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5화 (195/200)

└ 익명 : 일 제대로 하는 사람이 나가는 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 익명 : 도형준 부사장님도 쫓겨난 건가요? 왕자님들 때문에?

└- 익명 : 왕자는 개뿔 나가 뒤져라!

└- 익명 : 왕자 같은 소리 하네, 얼굴 봐라 왕자 소리가 나오는지

└- 익명 : 마이너스의 손들인데 그냥 손 뗐으면······.

└- 익명 : 생긴 건 장보고가 왕자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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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글은 빠른 속도로 추천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전사 직원들에게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은 명성 덕분인지 장보고의 퇴사 소식에 전사 직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 (2)

-여의도 모처 블루오션 한국 지사

블루오션의 한국 지사 설치를 마쳤다.

장소는 여의도. 해신해운 본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한국 지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은 저녁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퇴근 시간도 잊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곧 소집될 해신해운의 주주 총회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번 준비를 총괄하는 사람은 법무 법인 올림푸스의 백경운 변호사다.

해상 변호사로 부산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 일을 돕기 위해 직접 서울로 올라왔다.

전생에도 그는 해신해운에 의리를 지킨 사람이었지만 나와는 큰 인연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생에서는 나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우군이다.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고 있는 그를 보니 격세지감.

몇 년 전만 해도 냉철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어수룩한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다.

내가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나의 시선을 느낀 백경운 변호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똑똑.”

그는 잠시 나의 시선에서 사라지더니 양손에 커피 잔을 들고 나타났다. 내가 있는 방의 문 앞에 서서 손으로 노크하는 대신 입으로 소리 내며 웃었다.

“장보고 차장님, 바쁘십니까?”

“아니요. 변호사님 들어오시죠.”

나는 웃으며 말했다. 호칭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변호사님, 이제 차장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데요. 퇴사를 했으니까요.”

“아, 그러네요. 뭐라고 불러야 할지?”

“이제 뭐 공식적으로는 백수인데······, 아무렇게나 부르시면 됩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백경운 변호사가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그나저나 해신해운 측에서 내놓은 반응은 보셨습니까?”

백경운 변호사가 테이블에 펼쳐져 있는 미래경제의 신문 기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테이블 위에는 블루오션이 외국 투기 자본이기 때문에 국적 선사인 해신해운의 경영권을 절대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기사가 실려 있는 신문이 놓여 있었다.

“네, 뭐, 예상했던 내용이긴 하네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래도 꽤 많은 신문사에서 동시에 보도를 했습니다. 비중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신문사가 해신해운 측 입장을 실어 줬던데요?”

“음, 아마도 해신해운 홍보팀이 나서지 않았을까요. 기자들 인맥이 있으니······.”

백경운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유혜영 기자에게도 홍보팀의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터. 해신해운은 언론사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백경운 변호사가 말했다.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네, 우리가 싸우는 상대가 대기업이고 재벌가의 오너 일가입니다. 쉬운 상대는 당연히 아니겠죠.”

백경운 변호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해신해운 법무팀과도 업무적 관련이 많은 사람이다.

만약 이번 일이 잘못되면 그는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일이 끝나면 큰 보상이 있을 겁니다.’

해상 변호사로 활동하는 그가 해신해운이라는 대기업을 버리고 나와의 의리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새삼 그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백경운 변호사가 말했다.

“그래도 해외 투기 자본이라고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은 제법 머리를 썼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래도 반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반박 기사를 좀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지분 싸움에 들어가면 소수 주주들은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니까요.”

“네, 아무래도 외국 투기 자본이라고 하면 일반 주주들의 반감이 있을 수도 있겠죠. 유혜영 기자를 통해서 준비를 좀 해보겠습니다.”

나는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저도 따로 전화 몇 통 돌려서 대책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네.”

백경운 변호사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세한 내용을 묻지도 않았다. 그저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 *

-해신해운 본사 9층 VIP 회의실

해신해운 본사 9층.

직원들이 사용하는 다른 층의 사무실과는 달리 조명부터 가구들까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간에 어울리지 않게 회의실에 앉은 두 사람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해신해운 오너 일가를 대표하는 권동호 부사장과 권동민 부사장이 독대를 하고 있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컨테이너사업본부장 권동호 부사장이 물었다.

“말 그대롭니다. 형님, 우리나라 회계 법인 빅(BIG)4 중 하나인 회계 법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블루오션이 해신해운에 대한 기업 가치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달라고 의뢰를 했다고 귀띔을 해왔습니다.”

“뭐? 기업 가치 평가 보고서? 그놈들은 그딴 걸 왜 의뢰하는 거야?”

‘이 무식한 새끼! 저딴 놈이 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하다니!’

재무그룹장 권동민 부사장은 마음속으로 욕설을 한바탕 퍼부은 다음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재무 구조도 파악하고, 공시하고 있는 내용이 진실한지 여부 등을 확인해서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흥! 제까짓 놈들이 공격은 무슨!”

“······.”

‘용감한 거냐 아니면 무식한 거냐······.’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권동민 부사장이 바라보는 자신의 형 모습이 딱 그랬다.

권동민 부사장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자신의 형인 권동호 부사장을 속으로 깔보고 무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아니 경쟁 상대가 무식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경영권을 놓고 다툴 상대가 똑똑한 것보다는 백배 낫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변했다.

외부에서 공공연하게 경영권을 공격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적국이라도 외계인이 침입하면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하는 법.

하지만 자신을 옆에서 도와줄 우군이 그리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것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자기 혼자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하면 사내 평가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권동호 부사장은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합리화하려 애쓰고 있었다.

똑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자금팀장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무슨 일인가?”

권동민 부사장이 자신의 심복이자 최측근인 자금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신이 부르지 않는 이상 이렇게 회의를 방해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 말은 급하게 보고할 일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

자금팀장은 권동호 부사장을 발견하고는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인사는 됐고 무슨 일인가?”

“네, 부사장님, 갑자기 연락이 온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보셔야 할 것 같아서 올라왔습니다.”

“뭔가?”

자금팀장이 서류를 내밀었다.

“음?”

권동민 부사장이 미간을 찌푸린다.

“뭔데 무슨 내용인가?”

권동호 부사장이 묻자 권동민 부사장이 대답했다.

“다음 주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던 AP사의 사장단이 방문을 취소하겠다는군요.”

“뭐?”

권동호 부사장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민 아세르 사장이 안 온다는 건가?”

“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계획이 취소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회사 방문만 취소한다는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요······.”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AP사는 터미널개발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산신항 유류 중계기지 터미널 사업의 파트너사. 대주주인 해신해운 다음으로 지분을 많이 들고 있는 주주이자 해신해운 선박들이 사용하는 연료유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회사였다.

해신해운 입장에서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정유 회사로 권동호 부사장과 권동민 부사장은 이번에 AP사의 경영진과 친목을 돈독히 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권동호 부사장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AP가 큰 회사라도 이건 매너가 아니지! 이 개념 없는 새끼들!”

한동안 씩씩거리던 권동호 부사장의 흥분이 잠시 가라앉자 눈치를 살피던 자금팀장이 말했다.

“저, 부사장님.”

“왜!”

“뒤에 자료가 또 있습니다.”

“뭔데 이 새끼야! 그냥 말해!”

권동호 부사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자금팀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도하에너지에서 온 공문이 있습니다. 탱커팀으로 온 공문인데 같이 전달해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음? 도하에너지?”

“네.”

도하에너지라면 최근 벌크선사업본부에서 LNG 선박 운용사업을 낙찰한 곳이다. 해신해운과도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곳으로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한 회사.

“도하에너지에서 왜?”

“도하에너지에서 추진 중인 SFE 프로젝트 1-2단계 사업 관련 제안서를 보내라는 내용입니다.”

“음? 그럼 잘된 거 아닌가? 우리가 1-1단계 발주 LNG 운반선을 모두 따냈으니 1-2단계 발주도 우리가 가장 유리한 상태가 아닌가?”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

“그게 도하에너지의 담당자가 은밀하게 연락을 해왔다고 합니다. 내부적으로 1-2단계에서는 해신해운 이외의 회사가 낙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뭐? 왜?”

“아직 자세한 내용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담당자 말로는 도하에너지 경영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으으음!”

권동호 부사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AP사가 갑자기 방문을 철회했는데 도하에너지 쪽에서도 정보가 흘러나오다니.

‘장난을 치는 놈이 있구나!’

권동호 부사장이 고개를 돌려 권동민 부사장을 쳐다보았다. 지금은 두 사람이 힘을 합치고 있지만 제법 심계가 있는 놈이니 절대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

‘블루오션 쪽에서 작업을 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겠지.’

두바이에 본사를 둔 회사라고 하니 중동 쪽 인맥이 탄탄할 가능성도 있었다.

“음? 이건 뭔가?”

자금팀장이 건네준 자료를 뒤적거리던 권동민 부사장이 물었다.

“아, 총무팀에서 보고 자료로 올린 내용입니다. 임시 주주 총회를 소집해달라는 청구서입니다.”

“뭐? 임시 주주 총회?”

권동민 부사장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자신의 계획은 정기 주주 총회에서 박원용 사장의 후임으로 대표 이사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아직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 그동안 블루오션을 견제하는 데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블루오션 문제를 해결한 후에 형과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권동호 부사장이 말했다.

“뭐? 임시 주주 총회?”

“네, 부사장님.”

“그놈들이 주주 총회를 하자고 하면 우리가 개최를 해야 하나?”

자금팀장이 대답했다.

“블루오션 측에서 정식으로 이사회에 임시 주주 총회의 소집을 청구했습니다.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3% 이상을 소유한 주주이고 별다른 거부 사유가 없습니다.”

“만약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사회가 지체 없이 소집 절차를 취하지 않으면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으으음!”

권동호 부사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크게 냈다.

권동민 부사장이 말했다.

“형님, 괜히 임시 주주 총회 소집을 미루면 주주들 사이에서 잡음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뜻인가?”

“차라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무슨 소리냐?”

“이번 기회에 우호 지분을 총동원해서 주주 총회를 진행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음?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이냐?”

권동호 부사장이 음흉한 눈빛을 드러냈다.

아직 두 사람 사이에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차기 경영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권동민 부사장이 말했다.

“일단 향후 3년간은 공동 대표 이사로 등기하는 게 어떻습니까?”

“공동 대표 이사?”

“네, 일단 블루오션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고 우리 두 사람이 공동으로 대표 이사직에 오르는 겁니다.”

“음······.”

“앞으로 삼 년간은 다투지 않고 회사 내실을 다지는 게 어떻습니까?”

권동호 부사장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음흉한 웃음을 교환했다.

경영권 분쟁 (3)

-해신해운 본사 앞.

며칠 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법무팀 정재훈 사원이 본사 로비를 나와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로비를 나와 오른쪽 코너를 돌아서면 흡연 구역이 설치되어 있다.

식곤증 때문일까.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해신해운의 직원들이 한 손에는 믹스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정재훈 사원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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