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화 (1/575)

00001  Game No. 1 어릴적 꿈.  =========================================================================

2001년 어느 날.

-임주혁 선수! 홍진우 선수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가히 환웅이라 불릴 만 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마수의 시대에서 이토록 마수를 잘 잡아내는 선수가 어디에 있을까요?

-없습니다. 없다고 단언 지을 수 있습니다. 아무도 막지 못했습니다. 마수의 날카로운 발톱 아래 살아남는 환국 선수가 누가 있습니까? 지금도 보십시오. 마수가 어떻게 공격하겠다는 걸 완벽히 알고 있다는 듯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반응하지 않습니까? 그래. 네가 닷발귀로 본진을 흔든 후 그슨대와 함께 정면을 치겠다고? 마음대로 해라. 난 다 막을 수 있으니까! 정말 상상 속으로나 이뤄지던 것 아닙니까? 그런 플레이를 임주혁 선수를 실제로 손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정말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유일무이한 선수입니다.

-아! 이 순간 홍진우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스코어 3:2! 임주혁 선수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12살.

그때까지 난 장래희망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이 다 적는 대통령이나 화가, 소방관 등은 내 흥미를 전혀 끌지 못했다.

“멋있다.”

멍하니 바라본 TV 안에선 현재 신들의 전쟁 최고의 프로게이머라 불린 임주혁이 우승을 확정짓고 한 손을 하늘을 향해 번쩍 치켜들고 있었다.

터지는 폭죽.

쏟아지는 함성과 환호.

그 중심에 있는 프로게이머.

어린 눈에도 너무 멋있게 보였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그 날 난 되고 싶은 걸 찾았다.

그렇게 14년이 지난 지금.

목표를 반쯤 이루긴 했다. 프로게이머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야. 여기 청소 안하냐? 이런 건 니네가 알아서 후딱 후딱 치워야 할 거  아냐?”

“네. 지금 바로 갑니다.”

신경질적인 코치의 외침에 난 부리나케 달려가 싱크대에 쌓여있는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터져 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참았다.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코치에게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작게 새어나오는 한숨을 막을 순 없었다. 다행히 코치는 보지 못한 듯싶었다. 불현 듯 이런 것 까지 눈치 보는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른 동료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젠장.

그릇을 잡고 있는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난 프로게이머다.

흔히 설거지라 불리는, 프로게이머 자격증이 분명 있지만 어디가서 프로게이머라고 할 수 없는 2군 프로게이머.

S1.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게임단이라 할 수 있다.

신들의 전쟁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들어오고 싶은 팀.

연봉 역시 타 팀에 비해 파격적인 수준이고 복지 역시 상당하다.

나는 바로 그 게임단에 속해있다.

비록 2군이긴 하지만.

씁쓸한 마음도 있지만 자긍심 역시 있다. 어찌되었건 최고의 팀의 소속원 아닌가?

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팀원 명단에 이름이 없긴 하지만 상관없다. 언젠가 1군이 되면 당당히 이름을 올릴테니까.

연봉이라 불리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연봉?

괜찮다.

1군이 되면 바로 수직 상승 할테니까!

그리고 1인 1실을 추구하는 S1의 선수 사랑을 받지 못하고 6인 1실의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꾸역꾸역 몸을 밀어 넣은 채 잠을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게 다 헝그리 정신 아니겠는가?

나중에 1군이 되면 다 추억이 되겠지.

젠장. 이쯤 되니 내가 S1 소속이 맞나 싶다.

S1이 최고라고 불리는 이유들을 하나도 누리고 있지 못하잖아?

1군. 진짜 되고 싶다.

각설하고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후.

난 신들의 전쟁의 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 같아선 임주혁과 같은 종족인 환국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선택했던 용족.

환국과 달리 조금만 연습해도 실력이 쑥쑥 늘었고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 반에서 잘한다는 말을 듣는 수준이 되었다.

그때부터 내 주 종족은 용족으로 변경되었다.

환국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단순히 취미로 생각했다면 계속 환국을 했겠지만 이미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은 상태.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환국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순 없었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초등학교에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갈 때쯤 신들의 전쟁을 잘하는 신입생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졌을 정도였으니까.

첫 수업이 있던 날 3학년 형들이 교실로 찾아왔던 건 자랑 아닌 자랑이다.

그때 일을 정리한다면.

아아. 우린 그때 다들 미쳐있었죠.

정도이려나?

확실히 내가 재능이 없던 건 아니었다.

당시 학교에서 최고라 불리던 선배들을 모두 꺾었으니까.

눈치 없게 안드로메다로 관광을 보내는 바람에 뒤지게 처맞을 뻔 한 건 비밀.

그때 다른 형들이 말려주지 않았다면 키보드나 마우스를 잡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생명의 은인이군.

그 후 소문이 퍼지고 퍼져 동네에서 최고라는 소리를 들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했다하면 승리했으니까.

이때 엄마에게 정식으로 선언했다.

내 꿈은 프로게이머가 되는 거라고.

당연히 반대를 예상하고 돌아 올 질책에 지레 겁먹어 눈을 질끈 감았지만.

웬 걸.

“그래. 승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구나. 꼭 잘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

돌아온 건 응원이었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난 더욱더 힘을 얻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목표를 되새겼다.

반드시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어서 하나 뿐인 엄마에게 호강을 시켜주겠다고.

어릴 적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자식 둘을 혼자 키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고생만 한 우리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좋은 집도 사주고 좋은 밥도 사줄게!

그 기세를 몰아 커리지 매치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암담했지 뭐.

쪽도 써보지 못하고 광탈.

마음만 먹는다고 다 통과할 리가 없지.

커리지 매치는 준프로가 되기 위해 치르는 대회로 지역 대회 1년에 총 4회가 개최된다. 해당 지역에서 우승을 하면 준프로 자격증이 주어지고 준프로 자격증이 있으면 추후 프로게임단의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다.

기세가 하늘을 뚫을 듯 올라있던 나는 과감히 공격적인 빌드를 선택했고 64강에서 아무 것도 못해보고 패배했다.

한참 지난 후에 안 사실인데 이미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미 최고의 재능을 가진 녀석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프로게임단 온라인 연습생으로 데려 온다고 했다.

운 나쁘게 처음에 붙었던 녀석이 그런 녀석이었다.

프로게임단 코치가 붙어서 짜준 전략을 선택하는 중학생.

그리고 그날 꼴리는 대로 전략을 선택하는 중학생.

이미 승패는 시작 전부터 결정이 나있었다.

인생의 첫 좌절.

슬럼프는 오래 가지 않았다.

재기발랄한 중학생이었으니까.

엄마의 위로도 큰 힘이 되었다.

한 이틀 슬퍼하고 넘겼다. 어쨌든 동네로 돌아오면 난 무적이었으니까. 오히려 자신감을 찾기 위해 동네 친구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 몇 번의 고비를 마신 난 고등학교 때 커리지 매치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설거지를 다 마쳤다.

2층으로 올라가기 전 힐끔 1군 연습실을 바라보았다.

자리에 앉아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1군 선수들.

아. 겁나 멋있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는 것도. 승리의 기쁨을 가볍게 만끽하는 것도.

모든 것이 부럽고 멋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멋지게 이온음료도 마시고. 방금 했던 게임에서 좋았던 것과 나빴던 것을 코치나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입맛을 다신 난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2층 계단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마치 양반과 쌍놈의 경계처럼 1군과 2군도 지내는 공간이 나뉘어있다.

1층은 1군들의 공간.

2층은 2군들의 공간.

같은 건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설은 극과 극을 보여준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 억울하면 실력을 키워 1군이 되거나 팀을 떠나라.

일종의 자극.

실제로 팀을 떠난 2군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나야 솔직히 나가야 갈 곳도 없......아니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이 곳에 꿋꿋하게 남아있는 중이다.

“형은 무슨 생각하길래 그런 눈빛하고 있어? 설거지 하고 왔으면 게임이나 한 판 하자.”

나에게 말을 걸어온 녀석의 이름은 임형규.

나와 같은 2군 프로게이머다.

이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녀석이기도 하다.

2살 어린 녀석이지만 서로 편하게 말을 주고받는다.

내가 1군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녀석도 단 1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내 입장에선 형규가 1군에 1번도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2군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지니고 있는 녀석이 형규였으니까.

종종 1군 선수들을 잡아주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1군에 불려가는 일은 없었다.

종족은 마수로 내 종족인 용족보다 상성에서 훨씬 앞서는 종족이다.

신들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자원을 많이 먹고 싸워 승패를 겨누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자원엔 철과 금 2가지가 있다. 철은 전장 제작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본진에 8덩이 씩 배치되어있다. 반면 금은 많아야 2개고 보통 1개다.

즉 철보다 금이 훨씬 얻기 힘든 자원이란 뜻이다.

실제로 고급 유닛일수록 금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신들의 전쟁엔  총 3 종족이 존재한다.

환국과 용족, 마수가 바로 그 것이다.

환국의 가장 큰 특징은 단단함이다. 3 종족 중 유일하게 건물을 수리할 수 있는 종족이다. 달리 방어의 종족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빌드를 사용하던 상황을 5:5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운영을 통해 불리함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랭킹 1위의 게이머가 환국 게이머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용족은 강하다.

유닛 하나하나가 다른 종족의 유닛보다 강하다. 하지만 가격 역시 비싸다. 다른 종족과 달리 체력이 용력과 체력으로 나뉘어 있는 한 번 타격을 입으면 회복할 수 없는 체력과 달리 용력은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차오른다.

초반엔 단순 무식하게 상대하는 것 같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조합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게임 양상이 흘러간다. 어떤 종족전이든 한 번 조합이 깨지면 유리한 상황이라도 역전을 허용하라 수 있다. 단단한 환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래서 내가 환국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용족 게이머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남자의 종족.

용족의 느낌이 바로 이 것이다.

이스포츠 특성 상 여자 팬보다 남자 팬의 수가 많다.

그런 남자 팬들의 피를 끓게 해주는 종족이 바로 용족이다.

무대포 정신.

뚫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지만 부딪쳐야하는 쾌남의 향기가 물씬 풍겨지는 종족이 바로 용족이다.

마수는 물량 위주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에 좋은 종족이다. 용족처럼 시간이 지나면 손상 된 체력이 조금씩 차오른다. 다른 점은 용력과 체력으로 나뉘어있는 용족과 달리 체력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초반 공격 유닛인 마견은 다른 유닛과 달리 한 번에 2마리를 동시에 생산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끔 극단적인 4일꾼이나 5일꾼 마견숲 빌드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그로기상태에 빠뜨리곤 했다.

이처럼 초반엔 변칙적인 공격과 단순 물량 위주의 플레이지만 후반으로 가면 운영 방식이 180도 바뀐다.

마법 유닛인 망태할배와 거구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난다. 이때부터 마수는 그 전의 마수가 아니다. 정교한 움직임과 시기적절한 마법으로 환국과 용족을 공포로 몰아간다. 사실 두 마법 유닛의 완벽한 활용은 굉장히 어려운 플레이다.

수많은 마수 게이머 중 10명정도나 완벽히 구사할까?

그마저 컨디션이 나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괜히 입문하기 가장 좋은 종족이 마수지만 가장 고수가 되기 어려운 역시 마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종족 간 상성은.

마수가 용족에게 강하고 용족은 환국에게 강하다.

그리고 환국이 마수에게 강한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

대충 정리하자면

마수 > 용족 > 환국 > 마수

인 셈인데 실상 느껴지는 체감은

마수 >>>>> 용족 > 환국 >> 마수

정도다.

쉽게 말해 용족이 최약체란 말이지.

내가 용족이라서 징징대는 것이 아니다.

실제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역대 신들의 전쟁 리그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한 종족은 환국이고 그 다음으로 우승을 많이 한 종족이 마수다.

용족은?

꼴찌지 뭐.

그냥 꼴찌가 아니다.

압도적인 꼴찌.

국내 신들의 전쟁 리그는 두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리그가 가장 상징성을 큰 대회인데 이 둘을 흔히 양대리그라 불린다.

양대리그를 우승한 환국이나 마수 선수는 수두룩한데 용족 선수는 단 1명밖에 없다.

몽상가 강명.

현재 최강의 용족이라 불리는 택뱅도 한 곳에서만 우승을 먹었지 양대리그를 우승하진 못했다.

15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양대리그 우승한 용족이 하나 뿐이란 걸로 용족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골라도 하필 이런 최약체 종족을 골라서...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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