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인하르트-26화 (26/60)

■ 제26장 습격! □

이안은 연무장으로 제일 먼저 나가 오감을 극대화시키며 살기가 번뜩거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쳐다봤다. 목숨을 위협할 위험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안 일행을 감시하던 자들은 둘로 줄어들고, 나머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안이 주변을 경계하는 사이, 세리아와 로이니스의 간단한 시험이 진행되었다. 세리아는 무리 없이 3서클 마법을 끌어올려 간단하게 B급 용병패를 받았다.

로이니스 또한 실프 두 개체를 소환. 약 5분간 지속시킬 수 있는 정령력으로 B급 용병패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신은 시험을 보지 않을 것이오?"

기대하는 눈치로 이안을 바라봤으나, 이안은 고개를 내저으며 살짝 웃었다.

"이래 봬도 자유기사거든요. 기사도가 있는 한은 용병이 될 수 없는 거 아시잖습니까."

"안타깝군. 내가 눈이 하나뿐인 애꾸이긴 하지만, 제법 눈칫밥은 먹었소. 당신처럼 균형 있는 몸매는 실전에서 상당한 날렵함을 보여 주지. 여타 다른 용병들처럼 쓸데없는 근육만 늘렸다가는 전쟁에서 공포심을 심어 주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는 상당한 괴로움이 찾아올 것이니 말이야."

지부장이 말하는 몬스터는 경량급이 아닌 중형급 몬스터인 트롤이나 오우거 급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본적으로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익스퍼트의 실력자가 돼야 한다는 점. 아무리 힘이 강하다 해도 그들의 가죽을 뚫을 수 있는 것은 오러뿐이었다.

일행은 시험을 끝마치고 모두 여관으로 돌아왔다. 이안의 걱정과는 달리 칸은 여관에서 카에데와 둘이 홀짝홀짝 술을 마시며 과거 회포를 풀고 있었다.

"칸, 할 얘기가 있습니다."

"흐음, 무엇인가?"

반쯤은 술에 취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물어보는 칸에게 이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칸과 몇 달 같이 생활해 본 것으로 보아 술을 마시고 일어난 다음 날에는 그날 무슨 얘기를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기억력이 안 좋았다.

"아뇨. 단지, 혹시라도 바깥에 나갈 일이 있다면 혼자 다니지 말라는 겁니다."

"알겠네."

* * *

"너희들은 누구냐?"

일행을 감시하는 눈길들이 더욱 빛을 바라고 있을 때, 그들은 섬뜩한 목소리에 뒤를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의 눈앞에서 방 안으로 들어간 남자가 자신들의 뒤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지독한 훈련을 끝으로 암살자로 커 온 자들이었다. 이안이 섬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가졌다 한들 그들을 당혹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덤덤한 표정으로 임무에 대한 것만 되뇌며 품속에 든 단검을 꺼내 들었다.

"말할 수 없다인가? 좋다. 나도 너희들이 쉽게 입을 열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

스르릉―

철컥!

암살자 둘은 그제야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신기하게도 허리춤에 달린 검을 손 하나 대지 않고 뽑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빨려 들어가듯 검이 손아귀에 쥐어졌다. 이가 많이 갈리고, 녹까지 슬어 버린 검. 하지만 이안의 마나를 머금자마자 엄청난 예기를 발산하는 보검으로 변해 있었다.

암살자 둘 또한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마나를 불어넣어 오러를 발산했다. 아무리 이안이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 한들 인간의 신체일 뿐이었다. 오러에 목이나 심장을 관통한다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었다.

암살자들은 그런 생각을 가졌다. 기습은 실패했지만, 익스퍼트인 자신들이 동귀어진의 방법으로 합공을 한다면 적어도 치명상을 입힐 수는 있을 거라고.

그렇다면 그 후에 동료들이 와서 마지막을 장식할 것이다.

탓―!

생각을 끝마친 그들이 동시에 이안에게 달려들었다. 왼쪽과 오른쪽, 과연 속도 면에서는 섬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눈 깜짝할 새에 지척으로 다가왔다.

슉―!

이안이 고개를 숙이자 바로 위로 단검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암살자 하나가 허리가 반쯤 휘어진 이안의 허벅지 쪽으로 단검을 휙 그었다.

도저히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공격. 하지만 이안은 놀랍게도 오러가 뿜어지는 단검을 한 손만으로 잡아채고 뒤로 살짝 빠졌다.

순식간에 검을 잃은 암살자는 당황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몸을 주춤거렸다.

평소 맹독을 묻히고 다니는 단검에 오러까지 담긴 단검을 손으로 잡아채다니!

어쩌면 상대는 자신들의 상상의 범주를 뛰어넘는 고수일 거라고 상상이 되었다.

'설마…… 대륙십강과 맘먹는 무위를 지녔다는 말인가?'

막연한 상상이지만, 아무리 소드 마스터들도 익스퍼트들의 검을 함부로 잡아채지는 않았다.

적어도 대륙십강.

그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안은 단순히 호신강기를 일으켜서 단검을 잡아챈 것일 뿐. 아직 대륙십강의 경지인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무기가 없나? 돌려줘야겠군. 잘 받거라."

이안은 왼손을 털어 내듯 단검을 쏘아 내었다. 암살자들과의 거리는 단숨에 좁힐 수 있는 10미터 정도. 단검은 그 거리를 빠르게 좁혀 가며 암살자 하나의 목을 꿰뚫었다.

비명도 없었다. 마치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몰랐다는 듯 복면 속에 감춰진 표정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한 명 남았군. 어떻게 할 거지? 계속 공격을 할 것인가?"

하나 남은 암살자는 단검을 꺼내 들며 전신을 휘감는 내공을 모조리 들이부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황천길 가기 전에 상대의 팔다리 하나라도 자를 셈이었다.

"흠! 좋지. 나도 그에 대한 답변을 해 줘야겠군."

계속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본 이상, 이안은 빙허임풍으로 암살자의 목을 부여잡았다.

바둥바둥.

허공에 10cm쯤 떠오른 암살자는 단검으로 이리저리 이안의 팔뚝을 쳐 냈으나 신기하게도 팔뚝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

챙챙!

상상을 뛰어넘는 고강함을 지닌 호신강기가 그의 몸을 보호하며 감싸여 있다. 적어도 마스터 급의 오러 블레이드가 아닌 이상에는 상처를 주기 힘들었다.

단순히 유라시아 대륙은 검막이나 플레이트 메일로 방어를 할 뿐, 호신강기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 이안의 팔뚝을 보며 이해하지 못할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부터 몇 가지 질문만 하겠다. 공격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겠지? 질문이 끝나면 살려 보내 주지."

"……."

"첫째, 왜 우리를 미행했나?"

"……."

"대답이 없군. 입을 다문다고 해결될 것 같나?"

이안은 자신의 손아귀에 매달린 암살자의 목에 힘을 가해 더욱 강한 힘으로 조였다.

"일단 복면을 벗겨야겠군."

"큭!"

임무 대상에게 얼굴이 드러나는 치욕스러운 장면에 암살자는 그대로 신음을 삼켰다.

이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복면을 벗겨 냈다. 그러자 드러난 얼굴은 제법 젊은 축에 속하는 이였다. 20대 후반, 아무리 잘 쳐줘도 30대 중반쯤. 하지만 익스퍼트 급이라는 것은 시간을 제법 비껴가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40대라고 봐도 무방했다.

"다시 묻겠다. 첫째, 왜 우리를 미행했나?"

"큭큭! 멍청하긴. 내가 그 질문에 대답할 것으로 보는 것이오?"

"대답하지 않는다면 지금 네 추악한 모습을 보고 있는 동료들 또한 죽는다."

"그 정도 각오도 없이 암살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난 약속했다. 내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놓는다면 전원 목숨을 살려 주지. 물론 다시는 나에게 감시자를 붙이지 않는 조건으로 말이야."

"큭! 지, 지금 내가 죽는다면 서른 명의 암살자들 중 열다섯은 당신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다른 열다섯은 이 아래 여관방에 곤히 자고 있는 자들을 공격하겠지. 컥! 그, 그것이 좋다면, 날 죽여도 좋소."

"흠!"

아무리 이안이라 한들 암살자 열다섯이 한순간에 덤벼 오면 몇 초간 시간의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라면 암살자들 다른 열다섯은 여관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흐흐! 크윽! 어, 어차피 살려 준다고 해도 상관없소이다. 지금 이맘때쯤이면 동료들은 나와 당신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의심스러워할 것이 분명하겠지."

의심을 샀기 때문에 입막음을 할 것이다. 이리 되나 저리 되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 그는 삶을 이미 포기했는지 광소만 터트릴 뿐 제대로 된 답변을 꺼내지 않았다.

이안은 자신이 쥐고 있는 목을 놓아주었다.

"켁켁!"

거친 기침과 함께 원망스런 눈길로 이안을 바라보던 남자가 발길을 돌려 도망가려는 찰나, 대기를 찢고 날아온 하나의 암기가 그의 심장에 박혔다.

"지독한 놈들!"

분명 입막음을 하려는 것이다. 이안은 입막음을 위해 서슴없이 동료를 죽이는 암살자들에게 치를 떨었지만, 허공에서 암기로 단숨에 죽이는 그들의 실력에도 감탄했다.

'저들이 죽이려는 것이 누구지? 나일까? 아가씨? 로이니스? 아니면, 칸? 아니다. 저들은 애초에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겠군.'

암살자들은 모래알처럼 각자 도주 경로로 사라졌다. 지금 쫓는다면 몇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으나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저들이 목숨을 노리고 있는 한은 계속해서 주시하며 주변을 맴돌 것이 분명했다.

하나하나 족친다고 이번 때와 같이 동료의 입막음을 위해 서슴없이 죽이려 들 것이다.

'한꺼번에 잡는 수밖에 없겠군.'

쉐도우 로드의 표정은 좀처럼 굳어져서 펴지지 않았다.

그는 책망하는 눈빛으로 자신의 수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철저하게 상대의 실력을 간파하지 못한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익스퍼트 상급을 넘어서는 놈들 둘이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죽었다?"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마스터라 한들, 동귀어진을 마음먹고 공격한다면 치명상, 하다못해 상처라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단순히 마스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군."

"수십 년간 은신술을 익혀 온 특급 어쌔신들이 40미터나 떨어져 있는 자리에서 단숨에 기척이 잡혔답니다."

특급 어쌔신이라면 자신들의 살기까지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놈들이다. 그들이 마음먹고 은신술을 펼친다면 아무리 오감이 뛰어난 마스터라 한들, 들키지 않고 미행할 자신이 있었다.

"좋아, 놈들이 어디로 향했지?"

"방향으로 보았을 때, 수도로 향하는 듯했습니다. 놈들이 수도에 도착하면 처리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놈이 아직 그것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가?"

수하 카디스는 살짝 생각에 잠겼다.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놈이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말을 살짝 끊는 카디스에게 쉐도우 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없다면 처리해야겠지. 라인하르트 제국 샤이헬 황제의 유산은 두 가지. 그중 한 가지를 취했다면 반드시 후에 거슬리게 될 터이니."

그날부터 책을 연구한 결과, 검술서에서 반드시 드래곤의 피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검술을 배우기 전에 마나를 정순하게 해 주며 후에 검술을 익힐 때 강대한 마나를 토대로 보다 쉽게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었다.

마스터의 경지인 쉐도우 로드에게는 그다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를 해 가며 검술을 익힌 덕에 이제 책의 내용 정도는 머릿속에 전부 외워 놨다. 하지만 아직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 무덤 일은 잘 처리했겠지?"

라인하르트 제국 황제의 무덤.

무덤이라고 생각했지만, 황제가 묻힌 공간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갈림길에 나온 두 가지의 유산뿐.

하지만 쉐도우 로드는 일부러 그 공간을 파괴시켰다.

드래곤의 피를 얻지 못한 분풀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움직였다는 흔적을 지우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입니다, 로드."

"그럼 나가 보거라."

"예스, 로드."

카디스는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유혹적인 미모를 지닌 날씬한 미녀가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정확히 쉐도우 로드의 앞에 놓인 책상까지 다가와서는 엉덩이를 걸쳤다. 그리고 쉐도우 로드의 눈을 바라보자 그 둘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혔다.

"로드? 정말 놀라운데요. 로드가 그렇게 신경을 쓰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는걸요."

"크흠! 네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니 걱정 말거라."

"어머? 걱정하지 말라니요. 오히려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분이 정말 궁금할 지경인데."

"그건 그렇고 오늘 무슨 일이냐?"

그녀는 책상에서 내려서서는 양손을 책상을 짚고서는 얼굴을 바짝 쉐도우 로드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고선 앵두 같은 붉은 입술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이번 임무 저도 가고 싶은걸요?"

"쿨럭!"

좀처럼 표정을 알 수 없는 쉐도우 로드가 사래 걸린 듯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무엇보다 이런 자리에서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아무리 딸이라고 한들, 어려서부터 로드라고 불러온 습관 때문인지 여태껏 한 번도 아버지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시잖아요. 요즘 아버지의 과잉보호 탓인지 임무에도 나가 보지 못했는걸요."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느냐? 슈레이더 왕국의 단둘밖에 없는 마스터 중의 하나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알고 있을 텐데요? 저도……."

은연중에 그녀의 살기가 주변을 뻗쳐 나왔다. 쉐도우 로드의 표정은 변함이 없지만 은신하고 있는 특급 어쌔신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스터다!

그렇다. 그녀 또한 마스터의 경지였다. 물론 초급의 경지에 불과했지만 대륙십강이라 하더라도 그녀의 은신을 파악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었다.

킹제레브.

유일무이한 그랜드 마스터를 제외하고는 그녀는 누구든 암살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녀는 마스터를 상대로 암살을 해 본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상대가 설사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저보다 빠를 수는 없어요. 아실 텐데요?"

충분히 도망갈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한쪽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쉐도우 로드의 옆에 다가가 갖은 교태와 애교를 다 부렸다.

"아, 알았다."

"와아! 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이안 일행은 아이네스에서 예정보다 하루를 더 묵어야 했다. 어쌔신들의 감시가 사라져 다행이긴 했지만, 치안대들이 죽은 어쌔신의 시체를 보며 살인 사건으로 단정지었다.

여관 사람들과 주변 일대를 돌며 수사를 착수해 오는 과정에서 제법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칸은 무슨 일인지 좀처럼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칸을 찾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카에데는 칸을 놔주지를 않았다.

"예정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속도를 올려야겠군."

카에데에게 간신히 도망친 칸은 밤에 무슨 짓을 당했는지 눈 밑의 다크서클이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마부를 자청한 이안이 빠르게 말을 몰아 수도 아르텔로 향했다.

이틀이나 푹 쉰 말들은 가볍게 말발굽을 놀리며 기분 좋은 투레질과 함께 빠르게 나아갔다.

"이 주위는 좀처럼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수도 주위에 몬스터가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아이네스는 용병들이 들끓는 곳. 그러니 몬스터가 살 만한 곳은 없었다.

몬스터나 산적 또한 없었으니 마차는 아무 탈 없이 수도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수도로 가는 와중에도 일행들에게는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다.

그간 귀족 생활을 누려 오며 편안히 남이 해 주는 밥만 먹던 로이니스는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음식을 할 줄은 몰랐다.

칸 또한 매일같이 마법을 연구해 왔으니 좀처럼 요리를 배울 기회가 없었고, 이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세리아가 요리를 할 줄 알았지만 괜찮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간 참고 참으며 견디던 로이니스의 화가 폭발한 것은 그때였다.

"대체 언제까지 이 요리를 먹어야 된단 말이야!"

하지만 그녀의 분풀이 대상은 어처구니없게도 이안이었다. 매일같이 세리아를 챙겨 주는 모습이 아니꼽게 보였을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식사를 마친 뒤에도 쉴 새 없이 배가 고프다며 이것저것 요구하던 로이니스였다. 그렇다고 육포라도 갖다 주면 지겹다며 내다 버리고 신선한 과일이라도 따오면 툴툴거리며 베어 물었다.

"칸!"

그렇게 무리 없이 수도로 나아가는 일행들이었지만, 이안은 갑자기 매서운 눈빛으로 칸을 불렀다. 칸 또한 한밤중이었지만 공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탓인지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엄습할 수 없는 살기, 그리고 청력에 걸리는 소리.

이안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부지런히 마차를 몰았다.

얼마나 갔을까?

수도 주위에는 몬스터가 없을 거라 생각되었지만, 아주 없는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들 또한 인간의 눈길을 피해 약탈을 일삼는 듯, 오크 30여 마리 정도가 마차 세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곳에서 공격을 받는 자들은 20명의 용병들과 한 명의 가련한 여인. 여인의 미모는 놀랍게도 세리아나 로이니스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일단 돕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살짝이라도 도와주는 편은 좋을 것이야."

"로이니스랑 아가씨도 이곳에 계세요."

"으응."

언제 깨어난 건지 큰 눈망울로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 주변을 살펴보는 로이니스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는 세리아였다.

이안이 살짝 손을 뻗자 검집에 있던 검이 스스로 뽑혀 나오더니 이안의 손아귀에 달라붙었다.

중원의 무인들이 바라봤다면 이상적인 눈빛이 될 것이 분명했다. 분명 이것은 화경의 경지에 이른 자들만이 펼칠 수 있는 허공섭물.

막대한 내공을 토대로 펼치기 때문에 평생 꿈도 꾸지 못하는 무인들이 부지기수였다.

이안은 가볍게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참으로 여인의 눈빛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살기로 번뜩이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꽤나 오래 대치한 듯 보이지만, 용병의 피해는 한 명도 없었다. 용병 일을 꽤나 오래 한 듯 20여 명의 용병들 모두가 몬스터와의 대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안이나 칸과의 생각과는 달리 도움이 없었어도 충분히 그들은 피해 없이 몬스터를 격파할 수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자들이었다.

처음 용병들과 여인은 이안을 경계하는 듯한 눈빛이라기보다는 마치 먹이 감을 노리는 맹수같이 번뜩였다. 남들이 보기에 이안의 실력은 갓 익스퍼트 초급에 오른 듯한 실력이었다. 아이네스를 나오면서 청명심법으로 마나를 갈무리하여 화경의 다음 경지인 현경이나 그랜드 마스터 급이 아니라면 절대 알아볼 수 없었다.

익스퍼트라고 해도 오크들을 일 검에 죽이기엔 무리가 없었다. 용병이라면 필시 갑자기 나타난 이안 일행을 경계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그런 감이 없었다. 마치 올 것을 알고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고맙소. 오크 30마리라 조금이라도 피해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대와 같은 기사 덕분에 피해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소이다."

작은 체구에 얍삽한 눈매와는 달리 중년의 남자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안은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그들과 마주하고 나니 하나하나가 익스퍼트 상급을 뛰어넘는 용병들이었다.

"저 또한 당신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주위에 몬스터가 출몰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일찍 눈에 띄었다면 선공을 당하고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안이 살짝 미소를 띠며 호의 좋게 나가자, 중년의 용병 또한 호탕하게 웃었다.

"핫핫! 그렇게 생각해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실력이라니 미래에 정말 기대되오. 아! 그렇군. 난 라이온 용병단의 부단장인 트리스탄이오."

"라이온 용병단!"

이안 일행은 비명과 비슷한 탄성을 내뱉었다. 라이온 용병단이 어떠한 자들인가. 신출귀몰하게 나타나서 사라지는 용병단이 아니던가. 인원수, 단장 등등 그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다. 소문으로는 전쟁이나 토벌에 참여하여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항상 그들은 용병이라고 보기 어려운 하프 플레이트를 걸쳐 입었으며 사자 얼굴이 그려진 용병패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트리스탄 부단장은 똑똑히 용병패를 확인차 보여 주었다.

"내가 듣기론 라이온 용병단은 신분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남는 칸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온 용병단은 남들 앞에 절대 자신들을 노출시키지 않는 신비주의 단체였다.

"그건 당신들이 별로 위험이 될 소지가 없기 때문이오."

트리스탄의 말은 그만큼 자신들의 힘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라이온 용병단을 만났다며 다른 곳에 떠들어 봤자 우스갯소리라며 거짓으로 넘길 것이 분명했다.

이해한 이안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라이온 용병단을 만나 영광이오. 난 그저 떠돌이 마법사 칸이라 하오. 그리고 저분은 이안 경. 자유기사시고, 저분은 B급 용병들이라오. 각각 3서클과 다수 정령들을 보유하고 있지."

그렇게 짤막하게 일행들을 소개한 칸의 앞으로 고혹적인 여인이 또각또각 시원스런 다리를 내뱉으며 다가왔다.

"당신들은 어디로 가고 있죠?"

방금까지 몬스터와 싸웠던 현장을 잊게 해 줄 만큼 여인이 풍기는 향기는 칸의 코를 자극시켰다. 젊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칸의 얼굴이 붉어져서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나선 것은 이안이다. 이안의 경지는 화경.

이성과 본능을 다루고도 남는 경지였다.

"수도로 가고 있습니다, 레이디."

여인이 입은 원피스는 무척이나 고급스럽게 보였다. 이안은 배운 대로 고개를 숙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이런 여행 중에 기사가 젊은 여인과 인연이 되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저희와 같은 곳으로 이동하는군요. 그렇다면 저희와 동행하는 건 어떠세요? 뒤에 분들이 B급 용병이라 하신다면 여기서 계약을 맺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실례지만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레이디?"

쫙!

여인은 들고 있던 부채를 펴서 입가를 살며시 가렸다. 그녀는 눈웃음을 치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소녀의 이름은 루시아 지베나이랍니다. 기사님, 그저 루시라고 불러 주시면 돼요."

귀족들은 대체적으로 애칭을 남에게 잘 말해 주지 않는다. 애칭으로 부르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은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안은 루시아라는 가문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슈레이더 왕국에서는 볼 수 없는 가문이었다.

"호호! 사정상 예명을 사용하고 있는 거니 경계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그래서 기사단 대신 라이온 용병단에게 호위를 부탁하고 있죠."

그녀의 호위뿐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탄 마차 뒤로 짐마차가 두 대나 있는 것으로 보아 물건을 호송 중인 걸로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정말 동행을 해도 되겠습니까? 라이온 용병단이라면 충분히 수도까지 편안히 모실 텐데요."

"대신 많은 돈을 지불하진 못할 거예요. 방금 전과 같이 이곳에는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 같이 가면 서로 편하고 안전하지 않겠어요? 음식 걱정이라면 괜찮아요. 마차에는 요리사까지 타고 있거든요. 어때요? 같이 가시겠어요?"

수도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수도 아르텔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가져온 음식이 떨어질 리도 없었다. 게다가 몬스터의 출현 또한 마스터인 이안이 있는 이상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

"고마운 얘기지만, 죄송하게도 저희는…… 컥!"

'거절하겠습니다'라고 말하려는 이안의 뒤로 로이니스가 뛰쳐나와 있는 힘껏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녀는 요리사가 있다는 말에 필요 이상으로 눈을 번쩍이고 있었다.

"좋아! 그렇게 원한다면 특별히 수도까지 동행해 줄게."

인심 쓰듯 당당히 말하는 로이니스를 원망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던 이안은 남몰래 괜히 한숨을 쉬었다. 이 철없는 아가씨는 대체 용병패를 손에 쥐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귀족적인 풍모가 물씬 풍기는 대사를 툭툭 내뱉었다.

라이온 용병단과 합류를 하여 수도까지는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특히 그 와중에서 제일 신난 것은 로이니스였다.

식사 한 끼를 먹어 본 그녀는 식사 시간대만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한 여행에서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안 또한 요리사 실력에는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세리아가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각종 조미료와 신선한 재료로 다듬은 스튜는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별미를 제공해 주었다.

"여행으로 그동안 피로가 쌓였을 터인데 불침번은 먼저 그쪽이 서도록 하시오."

트리스탄 부단장은 이안 일행에게 불침번을 먼저 설 것을 강요했다. 사실 불침번이란 것은 처음과 끝이 제일 좋다. 어중간한 시간에 일어나서 불침번을 선다면 그날 하루가 몸이 개운치 못하고 불편했다.

칸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럴 수 없소.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받은 이상 불침번은 중간에 서도록 하겠소."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오. 피로가 쌓이지만 않았어도 불침번은 라이온 용병단이 담당했을 것이오. 오히려 첫 번째라도 당신들을 세우는 것이 조금 미안한 구석이 있소이다."

"흠, 정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야……."

편한 것을 먼저 내미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한 번 정도야 예의상 거절해 줄 수 있지만 더 이상 거절하는 것은 부탁한 상대에게 예의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불침번은 이안과 칸, 세리아, 그리고 로이니스로 결정이 났다. 로이니스는 불침번을 선다는 것보다는 바람을 맞으며 정령력을 키워 갔다. 그녀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중급 정령을 소환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어차피 한 번 이루었던 경지인 만큼 그녀의 습득 속도는 배를 넘어섰기 때문에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전과 같은 실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었다.

이안도 밥을 얻어먹는 처지라 자신이 한번 맡은 소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마차 지붕으로 올라간 이안은 가부좌를 틀어 앉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위험이 감지되면 스스로 눈을 뜰 수 있을 정도로 오감을 극대화시켰다.

"흠, 정말 이상하군."

그때, 칸이 불침번을 서며 숙영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안은 슬쩍 눈을 뜨며 물었다.

"무엇이 말이죠?"

"분명 아까 그 오크들은 신기하게도 마법으로 길들여진 듯한 기분이었네."

"음……."

수도 주위에 몬스터들이 나타날까? 아이네스와 수도 아르텔의 방문이 많은 이 시점에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오크들이 눈을 속이고 약탈한다고 해도 보통 서른 마리는 스무 명이 넘는 용병들을 공격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번식이 빠르다 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째서죠?"

"몬스터들 특유의 숨소리 '취익, 취익!'이란 것을 듣지 못했지 않은가? 전투 중이라 유심히 듣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런 것 같았네."

"그랬던 것 같기도……."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르네."

"만약 마법으로 길들여졌다면 저들은 대체 왜 그런 짓을……."

얘기를 나누는 그들의 목소리는 극히 낮았다. 사일런스까지 사용할 정도로 주변에 듣는 사람이라고는 세리아나 로이니스뿐이었다.

"설마……."

이안이 그때 무언가 깨달은 듯 신음을 삼켰다.

* * *

원피스를 입은 루시가 옷을 벗자, 놀랍게도 몸에 타이트할 정도로 검은 옷이 드러났다. 달빛에 반사된 그녀의 몸매는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갔으며 상대를 유혹하는 페르몬을 발산했다. 그녀가 마차에서 나와 스르르 어둠과 동화하자 하나 둘 잠을 자고 있던 라이온 용병단 또한 무기를 들고 슬며시 일어났다.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한데 모여 잠을 자고 있는 이안 일행. 그들은 사이좋게 옹기종기 붙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린 상태였다. 겉으로는 배와 가슴이 정기적으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었다.

요리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호송을 책임지는 상인도 겉옷을 벗고 나자 영락없는 어쌔신이었다.

그들은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루시가 먼저 공격을 가하는 것이 신호였다. 그렇다면 전부 덮쳐서 이안만을 살려 둔 뒤, 포박하는 것이다.

스르륵―!

어둠 속에서 얼굴만 내민 루시는 온몸의 마나를 끌어올리며 그대로 이안이 자고 있는 침낭 속으로 단검을 파묻었다. 그녀가 노리는 것은 복부. 최소 마스터라면 쉽게 죽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라이온 용병단 모두가 한순간에 덮쳤다.

그런데 그때!

촤악!

이불을 거칠게 걷어차며 그대로 뛰쳐나온 넷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근처에 있는 자들의 허벅지를 그대로 공격했다.

바람과 동화되어 있던 실프는 바람으로 상대를 난도질했고, 세리아는 일찌감치 매직 애로우를 난발하며 뒤로 물러났다. 칸 또한 지원을 해 주기 위하여 각종 공격 마법으로 적들의 공격을 막아 주었다.

"크아악!"

순식간에 당한 한 명의 라이온 용병.

그가 당하고 나자 루시와 트리스탄은 멍한 눈빛이 되었다.

"어, 어떻게……?"

틀림없이 자고 있을 거라 생각한 그들이 도리어 반격을 시작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루시는 같은 마스터인 이안을 기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안이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바보 같긴. 마법에 걸린 몬스터를 풀어 두고 라이온 용병단이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는 것은 너희들의 큰 실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확신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이안은 며칠 전에 자신을 습격하러 온 어쌔신들을 생각해 내었고,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속으로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지. 그런데 정말 생각대로 공격해 올 줄이야……."

"크음! 그렇군. 하지만 설마 그걸 알았다 한들 우리를 전부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라이온 용병단은 실체였다. 쉐도우 로드가 은밀하게 키워 놓은 용병단이 바로 라이온 용병단이었다. 접근전에 약한 어쌔신과는 달리 기습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크게 마스터에게 밀리지 않을 용병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부단장인 트리스탄은 익스퍼트 최상급.

용병들과 합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칸의 걱정 또한 그러했다. 상대의 실력들은 전부 익스퍼트로 구성된 용병단이다. 게다가…….

"마, 마스터인가?"

놀랍게도 루시의 단검에서는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쳐 그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고 있었다. 주위가 포위되어 있으니 용빼는 재주가 있지 않은 이상은 도주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망할!"

로이니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바람의 정령으로 전신을 보호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태평한 사람이 있었으니 세리아였다. 루시가 마스터라는 사실이 놀랍기는 했지만, 그렇게 걱정할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웅―!

루시의 단검에서 솟아오른 오러 블레이드 따위는 차원이 다른 공명도. 슈레이더 왕국의 두 번째 마스터인 이안의 검에서는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푸르스름한 오러 블레이드가 3척(약 90cm)이나 솟아올라 있었다.

"소, 소드 마스터!"

"아니……. 적어도 대륙십강의 경지다!"

소드 마스터라고 다 같은 소드 마스터일 리가 없었다. 이안의 오러 블레이드가 상급 이상에만 나타나는 것을 알아차린 라이온 용병단은 경악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는 놀랍게도 유라시아 대륙에서 제일 강한 초인 10명보다 조금 떨어진, 아니 거의 버금가는 실력을 가진 초인이 한 명 나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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