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자리를 비운 권영호 회장은 그간 해신해운이 처한 대내외적 현실과 국제 경제 상황을 고려해 내부 단속을 통해 장기적인 경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권영호 회장의 부재 상황으로 원활하지 않았던 해신해운 임직원들의 승진 인사도 예년보다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중략)
유혜영 기자.
+
“빠르네.”
사무실 모니터로 유혜영 기자의 기사를 바라보던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늘 임시 인사이동이 있을 것으로 소문이 파다했다.
유혜영 기자가 어디서 소스를 얻어 기사를 먼저 내보낸 것을 보니 그 소문은 진짜일 것이 확실했다.
‘최근 권동호 부사장과 권동민 전무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이번 인사는 제법 재밌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오후 5시 50분경.
퇴근 시간을 앞두고 10층 사무실 전체에 고요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해신해운 인사팀은 인사 공고를 퇴근 시간 직전에 관례적으로 공고했다.
승진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고, 해외 주재원 발령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인사 공고를 앞두고 본사 전체에 기묘한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특히, 팀장들같이 보직이 있는 직원들이나, 임원들은 그 긴장감이 더했다. 인사 발령으로 바로 옷을 벗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몰랐기 때문에 인사 발령을 앞두고 긴장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직원부터 임원들까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이번 인사이동은 평소와는 달리 대규모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과장님! 떴어요!”
정재훈 사원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내 그룹웨어에 접속한다.
인사 공고가 사내 공지란에 새롭게 떠올랐다.
+
-임원 승진
권동민 전무 -> 부사장
도형준 전무 -> 부사장
-임원 신규 선임 : 상무
현재형 부장 -> 상무
-임원 퇴임
신강일 상무
(중략)
-차장 승진
장보고 과장 -> 차장
(중략)
+
“음?”
예기치 못한 승진 소식이 있었다. 내가 차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아직 서른 살도 되지 않았는데 본사 차장이라니? 파격적인 승진 속도였다.
“장보고 과장님! 아, 아니 차장님, 차장으로 승진하셨네요?”
정재훈 사원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파격적인 승진 인사였기 때문에 그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경력직 과장으로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나도 깜짝 놀랐네.”
솔직한 심정이었다. 정재훈 사원은 나를 존경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 과장님?”
“왜 그래?”
정재훈 사원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옆자리로 다가와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권세아 대리님 퇴사하시네요?”
퇴직 인사란에 권세아 대리의 이름도 기재되어 있었던 것을 발견한 모양이다.
+
-퇴사
경영기획팀 권세아 대리
+
“그래, 오션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들었어.”
“아! 자회사로 가시는구나. 회사 그만두시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네가 왜 놀라는 거야?”
“흐흐흐, 두 분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
“해신해운 최고의 선남선녀 사내 커플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
그나저나 나를 갑자기 차장으로 승진 발령을 한 이유가 있을 텐데,
“어어!”
공고문을 읽어 내려가던 정재훈 사원이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차장님, 대박 밑에 올라온 것도 한번 보세요!”
나는 인사 발령 공고 밑에 있는 조직 개편 공고를 클릭했다.
“음?”
제법 많은 조직 개편이 있었다.
우선 경영기획본부에 속했던 법무팀은 경영지원본부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이 아저씨 잘나가네?’
법무팀장인 현재형 법무팀장은 상무로 승진해 경영지원본부장과 CLO(Chief Legal officer: 최고 법무 책임자), 법무팀장의 자리를 겸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영지원본부에 속해있던 IT팀은 경영기획본부에 포함되면서 IT 기획팀으로 팀명을 변경했다. 경영기획본부장 자리는 부사장으로 승진한 도형준 부사장이 그대로 유지했다.
경영지원본부장과 경영기획본부장 자리를 권영호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도형준 부사장과 현재형 상무가 장악한 모양새였다.
전생에 현재형 팀장은 차장으로 있을 당시 갑자기 발병한 암으로 인해 법무팀장으로 승진도 하지 못했던 사람이고, 도형준 부사장은 상무로 재직하던 중에 파벌 싸움에 휘말려 회사를 떠나게 되었던 사람이다.
두 사람 모두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해신해운이 파산하던 시기에 사람들이 모두 아쉬워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두 해신해운에 그대로 남아 사내 주요 보직을 맡게 되었다.
앞으로 해신해운이 거센 파도를 해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다 나 덕분이라고 봐야지.’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나는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리자 법무팀 조직 변경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법무기획파트 신설이라.’
법무팀 휘하에 법무기획파트가 공식적으로 신설되었다.
그동안 법무팀 내부적으로 파트를 분류해 업무를 구분해 왔는데, 사내에 공식적 파트로 신설되었다.
파트가 신설되었으니 보직 발령도 내려졌다.
그리고 공식적인 파트로 분류된 이상 인원 충원은 필수였다.
+
-파트 신설
법무기획파트
법무기획파트장 : 장보고 차장
한재명 과장 : 자금팀 -> 법무팀 법무기획파트
구민철 대리 : 선대기획팀 -> 법무팀 법무기획파트
정재훈 사원 : 법무팀 -> 법무팀 법무기획파트
+
인사이동 (2)
-해신해운 본사 10층 법무팀
며칠 후.
조직 개편과 조기 정기 인사가 있고 난 이후 회사는 제법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우선 법무팀장인 현재형 부장이 상무로 발탁된 것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사내 변호사로 회사 내 입지가 탄탄한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회사 사람들은 변호사라는 전문직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그의 특성상 언제든 회사를 떠날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런 현재형 부장이 회사의 임원인 상무 이사로 승진하면서, 종전에 없던 직함인 최고 법무 책임자(CLO: Chief legal Officer)로 불리게 되었다.
회사의 CLO는 기업의 법률 책임자로 종래 우리나라 회사들이 소홀히 하던 법률 분야의 리스크를 책임지는 자리.
특히 최근 들어 국내의 대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및 특허 관련 국제 소송이 증가하고, 기업 활동에 관한 법규들이 점점 복잡해지는 등 법률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CLO를 영입하는 추세에 있었다.
우리나라의 일등 재벌 기업인 태성, 대한 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법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법무팀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었는데, 이들 기업에서 CLO는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 의사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현재형 상무가 CLO로 공식 임명되면서 권영호 회장의 최측근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인사팀과 인재육성팀, 총무팀, 법무팀 등 본사의 중요 조직인 경영지원본부장 자리에 오른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인사라 할 수 있었다.
법무팀 내부적으로도 조직 개편이 있었다.
공식적으로 법무기획파트가 신설되고 인원이 보충된 것이다.
특히, 차장으로 파격 승진한 해기사 출신의 젊은 사내가 파트장 보직에 오른 것을 두고 사람들의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법무기획파트는 법무팀이 위치한 자리 가장 왼편에 독립된 섹션을 마련했다.
“파트장님!”
“······.”
“장보고 파트장님!”
“아! 어? 왜?”
승진하고 보직 발령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파트장이라고 불리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은 시점이랄까?
정재훈 사원이 쪼르르 내 자리로 달려왔다.
“아, 파트장님 이렇게 멀어지다니··· 참 슬퍼요.”
“무슨 소리야.”
“얼마 전까지는 바로 옆자리에 있었잖아요. 이제 파트장과 파트의 막내 사원이라니.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잖아요.”
“흐흐흐.”
나도 정재훈 사원의 어리광에 그저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앞으로 더 벌어질지도 몰라.”
“네?”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따라와야 해.”
“······.”
정재훈 사원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바라본다.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아 차장에 승진한 것을 두고 사람들 사이에 말이 많은 상황. 업무 성과나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례적인 파격 승진에 일종의 위화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이 사람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아, 새로 파트로 합류하는 직원들이요. 오늘 각자 팀에서 인수인계 마치고 오후에 올라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잘됐군. 그럼 자리는 전에 알려준 대로 배치하고, 점심 지나고 간단하게 인사 겸 회의를 하지. 회의실 좀 잡아둬.”
“네, 알겠습니다.”
정재훈 사원은 최근 다른 파트원들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눈치. 말로는 자기 혼자서 파트장을 보필하는 것은 역량 부족이라나?
‘사람이 늘어날수록 일이 더 많아질 텐데.’
안타까운 눈으로 헛된 기대를 하고 있는 정재훈 사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 나이에 벌써 본사 파트장이라니?
참 신기한 일이다.
전생에 해신해운이 파산했을 무렵. 그때 나의 직급이 차장이었다.
당시 나는 물론 파트장도 아니었다. 차장이 본사 파트장을 맡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드문 케이스.
그런데 30살이 되기도 전에 파트장이라니.
‘터무니없이 빠른 승진이라지만 아직도 부족해.’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살짝 마음이 초조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혼자 조용히 자리에 앉아 상태창을 떠올렸다.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며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그래도 상태창을 확인하는 순간이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상태창>
이름 : 장보고
전직(2차) 클래스 : 해운 회사 육상 직원(비즈니스맨)
세부 클래스 : 해신해운 본사 법무팀 차장 / 파트장
직업 레벨 : Lv.14
명성 : + 6635
스킬 : [사내정치 Lv.9], [투자유치 Lv.6], [태권도 Lv.11], [고무고무킥 Lv.13], [인명구조 Lv.13], [고소고발 Lv.20], [협상 Lv.20], [잠입 Lv.8], [기업가의 정신 Lv.6], [명사수 Lv.5], [재무회계 Lv.1]
칭호 : [수성의 달인], [인도네시아를 구한 영웅], [인도네시아의 국민 사위], [구조의 달인], [부산사나이], [용감한 시민], [최연소 이등항해사], [항로계획의 달인], [응급처치의 달인], [해신해운의 핵심인재], [바다를 사랑하는 젊은 청년], [국감스타], [용감한 선원], [최연소 일등항해사], [화물의 달인], [바다의 수호자], [최연소 파트장]
Remark : 경험치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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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해운 본사 10층 법무팀 회의실
잠시 후 오후.
나는 회의실에 우두커니 서서 눈을 껌뻑이며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를 확인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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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시나리오 진행에 따른 메인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본사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리더십을 함양하세요!”
세부 퀘스트 : 리더십
클리어 조건 : 전 파트 부하 직원들의 호감도 획득
- 한재명 과장 [불만]
- 구민철 대리 [호기심]
- 정재훈 사원 [호감]
제한 시간 : 다음 정기 인사이동 전까지
보상 : 명성 + 100, 사내 명성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