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인하르트-52화 (52/60)

■ 제52장 모든 것을 이루는 이름이여 □

"우와아아아!"

쏟아지는 함성 소리.

펑펑펑!

마른하늘에 쏘아진 수많은 폭죽들.

함성 소리의 한가운데.

백마를 탄 채 유유히 망토를 걸치고 선두에 걸어가는 잘생긴 미청년!

바로 슈레이더 왕국의 로엔그람 후작이었다.

이번 전쟁으로 '노스'라는 거짓말쟁이에 불과했던 그의 별명은 어느새 여신의 아들이라는 별명으로 바뀌었다.

4만의 병력으로 10만을 고작 1만의 피해만으로 단숨에 몰아쳐 대승을 거둔 사나이!

슈레이더 왕국군의 병사들은 가슴을 당당히 펴고 웃음꽃을 피우며 들어왔다.

국민들의 함성 소리는 그들의 행렬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손 한번 흔들어 주십시오, 사령관 각하."

찰트의 귀띔에 이안은 되레 기분이 좋아졌다.

이안이 손을 흔들어 주자 그의 미소를 받은 여인들의 마음속엔 불길이 일렁였다.

여신의 축복으로 인해 이안의 매력이 유감없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이런 것은 어디서든 일어나는 것이었기에, 이안은 잔잔한 미소와 함께 왕궁 안으로 들어왔다.

왕궁 안으로 들어오자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여인.

이안은 그 여인을 보자 반가움부터 생겼다.

이안이 손을 들어 올리려고 하자, 그녀는 등을 홱 돌리며 쀼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흥!"

세리아였다.

이안은 세리아의 삐친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왔지만 차마 입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만약 뱉었다가는 이 여인의 삐침이 더 심해질지도 모르니까.

"다 봤어."

'그니까 뭘…….'

이안은 세리아의 얼굴을 주시했다. 세리아는 갑자기 이안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홱 돌렸다.

"네, 네가 아까 들어오면서…… 아니, 아무튼 간에 그 웃음은 너무 비겁하단 말이야!"

아닌 게 아니라 이안이 실실 웃고 있었다. 안 본 몇 달 사이에 이 여인은 너무나도 귀여워져 있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여긴 웬일이야?"

"로엔그람 상단주로서 전하가 친히 초대하셨어."

"왜?"

갑자기 세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붉은 앵두 같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하지만 다시 다물어 버렸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선뜻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그래. 아무 이유도 아니야! 아무튼 난 먼저 가서 좀 쉴게, 전쟁영웅 씨!"

이안은 씨익 웃었다.

"그래. 이따 보자, 삐침쟁이 씨."

"뭐, 뭐라고?"

이안은 디멘션 스텝을 이용하여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세리아는 분통이 터진다는 듯 벽을 거세게 차 버렸다.

"푸훗!"

카이어스 국왕은 이안이 세리아와 얘기한 것을 그대로 전해 듣더니 웃기 시작했다.

이안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전하?"

"푸후후! 그건 왜 세리아 양이 얼굴을 붉힌 건지 알기 때문이죠."

아니, 한 나라의 왕이 여인의 마음까지 알아볼 수 있단 말인가.

이안은 조금 답답하다는 듯이 그 이유를 캐물었다.

"어째서입니까?"

"고위 급 귀족들은 저마다 부인이 있기 마련이죠. 한 명이 됐든 두 명이 됐든 수십 명이 됐든 간에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 왕국의 고위 급 귀족 중 한 명에겐 부인이 없어요."

이안은 별 생각 없이 물었다.

"그게 누굽니까?"

"제 앞에 있는 사람이죠."

"……."

이안의 나이도 어느덧 21살이 되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20살 정도면 약혼은 물론이고 결혼까지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이제 후작도 부인이 생길 때가 되었으니까요."

"……."

카이어스 국왕은 살짝 웃음을 터트리더니 화제를 돌렸다.

"사실 처음에는 위태위태했다고 들었어요."

"전쟁 말입니까?"

"예."

이안은 그때를 회상하며 살짝 웃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이요? 하하하! 전쟁에서 운으로 대승을 거둔다는 전례는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도대체 어떻게 이긴 거죠?"

분명히 전략에 대해 보고를 올린 바가 있었다.

하지만 카이어스 국왕은 이안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별거 없습니다. 전리품을 모두 나눠 주겠다고 하니 모두 죽기 살기로 싸웠습니다. 그리고 이긴 겁니다."

카이어스 국왕의 눈이 커졌다.

"전리품을 말이에요?"

"예! 그래서 황송하오나 왕궁에 헌납할 전리품은 보석류나 갑옷, 무기 등밖에 되지 않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아니에요. 다만, 전리품을 나눠 준 전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 왕궁에 헌납할 전리품은 이번 대승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 승리로 프라스 제국의 기세가 한풀 꺾어 들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전하, 그럼 저는 이만 쉬도록 하겠습니다."

카이어스는 떠나려는 이안의 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들었으면 묻고 싶었고, 만약 듣지 못했으면 그냥 내버려 두려는 심산이었다. 그만큼 카이어스가 중얼거린 소리는 매우 작았다.

하지만 이안의 청각을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입니까, 전하?"

카이어스 국왕의 마음이 변했다.

"아니에요, 하핫! 이만 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전하."

이안은 곧바로 대전을 나갔다.

혼자 남게 된 카이어스는 씁쓸하게 웃었다.

"당신을 잃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려워요. 하지만 당신은 우리 왕국의 그릇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요. 아니, 잡을 수 없어요. 당신은 이 왕국의 그릇보다도 더 거대한 그릇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릇을 지니고 있을 테니까요. 다음에 만날 때는 저와 동등한, 아니, 저보다 훨씬 높은 자리에 올라 있겠죠. 대륙에 우뚝 선 그 자리 말이죠. 라인하르트 황태자여, 잘 가요."

"네가 아까 왜 얼굴을 붉혔는지 알 것 같아."

"그, 그래?"

이안은 괜히 그 얘기를 꺼내서 세리아가 얼굴을 다시 붉히게 만들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안이 말꼬리를 흐리자 세리아는 기대하는 눈치로 눈을 반짝였다.

"뭔데?"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 줄 수 있겠지?"

예상했던 대답이 아닌 이안의 질문에 세리아는 멍하니 서 있었다.

"모든 것이라니? 어떤 것을 말하는 거야?"

"이 대륙의 정점에 서는 그 순간."

"지금도 이미 충분히 정점에 서고도 남았잖아."

"아니, 부족해.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 줘."

이안은 세리아를 바라봤다.

세리아는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는 못 기다려."

이안이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도 맑아 보였다.

"고마워, 사랑하는 여인이여……."

세리아의 붉은 얼굴이 더 붉어졌다.

"나, 나도……."

이안은 만상귀일신공을 펼쳤다. 눈을 감고 오랜만에 가부좌를 틀어 앉았다.

'왜?'

왜 황제가 돼야 하는가.

왜 대륙의 정점에 서야 하는가.

그 질문에 지금까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숙명이기 때문에?

이런 대답은 자기합리화를 위한 말일 뿐이다.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순리대로 흐르는 것을 바랄 뿐. 이 세상은 영웅을 원했고, 뿔뿔이 흩어져 있는 라인하르트 대제국의 국민들은 재건을 원했다.

레더린과 찰트는 20년이나 황손을 찾아 나섰고, 그것을 위하여 병사들과 기사들, 마법사들을 양성했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흐를 뿐이다.

이안의 몸은 그 순간 눈부시게 빛났다. 만상귀일신공이 12성, 즉 대성을 하는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왼쪽 팔뚝에 새겨진 여신의 문장이 환하게 빛났다.

이안은 허공에 둥둥 떠 있다가 어느 순간 내려왔다.

그리고 한참 후에 눈을 살짝 떴다.

'드디어 이루었다.'

지금 당장 바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이안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청명심법도 필요 없었다. 반박귀진같이 무공을 익힌 흔적을 없앤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필요한 최소한의 마나만이 몸속을 맴돌았다.

현경.

이안은 그 경지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이안은 이 순간 두 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아아! 스승님.'

오늘의 자신이 있게 만들어 준 청성파 장문인과, 그런 청성파를 무너뜨린 귀창이 떠오른 것이었다.

* * *

이안은 한 달 후 곧바로 이지스 대평원으로 다시 3만의 군대를 이끌고 사라졌다.

그리고 4만의 병력으로 10만을 무찔렀듯이 오는 군대들 족족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이안의 군대를 막아서지 못했다.

물론, 이안이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면서였다.

소드 마스터와는 달리 그랜드 마스터는 소드 마스터 100여 명이 달라붙어도 치고 빠지는 식으로 싸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이안의 이름은 대륙으로 급부상하며 점점 대륙십강의 자리에 끼워 넣기 시작했다. 열 개의 자리는 모두 차 있는지라 이안의 자리가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이안의 자리가 생긴 것은 이지스 대평원에 프라스 제국의 또 다른 대륙십강인 포타르시스 공작이 오면서였다.

포타르시스 공작은 수십 년 전부터 프라스 제국을 지켜 온 제국공신으로서 라인하르트 제국을 무너뜨릴 때 큰 공헌을 세운 자였다.

경지는 소드 마스터 최상급으로 알려져 있고, 쾌검을 구사하는 레이피어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챙챙챙챙챙!

포타르시스 공작의 레이피어가 이안의 옆구리를 향해 좌우로 빠르게 들어왔다. 검이 얼마나 빠른지 좌우로 차례대로 뻗어지는 검이 마치 동시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안은 레이피어를 종이 두께 정도로 살짝살짝 피해 내며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은 이안이 간신히 피해 내는 듯 보였지만, 검을 찌르는 포타르시스 공작의 얼굴은 흑 빛으로 변했다.

검을 찌르고 있는 것이 자신인데 모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대는 이미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음을 말이다!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로서 수십 년간 프라스 제국을 지켜 온 제국공신인 자신이 이렇게 농락을 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얼굴이 붉어져서 더 빠르게 검을 휘둘렀지만, 이안의 눈은 정확히 그 검의 빠르기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점창파에 분광검법에 비견될 정도로 빠른 속도다.'

확실히 유라시아 대륙에서 분광검법과 비슷한 속도를 가진 검법이 존재한다면 익스퍼트들도 마스터를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분광검법은 눈으로 식별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여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분광검법의 스피드 정도는 눈을 감고도 피할 수 있게 된 현경의 경지였다.

'잘된 일이로군!'

포타르시스 공작의 문제점이라면 너무 돌격적인 성향이 깊다는 것이다. 그는 이안의 군대에 맞서 5만이나 되는 군대를 끌고 왔다.

'포타르시스 공작을 잃으면 오합지졸에 불과한 놈들이다!'

이안은 검을 집어넣으며 손가락 하나를 가볍게 튕겼다.

탕!

칠십육로무형지가 실로 무서운 속도로 포타르시스 공작의 미간을 강하게 공격했다.

'헉!'

포타르시스 공작은 신음을 집어삼키며 곧바로 몸을 팽이처럼 휘돌려 레이피어로 정확히 이안의 내공을 튕겨 냈다.

주르륵!

하지만 대륙십강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한 발자국이나 물러나는 치욕스러움을 당해야 했다.

'으으!'

포타르시스 공작의 얼굴이 무겁게 변했다.

이안은 가볍게 허공답보를 펼치며 공중에서 여러 차례 맹공을 펼쳤다.

지독한 독장인 최심장을 시작으로 이안이 알고 있는 장법이란 장법은 모두 펼쳤다.

쾅쾅쾅쾅!

그러자 공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포타르시스 공작은 입을 일자로 다물며 치욕스럽게도 땅바닥을 구르는 뇌려타곤으로 몸을 보존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펄럭!

이안이 빠르게 허공에서 땅으로 내려앉자 낮은 자세로 포타르시스 공작의 가슴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쾅!

"컥!"

폭발음과 비명 소리는 동시에 들리는 듯했다. 포타르시스 공작의 입에서 피가 토해진 것이다. 내가중수법에 당한 포타르시스 공작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약하다!'

분명, 포타르시스 공작은 대륙십강으로서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오른 인물이었다.

하나 그건 경지만 최상급일 뿐 예전에 이안과 싸웠던 이노센트나 디그라실 공작의 실력에 비해 역부족이었다.

이안은 그가 10미터나 멀리 날아가자 곧바로 허공으로 다시 뛰어올라 그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퍽퍽퍽!

내공이 실리지 않은 주먹이 계속해서 복부를 연타했다.

포타르시스 공작의 갑옷에 주먹 모양으로 낙인 같은 문양이 찍히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레더린은 이안의 진정한 경지를 보고 놀랐고, 그의 성장 속도에 놀랐다. 분명 자신이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익스퍼트 최상급에 불과했던 황태자다.

그때만 해도 엄청난 천재의 탄생이라며 쾌재를 불렀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륙십강의 포타르시스 공작을 떡 주무르듯 가지고 놀고 있으니 놀란 것이다.

"사령관님의 명이다. 활을 들어라."

아닌 게 아니라, 이안이 허공을 향해 손을 세 번 흔들고 있었다. 그것은 활을 들라는 사인이었다.

3만의 군대는 모조리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5만의 프라스 제국 군대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이지스 대평원에는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포타르시스 공작의 목이 몸과 분리되었다.

"모두 공격 준비!"

착착착착!

5천의 궁병들이 모두 활을 들어 올렸다. 2만 5천의 병력은 방패병과 창병, 그리고 기마병으로 나뉘며 각자 무기들을 들어 올렸다.

쿵쿵쿵쿵쿵!

병사들 전부가 발을 굴리며 대지를 진동시켰다. 그리고 북 소리를 시작으로, 나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 소리였다.

3만의 병력이 5만을 둘러싼 기묘한 상황!

그런데 그 기묘한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안은 포타르시스 공작의 목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지금 당장 항복해라! 항복하는 놈들만 살려 준다. 무기를 내다 버려! 어차피 너희들의 사령관은 죽었다! 너희를 구제해 줄 프라스 제국 또한 없다! 살고 싶다면 무기를 내버리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라! 그런 자들만 살려 주겠다!"

병사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프라스 제국군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개소리하지 마라! 항복하면 저놈들은 죽일 것이 뻔하다!"

바로 이 군대의 부사령관인 아크로 백작이었다. 소드 마스터인 그는 사령관이 죽었으니, 군사지휘권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당장 퇴로를 뚫어라. 어차피 놈들도 여러 차례의 전투로 극도로 피곤해진 상태다! 제국의 위상을 하늘 높이 올려라! ……커헉!"

아크로 백작은 할 말도 다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어느새 이안의 검이 그의 목을 꿰뚫은 것이다.

바로 현경의 경지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이기어검의 수법이었다.

검이 마법처럼 혼자 움직이니 그 모습을 바라본 프라스 제국군의 병사들은 하나 둘 무기를 땅에 내려놓았다.

이지스 대평원이 병장기 소리로 가득했다.

죽고 싶지 않은 병사들은 무기를 내버린 것이다.

그날 이안에겐 또다시 별명이 하나 붙었고, 다른 명예로운 자리도 하나 얻었다.

포타르시스 공작을 처치한 신진고수 로엔그람 폰 이안!

이제 이안은 공식적으로 대륙십강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리고 대륙은 이안의 행보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 * *

"……."

"이 대륙의 영원한 지배자이신 프라스 제국의 황제 폐하를 신 킹 제레브가 뵙습니다."

귀창은 부복 자세를 취하며 얼굴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라나이드 황제의 얼굴은 수척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일주일 전, 포타르시스 공작과 수많은 소드 마스터가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한 명에게 말이다.

"어서 오시오, 대공."

"폐하……."

귀창은 침을 집어삼켰다. 과거 혈파에 충성을 바쳤지만, 지금의 그는 그라나이드 황제에게만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그 소문 들었소? 슈레이더 왕국의 군대가 벌써 국경을 넘었다고 들었소이다."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폐하! 그가 아무리 대륙십강에 올랐다고 한들, 고작 서른 살도 안 된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군대를 걱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확히 이안의 파죽지세를 염려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귀창.

그라나이드 황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륙제패에 이런 문제가 생기다니……."

"폐하의 곁에는 충신들과 인재들이 많습니다. 그들로도 안 된다면 저라도 나서서 그를 막아 보겠나이다."

그랜드 마스터인 귀창의 말이었으니, 그라나이드 황제의 얼굴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대공만 믿소! 대공이 이번 일만 잘 처리해 준다면 대륙제패를 하는 순간 일등공신은 대공이 될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프라스 제국은 이안의 군대를 막기 위해 총 2겹의 방어막을 구축해 냈다.

프라스 제국 측에서는 '슈공대방어진'이라는 이름까지 지으며 그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슈레이더 왕국 공격 대방어진을 줄여서 하는 말인데, 이안은 그런 말을 듣고도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었다.

프라스 제국은 펠타온 제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의 병력을 내뻗은 상태였다.

전쟁으로 인해 국민들의 세금은 더없이 올라갔고, 젊은 사람들은 강제 징병되어 군사가 되었다. 바로 그런 군사들이 첫 실전으로 파견된 곳이 바로 슈공대방어진이었다.

정예병이란 농민의 아들이 1주일간 창을 휘두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뼈를 깎는 수련과 수많은 시간을 인내로 버텨야만 정예병 한 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프라스 제국은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정예병이라 하며 2만의 병사들을 1차로 수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안의 군대는 이미 7만에 이르러 있었지만, 수성을 하게 되면 3배의 병력으로도 공성이 힘들기 때문에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얘기였다. 이안은 단순히 머리를 쓸 것도 없이 홀몸으로 슈공대방어진 1차에 쳐들어가 강력한 무위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안은 2만의 병력을 전원 항복시키며 홀로 그곳을 걸어 나왔다.

사람들은 그를 칭송했고, 프라스 제국은 개망신만 당했다.

그리고 이안에게는 수없이 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붙었다.

여신의 아들!

기적을 만들어 내는 사령관!

최강의 대륙십강!

그 어떤 것들도 과분하기 이를 데 없는 거라며 이안은 혀를 끌끌 찼다.

사람들의 주목에도 이안은 오로지 자신을 단 하나의 이름으로만 부르기를 원했다.

청령!

그리고 그의 마음이 어느새 입으로 뱉어지자 사람들은 어려운 발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입에 붙이기 시작했다.

청령! 이제 사람들은 이안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