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5화 (175/200)

“으으흠!”

권영호 회장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래, 장보고 과장 의견을 잘 들었네. 그래서 자네 말은 어떻게 하자는 건가? 어쨌든 맨스크 같은 회사들이 선대를 확충하고 있는 상황이네. 그저 경쟁 선사들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팔짱 끼고 구경만 하자는 건가? 그게 자네의 제안인가?”

회장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모아졌다.

대안을 제시할 타이밍이었다. 대안 없는 비판이라면 설득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권영호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 주식 투자 좀 해보셨나요?”

타운 홀 미팅 (3)

-해신해운 본사 대강당

“주식 투자라고 했나?”

권영호 회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해신해운의 대주주로 오너인 자신에게 주식 투자를 좋아하냐는 질문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대강당을 가득 채운 직원들의 표정도 마찬가지.

“네, 주식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주식 투자를 하지 않습니까.”

“음, 글쎄, 그런가?”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우리 회사의 직원들도 증자할 때 우리 사주를 많이 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권영호 회장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회사의 직원들이 우리 사주를 많이 구매하는 것은 경영권 방어에도 좋고, 회사의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를 기대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동기 부여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권영호 회장도 증자 당시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었으니까.

< 띠링! >

+ 스킬 [협상 Lv. 22]을 사용합니다. +

- 설득력이 상승합니다.

-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집중합니다.

이번 타운 홀 미팅에서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스킬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나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회장님, 그런데 주식 투자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무슨 뜻인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게 돈을 버는 방법 아닙니까?”

“그렇지, 그건 당연한 소리 아닌가?”

“그런데 왜 우리 회사는 가장 비쌀 때 사려고 하는 건가요?”

“음?”

“지금 신조선 발주 비용이 사상 최고가에 근접한 수준이 아닙니까? 이렇게 비쌀 때 선박을 도입하면 남은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권영호 회장이 나의 말에 잠시 침묵하며 나를 바라본다.

“네, 떨어질 일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개미들이 하는 주식도 싼 가격에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을 매매의 기본 원칙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규모로 신조선을 발주하고 용선 선박을 늘린다는 것은 해신해운 같은 거대 기업에 개미들의 주식 투자만도 못한 짓을 한다는 뜻이 아닙니까?”

세계 조선 시장의 경기는 당연히 해운 사업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세계 경제 상황에 따른 교역량과 물동량에 따라 해운 경기가 변동하고, 조선 산업은 해운 경기 뒤를 따른다.

실물 경기가 호전되어 수출입하는 물동량이 증가하면 자연히 해상 운송 운임이 상승하고, 선박 가격까지 상승한다. 해운 호황기에 해운 기업들은 선박 발주를 늘리게 되고 조선 호황기로 이어진다.

조선 호황기에 선박들이 시장으로 대거 공급되면 자연히 선박 과잉 공급 시점에 운임이 하락하고 해운 불황이 시작된다. 해운 불황 시기에는 선박 발주가 감소하고 선박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조선 불황기기 시작된다.

지금은 2000년도 초반부터 이어진 유례없는 해운 호황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2002년도 이후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세계 물동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 호황기는 자연스럽게 선박 가격 상승과 조선 호황기로 이어졌다.

문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발생하는 글로벌 금융 위기.

세계 물동량은 금융 위기 직후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6%가 폭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 세계의 물동량 중 16%에 해당하는 물동량이 그야말로 증발한 것.

더 큰 문제는 수요가 줄었음에도 공급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선박 건조 기간은 통상 1.5년 내외로 물동량 변동과 선박 발주 그리고 선박이 실제로 공급되는 시점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탄력적으로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뜻.

금융 위기 이후 물동량은 대폭 하락했음에도 미리 발주해 놓은 선박들로 인해 선박 공급이 계속 늘어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이미 과잉 공급이 발생한 시장에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해운업은 장기간 불황기로 접어들게 된다.

금융 위기 발생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이 되면 세계 물동량은 16% 가까이 하락하지만, 건조 중인 선박량이 현존하는 선박량의 52%에 달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비극은 컨테이너선뿐만이 아니다. 벌크선 운임 지수(BDI)는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18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다. 선박 가격은 약 1년 만에 고점 대비 25% 이상 하락한다.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지금 발주하는 신조선들은 최고가에 선박을 사서 공급 과잉 시장에 선박을 인도받게 된다는 뜻.

실제로 금융 위기 이후 해운 회사들은 신조선 도입 시기를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조선소의 입장은 또 다르다. 조선소 입장에서는 인도를 늦추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해운 회사의 입장을 계속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전생에 신조선 인도를 늦추려는 해운 회사와 인도를 빨리하려는 조선소 사이에 수많은 법률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루라도 빨리 대형 선박들을 인도받아 시장에 투입하려고 안달 난 지금의 모습과는 천양지차.

“그럼 자네 말은 선대 확충의 시기를 미루자는 뜻인가?”

권영호 회장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권동호 부사장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부사장님.”

“그럼 우리 회사는 앞으로 정기선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될지도 모르네.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투자를 해야 하는 시점이 있는 법이야.”

그건 맞는 말이다.

성공한 기업 중에 불확실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전쟁 이후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땅에서 오늘날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자생한다는 것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해신해운의 상황은 다르다. 그런 투자는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리스크를 감내하는 혁신의 과정이다.

다른 글로벌 해운 회사와의 규모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신조선을 발주하는 것은 그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구덩이를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권동호 부사장의 말을 전적으로 틀린 말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글로벌 정기선사들 사이에 치열하게 규모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해신해운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벌어진 격차를 앞으로 메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해신해운의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면 이들과의 경쟁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미래도 아니었다.

당면 과제는 금융 위기의 파도를 넘어 해신해운을 생존시키는 것이지만 그저 그런 회사로 살아남길 바라는 것도 아니니까.

‘포기하는 건 아니야.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한쪽 길은 선택하기 쉬운 길이다. 다른 회사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다. 초대형 선박을 발주해 선대를 확충하는 방법. 하지만 그 끝은 회사의 파산이라는 낭떠러지.

다른 한쪽 길은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다른 회사들이 선택하지 않는 길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결정을 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니까.

전생에 해신해운이 선택하지 않은 길이니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참고할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바로 해운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리스 선주들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가진 비전을 이들 앞에서 보여줘야 할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띠링! >

+

<메인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시나리오 진행에 따른 메인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타운 홀 미팅이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습니다. 권영호 회장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세요!”

세부 퀘스트 : 타운 홀 미팅

클리어 조건 : 권영호 회장의 변심

제한 시간 : 타운 홀 미팅 종료 전까지

보상 : 명성 + 100, 글로벌 명성 상승

실패 시 : 신조선 발주, 용선 계약 체결, 이자 비용 상승, 용선료 비용 상승, 재무 구조 악화, 수익성 악화

+

떠오른 메시지창의 내용으로도 지금이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 스킬 [기업가의 정신 Lv.5]을 사용합니다. +

- 당신의 비전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호소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성공한 기업가들과의 공감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목소리가 단단해지고 울림이 깊어졌다.

“부사장님 말씀도 맞습니다.”

“음?”

“정기선 시장에서 해신해운의 미래를 포기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규모 확충을 하는 다른 회사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선대 확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방법을 달리하자는 것입니다.”

“흥! 선대 확충을 하려면 신조선을 발주하거나 용선 계약을 통해서 배를 빌리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다른 방법이 없질 않은가?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맞습니다. 하지만 시기를 잠시 늦추자는 것입니다.”

“음?”

“정기선사들 중에 1등인 맨스크와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선사들이 모두 컨테이너선 발주에 힘을 쏟고 있질 않습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하는 말이 아닌가.”

“지금 해신해운이 이런 방법을 취한다고 해도 맨스크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다.

이미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같은 방법으로 맨스크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음···.”

하지만 권동호 부사장은 자존심 때문인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본격적인 싸움을 하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오너가의 일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자존심 덕분일지도 몰랐다.

“제 생각에 같은 방법으로 맨스크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다른 대안이 있나?”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벤치마킹할 곳이 있다고?”

“네, 기업이 아닌 국가로 분류할 때 항상 최상위를 차지하는 선주 국가가 있질 않습니까?”

“음?”

“네, 그리스입니다. 우리는 그리스 선주들의 역발상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그리스 선주라는 말에 권동호 부사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해운 시장에서 그리스 선주들은 다소 특이한 존재들이었기 때문이고,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었다.

해운업은 물동량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국가의 수출입 규모가 많아야 해운업이 자생하기 쉽다는 뜻.

그런데 규모가 크지 않은 열악한 내수 시장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선주들은 세계 해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1947년경에는 1%도 되지 않던 시장 점유율을 2000년대에 들어서는 17% 이상 끌어올렸다.

이들이 해신해운처럼 직접 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해상 운송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선박을 매수해서 해상 운송을 하는 해신해운 같은 선사들에게 선박을 용선해주는 비즈니스를 주로 하면서 이런 성공을 이끌어 냈다.

그리스 선주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선박왕 오나시스.

그리스 선주들은 중동의 산유국을 미국과 같은 소비 시장에 연결하는 유조선 시장에 적극 참여해서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이후에는 전략적인 선박 매매를 통해 위상을 높여왔다.

선박을 싸게 구입해서 최소의 비용으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기본적인 전략.

하지만 그리스 선주들이 탁월했던 것은 그 매수 타이밍이다.

경기 변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해운 회사들은 불황기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게 된다.

그리스 선주들은 이런 경기 하강을 대비한다.

기민한 선박 매매를 통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서 불황기를 대비한다. 고점에 이르기 전에 고가에 선박을 매도하고, 현금을 보유해서 불황기를 생존한다. 그리고 불황기 말에 저가의 중고선을 구입해 호황기에 다시 고가로 선박을 판매하는 것이다.

전생에 금융 위기 시절에도 절묘한 매매로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데 성공한 그리스 선주가 있었다.

바로 그리스의 ‘코린트’사.

해신해운을 포함한 해운 회사들은 해운 호황기 말 신규 선박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다.

그리고 금융 위기 이후 신조선 투자로부터 발생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해신해운이 파산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도 바로 이 무리한 신조선 도입에 따른 금융 비용이었다.

하지만 그리스 선주들은 달랐다.

특히 그중 코린트사의 수완이 빛났다.

오히려 금융 위기를 기회로 삼아 크게 성장한 코린트사의 비밀은 다른 특별한 비법이 아니었다. 지금껏 그리스 선주들이 성공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따랐던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후에 밝혀진 사실은 해운업계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스의 코린트사는 해운 회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던 시기에 단 한 척의 선박도 선대 확충을 하지 않았던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타운 홀 미팅 (4)

그리스 선주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생에도 많이 들었지만 그들의 진가를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전생에 금융 위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리스 선주들의 노하우.’

놀라운 것은 그 전수 방법.

그리스 선주들의 또 다른 특징은 가족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가족 경영을 하는 그리스 선주들은 해운업에 대한 그들의 노하우를 후손들에게 대물림한다.

젊은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가족 경영에 참여하면서 해운업에 녹아든 그리스 선주들은 해운 DNA를 체화한다.

가족 경영을 통해 전수된 노하우는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일반적인 해운 회사들은 불황기의 말기에 도달하면 이미 여력을 상실한 상태가 된다. 호황기에 투자한 선박의 이자 비용을 감당하느라 지쳐 더 이상 신교 투자를 할 여력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는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이 최고라는 말은 해운업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스 선주들은 이때를 노린다. 호황기에 비축된 현금을 이용해 불황기에 오히려 선박을 발주하는 역발상 전략을 취한다.

불황기의 끝을 예견하고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그들의 노하우이자 가문의 비법이다.

금융 위기 이후 이 방법으로 크게 성장한 대표적인 그리스 선주사가 바로 ‘코린트’사였다.

금융 위기 이후 코린트사의 가훈이 유명해졌다.

“우리 가문에는 전해지는 가훈이 있습니다. 불황기에 현금을 은행에 묻어두지 말고 정박 중인 선박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코린트가의 사람이 한 포럼에서 밝힌 그들의 노하우였다.

사실 선박 가격이 폭락한 시기에 선박을 매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문제는 불황기를 버틸 여유 자금이 없기 때문에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

코린트사는 불황기에 선박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정기선(컨테이너선)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직접 컨테이너 운송업을 하지 않고 저가에 컨테이너선을 매수해 해신해운과 같은 정기선사에 선박을 빌려주는 방법으로 위험을 관리했다.

해운이 호황기 들어서 선박 가격이 올라가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을 매매하고, 신조선을 인수하거나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중고선을 구입했다. 탄력적인 매매를 통해 70여 척이 넘는 자사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대형 컨테이너선사로 성장했다.

코린트사는 2000년대 들어서 호황기가 장기화되자 호황기 말기에는 전혀 선대를 확충하지 않고 현금을 비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금융 위기 이후 다른 기업들이 불황기를 견디기 위해 전전긍긍할 때 코린트사는 여유 자금을 활용해 신조선을 주문하기 시작한다.

코린트사가 발주한 신조가는 호황기에 주문한 신조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낮은 가격이었다.

* * *

-해신해운 본사 대강당

권동호 부사장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리스 선주?”

“네.”

“그리스 선주··· 를 따라 한다라···.”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해신해운이 현재 운영 중인 컨테이너 선박은 100여 척이 넘는 숫자로 세계 8위권의 대형 해운 회사이자 우리나라 1등 국적 선사다.

아무리 그리스 선주들이 해운업의 전통적인 강호라고 해도 이들을 벤치마킹하자는 이야기가 그리 좋게 들리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호황기인 지금 신조선을 도입한다고 해도 맨스크와 같은 회사들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신조선을 발주하는 건 맨스크뿐만이 아니야. 다른 경쟁 선사들도 모두 대형 선박을 도입할 계획이지 않나.”

권동호 부사장이 말했다.

“맞습니다. 부사장님. 우리도 선대 확충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선대 확충은 지금이 아니라 곧 닥쳐올 불황기입니다.”

“불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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