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등장
위이이이이이이잉!
새벽 1시.
아프리카 라크리마 UN군 모르스주둔지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공습경보다.
의무병이 천막 문을 열어젖히며 외쳤다.
“닥터!”
“가지.”
김광석 교수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료진이라곤 의료봉사자를 포함해도 단 네 명뿐.
하루도 전투가 끊이지 않는 모르스 주둔지의 실태였다.
그들은 다 같이 앰뷸런스를 타고 총격이 있었던 북측 초소로 내달렸다.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운전병이 주의를 주었다.
“만에 하나 총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두 고개 숙이고 총격에 대비하십시오.”
의료진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밝음 속에서 어둠을 기억하게 하시고…….”
십자가에 입을 맞추며 신을 찾는 이들. 다리를 달달 떨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
오줌을 지리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이를 쭉 지켜보던 김광석이 긴장감을 덜기 위해 입을 열었다.
“도착하는 즉시 매뉴얼대로 움직입니다. 알렉스, 외상처치 매뉴얼.”
그러자 하버드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던 중 의료봉사에 참여하게 된 알렉스 맥케넌이 대답했다.
“현장에선 간단한 1차 처치만 한다! 그 후 후방으로 옮겨 2차 수술을 한다!”
“1차 처치 땐?”
“트리아지 태그(Triage tag: 응급환자 분류)를 합니다!”
“카드는?”
트리아지 태그를 할 땐 중증도에 따라 네 가지 색깔 카드로 표시를 한다.
카드를 확인한 알렉스가 크게 답했다.
“준비됐습니다!”
그사이.
그들이 탄 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했다.
“…지옥이 따로 없군.”
만연한 핏자국.
쓰러져 있는 군인들 모두 UN군 군복을 입고 있었다.
“으으으으……!”
“으아악! 사, 살려줘어… 흐흐흑!”
“엄마… 엄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너덜거리는 팔을 붙잡고 엄마를 부르짖는 병사, 옆구리가 뚫린 채 쏟아진 창자를 자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병사, 삶을 애걸하는 병사, 공포에 질린 병사, 의식조차 없는 이들까지.
창백한 얼굴의 김광석이 차에서 내렸다.
“상황은?”
어두운 표정의 지휘관이 답했다.
“안 좋습니다.”
“우리가 분류하겠네. 빨간색, 파란색 카드로 분류된 아군은 건물 안으로 옮겨. 나머진 이송한다.”
“옛썰.”
현장 지휘관이 경례를 붙였다.
김광석은 폐건물로 들어가 가방을 풀고 응급 환자를 받을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조금 지나자.
환자들이 들이닥쳤다.
“닥터!”
들것에 누운 환자가 피를 뿜었다.
“상태는?”
“이송되다 말고 돌아온 환자입니다! 혈압 80에 40, 맥박 40, 호흡 8, 체온 31도입니다!”
그 순간.
오르락내리락하던 환자의 가슴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어레스트(Arest: 심정지)입니다!”
뭘 해볼 새도 없이 숨이 멎은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사망 판정을 내리는 건 의사. 의사가 사망 판정을 내리지 않는 이상 환자는 소생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
김광석 교수는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그리고 심장을 압박하며 꺼진 불씨를 되살리려 했다.
1분도 안 돼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헉, 헉……!”
하지만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 환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처럼 제세동기도 없는 상황.
마침내 손을 뗀 김광석 교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사망 시간, 2019년 1월 4일 오전 4시 32분.”
의무병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사망선고를 내린 김광석 교수는 묵묵히 검정색 카드(T5: 사망)를 발목에 묶었다.
“아직 밤은 끝나지 않았네.”
그는 다음 환자를 찾았다.
그 순간.
번쩍!
반사광이 눈을 찔렀다.
아직 잔상이 남은 김광석의 시야로 왼팔에 총상을 입은 병사와, 그 앞에 메스를 쥐고 도사리는 한 남자가 들어왔다.
“어, 어어?”
옆에서 소리치는 의무병.
그때 정체불명의 남자가 총상환자의 가슴을 향해 매스를 찔러 넣었다.
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