잡고 있고.”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S1마수.
신들의 전쟁 팬들 사이에서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말은 아니다. 강력한 용족, 환국 라인업에 비해 빈약한 마수 라인을 놀리는 말이 바로 S1마수다.
실제로 S1에서 환국이나 용족은 우승자가 있었지만 마수엔 우승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에 우승을 한 마수 선수인 박태석 선수가 있긴 했지만 다른 팀에서 우승한 것이지 S1에서 우승한 것도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적하기 전까진 준수한 활약을 하던 박태석 선수가 S1에선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이를 박태석의 S1마수화라고 팬들이 부를 정도였다.
박태석 선수는 이런 놀림거리에 오를 선수가 아니다.
운영의 마법사로 불리며 뛰어난 운영 능력을 보여주며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한 마수.
지금은 운영의 맙소사라 놀림 받고 있지만 언젠가 원ㄹ의 페이스를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문제였나 보다.
언젠가라는 기약 없는 시간을 기다리기보단 당장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마수 선수를 데려와 보자.
그렇게 눈을 돌리다 찾은 것이 형규겠지.
종종 1군 연습도 도와주고 실제 승률로 낮지 않으니까.
반면 내 종족인 용족은?
택뱅의 1명인 최강의 용족 김택윤과 환국전과 용족전을 기가막히게 해내는 괴수 도재열이 버티고 있다.
만약 내가 마수전을 잘했다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마수전에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고 도재열의 환국전이나 용족전에 비비기엔 한참 모자라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 내가 왜 용족했지.
젠장. 문제가 내 종족에 있지 않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기분이 조금 풀릴 것 같다.
“너무 실망하지는 마. 너한테도 기회가 있을거야.”
“실망 안해요.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다행이다. 역시 네 가장 큰 강점은 멘탈이야. 멘탈! 분명 너한테도 기회가 있을거야. 그 기회를 완벽히 잡으면 돼.”
우리 착한 코치님.
죄송스럽지만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 후로 코치님이 이런 저런 분석을 해주셨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형규가 1군이 되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 뿐이었다.
“자. 그럼 오늘 분석은 여기까지 멈추자. 확실히 실력은 올라왔어. 아직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것 뿐이지. 조금 더 네 실력에 확신을 가져. 네가 들어가도 될 타이밍이다라고 느껴지만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고. 망설일 필요가 뭐가 있어. 어차피 연습경기인데. 연습경기때 많이 깨져봐야 나중에 실전에서 감각을 사용할 수 있는거야.”
“감사합니다.”
“그래. 수고 했다. 시간이 늦었네. 얼른 씻고 자라.”
말을 마친 코치님이 종종 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갔다.
2군 코치의 방은 1층에 위치했으니까.
2군 코치라고 실력도 2군은 아니다. 다른 팀이라면 충분히 1군 코치가 될 수 있는 실력을 가졌다.
코치님이 간 후 게임 리플레이를 다시 봐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다.
오늘은 게임에 대한 생각을 해봤자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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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셨다면 추천 1방 부탁드립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