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4화 (184/200)

-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변해갑니다.

- 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오늘 방문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음?”

나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태성중공업 영업팀의 담당자 박도훈 대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찾아온 이유가 두 가지라고? 아까는 LNG 선박을 150척 발주하는 프로젝트라고 하더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나의 돌발 발언에 당황한 박도훈 대리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첫 번째는 현재 해신해운과 태성중공업 사이에 체결된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에 관련된 것입니다.”

유진태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해신해운은 태성중공업에 총 4척의 1만TEU급 컨테이너 선박을 발주한 상태.

시리즈 선박인 이들 선박은 곧 건조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죄송하지만 그 계약을 해지했으면 합니다.”

“음?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으으음!”

유진태 사장도,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도훈 대리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유진태 사장이 말을 이어갔다.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최근에 수주량이 많아 일도 많이 밀려있는 상황입니다. 여유 슬롯이 없어 다른 정기선사들은 앞다투어 발주를 하겠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저희 회사를 찾아오는 상황인데요. 곧 건조에 착수할 예정인데 해신해운은 왜···.”

“최근 저희 회사의 경영 방침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당분간은 컨테이너 사업 부분의 비중을 좀 조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으으음.”

유진태 사장은 나의 설명을 듣고도 고개를 갸웃했다.

해신해운은 우리나라 1등 정기선사이자 세계에서도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정기선사였다. 컨테이너 사업이 주력인 회사가 컨테이너 선박의 비중을 줄인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유진태 사장이 말했다.

“그런데 장보고 차장님도 법무팀 소속이라고 하시니 잘 아시겠지요? 계약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현재 수주 물량이 잔뜩 밀려 있지 않습니까? 뒤로 밀려있는 선박들 건조를 먼저 해도 태성중공업에 큰 손해는 없질 않습니까?”

“그래도, 총 4척의 선박을 건조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은 도무지 저희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유진태 사장은 진심으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은인이라며 나를 치켜세우던 그가 아닌가. 나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 그에게도 그리 마음 편한 행동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지극히 예상 가능한 답변이었다.

멀쩡히 체결된 계약을 태성중공업이 해지시켜줄 이유가 있겠는가?

전생에도 해신해운을 비롯한 해운 회사들은 협상을 통해 인도 시기를 늦추거나, 아니면 조선소 측에 막대한 위약금을 지급하고 발주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하는 꼴이니 태성중공업 입장에서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유진태 사장이 고개를 돌려 영업팀장과 귓속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작았지만 나에게는 또렷이 들려왔다.

< 띠링! >

+ 스킬 [잠입 Lv.8]을 사용합니다. +

- 청력이 상승합니다.

유진태 사장이 귓속말을 했다.

-방법이 있겠는가?

영업팀장은 당연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상한 결론이다.

-방법이 없겠는가? 이래저래 마음의 빚이 있네.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고, 해신해운은 물론 장보고 차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네만.

-음, 사장님 컨테이너선 총 4척에 대한 계약을 아무런 대가 없이 해지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은 우리도 상당한 부담이 있습니다.

-무슨 뜻인가?

-건조 계약상 위약금도 상당하기 때문에 별다른 반대 급부 없이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동의한 사실이 추후에 밝혀지기라도 하면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손해라··· 업무상 배임 이런 문제도 있을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참 곤란하군.

-저희가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방법은 건조 순서를 변경해주거나, 다른 계약 인수자를 찾아오면 동의해주는 방법 정도일 것 같습니다.

영업팀장의 말에 유진태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영업팀장과 의논을 마친 듯 유진태 사장이 말을 이어갔다.

“장보고 차장님, 과거의 인연도 있고 해서 최대한 협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태성중공업이 주식회사다 보니 아무리 경영진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군요.”

“하하하. 이해합니다.”

“계약 해지는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건조 순서를 유예하는 건 어떠신가요? 지금 2~3년 일감이 밀려 있으니 최대 3년까지도 인도 시점을 미룰 수 있으니까요.”

유진태 사장의 제안은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시점은 아마도 금융 위기 직후 해운업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

“아니면, 선박을 인수할 수 있는 회사를 구해오시면 저희는 최대한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신조선가가 계약 당시보다 높으니 인수자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해신해운과 태성중공업이 계약을 체결했을 때보다 지금 신조선가가 많이 오른 상황.

신조선을 발주하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선박의 디자인은 발주하는 회사의 취향이 반영된다.

회사가 바뀌면 설계를 변경할 수밖에 없고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계약을 인수할 사람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태성중공업에서 어떤 부분을 걱정하시는지 이해가 됩니다. 계약을 해지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도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조건이 없이 계약 해지에 동의한다면 경영진에 대한 업무상 배임 문제도 생길 수 있겠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진태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말을 이어갔다.

< 띠링! >

+ 스킬[투자유치 Lv.6]을 사용합니다. +

- 투자 유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추진력이 상승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다른 조건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네?”

“제가 방문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컨테이너 선박 건조 계약을 해지하는 대가로 LNG선 건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조건이라면 말입니다.”

“음?”

“그런 조건이라면 태성중공업도 계약 해지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선박 건조 계약 (1)

-태성중공업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해신해운과 태성중공업 사이에 체결된 선박 건조 계약서 사본이 놓여 있다.

대화를 나누면서 계약서의 내용을 살펴보는 척 연기(?)하는 용도로 준비한 자료. 하지만 사실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계약서의 내용에 따르면 태성중공업이 우리의 계약 해지 요구에 동의해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사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우리가 태성중공업의 입장이라도 이런 요구를 수용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한번 성립된 계약을 함부로 변경하거나 해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유럽의 대륙법 및 미국과 영국, 즉 영미법을 근간으로 하는 서방 세계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계약은 약속한 대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신념에 가까운 원칙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계약서 내용과 다르게 이면으로 합의한 것이 있다거나, 합의한 것과 다르게 계약서 내용을 작성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pacta sunt servanda”

오죽하면 “약속(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률 격언이 있을 정도이겠는가? 계약을 바라보는 그들의 태도가 어떠한지 잘 알 수 있는 말이다.

계약서 말미에 있는 준거법 조항을 살펴보았다.

‘역시··· 영국법이군.’

선박 건조 계약은 통상적으로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약정한다. 해신해운과 태성중공업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도 마찬가지.

태성중공업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소와 해운 회사가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지정하고, 사건의 관할을 영국 법원이나 영국 중재 기관으로 지정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체결하는 계약서에 준거법을 왜 영국법으로 정하는 거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담당자들은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태성중공업과 같은 대형 조선소가 사용하는 표준 계약서에도 보통 준거법을 영국으로 정하고 있고, 계약서도 당연히 영문으로 작성된다.

어느 나라의 경우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계약서에 정한 사유가 아니라면 계약을 발주한 해운 회사가 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있는 경우는 없는데, 영국법이 준거법이라면 계약서를 구성하는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좀 더 보수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있었다.

‘어쨌든 태성중공업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신해운은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선박을 발주한 측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경우에는 포기해야 되는 금액이 있다. 선수금으로 지급한 돈을 포기해야 한다.

만약, 태성중공업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해신해운은 태성중공업 측에 이미 지급한 선수금을 포기해야 한다.

결국 해신해운의 입장에서는 선수금을 포기하면서까지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그 경우에는 복잡한 셈법이 요구된다.

전생에 해신해운은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인수하는 쪽으로 결정했고 결국 불어나는 금융 비용과 용선료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고 말았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내가 태성중공업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이렇게 부단한 노력(?)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돈이 아까우니까!’

앞으로 닥쳐올 불황을 대비하면 최대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대형 선박들은 고가이기 때문에 대금을 몇 차례 분할해서 납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에서 사용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4번에서 5번 사이로 분할해서 선수금을 납부하는 스탠다드 방식, 계약 시점에 선수가 조선 회사에 대금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대신에 선박 대금을 대폭 할인하는 톱 해비(Top heavy) 방식, 선박 인도 시점에 대금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해비 테일(Heavy tail) 방식이 있다.

금융 위기 이후에는 불황에 빠진 조선소들이 해비 테일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호황기에는 주로 스탠다드 방식을 이용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태성중공업과 체결한 선박 건조 계약의 대금 결제 방식도 스탠다드(Standard) 방식으로 체결되었다.

그 말은 선박 대금의 약 20% 정도를 선수금을 납부한 상황이라는 뜻이고, 태성중공업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그 돈을 몽땅 날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다행이야.’

나는 오늘 협상의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태성중공업이 내가 던진 미끼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 * *

태성중공업의 유진태 사장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호기심이 반, 그리고 기대감이 반.

“장보고 차장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음······. 해신해운에서 LNG선을 발주할 테니 계약 내용을 변경해달라는 뜻인가요?”

“음, 비슷한데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뜻은 아닙니다.”

“음?”

유진태 사장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어떤 내용인지 좀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죠. 이거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요. 하하하.”

그 말에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아졌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파일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태성중공업 사람들에게 내밀었다.

“이건?”

“비밀 유지 서약서입니다.”

“네?”

태성중공업 사람들이 받아 든 서류에는 NDA(Non-Disclosure Agreement: 비밀 유지 계약서)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큰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가장 먼저 체결하는 서류가 바로 이 NDA다. 프로젝트 중간에 계약 관계에서 탈퇴하더라도 프로젝트에 관한 영업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했다.

“사장님,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보안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이 서약서를 작성해주시면 정보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유진태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의 사내가 이 정도로 조심한다면 예사 정보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정보보다 값진 것은 없었다.

“사장님, 카타르의 국영 기업 중에 가장 큰 회사인 도하에너지가 있습니다.”

“도하에너지?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수출업체가 아닙니까?”

유진태 사장이 반문했다.

그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영업팀장이 슬며시 대화에 끼어들더니 첨언했다.

“맞습니다. 우리 회사에도 몇 번 선박을 발주한 적이 있는 곳입니다. LNG 업계의 큰손 중 하나입니다.”

유진태 사장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아시네요. 도하에너지는 준비 중인 장기 대형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래요?”

유진태 사장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양옆을 둘러보았지만 영업팀장과 박도훈 대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히 알 리가 없지! 아직 시장에 공개된 정보가 아니다.

“세계 최대 액화 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가칭 SFE(South Field Expansion)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프로젝트입니다.”

“SFE?”

“네, SFE 프로젝트는 가스전을 확장하는 국가 전략으로 카타르는 연간 LNG 생산 능력을 현재 7,700만t에서 1억 1,000만t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

“규모를 들으니까 감이 오시죠? 이 프로젝트로 인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LNG 선박은 약 150척입니다.”

“백······ 백오십 척?”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조선소 중에 한 곳인 태성중공업 사장인 유진태 사장도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선박 중 가장 비싼 선박인 LNG 운반선이 총 150척!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약이다.

이 물량을 전부 다 수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최대한 많이 계약을 따낼수록 막대한 이익이 생길 것이다.

카타르의 국영 기업 도하에너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라면 발주자 측의 신용 문제로 대금 지급이 문제 될 가능성도 0%에 가깝지 않은가? 태성중공업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계약이라는 뜻.

“아직 자세한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프로젝트 발표가 있을 겁니다.”

태성중공업 유진태 사장이 나의 말에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냈다.

그때, 영업팀장이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더니 말했다.

“장보고 차장님, 그런데 어차피 도하에너지로부터 입찰을 따낸 후에야 선박을 발주하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건 맞습니다.”

“그럼 지금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의 프로젝트를 대가로 현재 체결된 계약을 해지해달라는 겁니까?”

영업팀장의 지적은 제법 날카로웠다. 우리가 태성중공업에 제안하는 내용은 어지간한 신뢰가 없다면 받을 수 없는 조건일지도 몰랐다.

“맞습니다. 하지만 150척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서라면 감수해볼 만한 리스크가 아닌가요?”

“음······.”

영업팀장도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팀장님,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요?”

“아직 발표도 되지 않은 이런 정보를 제가 알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음······.”

분명히 이상하다. 이런 고급 정보를 알 수 있을 정도라면 도하에너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단순히 헛소리라고 치부하기도 찝찝한 상황.

태성중공업 유진태 사장이 물었다.

“그럼, 계약을 따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겁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을 해야지요.”

SFE 프로젝트는 여러 단계로 진행되는데, 1단계에 발주된 LNG 운반선은 총 45척.

전생에는 여러 회사들이 참여했지만 실질적인 경쟁은 우리나라의 해운 회사들이 모인 컨소시엄과 일본 해운회사 컨소시엄 사이의 대결이었다.

국내에서는 총 5개의 해운 회사가 입찰에 참여했고, 일본의 경우 일본 3대 선주들이라고 불리는 해운 회사들이 입찰에 참여한 것.

하지만 도하에너지가 최초로 발주한 총 4척의 LNG 운반선의 운항 선사로 입찰된 곳은 아쉽게도 일본의 해운 회사였다.

‘전생처럼 해운 회사들만 모아서는 승산이 없을 거야.’

전생처럼 해운 회사들만 모인 컨소시엄으로는 입찰에서 그다지 경쟁력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도하에너지의 사장 압둘 무바라크가 힘을 써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단순히 인정에 기대서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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