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8장 로엔그람 백작, 그리고 암습 □
슈레이더 왕국의 두 번째 소드 마스터!
그것은 실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사건이었다. 마스터가 도대체 무엇이던가!
기사들이 존경할 존재요, 병사들이 따를 존재가 아니던가.
이제껏 검이라곤 한 번도 잡아 본 적 없는 베리카 백작이지만 슈레이더 왕국에 있어서만큼은 마스터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정도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로이니스의 눈을 의심하던 그였지만, 이리도 젊은 나이인 마스터를 물어 왔으니 대견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시, 실례지만 나이를 물어봐도 되겠소?"
그렇다. 겉으로는 젊어 보여도 사실 마스터는 시간마저 비껴가는 이들이다. 보통 이십 년까지도 젊어 보인다 했으니 상대가 자신과 동년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제 스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백작 각하."
"흠흠! 방금 전 화를 냈던 점을 용서하시오. 사실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소."
"아닙니다, 백작 각하. 저야말로 빨리 밝히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허허! 마스터께서 죄송하다고 생각하실 것은 없소. 그래, 돈을 빌려 달라고 하셨소?"
그의 말투는 아주 극진했다. 이안은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소드 마스터가 뭐가 부족해서 돈을……. 원한다면 빌려 드리겠소. 하지만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시겠소?"
"부탁이라면……?"
베리카는 이자를 꽉 붙잡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국왕파와 반국왕파의 차이는 현저히 심했다.
국왕파 쪽에 붙은 귀족이 2라면 반국왕파의 귀족이 8이다.
거의 충심만 남게 된 것이 국왕파 쪽이라는 얘기였다. 얼마 전에는 동부까지 완전히 집어삼킨 헤일론 백작이 거대화되고 있었기에 실제로는 힘 측정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국왕 전하를, 국왕 전하를 도와주시오!"
* * *
베리카 백작과 이야기를 끝낸 이안은 루시가 있던 방으로 향했다.
'귀족으로 만들어 준다라…….'
돈을 빌릴 필요도 없다고 하였다. 만약 국왕 전하를 도와준다면 당장 귀족으로 신분을 상승시켜 주며, 비옥한 토지의 영지까지 하사한다는 말도 있었다. 분명 백작의 힘으로는 힘들겠지만 소드 마스터인 이안이라면 응당 가능했다.
프로시안 영지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귀족이 되는 것도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분명히 슈레이더 왕국에서 귀족이 되기 위해서라면 국왕파 쪽에 붙어야 했다. 베리카 백작에게 듣고 나자 국왕파는 아주 처참했다.
반국왕파의 힘에 밀려 카이어스는 허수아비 왕에 불과했고, 심성이 여려 제대로 된 통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분명 문제가 있는 왕이긴 하나 필립 후작이 그나마 남은 왕권마저 잡고 스스로 왕이 된다면 그것은 더욱 큰일이었다.
필립 후작의 심정으로 봤을 때, 거의 폭군이라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필립 후작은 헤일론 백작과 프로시안 남작의 영지전에서도 그의 입김이 닿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습니다.'
이안은 프로시안 영지를 되찾기 위해 국왕파에 몸을 던졌다. 그것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죽어 간 프로시안 영지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헤일론 백작에게 복수를 해야만 했다.
달칵!
어느새 루시의 방에 도착한 이안은 방문을 열어젖혀 안으로 들어갔다.
루시는 마혈을 점혈당해서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질문? 아까같이 질문과 답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그저 내 대답을 강요하는 거야?"
대답을 강요한다면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담 이번엔 제가 먼저 질문을 하지요. 필립 후작이 오늘 국왕 전하를 암살하겠다는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곤란한데?"
"대답해 줄 수 없는 것입니까?"
루시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음…… 뭐, 맞아. 우리가 얻은 정보로는 반역을 위해 그가 우리에게 특급 어쌔신을 고용해 갔으니까."
"……."
"그렇다면 이번엔 내가 질문. 내가 어째서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지?"
"당신같이 젊은 나이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라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 쉐도우 로드가 개입했다고밖에 볼 수가 없을 테니까요."
"어머? 지금 그것이 자기 자랑이라고 봐도 되나? 내가 볼 땐 나보다도 젊은 주제에 대륙십강의 수준에 오른 자기가 더욱 대단해 보이는데."
이안은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칭찬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설마, 몰랐어. 쉐도우 로드의 존재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어쩌다 알게 됐습니다."
사실 베리카 백작과의 대화로 많은 것을 알게 된 이안이었다. 베리카 백작은 과연 상인답게 많은 정보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안은 루시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마혈을 풀어 주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행동으로 봐야 할까?"
"질문은 끝났고, 알아야 할 것은 이제 없으니까요. 돌아가도 좋아요. 집으로 돌아가든, 어쌔신들과 합류를 해서 국왕 전하를 습격하든 상관 안 할게요."
"지금 내가 널 공격할지도 모르는데?"
"해도 좋아요."
하지만 이제 마혈이 풀린 루시로서는 불가능했다. 거의 며칠이나 꼼짝없이 있었던 루시였다. 갑자기 몸을 잘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루시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 됐어. 네 말대로 일단 돌아가 주지."
"하지만 명심해 둬요.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때는 정말 죽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경고야?"
이안이 능글맞은 태도로 웃었다.
"글쎄요."
"다음에 올 때는 쉽게 안 져."
"기대할게요."
"그거 알아? 넌 남자로선 최악이야."
"그건 피차 마찬가지일 텐데요."
"흥!"
덜컹!
루시는 그대로 문을 세게 닫고서는 나가 버렸다. 이안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국왕파에 붙은 이상 입장을 확실히 정해야 했다.
이안은 모든 일행들을 불러 파티에 참여하라 일렀다.
그리고 이안 자신 또한 왕을 맞이하기 위해 옷단장을 단단히 준비를 했다.
귀족이 되기 위해서.
귀족이라면 왕의 생일 파티에 참여하여 연회장으로 가야 함은 당연했다.
파티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로이니스는 정신없이 옷단장을 하며 분을 찍어 발랐다. 그리고 오랜만에 머리를 말았다. 오늘은 슈레이더 왕국의 행사에 있어 제일 중요한 날이었다.
치장을 끝낸 로이니스의 방으로 베리카 백작이 안으로 들어왔다.
"너희들은 이만 나가 보거라."
"예."
옆에서 거들던 시녀들이 조용히 방을 나가자 베리카 백작이 의자에 앉았다.
"여기까진 무슨 일이세요, 아빠?"
"화이트 경 말이다, 그가 마스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자기 입으로 말했어요?"
"그러더구나."
"예, 물론 알고 있었어요."
로이니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베리카 백작은 잠시 후, 기대되는 눈치로 로이니스에게 물었다.
"넌 화이트 경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
갑자기 귀고리를 달던 로이니스의 손이 멈추더니 베리카 백작을 쳐다봤다.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그는 소드 마스터다. 귀중한 인재란 말이야. 국왕파에 몸담기로 했으니 이제 그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그 말은……."
한마디로 남편으로 점찍어 두라는 말이었다. 로이니스는 갑자기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연모하고 있었느냐?"
"……."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베리카 백작은 생각보다 일이 술술 풀려 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다행이구나. 괜히 이 아버지는 너한테 쓸데없는 것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힘들 거예요."
"힘들다니? 너의 미모를 보고 넘어오지 않는 남자도 있었단 말이냐."
"보셨잖아요?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을요."
"……."
베리카 백작은 갑자기 신음을 삼켰다. 로이니스의 미모는 분명 사교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렸을 정도라, 슈레이더 왕국에서 그녀의 미모를 모르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웃긴 일은 일개 시골 영지인 프로시안 영주의 영애인 세리아의 미모는 로이니스를 능가하고 있었다.
로이니스는 검지로 거울에 작은 원을 연신 그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게다가 그는 저에게 관심조차 없어요. 그저 철없는 귀족 아가씨라고 생각할 뿐이죠. 그에 반해 세리아 언니에게는 많은 관심을 주죠. 세리아 언니도 마찬가지고요."
"네가 정 그렇게 말한다면 알았다."
"미안해요, 아빠. 이번에는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해서. 헤헤!"
철없이 배시시 웃는 로이니스의 모습은 슬픔을 감추기 위한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그 큰 눈망울에서는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아니다. 그게 하늘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지."
* * *
이안 일행은 베리카 백작과 함께 왕궁으로 들어갔다.
베리카 백작의 사두마차는 지방에서 건너온 시골 귀족들의 기를 죽일 만큼이나 웅장했다. 또한 줄을 설 필요도 없이 먼저 길을 열어 주었다. 슈레이더 왕국에 있어 베리카 백작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일행들은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이 가까운 방으로 배정을 받았다. 그곳에서 시녀들이 건네주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곧바로 베리카 백작에게 끌려갔다.
"어디에 가시는 겁니까?"
"전하를 알현하러 가는 게요. 아직 파티가 시작하지 않았으니 전하께서 궁에 계실 것이오."
그렇게 말하는 베리카 백작이 이안의 옆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분명 로이니스가 말한 대로 미모에서는 거의 여신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작의 영애였기 때문에 귀족으로서의 조숙함이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저 여인이 화이트 경의 연인이었다는 말인가? 음.'
분명 그 둘은 티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옆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질투심을 유발시켰다. 우연히 눈이 마주치면 히죽거린다든지, 재미난 얘기들은 둘이서만 즐기며 웃고 떠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왕이 머무는 궁이 별로 남지 않은 그때, 어디선가 모르게 필립 후작이 옆에 호위기사를 대동한 채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오, 베리카 백작이 아니신가? 오랜만에 보는군."
마치, 자신의 측근을 보는 듯 기쁜 표정이었지만 베리카 백작은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살짝 내렸다.
"필립 후작께서 여기까진 어인 일로? 혹 전하를 뵈러 오셨는지요?"
"하하하! 그러려고 했네만, 전하께서 문을 닫으시고 열어 주질 않는군. 원, 요즘은 얼굴 보기가 힘드니. 할 말이 있었네만, 파티장에서 해야 될 듯싶어."
"그렇습니까?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하는 게 어떠한가? 난 유능한 귀족을 매우 좋아한다네. 물론 오늘뿐이겠지만."
베리카 백작을 반국왕파로 끌어들이고 싶은 야욕이었다. 그의 말에는 오늘이라도 발을 돌려 선다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었다.
"시간이 난다면 그리하겠습니다."
"하하! 알겠네."
"자, 가세."
베리카 백작은 일행들을 이끌고 모두 사라졌다.
그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서는 필립 후작은 혀를 끌끌 찼다.
"이런, 쯧쯧. 상인이라는 자가 저렇게 아둔해서야. 이미 슈레이더 왕국은 내 손아귀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모를 리도 없고. 눈칫밥 먹고 산 지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결국 국왕파로 있겠단 말인가.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아스만?"
"……."
"아스만?"
실버 소드 기사단의 부단장 아스만이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더니 몸이 굳어 버려서는 한참 후에야 굼뜨게 대답했다.
"……예? 아, 옛, 후작 각하."
"무슨 일인가? 갑자기 베리카 백작을 보고 나더니 땀이 흥건해진 것 같네."
"아, 아닙니다. 왠지 익숙한 얼굴을 봐서 말입니다."
"베리카 백작이 말인가? 아니면 그 일행들 중에?"
"아닙니다. 제 착각이겠지요."
"나 원, 이 친구가 섭섭하게시리. 결국 혼자만 알겠다는 건가?"
"……."
아스만은 대답하지 않고 단지 지나간 이안 일행을 뒤돌아보았다.
'착각이다. 그가 여기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오러를 무차별하게 박살 내던 피스트 마스터가 떠올랐다.
아스만은 고개를 내저으며 필립 후작의 뒤를 잠자코 따라갔다.
"베리카 백작께서 드셨사옵니다, 전하."
"들라 이르게."
끼익.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국왕 카이어스는 치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녀들의 손이 분주해진 가운데 카이어스는 베리카 백작이 들어오자 손을 들어 올렸다.
"이만 나가 보거라. 나중에 다시 부르겠다."
"예, 전하."
시녀들이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치더니 작은 문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을 위해 만들어 놓은 문인 모양이다.
"어서 오세요, 백작. 기다렸습니다."
"신을 기다리셨다니 가문의 영광이옵니다, 전하."
베리카 백작이 고개를 숙이자 그 뒤 일행들도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신 베리카 폰 로이니스가 전하를 뵈옵니다. 오랜만이에요, 전하."
새침한 표정이지만 카이어스는 허허 웃을 뿐이었다. 로이니스의 이런 모습은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로이니스, 정말 예뻐졌구나. 에잉, 이거 원. 네가 이렇게 아름다워질 줄 알았다면 왕비를 너로 맞이했을 것이다."
"전하, 왕비 마마께서 들으셨다면 경을 치실 것이에요."
분명 카이어스의 부인, 즉 이 나라의 국모인 왕비 또한 외모만큼은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였다. 농담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행들은 웃으며 넘어갔다.
"그래, 백작, 그 뒤에 있는 분들은 누구신지요?"
"화이트 폰 이안이라 하옵니다."
"소인은 칸이라 하옵……."
"……."
이안은 왕을 처음 뵙는 자리였던 터라 몸이 경직돼서 거의 움직일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이안뿐만 아니라 일개 4서클 마법사인 칸이나 지방 영주의 영애였던 세리아 같은 경우는 황송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가만! 세리아라면 혹 프로시안 남작의 딸이십니까?"
"예, 전하. 이 모습을 아버지께서 보셨다면 분명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카이어스는 살짝 몸을 떨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세리아가 갑자기 펄쩍 뛰었다.
"저, 전하! 이게 무슨 일이옵니까? 어서 고개를 드시지요."
왕이 고개를 숙인다니!
그런 소리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세리아였다. 분명 왕은 세리아에게 사과를 구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세리아. 제가 그때 힘만 있었어도 영지전을 막아 봤을 터인데. 지금 와서는 정말 미안합니다. 면목이 없어요."
"아닙니다, 전하. 저희야말로 힘이 없던 터라 백작에게 졌을 뿐입니다."
그동안 잠자리가 뒤숭숭했던 카이어스였다. 분명 남작에게는 미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야욕을 드러내는 필립 후작을 막아설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백작, 저에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이분들인가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카이어스는 그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분명 오늘 도움을 줄 것 같은 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화이트 경, 보여 드리게."
"옙."
이안은 성큼성큼 걸어서 한쪽에 걸린 장식용 검을 뽑아 들었다. 왕을 알현하기 위해서는 병기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츠츠츠!
가벼운 마나의 소용돌이. 그것은 분명 마나보유고(단전)에서 내공이 들끓는 소리였다. 내공은 서서히 몸을 타고 이동하더니 손에 쥐인 검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웅웅웅!
검의 시끄러운 공명 소리.
하지만 장식용 검신의 위에서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푸르스름한 오러 블레이드가 1미터 가까이 솟아올라 있었다.
"소, 소드 마스터! 배, 백작! 설마 오늘 소개해 준다는 사람이 이분이었나요?"
"예, 전하. 유일하게 헤일론 백작을 막아설 수 있는 비장의 카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화이트 경이 전하의 신변을 책임질 것입니다."
"놀라워요, 백작."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소드 마스터의 등장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 그럼 화이트 경이라고 했나요?"
"예, 전하."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보세요."
마스터란 응당 인재였다. 어느 왕국이나 제국에서도, 기사의 나라인 펠타온 제국에서도 마스터는 매우 보기 드물었다.
"귀족의 자리와 동부에서 헤일론 백작령과 프로시안 남작령에 가까운 영지를 내어 주십시오."
아주 당연한 요구였다.
"어째서 동부를 달라고 하시는 거죠?"
"그것은 제가 한때 프로시안 남작님의 기사였기 때문입니다. 기사란 무릇 주군의 복수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옙, 전하. 이번 일이 잘 성사되고 영지에 돌아가게 된다면 헤일론 백작에게 전쟁을 선포할 생각입니다. 그때 윤허를 내려 주십시오."
"좋아요, 화이트 경. 그럼……."
카이어스는 한쪽에 걸린 지도를 가져왔다. 이안은 그 지도에서 프로시안 남작령이 백작령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며 신음을 삼켰다. 세리아 또한 거의 마찬가지였다. 칸은 애초에 바라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렸다.
"이곳이라면 어때요, 화이트 경?"
카이어스가 찍은 곳은 거의 후작령에 가까울 정도로 방대한 땅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그곳보다도 헤일론 백작령과 가까운 곳을 찍었다.
"이곳을 원합니다, 전하."
"이곳이라면 아마……."
로엔그람 영지.
단승 귀족이었던 로엔그람 자작은 얼마 전 병마에 시달려 세상을 떴다. 단승 귀족이라 하면 자식에게 영주의 직위를 남길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아들들은 평민으로 강등되고 몇몇 왕궁에서 파견 나간 사람들로 간신히 영지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자작령이라고는 해도 영지민은 고작 2만 명. 평균 3만 명에 가까운 것을 생각했을 때 적어도 너무 적었다.
"자작령인데도 상관없나요, 화이트 경?"
"땅이라면 장안의 숲이라도 받겠습니다."
"미안하지만 화이트 경, 작위 수여식을 초라하게 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길 바라요."
"어떠한 모습이라도 전하께서 내려 주신다면 영광으로 일삼겠습니다."
하얀 검신의 롱 소드를 뽑아 올린 카이어스는 이안의 양어깨와 머리에 맞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화이트 폰 이안은 앞으로 로엔그람 폰 이안으로 백작의 작위를 받아 왕국의 평화를 지킬 것을 맹세하시겠습니까?"
영지가 바뀌면 성을 바꿔야 한다. 이안은 몇 달간 사용했던 화이트라는 성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 맹세하겠습니다, 전하."
"백작이 되신 것을 축하해요. 로엔그람 백작."
"허허! 이거, 자유기사에서 곧바로 백작으로 오르다니 고속 승진이구만, 로엔그람 백작."
"베리카 백작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여기저기에서 축하 메시지가 전해졌다. 그 후로는 간단하게 백작을 승인하는 국왕의 친필 서한이 적혔다.
"로엔그람 백작, 베리카 백작. 그럼 잠시 후 파티에서 뵙도록 해요."
"예, 전하. 신들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아, 그리고 로엔그람 백작, 파티장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이곳으로 다시 오실 수 있겠나요?"
"물론입니다, 전하."
어차피 신변을 보호하게 된다면 그래야 할 것이다. 이안 일행은 모두 뒷걸음질 치며 사라졌다.
터벅터벅.
이안과 세리아는 단둘이서만 정원을 거닐었다.
"흥! 아주 입을 귀에 걸치시려 하는군요, 로엔그람 백작님?"
"그렇게 보여요?"
세리아의 투덜거림을 이안이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후후!"
백작이 된 것이 나쁘지는 않다. 분명 백작이라는 작위는 어딜 가서라도 꿀리지 않을 테니까.
세리아는 갑자기 이안의 손을 잡더니 명랑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녀의 이런 모습은 절대 바깥에서는 보여 주지 않았다. 오로지 이안의 앞에서만 그랬다.
그녀를 외적으로만 바라본다면 아름답고 조숙한 여인일 테니까.
"여자는 내숭 덩어리라더니……."
"응? 뭐라고 했어?"
세리아가 갑자기 팔을 잡아당기더니 이안 앞으로 얼굴을 바짝 밀었다. 이안은 갑자기 당황하더니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아뇨,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세리아는 미심쩍은 눈초리로 이안을 쳐다봤다.
"거짓말. 분명 뭐라고 했는지 다 들었단 말이야."
"알면서 물어봤단 말이에요? 저 괴롭히는 것을 취미로 가지고 계시다니, 아가씨께서 악취미를 즐기시는군요."
이안이 히죽거리며 웃자 세리아도 그제야 웃음보를 터트리며 한동안 웃었다.
"호호호!"
"하하하!"
얼마나 웃었을까.
눈물이 날 정도로 웃던 세리아는 조용히 이안의 양손을 잡으며 눈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아가씨라도 안 해도 돼. 아버지가 죽은 이후 난 평민이니까. 말을 놔도 좋고. 나만 말을 놓는 것은 불공평하잖아."
"그럴게요. 아니, 그럴게."
말을 놓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마치 처음부터 말을 놓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헤일론 백작령 옆에 영지를 달라니? 로엔그람 영지의 사병으로는 영지를 탈환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분명 그랬다. 로엔그람 영지민은 고작 2만.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사병의 숫자는 고작 이삼천 정도일 뿐이다. 기사단도 두 개를 운용하고 있는데, 각각 기사들은 20명씩 이루어져 있지만 그리 높은 수준의 기사들은 아니었다.
그에 반해 프로시안 영지까지 집어삼킨 헤일론 백작령은 동부의 왕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세력이 매우 컸다. 광산까지 개발할 터이니 돈은 풍족할 것이요, 장안의 숲을 개척하니 땅이 풍요로울 것이다.
그런 밑바탕이 깔린 곳에서 전폭적인 지원의 병사들은 당연히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게다가 그들은 수성을 하지만 이안은 공성을 하는 입장이었다.
"사병이라면 다른 곳에서 끌어올 수 있어."
"용병을 말하는 거야?"
"용병과는 개념이 좀 달라."
반프라스.
프라스 제국을 절대적으로 싫어하며, 과거 라인하르트 제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자들.
레더린이 대장으로 있는, 적어도 본대만 5천명이 넘는 군대가 이안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수도에 온 이유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야."
"그들?"
"과거 라인하르트 제국의 후작인 레더린. 그리고 5서클 마스터 찰트."
왕의 윤허만 떨어지면 그들을 로엔그람 영지로 데려와 사병으로 키울 것이며, 그곳에서 점차 힘을 키울 생각이었다.
"난 절대 헤일론 백작을 두고 볼 수 없어. 이젠 같은 백작으로서 놈의 영지를 탈환할 생각이니까."
"그래……."
세리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이 영지를 탈환하는 것은 좋았지만, 적어도 아버지의 복수만큼은 자기 손으로 하고 싶었던 탓이다.
"이만 들어가자. 난 국왕 전하를 뵈러 가야겠어. 먼저 연회장으로 가도록 해."
"알았어. 칸 아저씨랑 곧바로 갈게."
* * *
음유시인에게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은 흥겨웠으며, 음식은 기름져 맛이 깊었다. 수도 아르텔 곳곳에서 축제판이 벌어져 광대들은 춤을 췄고, 국민들은 즐거워했다.
위이이잉!
검을 담고 있는 목곽 상자가 가볍게 떨림을 전해 온다.
착각일까? 아니다.
그 떨림은 점점 강해지기만 했다. 이윽고 목곽 상자가 부셔질 만큼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헤일론 백작은 그 목곽 상자에서 검 하나를 꺼냈다.
제국검.
라인하르트 제국을 상징해 주는 검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그의 손은 깊은 화상을 입은 것인지, 불에 당한 상처로 가득했다.
"네가 이렇게 떨린다니, 이 주위에 누가 있다는 것이더냐."
헤일론 백작은 검을 검집에 넣더니 왕궁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향한 곳은 연회장이었다. 연회장에 도착하자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드디어, 드디어 나의 검으로 만들었는데……. 무엇이냐. 무엇이 너를 이토록 떨리게 만드는 것이냐."
헤일론 백작은 왼손과 오른손 양손이 전부 화상으로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원하던 검을 손아귀에 쥘 수 있었다. 검이 반항을 한 것도 며칠, 헤일론의 강한 마나에 이기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물론 검을 잡으면 얕은 반항을 하긴 하지만, 이제 몸에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검이 이제는 매우 떨고 있다. 마치 옛 주인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
헤일론 백작이 연회장에서 누군가를 보자 몸 전체가 굳어 버렸다.
"괜찮으십니까, 백작 각하?"
그에게 얼굴이라도 들이밀 듯 지방 귀족의 한 자작이 헤일론 백작을 염려하며 물었다.
"비켜 보거라."
헤일론 백작은 그 자작을 옆으로 강하게 밀어 버리더니 자신의 주위에 있던 귀족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슈레이더 왕국 최초의 소드 마스터인 만큼 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고이 집에 모셔 두었던 영애들이 온갖 치장을 하고 앞에 나타났다. 평소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헤일론 백작도 이 순간만큼은 여자를 거부하고 무시했다.
그의 눈길은 오직 한 곳에만 꽂혀 있었다.
분명 죽었다고 생각한 여자. 절벽에 떨어졌다며 보고가 올라왔던 여자가 자신의 눈앞에 실존하고 있었다.
프로시안 남작의 하나뿐인 영애 세리아가 자신의 눈과 마주치고 있었다.
그녀는 늘씬한 다리를 쭉쭉 내뻗으며 다가오더니 살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신지요, 헤일론 백작 각하?"
"사, 살아 있었단 말이더냐?"
"덕분에 고생 좀 했지요, 백작 각하. 아버지는 당신에게 돌아가셨고, 전 이제 평민에 불과할 테니까요."
"헌데 어찌 네년이 이 파티장에……."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연회장 바깥에서 위사의 외침이 들려온다.
"슈레이더 왕국의 위대한 지배자이신 카이어스 국왕 전하께서 납시셨습니다."
국왕파와 반국왕파로 나뉘어 파티를 즐기던 만큼, 갑자기 등장한 국왕에게로 시선이 돌려졌다. 국왕은 뒤에 하얀 망토를 휘날리며 안으로 들어왔고, 그의 옆에는 한 젊은 남자가 철통같은 표정으로 바짝 다가서서 함께 걸어왔다.
"짐의 파티에 이리도 많은 분들이 모이시게 되었으니 한없이 기쁘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하오."
카이어스가 짧은 연설과 함께 파티장 안으로 섞여 들어오자 필립 후작이 바짝 다가왔다.
"그간 평온하셨사옵니까?"
"숙부님께서도 표정을 보아하니 오늘 기분 좋은 날인 듯합니다."
"허허허! 폐하의 생신이온데 신이 어찌 기쁘지 않겠사옵니까? 헌데 호위기사가 바뀐 듯합니다."
"아, 소개해 드려야지요. 로엔그람 백작, 이분이 필립 후작이시라네. 나의 숙부이지. 인사드리게."
이안은 후작에게 살기를 내뻗으며 삐딱한 자세로 가볍게 인사했다.
"이번에 백작의 작위를 받은 로엔그람 백작이라 합니다. 귀가 따갑도록 듣던 후작 각하를 뵈어 가문의 영광입니다."
"그래, 그 나이에 백작이라고? 폐하의 눈독에 든 것을 보니 눈이 맑고 심지가 굳어 보이는구나. 아무쪼록 폐하를 잘 보필해 주길 바라네, 로엔그람 백작."
경고를 하는 듯한 필립 후작의 말에 이안이 당연하듯이 대답했다.
"그래야겠지요? 전하의 목숨을 위협하는 잔당들은 제 검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전하의 가족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
"하하하! 아직 로엔그람 백작이 귀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파티에는 익숙지 못한 것입니다. 이해하세요, 숙부님."
카이어스는 가볍게 그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해 웃어넘겼다. 필립 후작도 속으로는 열불이 터지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 내며 같이 웃어넘겼다.
"그럼 백작, 나의 옆에 붙어 있기만은 힘들 텐데 잠시 즐기다 오시오."
"명을 받듭니다, 전하."
이안은 곧바로 왕에게서 떨어지더니 세리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들어올 때부터 세리아를 찾아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백작. 이번에 백작으로 승급한 로엔그람 백작이라 합니다."
"너, 너는……!"
세리아와 마찬가지로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사내.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로 자신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붙였던 기사가 아니던가.
"백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기사가 단숨에 백작이 된다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소."
게다가 로엔그람이라고?
로엔그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영지다. 동부에서 자작이었던 자의 영지가 아니던가. 이웃에 가까운 영지이기도 하여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그 검, 헤일론 백작님이 들고 다니실 줄은 몰랐습니다."
위이이잉!
제국검 '로열'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지 검집에서 발버둥을 쳤다. 헤일론 백작은 마나로 위협하며 검이 나오는 것을 방해했다.
이안은 제국검 로열을 보며 미소를 짓고서는 헤일론 백작의 손을 바라보았다. 온갖 화상을 당한 것을 보니 꽤나 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라인하르트 제국검을 취하려 들었으니 그만한 고생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굴복시켰다고 한들 이미 주인이 나타난 이상 그것은 헛된 짓에 불과했다.
"할 말이 무엇이오, 로엔그람 백작? 전과 같이 다시 한판 붙어 보자는 것이오?"
"그것도 좋지요."
"그때처럼 호락호락할 거라고 보지 마시오. 그때는 백작이 이 검을 들고 있었으니 운이 좋게 호각으로 싸운 것일 테니까."
"혹시 정보가 늦는 것입니까?"
"정보라니?"
"제가 왜 백작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고작 익스퍼트 최상급으로 백작이 된다는 말은 말이 좀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안이 히죽거리며 웃자, 헤일론 백작은 거대한 둔기에 맞은 것처럼 온몸이 비틀거렸다.
"서, 설마."
"예, 헤일론 백작님. 슈레이더 왕국의 제2소드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백작님."
그 순간 이안의 전신에서 엄청난 살기가 뻗쳐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마스터 급이라 생각했던 헤일론 백작의 안일한 생각이 온몸을 떨게 만들었다.
"대, 대륙십강 급이라니!"
바로 그때였다.
기사 하나가 피로 너저분한 모습이 되어 파티장 안으로 들어왔다.
"국왕 전하, 피하십시오. 반역군들이 왕궁으로 몰려들고 있사옵니다, 전하!"
"뭐, 뭣이라?"
이안은 그 순간 튕겨 나가듯 시피 국왕의 옆으로 다가가 검을 뽑아 들었다.
한편, 왕궁 바깥에서는 소란이 일어났다.
반국왕파, 즉 필립 후작이 왕의 생일 천춘절에 경계가 풀린 것을 틈타 반역을 꾀한 것이었다. 거의 3천에 가까운 병사들이 왕궁을 급습했고, 닥치는 대로 국왕파로 보이는 자들은 철저하게 죽였다.
파티장에서도 반국왕파 사람들은 죄다 검을 뽑아 들며 국왕파 사람들을 포위했다.
"전하께서 위험하시다. 퇴로를 만들어라!"
"힘듭니다! 저, 저쪽에는 이미 소드 마스터인 헤일론 백작이!"
하지만 그 순간에서도 이안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그는 내공을 들끓기 시작하더니 한순간에 검에 내공을 주입시켰다.
웅웅웅웅웅웅!
오러 블레이드.
대륙십강과 버금가는 농도를 지닌 오러 블레이드가 이안의 검에서 번뜩거리고 있었다.
반국왕파 사람들과 국왕파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소드 마스터에 경악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관심 속에서 이안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가시지요, 전하. 거슬리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 퇴로를 만들겠사옵니다."
그의 전신에서 뻗어 나온 살기는 이미 반국왕파 사람들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