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우웅!
그때 뒤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오토바이 배기음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음?”
갑작스런 소음에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 띠링! >
+경고 : 당신을 노리며 접근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읽자마자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부아앙!
내가 빠르게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낙법을 구사했다.
휙!
정확하게 나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끼이익!
“오? 이걸 피해?
오토바이가 급제동을 하며 내 앞에 섰다. 야구방망이 휘두른 사내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를 노린 정체불명의 사내는 전신을 검은색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이런 더운 날씨에 가죽옷이라니?’
누가 봐도 수상한 기운을 풀풀 풍기는 사내였다.
탁탁!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뭡니까?”
검은 가죽옷의 사내는 내 물음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누가 보냈습니까?”
< 띠링! >
+스킬 [고소고발 Lv.11]을 사용합니다. +
- 범인을 추적합니다.
나는 이 사내의 실루엣이 눈에 익었다.
조영일 전무를 만난 날 만났던 술집 앞에서 만난 검은 정장의 사내. 바로 그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습격해서라도 입을 막고 싶은 사람이라면 조영일 전무밖에 없었다.
범인은 충분히 예상되는 사람은 있었지만 확인해볼 필요는 있었다. 그가 이런 짓까지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영일 전무가 보냈습니까?”
“······.”
“저 아시죠? 그때 술집 앞에서 본 것 같은데.”
“······!”
검은 가죽옷의 사내는 내 말에 흠칫 놀란 듯 어깨를 움찔 거렸다.
이미 정체가 탄로 났기 때문일까? 정체를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내 질문에 그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시키는 일만 조용히 하다가 가시지 왜 쓸데없는 일을 해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겁니까?”
우르르.
그가 말을 마치자 모습을 숨기고 있던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등 뒤를 지키고 섰다. 내가 도망갈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였다.
거경파
앞에는 오토바이를 탄 검은 가죽옷의 사내. 그리고 뒤에는 정장을 입은 무리들.
‘4명 아니 5명인가?’
나는 검은 가죽옷의 사내를 힐끗 바라본 후 고개를 내 뒤를 막아선 사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검은 가죽옷을 입은 사내와 정장을 입은 사내는 같은 무리는 아닌지 어딘가 이질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같은 무리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심상치 않아.’
이들의 살벌한 면상을 살펴본 후 느낀 솔직한 나의 심정이었다.
험상궂은 외모. 이들의 면상을 보고 짐작건대 이놈들은 동원된 조직 폭력배들이 분명해 보였다. 길거리 양아치 수준의 놈들은 아니라는 뜻.
하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상대를 목전에 두고도 평정심을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1 대 5 정도는 큰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별일을 다 겪다 보니 나란 인간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조영일 전무가 대기업인 대한중공업의 전무이사로 높은 직급의 임원이긴 하지만 엄연히 말하면 봉급쟁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조직 폭력배들을 동원할 정도의 일을 벌인다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진 것이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이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할 리가 없는데. 아니면 다른 사람이 움직인 건가?’
조영일 전무의 배후에 있는 자들이 움직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의 상념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운 날씨에도 가죽옷을 입고 잔뜩 멋을 부린 사내였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저음이면서도 기분 나쁘게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의 신경을 긁었다. 나는 차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음, 뭐 그러시죠.”
검은 가죽옷의 사내는 인심을 쓴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조영일 전무가 나를 잡아서 데려오라고 하던가요?”
“하하하. 그런 걸 왜 궁금해하는 겁니까?”
“다짜고짜 사람의 머리를 향해 방망이를 휘둘러대니 궁금해서요. 그게 지시한 내용이 정말 맞는 건지.”
“네?”
“조영일 전무가 땅이라도 파서 저를 묻으라고 하던가요? 그냥 단순히 겁만 주라고 하지 않던가요?”
내 말에 검은 가죽옷의 사내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나 보군요. 뭐, 그런 일들은 알아서 하는 거죠”
“음, 아무래도 그렇겠죠? 다행이군요.”
“네?”
“저도 오랜만에 힘 좀 써도 되겠군요?”
“뭐라는 거야?”
“위에서 시킨 일이라 마지못해 온 것이면 그래도 좀 인정사정 봐주면서 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하하. 이거 듣던 대로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구나.”
나의 말에 검은 가죽옷의 사내가 크게 웃어 댔다.
검은 가죽옷의 사내는 나의 뒤에 서 있는 검은 정장의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겁을 상실한 놈인가 봅니다. 더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시작하시죠?”
“그러지.”
그 말에 검은 정장의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를 향해 턱짓을 했다. 그 신호를 받은 사내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새끼가 아주 겁이 없네?”
진부한 멘트와 함께 뒤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생오라비라는 말은 아이돌처럼 잘생겼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나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칭찬 감사합니다.”
“뭐?”
“잘생겼다고 칭찬하신 거 아닌가요?”
“허허허. 정말 미친놈이네? 이거 나랑 말장난하냐!”
내 앞으로 다가서는 사내는 거친 입담만큼이나 외모도 그야말로 상남자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상스런 남자!
어디 쌍팔년도 시절의 깍두기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사내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뚜벅뚜벅 걸어왔다.
“어이 기생오라비! 헛소리 그만하고! 좋게좋게 말할 때 반항하지 말고 조용히 그냥 따라와라.”
“.......”
그는 팔자걸음으로 걸으며 전형적인 깍두기 포즈로 다가왔다.
툭!
나의 어깨에 그의 손이 올려졌다.
“이렇게 함부로 손 올리고 그러시면 폭행인 거 아시죠?”
나는 방긋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려 왼손을 올려 그의 오른 손목을 움켜잡았다.
꽉!
내가 힘을 주어 그의 손목을 움켜쥐자 그의 손이 하얗게 질려갔다.
“뭐, 뭐라고? 이 미친 새끼가 내가 전과만 5범이다 이 새끼야 어디서 법을 운운해!”
그는 큰소리를 치며 손을 빼내려고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 으흐흠!”
내가 힘을 줘서 손목을 움켜쥐자 그는 뿌리치지 못했다. 아무리 그가 힘을 줘서 손을 빼내려고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으으으. 이거 왜 이러지?”
기생오라비에 한주먹거리도 안 될 거라 생각했던 나의 힘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 힘을 계속 쓰는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으으으으! 이 새끼가! 야! 이거 놔! 안 놔? 놓으라고 이 새끼야!”
우당탕!
내가 슬쩍 손에 힘을 풀자 그는 자기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이런! 저는 해달라는 대로 한 것뿐입니다.”
나는 그에게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우선 한 놈 보내고!’
퍽!
나는 그대로 사커킥을 날려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기절시켰다.
“뭐야?”
“저놈 뭐 무술이라도 배운 건가?”
“뱃놈이라고 안 했냐?”
예상 밖 실력에 당황한 사내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에 달려들어서 처리해 이 새끼들아!”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버럭 소리쳤다. 남아있던 3명의 사내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 앞에 선 사내는 내 실력이 범상치 않다고 느낀 것일까?
촥!
잭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나머지 사내들이 어디서 구한 것인지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하나씩 챙겨 들더니 붕붕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놈들이 비겁하게 무기를?’
칼을 보자 나도 살짝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아! 그게 있었구나!’
이번에 한번 사용해봐야겠네.
나는 오래전에 MI6 요원 이안에게 받은 선물을 떠올렸다. 그가 MI6 국장 ‘C’의 특별 승인을 받아서 나에게 전달한 시계가 내 손목에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혼자서 이렇게 많은 적들을 상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좀처럼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무기를 든 조직 폭력배를 상대하면서 굳이 봐줄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으아악!”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달려오는 사내들을 향해 왼쪽 손목을 들어 올렸다.
틱!
그리고 시계 옆 작은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 띠링! >
+스킬 [명사수 Lv.4]을 사용합니다. +
슉슉슉!
시계에서 발사된 작은 마취 침이 검은 정장의 사내들 목에 정확히 날아가 꽂혔다.
쿵쿵쿵!
침을 맞은 사내들은 그대로 속절없이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뭐, 뭐야?”
당황한 검은 가죽옷의 사내가 소리쳤다. 그는 갑자기 달려들던 사내들이 내 근처에 다다르자 속절없이 쓰러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혼자 남았네요?”
그리고 그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어! 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검은 가죽옷의 사내는 빠르게 달려오는 나를 보며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서 4명의 사내가 순식간에 쓰러지는 모습을 본 터라 정신이 나간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 띠링! >
+ 스킬 [고무고무킥 Lv. 9]을 사용합니다. +
쿵!
달려들면서 그 속력 그대로 날아올랐다. 멋지게 올라 날라차기를 그대로 그의 가슴팍에 적중시켰다.
검은 가죽옷의 사내는 복장에 비해 그다지 실력은 없어 보였다. 그는 나의 발차기 한방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누가 본 사람은 없겠지?’
적들을 정리한 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골목 밖까지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기척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쓰러진 사내들을 한쪽 구석으로 옮겼다.
그리고 검은 가죽옷의 사내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발견한 휴대폰에 있는 정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