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1/200)

< 띠링! >

+

< 돌발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

“위험에 처한 다이버를 성공적으로 구조했습니다!”

보상 :

-명성 + 100

-당신의 명성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스킬 [산업잠수 Lv.1]을 획득했습니다.

-스킬 인명구조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오션플래닛 직원들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정수호 이사가 당신에게 마음의 빚을 느낍니다.

+

* * *

강욱 팀장은 챔버 안에서 감압 치료를 받기 위해 옮겨졌다.

챔버에서 감압 치료를 위해 2시간 이상이 소요될 예정이었지만 나는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을 대비해 챔버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사고 수습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정수호 이사가 다가왔다.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고야 고생했다.”

“별거 아닙니다. 큰 사고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래…….”

정수호 이사의 표정이 어두웠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이해가 안 돼서 말이지.”

“네? 뭐가요?”

“강욱 팀장 말이야. 도대체 왜 스쿠버 장비로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돼서 말이지.”

“음? 그럼 작업 계획대로 했던 게 아니고요?”

“응, 오전 브리핑 때 분명히 스쿠버 장비 안 쓰고 SSDS를 쓸 계획이라고 했거든. 그런데 스쿠버 장비를 차고 들어갔단 말이지. 그것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음…….”

스쿠버 장비는 잠수사가 휴대한 실린더를 통해 호흡할 주기체를 공급받는 방식을 말한다.

레크레이션 다이빙의 경우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사용한다. 그러나 산업 잠수의 경우에는 작업의 종류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장비를 사용한다.

이때 사용하는 호흡장비가 바로 SSDS(Surface Supply Diving System).

이른바 표면공급 공기잠수장비. 잠수사가 수면으로부터 공기압축기를 통해 주기체를 공급받는 수중호흡장비를 말한다.

수중에서 장시간 작업을 하는 경우 선호되는 방법으로 원래 계획대로라면 강욱 팀장도 오늘 작업 때 스쿠버장비가 아닌 SSDS 장비를 사용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나는 안민준 과장과 강욱 팀장의 대화를 떠올렸다.

나는 정수호 이사에게 물었다.

“안민준 과장은요?”

“음? 안 과장이 왜?”

“안민준 과장도 스쿠버 장비를 썼다고 하던가요?”

“어? 어떻게 알았어? 두 사람은 스쿠버 장비로 들어갔다고 하던데?”

“음…….”

나는 손을 들어 올려 턱을 감쌌다. 이들의 행동이 내 예상대로였다.

<띠링!>

+스킬 [고소고발 Lv.12]을 사용합니다. +

-범인을 추적합니다.

-추리력이 상승합니다.

‘이놈들이 보물을 빼돌린 것이 분명해.’

애초에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보물의 양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

보물의 양과 내용을 알지 못하니 수면 위에서는 보물을 확인한다고 한들 이들이 미리 빼돌렸다면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마터면 완전범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곳은 선박. 한정된 공간이다.

육지로 나가기 전에 보물을 숨길 수 있는 장소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잠수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들도 그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이놈들의 얄팍한 수작을 떠올리며 실소를 흘렸다.

‘보물을 찾는 건 시간 문제야. 그것보다 강욱 팀장의 상태가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안민준 과장이 거경파의 지시대로 강욱 팀장을 해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마친 나는 정수호 팀장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주변을 한차례 둘러본 후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정 이사님.”

“응? 왜 그래?”

“스쿠버 장비 말인데요. 강욱 팀장이 사용한 실린더(공기통) 혹시 확인해 보셨나요?”

“실린더? 아니, 그건 왜?”

“강욱 팀장 같은 베테랑이 갑자기 질소 마취 됐다는 게 이상해서요.”

“음, 그런데 뭐 질소 마취는 일정 수심 이하에서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상황이니까.”

“그렇긴 한데 혼자 덩그러니 있었던 것도 이상하잖아요.”

“음…….”

정수호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궁금해하던 문제였다.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혼자서 단독으로 다이빙을 하거나 작업을 하는 것은 오션플래닛사의 업무 절차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둘 이상의 다이버가 버디 시스템, 즉 짝을 이뤄서 행동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버디가 없었잖아요.”

“으으음!”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사람이 있었는데도 말이죠.”

“......!”

정수호 이사가 입을 살짝 벌렸다.

이 둔한 곰 같은 사내도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린 눈치.

정수호 이사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보고야 그럼 네 말은……”

“쉿!”

나는 검지를 들어 올려 입술에 갖다 댔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듣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정수호 이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강욱 팀장이 사용한 실린더의 공기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유조선 H 스피드호 기름 유출 사고 (1)

-경기대교 건설공사현장 인근 해상

경기대교 건설공사현장.

건설현장에서 작업을 마친 해상 크레인을 예인해서 거제도 태성중공업으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예인선 선단의 항해 책임을 맡은 주 예인선(Lead tug) “태성 S-5”호의 강봉화 선장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뭐 하는 놈이야?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놈이. 건방지게.”

강봉화 선장은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뭔 놈의 날씨가 이래?’

강봉화 선장은 이 예인선 태성 S-5호의 선장으로 근무한 경력만으로도 이미 10년이 넘어가는 베테랑 선장이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변덕이 심한 날씨는 도무지 바다 상황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출항을 앞두고 살짝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선장님!”

머리가 희끗한 선장이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번 예인선단의 부 예인선 “태호 S-3”호의 선장이었다. 이름은 최동석.

“그래 최 선장 무슨 일인가?”

“현장소장으로부터 예정 항로상의 기상정보를 받았습니다.”

“그래?”

“네, 한번 보시죠.”

강봉화 선장이 기상자료를 받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으으음! 내일 새벽 03시 00분 서해 중부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다라…… 서-북서풍이 초속 12~16m로 불고 높이 약 2~4m의 파도가 일 예정…….”

기상자료를 읽어 내려가던 강봉화 선장이 말끝을 흐렸다.

강봉화 선장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최동석 선장이 물었다. 강봉화 선장이 예인선단의 주 책임자였기 때문에 출항할지 여부는 그의 결정에 따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선장님, 어쩌죠? 본사에서는 빨리 오라고 한다면서요.”

“음…….”

고민을 이어가던 강봉화 선장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일단 출항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이는군.”

“그렇죠?”

“그래 보퍼트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강봉화 선장의 말에 최동석 선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예항검사증서상 출항을 금지하는 보퍼트 풍력계급(Beaufort Scale) 5.

보퍼트 풍급계급(표)은 해상 바람의 강도를 설명하기 위한 등급표를 말한다. 총 13계급(0~12)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선박의 안전운항 등에 참고하는 자료였다.

예인선 출항을 금지하는 증서상의 보퍼트 풍력계급 5의 명칭은 질풍(fresh breeze)로 해면이 거의 흰 파도가 되며, 풍속은 8.0~10.8m/s에 해당하는 상황을 말하는데, 강봉화 선장의 말은 현재 인천항의 기상 상황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강봉화 선장의 말에 최동석 선장이 물었다.

“선장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날씨가 안 좋으면 긴급피난할 항구는 정해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최동석 선장의 말에 강봉화 선장이 잠시 고민한 후 대답을 이어갔다.

“풍랑주의보 20마일 밖 해상에 대한 것이니까…… 우리 항로랑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봐야겠지.”

전달받은 기상자료에 따르면 풍랑주의보는 서해 중부 먼바다에 대한 것으로 해안선에서 20마일 밖 해상에 대한 예보였기 때문이다.

강봉화 선장이 이끄는 예인선단의 예정항로는 연안으로부터 약 10마일 이내로 항행할 예정이었다. 강봉화 선장은 지금 기상상황대로라면 예정항로에는 풍랑주의보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심한 강봉화 선장이 말했다.

“준비를 마치면 바로 출항하지.”

“네, 지금 준비하면 15시쯤에는 출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네. 필요할 때마다 VHF 채널 15를 통하여 항해지시를 할 테니 침로와 속력을 잘 조절하게.”

“네 알겠습니다.”

강봉화 선장이 이끄는 예인선단은 20xx년 xx월 x일 14시 15분경 출항을 시작했다.

* * *

-덕적군도의 남단에 위치한 울도 인근 해상

예인선단이 출항한 같은 날 오후 23시 30분경.

강봉화 선장이 이끄는 예인선단이 덕적군도의 남단에 위치한 울도를 우현 측 약 3.3마일로 통과하고 있었다.

“바람이 생각보다 강하구나….”

예인선에서 바라보는 바닷바람이 제법 강하게 느껴졌다. 특히 서해 먼바다 외해로부터 오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상황이었다.

강봉화 선장은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일등 항해사가 항해 당직을 교대하기 위해 선교로 올라왔다.

“선장님, 그만 교대하고 내려가서 푹 쉬시죠.”

항해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평소와 같이 간단하게 인수인계를 마쳤다.

하지만 문제는 예인선단도 풍압의 영향으로 갑자기 좌현 측으로 약 20도 정도 밀리면서 예정했던 항로를 살짝 벗어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직 근무 중이던 강봉화 선장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일등 항해사에게 항해 당직을 인계한 후 이미 취침한 상태였다.

다음 날 새벽 04시경.

항해 당직을 인계받은 일등 항해사는 강봉화 선장으로부터 항해 당직을 인계받을 때 예인선단이 이미 외해의 풍파에 노출되어 좌현 측으로 크게 밀리고 있는 중임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예정항로를 벗어나 직항침로 약 186도의 항적을 그리며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

특히 예인선이 자동조타로 변경하면서 선수 방향이 심하게 흔들리면서(Yawing) 속력도 약 2노트 내외로 급감되기 시작하였다.

대형 해상 크레인이 실려 있는 부선은 길이 약 400여 미터의 예인줄에 끌려 극미속 예인되는 상태에서 우현 측으로부터 오는 강한 풍파의 영향으로 이때부터 예인선들이 침로방향과 달리 따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예인선단 전체는 예정항로 부근을 따라 직항침로 약 210도 내외의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으나 극도로 불안정하게 사행(蛇行. 지그재그)하며 항해하기 시작했다.

지지직!

VHF 채널 15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태성 S-5, 태호 S-3호 선장입니다.”

“네 선장님, 일등 항해사입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 괜찮습니까?”

“네 선장님, 날씨가 나빠서 230도로 가지만 실제는 제 코스로 가고 있습니다. 문제없습니다.”

항해사는 예인선단이 230도로 진행하면서 실제 항적은 직항침로 약 210도로 진행하므로 예정침로 206도와 큰 차이 없이 항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예인선단이 심각하게 사행을 하며 불안정한 항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새벽 04시 30분경.

예인선들이 갑자기 남쪽으로 떠밀리기 시작했다. 예인선단의 항적이 심각하게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불안함을 감지한 항해사가 급하게 무전으로 선장을 호출했다.

“서, 선장님 일등 항해사입니다.”

“음? 일항사 무슨 일인가?”

“선교로 올라오셔야겠습니다. 악천후가 심합니다.”

“음? 바로 올라가겠네.”

일등 항해사의 연락을 받은 예인선 태성 S-5 선장 강봉화가 선교로 뛰어 올라왔다.

그는 일등 항해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일항사, 상태는?”

“예인선들이 갑자기 남쪽으로 떠밀리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항로를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일등 항해사의 표정이 경직되어 있었다.

지지직!

그때 예인선단의 불안정한 항적에 위기감을 느낀 태호 S-3호 선장 최동석 선장이 연락해왔다. 그의 목소리도 불안함이 가득했다.

강봉화 선장이 말했다.

“파도가 심해 속도가 안 나오고 있네. 지금 1.7노트 정도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야.”

“큰일이네요. 이제 어쩌죠?”

긴장한 최동석 선장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예인선들의 예항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정상항해가 불가능한 것 같네. 일단 인천항 쪽의 적당한 곳을 찾아 피항을 해야겠네.”

“피항이요? 그럼 선주 측에 연락해야 되지 않을까요?”

“일단 피항을 하는 것이 우선이니 연락은 나중에 하도록 하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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