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6화 (136/200)

“2차 전직 스킬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변경 가능한 스킬 :

[항해술 Lv.25] → [사내정치 Lv.5]

[기관술 Lv.9] → [투자유치 Lv.3]

[인명구조 Lv.13] → [보고서작성 Lv.15]

[고소고발 Lv.17] → [리더쉽 Lv.16]

[협상 Lv.18] → [비지니스 매너 Lv.10]

[마도로스의 심장 Lv.15] → [기업가의 정신 Lv.5]

(중략)

Remark:

- 충분히 고민하신 후 선택하세요!

- 다시 항해사로 돌아가더라도 스킬들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

‘음!’

모든 스킬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원래 보유하고 있던 스킬 중에도 아직 쓸 만한 스킬들이 있었다.

‘일단 효과가 검증된 스킬들은 그대로 두고, 꼭 필요한 것들만 변경하자.’

나는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킬 전환이 완료되자 상태창이 떠올랐다.

< 띠링 ! >

+

<상태창>

이름 : 장보고

나이 : 27세

전직(2차) 클래스 : 해운 회사 육상직원(비즈니스맨)

세부 클래스 : 해신해운 본사 기획본부 법무팀 과장

직업 레벨 : Lv.1

명성 : + 4535

스킬 : [사내정치 Lv.5], [투자유치 Lv.3], [태권도 Lv.10], [고무고무킥 Lv.12], [인명구조 Lv.13], [고소고발 Lv.17], [협상 Lv.18], [잠입 Lv.6]. [기업가의 정신 Lv.5], [명사수 Lv.5]

칭호 : [수성의 달인], [인도네시아를 구한 영웅], [인도네시아의 국민 사위], [구조의 달인], [부산사나이], [용감한 시민], [최연소 이등항해사], [항로계획의 달인], [응급처치의 달인], [해신해운의 핵심인재], [바다를 사랑하는 젊은 청년], [국감스타], [용감한 선원]. [최연소 일등항해사], [화물의 달인], [바다의 수호자]

Remark: 전직을 축하합니다!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를 축적하세요!

+

도박판?

-해신해운 소강당

며칠 후.

소강당에서는 해신해운 경력직원 오리엔테이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경력직원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은 주로 해운업의 일반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해신해운의 각 사업 부문에 대해 개괄적인 사항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사들은 해신해운의 각 부서에서 현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었다. 각 팀의 직원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설명하는 방식.

경력직원으로 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전에 해운업에 근무한 경력이 없는 직원들도 있었기 때문에 해운업과 해운 회사에 대한 개괄적인 교육이 필요했다.

특히 이번에 나와 함께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람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동종 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었다.

나는 해운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전생에 육상직으로 전환할 당시 유사한 내용의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익히 잘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제법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경력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새로 입사하는 직장에서 적응하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다. 다들 주의 깊게 강사들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힐끔 권세아 대리를 바라보았다.

예상과 달리 그녀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교육을 듣고 있었다.

전생에 들은 소문이 떠올랐다.

‘회장의 딸이지만 정체를 아무도 못 알아차릴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보네?’

다들 회장 딸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하더니 그 소문은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다.

‘음?’

나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권세아 대리의 시선이 갑자기 나를 향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방긋 눈웃음을 지었다.

‘어, 어!’

나는 도둑질이라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무슨 잘못이라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나는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다 진채호 부장님 때문이야.’

두 사람이 잘 어울리니 잘해보라는 진채호 부장의 농담이 생각났다.

나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진채호 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장 뒷자리였기 때문에 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경력직 채용으로 입사하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총 5명이었다.

나이순으로 정리하면 우선 우리 중 가장 연장자는 진채호 부장이었다.

그는 경영기획팀 리스크매니지먼트 파트장으로 영입된 사람으로 금융권 출신이다.

나이는 40대 중반. 투자 은행 출신으로 오래 근무한 금융맨답게 사교성과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었다.

진채호 부장은 리스크매니지먼트 파트에서 회사의 각종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두 번째는 재무그룹 자금팀 김용호 차장.

이 사람 역시 금융권 출신. 금융 기관에서 선박금융을 담당했다고 한다. 자금팀에서 선박금융 파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스카우트했다는 말이 있었다.

나이는 30대 후반. 김용호 차장과 진채호 차장은 금융권 출신이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벌써 제법 가까워진 듯했다.

세 번째는 IT팀의 조재호 과장. 나이는 30대 중반. IT 회사에 근무하다 왔다고는 하는데 사교성이 좀 부족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네 번째는 홍보팀으로 입사하는 채현수 과장. 30대 초반의 나이로 젊고 당찬 커리어우먼. 기자 출신이라고 한다.

다섯 번째가 권세아 대리.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나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이번에 입사하는 사람들 중에 20대로 젊은 나이였다.

그녀는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해신해운에 입사하기 전에는 외국의 컨설팅 회사에서 3년 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 * *

잠시 후 점심 식사 시간.

‘이 사람들이 또!’

이상하게 쉬는 시간이면 다들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번에도 진채호 부장과 김용호 차장이 내 주변으로 다가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수다의 시작은 항상 진채호 부장이었다. 진채호 부장은 선박에서 유달리 말이 많았던 선장님들을 떠올리게 했다.

“장보고 과장, 그래 해신해운에서 일등 항해사로 근무하다가 육상직으로 전환한 거라고 했지?”

“네, 배에서 내린 지 얼마 안 됩니다.”

“일항사가 육상 직원으로 전환하면 으레 과장 직급을 주는 건가?”

“글쎄요······ 보통은 대리 직급을 준다고 들었습니다.”

“오! 그런데 왜 장보고는 과장님일까?”

“음, 저는 뭐 운이 좋아서 과장으로 발령이 난 거겠죠? 자세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허허허.”

“에이, 장 과장 내 앞에서는 그렇게 겸손한 척 안 해도 된다니까! 또 이러네. 하하하.”

진채호 부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진 부장님, 무슨 재밌는 일 있어요?”

김용호 차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니, 장보고 과장 말이야.”

“네.”

“알아보니까 정말 회사의 유명 인사가 맞더라니까! 회사에 장보고 과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

진채호 부장의 말에 나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무튼, 입사 동기가 이런 사내 스타라니 정말 다행이야. 허허허. 앞으로 잘 좀 도와주게.”

“제가 도와드릴 일이 뭐 있겠습니까.”

나의 말에 진채호 부장은 너스레를 떨더니 조용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장보고 과장, 그런데 아직 여자 친구 없다고 하지 않았나?”

“네? 네. 아직······.”

진채호 부장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자네 그 이야기 못 들었나?”

“무슨 이야기요?”

“해신해운은 사내 커플을 권장하는 회사라고 하던데?”

“······.”

이 사람은 또 이 소린가.

“이것도 인연이니까 잘해보게. 내가 관상도 좀 보는데, 두 사람이 제법 잘 어울려.”

진채호 부장이 슬쩍 내 옆구리를 찌르며 권세아 대리를 향해 곁눈질을 했다.

나는 살짝 얼굴만 붉힐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 * *

-해신해운 본사 소강당

며칠 뒤.

벌써 경력직 오리엔테이션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이제 경영기획팀 강의를 마치면 오리엔테이션도 마무리될 예정.

오전에 강의를 마치면 오후에 각자 발령이 난 팀으로 배치된다.

나는 자리에 앉아 마지막 강의안을 바라보았다.

‘경영기획팀이라.’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경영기획팀에서 강사로 오는 사람이 바로 원은재 부장이었기 때문이다.

원은재 부장은 아마도 내가 경영기획팀으로 발령이 나는 것을 반대했던 사람일 것이다.

경영기획팀장은 아니지만 경영기획팀에서 No.2 격에 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팀 내에서 제법 발언권이 있는 인물이다.

‘그나저나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다.’

전생에 원은재 부장은 전생에는 싱가포르 지점장을 마치고 컨테이너사업부의 선대기획팀장으로 발령이 났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현생에서는 선대기획팀이 아닌 경영기획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리고 팀장도 아닌 파트장으로 발령.

아마도 그가 싱가포르 지점장으로 있을 때 위험 화물과 불법 무기들을 “발키리”호에 선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그의 보직 발령에 영향을 준 것이 분명했다.

‘뭐 알고 한 건 아니겠지만···.’

원은재 부장도 위험 화물이나 무기가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선적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선적 과정에서 회사의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점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아마도 그가 팀장으로 발령이 나지 않은 이유는 이것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전생에는 나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원은재 부장이 싱가포르 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위험물을 하역하려다 보니 그와는 본의 아니게 악연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현생에는 부딪칠 사람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 그는 선대기획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수의 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신조 계약들이 해신해운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가하게 된다.

하지만 운 좋게도 그는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경영권 싸움에서 재빠르게 장남의 세력에 가담한다. 이후 경영권 싸움에서 승리해 해신해운의 회장이 되는 장남의 최측근 심복이 된다. 기획실장으로 임원이 된 이후에는 그야말로 무능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임원이 되자 그는 회사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는 유능한 직원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결국 해신해운 직원들 사이에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불리게 되었고, 해신해운을 결정적으로 망하게 만든 임원 5명을 일컫는 해신오적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전생과 달리 선대기획팀장으로 발령 나지 않은 것은 해신해운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생에서는 해신해운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고 강단 앞으로 사람이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의 강사인 원은재 부장이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영기획팀의 원은재 부장입니다. 먼저 해신해운에 입사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원은재 부장은 싱가포르 항구에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아주 매너 있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이었다.

“이번이 마지막 시간이라고 들었는데, 핵심적인 내용만 소개하고 최대한 빨리 마쳐드리겠습니다.”

“오!”

“하하하.”

사람들이 원은재 부장의 말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예상외로 원은재 부장의 강의는 제법 훌륭했다.

임원으로 승진하기 전까지는 제법 역량 있는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더니 그런 말이 거짓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원은재 부장이 말을 이어갔다.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지구상 최대의 도박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바다에 있다는 말.”

“······?”

“그건 바로 해운업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 이유를 아시는 분?”

원은재 부장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들 묵묵부답.

신난 표정을 짓고 있던 원은재 부장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더니 질문을 이어갔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장보고 과장님이라면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

‘왜 갑자기 나를?’

나를 콕 집어 물어보는 원은재 부장의 의도는 뻔했다.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 해기사로 바다에서 하선한 지 아직 얼마 안 돼서 해운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실지도 모르겠군요. 해운업과 선원으로서의 승선 생활은 엄연하게 다른 분야니까 말이죠.”

그는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있으니 제법 신난 표정.

원은재 부장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해운업은 해상 운송을 하는 비즈니스의 세계.

바다에서 승선 생활을 했던 해기사 출신인 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유리한 출발선에 있었지만 전혀 다른 비즈니스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원은재 부장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나는 전생에 해운업에서도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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