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200)

< 띠링! >

+

< 돌발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

“패닉 다이버가 발생했습니다! 패닉 다이버를 구출하세요.”

세부 퀘스트 : 잠수

클리어 조건 : 패닉 다이버 구출

제한시간 : 패닉 다이버 생존 시까지

보상 : 명성 +100, 글로벌 명성 상승, [산업잠수 Lv.1] 획득

실패 시: 금전 손실, 사고 수습

+

음, 역시!

나는 상황실 한쪽 구석으로 달려갔다.

탁자 위에 놓인 스쿠버용 마스크와 프리다이빙용 핀(오리발)을 챙겨 들고 외쳤다.

“정 이사님, 이것 좀 빌릴게요!”

“뭐?”

다른 잠수사들과 통신을 시도하던 정수호 이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보고야! 기다려!”

“일단 제가 먼저 들어갈게요! 다른 잠수사들 바로 보내주세요!”

“알았어! 조심해! 나도 바로 들어갈게!”

소리친 정수호 이사가 다급하게 통신기로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상황실 문을 박차고 나와 빠르게 선미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사고 지점으로 가장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있었다.

‘그나저나 안민준 과장 짓일까?’

나는 달리면서 며칠 전 안민준 과장이 거경파 조직원과 전화통화를 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냥 제껴버려!

휴대폰 속 걸걸한 목소리가 안민준 과장에게 지시한 내용이었다.

빠르게 달린 나는 바지선 선미 쪽 구석에 도착했다.

입고 있던 상의를 탈의하고 주변 난간에 걸려있는 납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그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장보고 일항사님!”

멀리서 나를 부르며 달려오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은 응급상황을 대비한 장비들을 챙겨서 달려오고 있었다.

“먼저 들어갈게요! 여기로 하강 줄 좀 내려주세요!”

나는 소리친 후 손을 들어 먼저 엄지손가락을 바닥으로 가리켰다.

먼저 들어간다는 신호.

빠르게 마스크를 착용한 후 나는 주저 없이 바다를 향해 몸을 그대로 날렸다.

풍덩!

<띠링!>

+스킬 [인명구조 Lv.11]을 사용합니다. +

-잠수, 수영, 유영 능력이 상승합니다.

-수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대폭 상승합니다.

-체력이 상승합니다.

납 벨트를 찬 상태였기 때문에 나의 몸은 빠르게 수면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차게 느껴졌지만 참을 만한 수준이었다.

이 새끼들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

나를 등쳐먹으려 하는 놈을 살리기 위해서 이 고생이라니?

한편으론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은 살려야지. 일단 살리고 보자.’

다행인 점은 수중의 시야가 첫날보다 많이 좋아진 상태라는 것.

10m 정도 될까?

제법 가시거리가 나오고 있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형 다이빙 컴퓨터로 수심을 체크했다.

나는 공기통을 차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빠르게 사람을 구조해야 했다.

‘수심 25m!’

목표 수심에 도달했다.

나는 360도를 빙글 돌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빛이 있을 텐데.’

내가 찾고 있는 것은 강욱 팀장이 손목에 차고 있는 랜턴 빛이었다.

산업 잠수사들은 깊은 수심에서 작업을 하기 떄문에 모두 고성능 다이빙 랜턴을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4화 악연 (2)

-충청남도 태안 인근 바다 수심 25m 지점

나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바닷속은 한없이 고요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바닷속은 빛이 사라지고 차단되어 어두워진다.

캄캄한 우주 속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 그런 착각이 들기도 하는 곳이 바로 바닷속이다.

나는 밤하늘에서 빛을 찾는 기분으로 미세한 빛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음?”

나는 고개를 돌려 발밑 방향을 바라보았다.

뚜렷하지 않지만 이질적인 불빛이 뿌옇게 보이는 느낌. 물속에 떠 있는 물체가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나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저기다!’

나는 빛이 보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핀(오리발)을 차기 시작했다.

수심 30m 부근.

근처로 다가서자 수중에 홀로 떠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검은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검은 잠수복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강욱 팀장!”

그런데 움직임이 없다.

‘설마 벌써 죽은 건 아니겠지?’

마치 물속에 떠 있는 시체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어두운 바닷속에서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런 공포스러운 비주얼이었다.

깜짝 놀라 나의 심장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띠링!>

+스킬 [마도로스의 심장 Lv.12]을 사용합니다 +

-심장박동수가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냉정한 심리상태를 유지합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주변의 상황이 정확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치 시야가 좀 더 넓어지는 느낌.

“음?”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건? 공기 방울!

‘아직 살아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머리 위로 공기 방울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공기 방울을 알아차리다니, 나도 어지간히 긴장한 모양이다.

공기 방울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호흡을 하고 있다는 뜻.

나는 강욱 팀장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강욱 팀장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물속에 둥둥 떠 있었다.

중성부력이 맞춰진 상태였기 때문에 공중부양을 하는 사람처럼 가만히 떠 있는 상태.

약 1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그의 표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바로 지척거리로 다가가지 않은 이유는 패닉 다이버들이 갑자기 공격을 하거나 이상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1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스크 안으로 보이는 강욱 팀장의 눈동자를 관찰했다.

크게 확장되어 있는 눈동자.

하지만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눈동자가 풀려있다!’

혹시 질소 마취 상태인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경우 다이버들은 깊은 수심에서는 질소 마취에 걸릴 수 있다.

스쿠버 다이버가 호흡한 고압의 질소가 인체에 마취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데 물속으로 깊이 내려가서 호흡한 질소의 부분압이 증가하면서 고압의 질소가 마취 작용을 일으키는 현상.

스쿠버 다이빙 단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3m 이상 대개는 30미터 이상의 수심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질소 마취 증상은 흔히 말하는 만취한 음주 상태와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람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강욱 팀장의 경우에는 마치 약에 취한 사람같이 멍한 상태로 보였다.

‘일단 좀 끌어 올려야겠어.’

질소 마취 증상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질소 마취는 일정한 수심 이하로 올라서면 자연히 증상에서 해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약 1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그의 뒤로 접근을 시도했다.

< 띠링! >

+스킬 [인명구조 Lv.11]을 사용합니다. +

-인명구조 능력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강욱 팀장 뒤로 돌아선 나는 빠르게 그의 뒤로 접근했다.

덥썩!

빠르게 다가가 그의 공기통 뒤에서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마치 뒤에서 목을 조르는 포즈.

혹시라도 강욱 팀장이 발버둥을 치지 못하도록 몸을 제압했다.

그리고 수면을 향해 빠르게 핀을 차기 시작했다.

‘일단 20m 정도까지.’

만약 강욱 팀장의 증상이 질소 마취라면 수심 20m 안으로 들어서면 풀릴 가능성이 높았다.

25m, 24m, 23m …… 20m!

목표 수심에 도달했다.

강욱 팀장의 잠수 시간이 제법 길었기 때문에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것도 위험할 수 있었다.

우선 20m 지점에서 질소 마취 상태가 풀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발길질을 멈췄다.

“후우! 씁! 후우 씁!”

강욱 팀장의 호흡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툭툭!

강욱 팀장이 손을 들어 목을 감고 있는 내 팔을 툭툭 건드렸다.

나는 목을 풀고 거리를 둔 채로 떨어졌다. 강욱 팀장이 빙글 180도 회전을 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마스크 안으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시선은 나를 마주했다.

아직 그의 상태가 100% 온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것이 분명했다.

‘질소 마취는 다행히 풀린 모양이다!’

하지만 강욱 팀장에게 또 다른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리고 지금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중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급하게 상승하면 감압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다행히 바지선 오션호에는 감압병 예방을 위한 챔버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

‘수면 위로 올라가 안전한 상태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수중에 오래 있는 것보다 수면 위로 빠르게 올라가 챔버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챔버는 감압병을 예방을 위해 잠수부들의 산소 감압 및 고압산소치료를 할 수 있는 밀폐된 시설을 말한다.

밀폐된 챔버 안에서 압축공기를 주입해 특정압력까지 가압한 다음 압축된 공기와 산소를 천천히 호흡하여 몸속에 쌓인 질소를 몸 밖으로 빼내게 되는데, 오션플래닛은 기지선인 바지선 오션호에 잠수사들의 감압병 예방을 위해 2개의 챔버를 설치한 상태였다.

상승을 결심한 나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엄지손가락으로 수면을 가리켰다.

상승하라는 다이버들의 수신호!

강욱 팀장은 나의 수신호를 보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OK 사인을 보냈다. 그의 행동은 빠릿빠릿하지 않았지만 정신은 차린 듯 보였다.

나도 오케이 사인을 한 후 빠르게 상승을 시작했다.

“푸악!”

수면 위로 빠르게 올라온 격하게 숨을 토해냈다. 바지선 위에는 걱정스런 표정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바지선 위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강욱 팀장 올라옵니다! 챔버에 들어갈 수 있게 바로 준비해주세요!”

사람들이 나의 외침을 듣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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