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4화 (174/200)

게다가 권동호 부사장은 앞으로 권영호 회장의 뒤를 이어 차기 대표 이사직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 그런 사람이 관리직군을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도 큰일이었다.

물론 권동호 부사장이 공격하려고 하는 대상은 일선 직원들은 아니겠지.

그의 그 창끝은 백 오피스 부서의 정점에 있는 재무그룹 권동민 전무를 항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거 안타깝네. 아무래도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군.’

권동호 부사장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뒤에 권동민 전무가 있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걸까? 권동민 전무를 향한 쉐도우 복싱을 해대고 있었다.

과장에 불과한 일개 직원인 내가 자신의 상대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겠지.

아니 그런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면만 본다. 사람의 뇌가 그렇게 작동한다. 그는 눈앞에 자신의 상대가 있어도 자신과 싸움을 벌이는 적장으로 인지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내가 권동민 전무보다 훨씬 매운맛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군.’

잔뜩 흥분한 권동호 부사장이 말을 이어갔다.

“자네, 지금 정기선 시장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지 아나?”

그는 거의 삿대질하는 손동작으로 나를 가리켰다. 번개라도 쏟아져 나올 듯이 그는 눈빛에 분노를 담아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주변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

그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자 잠시 침묵했다.

“그, 그래. 그 정도는 회사 직원이라면 알고 있겠지.”

나는 권동호 부사장이 잠시 주춤한 사이 빠르게 치고 나갔다.

“지금 정기선 시장은 메이저 정기선사들만 살아남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른바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뒤처지면 어쩌면 다시는 정기선 시장에서 메이저 업체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

나의 말에 권동호 부사장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 말이 맞네. 그래서 선대 확충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일세. 선대를 확충하지 않으면 해신해운은 순위가 금방 뒤로 밀려난다는 뜻이야. 그리고 컨테이너선 선대 확충은 원한다고 바로바로 할 수는 있는 것도 아니야!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권동호 부사장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는 사실 본인이 모르는 것이 더 많았지만 그가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었다. 은연중에 사람들을 무시하는 그의 인성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나는 순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선박을 건조하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 아닌가요?”

“······.”

“그리고 지금 대형 컨테이너 선박 도입 경쟁이 치열해서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슬롯(slot)은 몇 년 치가 모두 계약이 완료된 상황이기도 하고요.”

“······.”

권동호 부사장이 또다시 잠시 침묵했다.

침묵하는 그를 향해 내가 말했다.

“조선 기술의 발달로 컨테이너선의 규모가 기존 선박들의 두 배 세 배에 달하는 선박들이 도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컨테이너 슬롯 개수로 따지면 공급량이 예년에 비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선박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음, 그런 지적도 일리가 있네.”

권동호 부사장은 말투는 제법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그저 멋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챘기 때문일까?

“하지만, 해운 호황기가 끝날 기색은 없네. 그리고 물동량 걱정은 하지 말게 그 이유를 아는가?”

“중국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인가요?”

“······맞네.”

“그럼, 중국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경기 부양을 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중국 경제는 정부의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 아닙니까?”

“······.”

나의 계속되는 질문에 권동호 부사장이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핀치에 몰리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한 방을 꽂아 넣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글로벌 메이저 정기선사들 사이에 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치킨 게임은 한쪽이 패할 때까지 진행되는 싸움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건가요?”

타운 홀 미팅 (2)

-해신해운 본사 대강당

글로벌 정기선사(컨테이너선사)들이 벌이고 있는 치킨 게임.

정기선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낭떠러지를 향해 선박을 몰아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정기선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은 서로 양보하지 않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극한의 상황으로 서로를 내몰고 있는 상황.

끝을 모르고 내달리는 이 상황에 해신해운도 참여한 상태였다.

한때 세계 5위권 선복량을 자랑했던 해신해운의 선복량은 현재 10위권 가까이로 떨어지고 있는 실정.

더 이상 순위에서 추락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경영진은 현재 선복량 확보 전쟁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그 중심에는 컨테이너사업본부장인 권동호 부사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치킨 게임에서 해신해운이 살아남을 확률은?

‘0%.’

안타깝게도 그 가능성은 0%다. 전생을 통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 결과는 해신의 파산이었기 때문이다.

“······.”

장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강당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권동호 부사장을 향하고 있었다.

“허허허.”

권동호 부사장을 대신해서 침묵을 깨트린 사람은 권영호 회장이었다.

권영호 회장이 노구를 이끌며 강단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눈빛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거동이 불편한 듯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재밌군 재밌어. 이왕 이렇게 모였으니 다들 다 같이 강단으로 한번 올라와 보게. 다 같이 이야기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떤가?”

권영호 회장이 손짓했다.

강단 옆에 대기하고 있던 총무팀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강단 위에 임원들이 앉을 의자들을 나열했다.

권영호 회장이 가운데 착석하더니 강단 밑에 앉아 있는 임원들을 향해 손짓했다. 임원들은 갑자기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당황한 듯 쭈뼛거리고 있었다.

“자, 다들 올라와 보시게.”

“······.”

“해신해운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

“권동호 부사장, 권동민 전무 당장 올라오시게.”

권영호 회장의 불같은 시선이 이들을 향하자 권동민 전무는 어깨를 움찔하더니 강단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

권동호 부사장과 권동민 전무가 움직이자 각 사업본부의 담당 임원들도 이들을 뒤따라 떨떠름한 표정으로 강단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권영호 회장이 말했다.

“권동호 부사장,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어떤 의견인가?”

권동호 부사장은 제법 긴장한 얼굴이었다. 아버지인 권영호 회장의 시선이 전신을 훑는 기분. 오랜 투병 생활 때문에 병세가 확연히 느껴졌지만 아직도 젊은 시절부터 보여준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음······ 현재 해신해운이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권동호 부사장의 말에 권영호 회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허, 이 사람아 언제는 우리가 편한 시절이 있었는가?”

“······.”

그 소리는 마치 권영호 회장이 권동호 부사장을 나무라는 것처럼 들렸다.

사실은 권동호 부사장이 컨테이너사업본부장을 맡은 시기는 유례없는 해운업 호황기였다. 이렇게 좋은 상황에서 사업을 맡게 되었는데도 불만이라니? 권영호 회장은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다르게 치열함을 잃어버린 자신의 아들 권동호 부사장을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권동호 부사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아니 정기선 시장이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어떻게 말인가?”

“발주되는 컨테이너선박의 크기가 대부분 1만TEU가 넘는 상황입니다. 맨스크에서 얼마 전에 11,0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엠마 맨스크(Emma Mansk)호 진수식을 거치고 선박을 항로에 투입한 상황입니다.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오가는 항로입니다.”

몇 달 전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국적선사 맨스크에서 드디어 11,0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진수했다.

현재 운항되고 있는 선박 중에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중국 C-Line의 상하이호로 9,650TEU급. 이번에 진수된 엠마맨스크호는 C-Line의 상하이호보다 1,350개의 컨테이너선을 더 실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이었다.

권동호 부사장이 말을 이어갔다.

“문제는 맨스크에서 1년 안에 인도받는 1만TEU급 선박이 모두 6척입니다. 그리고 6척 모두 아시아와 유럽의 서비스 항로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권영호 회장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보고받아서 알고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해운업의 이슈였다.

권영호 회장을 비롯한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권동호 부사장은 다소 자신감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는 강당에 앉아 있는 전 직원들을 바라보며 당당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다른 메이저 선사들도 맨스크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 맨스크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이상 뒤처지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대 확충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권동호 부사장의 말을 들은 해신해운의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맨스크가 그동안 비밀리에 부쳤던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시장에 전격적으로 투입한 이후 시장 상황이 극변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스멀스멀 해신해운 직원들 사이에도 퍼지고 있었었다.

해신해운뿐만 아니라 다른 메이저 해운 회사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의 CMM 선사와 이스라엘 국적선사 등 모두 1만TEU급 선박을 우리나라의 대형 조선소에 집중적으로 발주하고 있는 상황.

세계 1등 정기선사인 맨스크의 향후 시장 점유율이 18%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메이저 선사들도 앞다퉈 대형 선박을 발주하고 있었다. 맨스크가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해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런 극초대형 선박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시기에 발생한다.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총 1,872척, 905만 톤, 약 1,000만TEU에 해당하는 공급량이다. 하지만 문제는 향후 2년 동안 진수 예정인 선박이 현재 선대의 50%에 달하는 450만 톤을 넘어설 예정이라는 것.

정기선사들 사이에 벌어진 극초대형선 확보 경쟁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컨테이너선의 선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정기선 시장 전체의 운임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컨테이너선대의 폭발적인 증가세가 운임과 용선료 하락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기선사들은 시장을 오판한다. 해신해운도 마찬가지.

향후 3년 이상의 컨테이너 시장을 낙관한 것인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물동량 성장세가 만만치 않아 시장의 선박 공급 충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이런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고, 해운업에 유례없는 불황기에 돌입한다.

권영호 회장이 조용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부사장의 의견은 잘 들었네. 다른 의견은 없나?”

강단 위에 올라 있는 임원들은 권영호 회장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지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 분야도 아니었기 때문에 의견을 내기를 주저했고, 권영호 회장 이후 차기 경영권을 차지할 게 될 가능성이 높은 권동호 부사장의 눈 밖에 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강단 위의 다른 임원들이 침묵하자 권영호 회장이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대강당을 가득 채운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나 좋습니다.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시간이니까.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까?”

권영호 회장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모아졌다.

나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음 좋네. 장보고 과장 의견을 한번 들려주시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권동호 부사장을 향한 공세를 다시 시작했다.

“제가 경력직으로 입사해서 교육을 받을 때 해운업이 완전 경쟁 시장에 가깝다는 말을 하더군요.”

“흥, 그건 벌크선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네.”

권동호 부사장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네, 그래도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는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린가?”

“공급과 수요로 컨테이너 화물의 운임이 결정되니까요.”

“흥, 당연한 소릴!”

권동호 부사장은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컨테이너선이 모두 몇 척인지 아십니까?”

“······?”

권동호 부사장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그런 세세한 수치까지 기억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총 1,872척, 905만 톤, 컨테이너 슬롯은 약 1,000만TEU에 달합니다.”

권동호 부사장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측근인 선대기획팀장을 바라보았다. 선대기획팀장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나의 말이 맞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회사를 포함한 메이저 선사들이 맨스크를 따라잡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대규모로 초대형 선박을 발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 안에 공급될 선박량이 얼마일까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이 침묵했다.

그때 내가 앉아 있는 좌석 뒤로 강당 가운데 앉아 있는 누군가 대답했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한 100만 톤 정도 될까요?”

정재훈 사원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자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100만 톤이라고 해도 지금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대의 1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어마어마한 수치죠.”

“그럼?”

“한 해운 컨설팅 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향후 2년 동안 진수 예정인 선대의 규모가 약 450만 톤이라고 합니다.”

“······?”

“네, 현재 운항 중인 전체 컨테이너선의 5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

정재훈 사원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 2년 만에 지금 운항 중인 총 선박의 절반에 해당하는 선복량이 추가로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권동호 부사장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한다.

“자네 말대로 공급량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수요도 증가하고 있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물동량 상승세도 만만치 않으니까.”

“물동량 증가라······.”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상승세라는 것도 낙관적인 전망에 따르더라도 10%가 안 되는 수치. 그리고 곧 닥칠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는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물동량이 증가세에 있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증가하실 것으로 예상을 하시나요?”

“으으음.”

권동호 부장이 다시 침묵했다. 그런 세세한 수치까지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해운 시장을 받쳐 주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물동량도 증가세에 있다고 예측하는 자료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 증가세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예측하더라도 한 자리 수치에 불과합니다.”

“······.”

“그 말은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운임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기조라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로 경제는 이미 하강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

“그런데 만약 물동량이 지금 예상하는 것 정도도 증가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강당 내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네, 맞습니다. 해운업은 유례없는 불황을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말에 강당을 가득 채운 직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해운 회사를 다니는 직원이라고 해도 해신해운과 같은 큰 기업에서의 역할은 세세하게 세분화되어 있다. 각자의 일을 하루하루 쳐내는 것만으로도 업무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런 거시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보는 직원은 극소수.

세계 경제 전망이니 시장이니 하는 이야기는 뉴스 속에서 듣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뭐 경기가 어려워진다고 해도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설마 이렇게 큰 회사가 망하겠어? 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국적선사를 망하게 나라에서 내버려 둘 리 없다는 안일한 생각들이 회사 내부에 만연하게 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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