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108/200)

‘참을 수 없겠지.’

내가 던져준 그의 패는 7 포카드.

0.024001%의 확률

강욱 팀장이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올인!”

강욱 팀장이 외쳤다.

그는 이때까지 다 따왔던 돈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걸었다.

강욱 팀장의 손에 들려 있는 카드. 7 포카드.

그것을 손에 쥔 사람은 누구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아졌다.

“.......”

포커페이스

웅성웅성.

자기들끼리 고스톱을 치며 놀던 사람들도 올인이라는 말에 우르르 우리 쪽으로 몰려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강 팀장? 재미 삼아 한다고 하지 않았나?”

“올인? 허허허.”

“강 팀장! 도대체 얼마를 건 거야?”

강욱 팀장과 나의 자리 앞에 제법 두둑해 보이는 현금 뭉치들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너도나도 한마디씩 참견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떠들어 대던 사람들은 천천히 시선이 나에게로 모았다.

이제 남아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이 나의 입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 이거 어떡하죠.”

나는 나의 잘생긴 얼굴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허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강욱 팀장님이 대단한 패를 가지고 계신가 보네요. 이거 어쩌지……”

꼴깍.

침묵이 방안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일까?

내가 주저하는 표정을 짓자 바라보던 나를 바라보던 오션플래닛 직원들이 조용히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내가 겁을 먹은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아무래도 이들은 같은 회사 직원인 강욱 팀장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에이! 장보고 일항사님! 같이 가야죠!”

안민준 과장이 바람을 잡기 시작했다. 긴장한 것일까? 그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안민준 과장은 말을 마치고 나의 자리 앞에 놓인 현금 뭉치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래, 바다 사나이 아닌가! 쫄면 안돼!”

“장 일항사! 이럴 때는 못 먹어도 고해야지!”

강욱 팀장이 대단한 패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내가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허허허, 이거 분위기가 이러니 이제 와서 그만두긴 좀 그렇네요. 저도 다 걸겠습니다.”

“와아아!”

사람들이 나의 호기로운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

쓱!

나는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적이며 천천히 앞에 놓인 현금 다발을 가운데로 쓱 밀어 넣었다.

웅성웅성.

큰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방 안의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사람들이 시선이 강욱 팀장을 향했다.

이제 와서는 더 이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얼굴은 기묘한 표정이었는데, 반쯤은 딱딱하게 굳어있고, 반쯤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런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촥!

강욱 팀장이 조용히 가진 카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포카드!”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7 포카드!”

하지만 그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와아아!”

“대박이다!”

사람들이 강욱 팀장의 말을 듣고 큰 소리를 내질렀다.

0.024%의 확률로 가질 수 있는 카드 4장.

‘7’이라고 새겨진 4장의 카드를 강욱 팀장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아!”

함성 소리가 계속 이어질 무렵.

내가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아, 이거 어쩌죠.”

“······?”

내 말에 함성 소리가 툭 끊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천천히 나에게로 향했다.

툭!

내가 가볍게 내려놓은 카드.

그건 다이아몬드 “A”

그리고, 다이아몬드 “K”, ”Q”, “J”.

그리고 마지막 한 장.

나는 천천히 마지막 카드 한 장을 뒤집으며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카드의 색은 붉은색 그리고 다이아몬드, 새겨진 숫자는 ‘10’이었다.

“······!”

“······!”

순간적인 정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깨는 소리가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안민준 과장이 내 마지막 카드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를 버럭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 로티플!”

잠시 침묵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따라서 소리를 크게 내지르기 시작했다.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

“······!”

“와아아아!”

확률 0.000154%의 확률로 발생하는 카드가 내 손에 들려 있었던 것이다.

* * *

-오션플래닛 직원들 숙소 아래 골목길

‘으, 냄새!’

나는 손을 들어 코를 막았다.

내가 있는 곳은 어두운 골목길. 오션플래닛 직원들이 사용하는 숙소 인근의 골목길 뒤편에 놓여 있는 쓰레기통 옆.

나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 띠링! >

+스킬 [잠입 Lv.4]을 사용합니다. +

-당신의 인기척이 사라집니다.

-도청 능력이 상승합니다.

나는 몸을 완벽하게 감춘 상태로 앞의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쓰레기통 반대쪽.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두 명의 사내가 줄담배를 피워대고 조용하지만 날이 서 있는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강욱 팀장과 안민준 과장이었다. 담배를 피워대는 두 사람의 얼굴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썩어 있었다.

“후우······.”

강욱 팀장이 깊은 한숨을 뿜어내자 안민준 과장이 경직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팀장님, 어떻게 할 거예요?”

“······.”

“아씨! 그거 이번 달 이자 낼 돈이잖아요!”

“······맞아.”

“에이 시발! 팀장님 때문에 나까지 좆되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내가 안 한다고 했잖아. 호구라고 벗겨 먹으라고 부추긴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나한테 그래.”

“호구 잡으라고 했지 우리가 호구 잡히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마지막에 로티플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 어쩔 수 없잖아. 카드가 그런 거지.”

“뭐요? 카드가 그런 거지? 하하하!”

쾅!

“진짜 짜증 나네!”

안민준 과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쾅 걷어찼다.

‘깜짝이야!’

쓰레기통 옆에 숨어 있던 나는 느닷없는 발길질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저, 저놈 인성 보소?’

강욱 팀장은 적어도 띠동갑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상대였다.

하지만 잔뜩 흥분한 안민준 과장의 말과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그동안 평소 보여주던 모습과는 천양지차.

나와 정수호 이사 앞에서 항상 점잖은 말투를 사용하던 안민준 과장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180도 변해있었다.

건달?

아니 건달도 아니고 그냥 양아치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도.

‘전직 조폭이라고 하더니 아직 때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닌 모양이네.’

쯧쯧쯧. 이래서 사람을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

나는 실체가 발각된 안민준 과장을 탐탁치 않지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정체가 궁금해지는 인물이었다.

안민준 과장이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이번 달에도 이자 못 맞추면 우리는 진짜 장기 털릴지도 몰라요.”

“······으으음.”

강욱 팀장이 입 밖으로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도 안민준 과장의 말에 겁을 먹은 듯 보였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방법이 있겠어요? 지난달 이자 미뤄 준 것도 장보고 일항사한테 겁 좀 주기로 하고 겨우 유예받은 건데!”

“······.”

“그것도 겁 좀 줄려다가 하마터면 사람 잡을 뻔했다고요!”

‘음! 역시 이놈들이었구나!’

나의 개인 스쿠버 장비에 손을 댄 범인은 이놈들이 분명해 보였다.

‘음? 아이고!’

고개를 슬며시 빼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황급히 고개를 쓰레기통 뒤로 감추었다.

고민하던 강욱 팀장이 주변을 갑자기 두리번거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그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안민준 과장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보물 올라오는 것 좀 빼돌리면 어떨까?”

“네?”

강욱 팀장의 말에 안민준 과장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장보고 일항사가 이야기했잖아. 금괴도 많다고, 수중에서 금괴 좀 빼돌린다고 해서 티가 나겠어?”

“······.”

‘뭐? 이놈들이!’

하마터면 두 놈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뛰쳐나갈 뻔했다.

한 놈은 건달 양아치고 한 놈은 도둑놈이었네?

안민준 과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좀 그런데. 겁나는데.”

“왜? 뭐가?”

“정수호 이사님이요. 걸리기라도 하면 아마 우리는 죽은 목숨 아닐까요?”

“······.”

“사람들이 정수호 이사님 해군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던데요? 그거 사실이죠?”

“사실이지. 그 사람 아직도 잘 때 군대에서 지급받은 반바지 입고 잔다는 말이 있더라고.”

“그러니까요. 사람들 말이 군대 있을 때도 살아있는 인간병기로 유명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라도 그 인간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흐흐흐.’

정수호 이사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네.

나는 우락부락한 성난 근육을 자랑하는 정수호 이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무서운 사람이긴 했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아마도 두 번째로 강한 사람이 분명했다.

아니 3번째인가?

첫 번째는 특수부대의 전설이라는 해양경찰의 차진혁 경감이 분명했다. 그는 이안 요원도 인정한 괴물이니까.

그리고 내가 아는 두 번째로 강한 사람은 정수호 이사가 아니면 이안 요원이 분명했다.

아무튼 현역 요원하고 비견될 만한 괴물 중의 괴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물론 나도 그에 못지않지만. 흐흐흐.’

나는 최근 급격한 경험치 상승으로 레벨이 많이 올렸기 때문에 제법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