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클럽에서 출발하셨다는 게 맞습니까?”
“으흐흠.”
VIP 클럽은 관내에서 가장 고급 술집이었다. 이 지역에서 잘나간다고 하는 사업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박대룡 의원 같은 지역의 국회의원이라면 그곳에서 모임을 갖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숨기려고 할 이유는 무엇인가.
경찰관이 박대룡 의원에게 말했다.
“의원님, 그래도 한번 확인만 간단하게 해보겠습니다.”
“그건 안 돼!”
“이 기회에 당사자들 간에 같이 확인을 하면 좋지 않습니까?”
“어허! 어디 지금 감히 국회의원의 차량을 수색하겠다는 건가?”
“네? 수색이라니요?”
“수색하려면 압수수색 영장이라도 받아오시게!”
오히려 박대룡 의원이 정색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경찰관의 의심이 더욱 커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차량 소유자가 임의로 협조하지 않는 이상 차량 수색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박대룡 의원의 말대로 압수수색 영장이 없는 이상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서 트렁크를 수색할 수는 없었다.
경찰관이 고민하는 사이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봤습니다.”
“음?”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그는 차진혁 경감이었다.
“해양경찰청 소속 차진혁 경감입니다.”
“아, 네? 해양경찰?”
“네, 맞습니다.”
경찰관은 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나타나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반면에 박대룡 의원의 표정은 창백해질 지경!
“저도 차에 상자를 싣는 것을 제가 봤습니다.”
“상자요?”
“네, 사과 상자 같던데요.”
“......!”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박대룡 의원에게로 모아졌다.
“......? 뭐, 뭐 어쩌라고? 너희들 영장 있어?”
“......!”
음, 왜일까?
이 지경이 되고 보니 법원의 영장을 들고 오라는 박대룡 의원의 말은 자백을 하는 것과 다르게 들리지 않았다.
“영장 없이 트렁크를 열기라도 하면 불법 수사야! 직권남용으로 콩밥 먹기 싫으면 먹을 줄 알아!”
젊은 경찰관이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국회의원이고 영장을 들고 오라는 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
그는 고민에 빠진 눈치였다.
그사이 차진혁 경감이 박대룡 의원의 차에 다가섰다.
“의원님 영장 좋아하시는 거 보니 국회의원이라서 그런지 형사소송법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뭐? 이 새끼야! 넌 또 뭐 하는 놈이야!”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함에 충분한 흉기 기타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때는 현행범으로 간주한다.”
“......?”
“그리고 제212조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현행범인을 영장 없이 체포한 경우에도 필요한 때에는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다.”
차진혁 경감의 말에 박대룡 의원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 듯이 크게 외쳤다.
“이 새끼들이 어디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약을 팔아!”
“......?”
“여기서 현장도 아닌데 무슨 현행범이야 이 새끼들아! 함부로 트렁크에 손대면 이거 위법수집증거라서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도 못 해!”
하지만 그의 발악도 소용이 없었다.
차진혁 경감은 박대룡 의원의 말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는 박대룡 의원이 열변을 토하는 사이 아랑곳하지 않고 트렁크 버튼을 눌렀다.
딸깍!
트렁크가 열렸다.
“야이 미친 새끼야! 빨리 닫아!”
박대룡 의원이 소리를 지르며 차진혁 경위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차진혁의 손에는 사과 상자 안에 꽂혀 있던 현금다발이 들려있었다.
차진혁이 박대룡 의원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의원님, 입법 활동 하시느라 대법원 판례 공부는 소홀히 하셨나 보네요.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증거 능력이 원칙적으로 있다는 게 판례입니다.”
“뭐 이 새끼야? 너도 경찰이라며!”
차진혁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저 오늘은 연차 휴가 중입니다.”
보물선
연차 휴가를 썼다는 차진혁 경감의 말에 박대룡 의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 미친 새끼가 감히 나를 놀리는 건가? 아니면 진담인가? 박대룡 의원의 얼굴색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가까스로 냉정을 유지한 박대룡 의원이 물었다.
“뭐라고? 지금 연차 휴가 중이라고?”
“네, 저도 경찰관이긴 한데요. 지금은 휴가 중입니다. 엄연히 제가 수집해서 경찰에 제출하는 증거들은 사인이 수집한 증거라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말씀드렸잖아요. 위법 수집 증거라도 사인이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있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요. 국회의원이나 되시는 분이 대법원 판례도 막 무시하고 그러시는 건 아니겠죠?”
“……도대체! 도대체 연차 휴가 중인 사람이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런 짓을 하는 겐가……?”
“음.......”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박대룡의 의원의 말이 사실 날카롭게 핵심을 짚었다. 그건 차진혁 경감도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차진혁 경감도 자신이 왜 연차 휴가 때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나도 모른다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 차진혁 경감은 대답 대신 나를 슬쩍 노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나는 그저 웃을 뿐. 그는 내가 데려온 그 목적 그대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때 차진혁 경감의 말을 듣고 있던 젊은 경찰관이 박대룡 의원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물었다.
“의원님, 이 사과 상자에 있는 돈이 무슨 돈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크흐흡! 무, 묵비권을 행사하겠네!”
“묵비권이요? 뭐, 좋습니다.”
젊은 경찰관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의원님, 일단 같이 경찰서로 이동하시죠.”
“뭐? 내가 왜!”
“일단 범죄에 쓰인 물건이 발견되었으니 조사를 좀 받으셔야 되겠습니다. 그래도 임의동행으로 처리하고 경찰서로 가시는 게 보기에 좋지 않겠습니까?”
“흥, 임의동행은 무슨! 나는 여기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네.”
“임의동행을 하지 않겠다고 하시면 저희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뭐! 현행범 체포?”
그 말에 박대룡 의원의 표정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국회법에 의하면 국회의원을 회기 중 체포 및 구금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현행범 체포는 예외였기 때문이다.
“바, 박 기사! 빨리 배, 백경회 연락해!”
박대룡 의원이 운전기사를 향해 소리친 후 건네받은 전화기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들어왔다.
현직 국회의원이 제법 공손한 자세와 어투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그런 겸손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상대방도 평범한 인물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백경회?’
나는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 이름인가? 단체?
그때.
짤랑!
젊은 경찰관이 박대룡 의원에게 다가서며 수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냉철해 보이지만 제법 잘생긴 얼굴의 젊은 경찰관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자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같이 느껴졌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시니 제가 자세히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들어는 보셨죠? 미란다 원칙이라고?”
“.......”
“뭐, 이런걸 고지 안 하면 또 위법한 체포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고지하겠습니다. 잘 들으십시오.”
젊은 경찰관은 반항하려고 몸부림을 치는 의원의 팔에 수갑을 채우며 말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방금 연락하라고 하셨으니 조사를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빨리 와달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한 진술은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의원님 잘 들으셨죠? 묵비권을 행사한다고 하셨으니 잘 아시는 내용일 테니까요.”
“......”
박대룡 의원은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충격에 휩싸였기 때문인지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전생에 3선 의원에 해수부장관까지 지냈던 인물이 현생이 이렇게 꼬인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 들기 시작했다.
적절한 조언이 필요해 보였다.
나는 차진혁 경감을 바라보며 물었다.
“경감님, 그런데 묵비권을 행사하면 진짜 도움이 됩니까?”
“뭐? 무슨 소리야?”
“미란다 원칙 말이에요. 우리나라 수사 현실에서 묵비권 행사한다고 뭐 도움이 돼요? 묵비권 행사한다고 대답을 안 하면 꼭 경찰 조서에 무슨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하고 묵묵부답하다’라고 적어버리던데요.”
“…….”
“묵비권을 행사하는 게 진짜 피의자들한테 도움 되는 거 맞습니까?”
“.......”
차진혁 경감은 자신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답을 순간적으로 찾지 못했던 것. 하지만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뭐, 그건 모르겠는데. 나중에 재판까지 가면 법원은 자백하면 좀 봐준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도움이 되는 거지.”
“무슨 소리예요?”
“묵비권 행사하면 자백한 건 아니잖아? 가중 처벌 받는다는 뜻이니까 우리한텐 오히려 잘된 거라는 거지. 제대로 처벌받는다는 뜻이니까.”
“듣고 보니 그건 그렇네요. 하하하.”
대답을 마친 차진혁 경감은 뿌듯한 표정으로 박대룡 의원을 바라보았다.
우리 둘 사이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박대룡 의원의 얼굴도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 되어 버렸다.
거만한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하던 박대룡 의원도 결국 고개를 땅으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 띠링! >
+
<돌발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
“부정부패에 연루된 국회의원이 체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 :
당신의 명성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업계 종사자들이 당신 활약을 놀라워합니다.
경고 :
국회의원들 중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모종의 세력이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
‘음?’
나는 떠오른 메시지창을 보고 있었다.
모종의 세력이라니?
어쩌면 박대룡 의원의 너머에 숨어 있는 배후 세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 *
며칠 뒤.
신라일보,
“박대룡 국회의원, A기업에 뇌물수수 인정… 중공업 스캔들 일파만파.”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해양플랜트 개발 지원 사업에 관심이 있는 A 기업으로부터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던 박대룡 의원이 “돈을 받았다.”고 돌연 인정했다. 그동안 박대룡 의원은 혐의를 부인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정부의 해양산업 육성을 목표로 장기 중점 과제로 추진해왔던 사업 중 하나였지만 국회의원의 뇌물 스캔들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박대룡 의원은 대리인 B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B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법률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중공업 A사로부터 사무소 직원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5억 원이 든 사과 상자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박대룡 의원은 “5억 원을 즉각 반환하도록 조치하겠다.”며 “선거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박대룡 의원에 따르면 술집 주차장에서 A 기업의 직원들이 자신의 차량으로 현금 5억 원이 든 사과 상자를 전달했으며 당시 자신은 현장에 없었다. 하지만 사무실 직원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을 받을 것을 확인했다. 전후 사정을 불문하고 자신이 책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A 중공업의 C 전무는 신조선 건조 과정에서 불량 자재와 중고 물품을 납품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형성한 후 마련한 자금을 박대룡 의원에게 로비 자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나면서 A 중공업에 대한 전격 적인 검찰의 압수수색이 개시되어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같은 방법으로 건조된 자매선 5척에 대한 수사가 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소, 해운회사, 선급 등 해운조선 업계의 대규모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특히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자료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하면서 추가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은 전부 철저히 수사해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일보, 유혜영 기자.
+
신문을 내려놓자마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차진혁 경감이었다.
“보고야, 박대룡 의원 기사 봤냐?”
“네.”
“박대룡 의원이 부인하더니 혐의를 인정했다고 하네.”
“네, 그건 좀 예상 밖이네요.”
“그건 그렇고 회사 신조선은 인수한다는 건 어떻게 됐어?”
“그건 일단 보류라고 하던데 쉽게 마무리되는 건 아닌가 봐요. 법무팀에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거든요. 본사가 아무튼 난리가 났던데요. 수사기관에 불려가는 직원들도 여러 명이라고 하고…….”
“그렇겠지. 흐흐흐. 신조선을 주문했는데 중고선으로 준 꼴이니.”
“중고선이 아니라 쓰레기죠.”
“그게 그렇게 되나? 하하하.”
통화를 마치고 전화기를 내려놓자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었기 때문.
특히, 신조선 인수와 관련되어 해신해운의 담당자들도 줄줄이 검찰에 소환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제법 고위급 임원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헤라호 침몰사고는 막았지만 아직도 해신해운이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띠링 ! >
+
<메인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침몰 위험에 처한 해신해운의 선박을 구했습니다. 당신의 활약으로 선박이 침몰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보상 :
당신의 명성이 상승합니다.
조선업계에서도 당신의 명성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해신해운 본사에서 당신의 명성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레벨업에 따른 추가 스킬 [선박구조 Lv.1]을 획득했습니다.
+
새로운 스킬이 제법 눈에 들어왔다.
‘머, 멋진데? 선박구조?’
스킬의 이름부터 고급 스킬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 * *
부산 영도에 위치한 수중 공사업체 “주식회사 오션플래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