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화 (198/200)

“그런데 이대성 이항사, 여기 온 이유가 우리 사주 의결권 행사 때문이라고?”

“네, 이번에 직원들 사이에서도 제법 의견이 분분했거든요.”

“그래? 이유가 뭐지?”

“그게 보통 같으면 회사 측에서 준비하는 대로 동일하게 그냥 따라가는 방법으로 의사 표시를 했을 것 같은데요·····.”

말을 이어가던 이대성 이항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말들이 좀 있었거든요. 일단 권동민, 권동호 부사장들이 말이 많잖아요. 인성이 별로라고.”

“허허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이대성 이항사의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해상 직원들 중심으로 장보고 차장님을 쫓아내는 걸 보고 더 이상 윗분들을 신뢰할 수 없는 게 아니냐 뭐 이런 의견이죠.”

“음? 내가 왜?”

“해신해운 해상 직원들 사이에서는 레전드 같은 분이시잖아요. 회사에 입사하는 후배들도 다 차장님이 그동안 활약한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던데요.”

“허허허 그래? 그건 참 고마운 이야기네.”

현생에 항해사로 배를 타면서 온갖 사건 사고에 휘말렸다.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겠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사고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치기도 했다.

적어도 해상 직원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후한 걸 보니 헛된 노력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때 단상 위로 오른 사내가 마이크를 통해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총무팀의 김용진 과장입니다.”

짝짝짝.

사람들이 박수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용진 과장이 말을 이어갔다

“먼저 오늘 임시 주주 총회의 의장은 해신해운의 대표 이사이신 박원용 사장님이 맡으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김용진 과장입니다. 사외 이사분들과 사내 이사분들도 모두 참석하셨습니다.”

김용진 과장이 참석자들을 소개한 후 진행을 시작했다.

“신분 확인을 할 때 받으신 주주 총회 의안 설명서와 OMR 카드 3장을 받으셨을 겁니다. 주주분들께서는 OMR 카드로 3개 의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표시하시게 됩니다. OMR 카드에는 주민 등록 번호와 본인 소유 주식 수,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 표기 항목 등이 적혀있습니다. 이상이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이상이 없으면 이제 곧 총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미리 받은 주주 총회 의안서와 OMR 카드 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해신해운 임시 주주 총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신해운의 대표 이사 박원용 사장이 의장석에 앉아 의사봉을 두들겼다.

오늘 주총에서 다룰 주요 안건은 오너 일가와 경영 참여를 선언한 블루오션의 싸움. ‘회사 분할을 통한 지주 회사 설립의 건’과 ‘대표 이사 선임의 건’이었다.

평소 실시되는 주주 총회라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주주들이 없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표결 전 주주 총회장은 찬반 의견으로 갈린 주주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가장 첫 번째로 발언권을 얻은 한 남성 주주가 일어섰다.

“해신해운은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의 국적 선사를 대표해 오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세계 10위권 대형 선사로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이런 성과를 보인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옳소!”

“맞습니다.”

여기저기서 찬성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얼굴은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여기저기서 동조하는 듯 외치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딘가 낯에 익은 얼굴들이다.

‘주주로 가장해서 직원들을 투입한 건가?’

여론 몰이를 하기 위해 그런 짓을 할만한 사람은 권동민 부사장밖에 없었다.

발언권을 가진 주주가 말을 이어갔다.

“해운업 시장의 경쟁이 예전 같지 않게 치열합니다. 해신해운이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런 시기에 경영진을 공격해서 지주 회사 전환에 실패하는 것을 보고 싶으십니까! 본 주주는 지주 회사로 전환하는 안건을 그대로 의결할 것을 정식으로 동의합니다! 저와 의견을 같이하시는 주주분들은 모두 뜻을 모아주십시오!”

연기자를 섭외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소력 있는 목소리였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주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발언권을 얻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와아!”

“어머!”

잘생긴 외모의 백경운 변호사가 일어서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저는 블루오션의 대리인인 법무 법인 올림푸스의 백경운 변호사입니다.”

“블루오션!”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이 임시 주주 총회가 소집된 이유도 바로 블루오션이 소집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백경운 변호사가 말했다.

“블루오션은 해신해운의 대주주로서 총회 1호 안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를 해왔습니다. 지난 몇 주간 국내 언론에서는 블루오션의 의도를 음해하는 여러 시도도 있었고, 그에 대한 반박 보도도 많이 있었습니다.”

주주들이 익히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백경운 변호사가 말을 이어갔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션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 것은 오로지 모든 주주들에게 동등하게 공정한 거래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회사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옳소!”

“맞습니다!”

동조하는 소리도 터져 나왔다.

백경운 변호사가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제기한 것은 모두 주주 평등과 공정성에 관련한 문제이며, 대다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특정 주주인 오너 일가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회사의 지배 구조를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이대로는 절대 승인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해서 일부 오너 일가의 지배 구조를 강화하려는 방안에 불과합니다. 오늘은 성공적으로 가치를 창출해 준 해신해운 회사와 여러분의 소중한 주주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날입니다. 모두 이 불공정한 안건에 대한 반대표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옳소!”

“말 잘한다!”

“재벌 구조 개혁하라!”

백경운 변호사가 말을 마치자 또 다른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자신을 소액 주주 위원회 대표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회사는 평판 관리가 중요한데 지금 해신해운의 경영진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회사의 이미지를 너무 쉽게 손상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배 구조를 강화하려고 회사 구조를 변경하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 남성은 돌연 박원용 의장 측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임시 주주 총회를 앞두고 해신해운 직원들이 집이나 회사에 찾아오고 화장품 세트 같은 것들을 돌리는 바람에 직장 상사로부터 회사에 위임장을 써주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해신해운에서 이런 식으로 부정 선거를 진행하는 겁니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생각입니까! 정식으로 이의를 제시할 생각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정 선거라.’

상대방도 제법 필사적으로 이 임시 주총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해신해운 자금팀장이 자신을 소개하며 답변했다.

“지주 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대기업 지배 구조를 정상화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따른 측면도 있습니다. 일부 주주의 지배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옳소!”

그리고 또 한 사내가 발언권을 얻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해신해운을 사랑하는 소수 주주들의 모임 대표입니다.”

‘뭐?’

해신해운을 사랑하는 소수 주주들의 모임이라고? 그런 모임도 있나?

이쯤 되는 온갖 협작꾼들이 다 이곳에 모였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저는 무엇보다도 오늘 임시 주추 총회 소집을 청구한 의도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상한 정체만큼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예상이 어느 정도 가능한 이야기였다.

“블루오션은 권영호 회장 사후에 갑자기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 참여를 선언한 외국 국적의 회사입니다. 그리고 블루오션은 두바이에 소재한 해운 기업으로 두바이 투자 회사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과 투자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백경운 변호사와 동생 장해진이 앉아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말했다.

“해신해운은 수십 년 동안 해운업을 영위한 관록 있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정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주주라고 경영 참여를 선언한다고요? 아무리 주주라고 하더라도 자격 없는 자들이 이렇게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보고만 있어야 되겠습니까!”

“옳소!”

큰 소리가 터져 나오자 그는 기세가 등등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블루오션에서 사람들이 오셨으니 한번 다른 주주들에게 설명을 해보시지요! 과연 경영 참여를 선언할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이런 일을 벌이는 목적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임시 주주 총회 (3)

-해신해운 본사 23층 대강당.

총회장에서는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자신을 해신해운을 사랑하는 소수 주주들의 모임 대표라고 소개한 주주가 공격적으로 대주주인 블루오션을 저격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를 사주한 배후가 있을 것이다. 배후가 누구인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총회장에 앉은 주주들은 백경운 변호사와 그 옆에 앉아 있는 장해진을 바라보았다. 백경운 변호사가 자신을 블루오션의 대리인이라고 밝혔으니 그 옆에 있는 사람이 블루오션에서 나온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블루오션 대표인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신문에서 본 것 같아.”

“젊다고 하더니 진짜 젊네. 서른 살도 안 됐을 거 같은데?”

주주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백경운 변호사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백경운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블루오션의 답변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블루오션은 지난 오랜 시간 해신해운이 쌓아온 경험과 성과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한 영광이 이어져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몇 가지 사실 관계를 정정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뭐요?”

“우선 블루오션은 헤지 펀드와 같은 해외 투기 자본 세력이 아닙니다. 해운업을 운영하는 곳이니 해신해운 주식을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일을 벌이는 세력이 아닙니다.”

“한국 기업이 아닌 것은 맞지 않습니까!”

“본사를 두바이에 두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보시다시피 대표 이사도 한국인이고 주요 투자자도 한국에 있는 기관이나 개인입니다. 설립지만 외국일 뿐 실질적으로 한국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건 궤변 아니요?”

“해운업계에서는 편의치적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선박을 편의에 따라 외국에 등록하는 방법입니다. 해신해운도 도입한 지 10년이 안 된 선박들은 대부분 편의치적을 해둔 상태입니다.”

“으으음!”

“그리고 해신해운의 매출은 이미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주주의 국적을 문제 삼아서 견제할 단계가 아닙니다.”

“······.”

백경운 변호사의 말에 할 말이 궁색해진 것일까. 논박을 이어가던 주주가 입을 다물었다.

백경운 변호사는 자신감 있는 표정을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해운업 경험에 대한 부분입니다. 회사 내부 사정상 대표 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장해진 사장님은 금융업계 종사자로 해운업 관련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블루오션의 대주주는 해운업 관련 경력이 풍부하신 분으로 현재 블루오션의 기술고문 역할을 수행하고 계십니다. 누구보다 해운업 관련 경험이 많은 분이기 때문에 블루오션이 해운업을 잘 모른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블루오션의 대주주?”

“기술고문? 그게 누구요?”

백경운 변호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블루오션의 대주주이자 기술고문으로 일하고 계신 분은 해신해운에서 일등 항해사로 승선한 후 본사 법무팀에서 근무한 장보고 기술고문입니다.”

“······!”

“어?”

“뭐라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회장에는 해신해운 직원들도 많았기 때문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아, 네 장보고 차장님. 아니 주주님, 말씀하시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소개받은 블루오션의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장보고입니다.”

사람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 띠링! >

+ 스킬[협상 Lv.21]을 사용합니다. +

- 설득력이 올라갑니다.

- 당신의 목소리에 호소력이 실립니다.

-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해신해운에서 일등 항해사로 근무한 후 본사 법무팀 근무를 마치고 퇴사를 했습니다. 저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신해운에 부족한 선박 매매(S&P: Sales and Purcahse)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두바이에 해운업을 하는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물론 해신해운 재직 기간 동안에는 투자와 조언에만 그치고 실질적인 업무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일임했었습니다.”

시끄러웠던 총회장은 고요했다. 오로지 나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현재 해신해운이 처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해운업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세계 경제는 언제 침체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신해운은 권영호 회장님이라는 큰 리더십을 잃었습니다. 해신해운이라는 배를 운항할 선장을 제대로 뽑지 않으면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선박은 길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 좌초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지금이오? 전임 회장으로 회장직이 궐위되어 혼란스러운 이때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겁니까?”

“그 이유는······, 해신해운 회장 권영호 회장님의 유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나의 말에 가장 놀란 사람은 권동민, 권동호 형제였다. 권영호 회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가? 그런데 유지를 장보고에게 남겼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권동호 부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흥! 무슨 소리냐! 아버지가 언제 그런 유지를 남겼단 말이냐!”

“권영호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해신해운을 걱정하셨습니다. 자신의 사후에 회사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

“저는 그날 회장님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회장님의 세 번째 자식을 지켜드리겠다고 말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생각하면 어쩌면 이번 주주 총회가 우리 해신해운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해신해운의 오너 일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지배 구조를 탄탄히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나의 말에 뒤쪽에 앉아 있던 어떤 주주가 크게 소리쳤다. 그 사람은 권동민 부사장이 심은 총회꾼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해신해운은 해신그룹 소속 아니오? 권씨 일가가 아닌 사람이 경영권을 차지한다면 해신그룹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 아닙니까!”

“그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맞습니다.”

“당신 말대로 곧 위기 상황이 생긴다면 그룹사의 지원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네,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럼 무슨 방법이 있는 겁니까!”

전생에 금융 위기로 해신해운이 큰 재정적 어려움에 빠졌을 때.

결국 구원 투수로 등장한 세력이 해신항공이다. 해신항공은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을 조건으로 해신해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시점.

해신항공도 결국 침몰해가는 해신해운을 살리지 못했다.

막대한 손실만 입고 결국 해신해운이 파산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현생에서도 그룹사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해신항공을 포함한 해신그룹의 지원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도 큰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물론 전생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이다. 내가 법무팀에서 근무하는 동안 추진했던 여러 일들이 큰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본격적인 금융 위기가 도래하면 나타날 여전히 많은 난관이 있다.

권동호, 권동민 부사장이나 해신항공을 믿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 띠링! >

+ 스킬[사내정치 Lv.10]을 사용합니다. +

- 사내 지지 세력이 결집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 당신의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나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해신해운은 해신그룹의 간섭을 벗어나 독자 경영을 강화할 것입니다. 재벌 그룹에 속해 있으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위기에 취약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특정 회사가 큰 위기에 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그룹의 주된 계열사가 아니고 오너 일가의 지분이 낮은 회사의 경우에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벌 그룹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할 때 지배 구조 때문에 특정 계열사를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하는 등의 방법을 쓰는 걸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 띠링! >

+스킬 [투자유치 Lv.8.]을 사용합니다. +

-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집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블루오션은 전략적 동반 관계를 맺은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약속을 받아 둔 상황입니다. 불루오션이 경영권을 가지게 되면 해신항공에 능가하는 안정적인 투자자들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게 어딥니까!”

“두바이의 AP사, 카타르 도하에너지, 인도네시아의 국부 펀드와 두바이 국부 펀드입니다.”

“······!”

총회장에 있던 해신해운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이들 회사는 내가 회사에 재직하던 당시만 해도 좋은 관계에 있었으나 지금은 왠지 모르게 관계가 소원해진 회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장보고 차장 때문이었구나! 나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그동안의 궁금증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깜짝 놀란 권동호 부사장이 소리쳤다.

“거짓말! 그 말을 어떻게 믿나!”

“여기 위임장이 있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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