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6화 (86/200)

음?

< 띠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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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시나리오 진행에 따른 돌발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을 위반하고 도주하려는 선박이 있습니다. 이 선박의 도주를 막으세요!”

세부 퀘스트 : 선박 추돌

클리어 조건 : 범인 검거

제한시간 : 사고 발생 혹은 도주 전까지

보상 : 명성 + 100, 글로벌 명성 상승

실패시 : 지인의 재산상 피해 발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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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남해지방경찰청 해양긴급신고센터

“하암!”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경위 차진혁은 의자에 앉아 하품을 크게 했다.

해양경찰과 관련된 긴급신고를 받는 곳이었지만 오늘은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연락이 없으니 좋긴 한데.’

지루한 표정의 차진혁 경위. 뭐 건수가 없나라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자신을 바라보며 히죽 웃는 젊은 사내의 얼굴이 들어왔다.

“차진혁 선배님 고생하십니다.”

차진혁 뒤로 덩치가 큰 체격의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남자는 차진혁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 것이 그의 후배로 보였다.

차진혁이 대답했다.

“고생은 무슨 고생! 책상에 앉아서 전화만 받으면 되는데. 참 좋네. 계속하고 싶네.”

“흐흐흐. 그래도 지겨우시죠?”

“지겹긴 뭐 편하고 좋네.”

“천하의 차진혁 경위님이 가만히 있으려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차진혁이 시큰둥하게 대답을 했지만 그의 얼굴은 대답과 다르게 좀이 쑤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의 후배도 이미 차진혁의 성정을 간파하고 있는 상태.

그는 차진혁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선배님, 그러게 좀 살살하지 그랬어요.”

“뭐가?”

“불법 조업 단속하러 갔다가 이게 무슨 일이에요? 과잉진압이라니?”

“이 새끼가! 불법 조업이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불법 조업이 아니라고! 마약 밀수 첩보를 받고 마약 밀수조직을 잡으러 출동한 것이라고 몇 번을 말해! 싱가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폭력조직이 한국에 거점으로 마약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니까!”

“그래요? 그건 어디서 얻은 정보입니까?”

“야! 정보원은 말 못 하지!”

“흐흐흐. 네, 그럼 뭐 그런 걸로 하죠. 뭐 저라도 믿어드려야죠..”

차진혁은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가슴을 탕탕 치며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지만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저나 세상 참 좋아졌다.

‘마약 밀수를 하는 범죄자들이 경찰을 과잉진압이라고 신고한다는 게 말이 되나?’

자존심도 없나? 조폭이 몇 대 맞았다고 신고를 하고?

차진혁은 수사 과정에서 과잉단속이었다는 민원이 제기되어 내부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다행히 정식으로 사건화는 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인 상황.

황당한 일이었다. 확실한 정보원을 통해 받은 정보였는데 허탕을 치다니?

싱가폴을 경유해서 들어오는 선박에 대규모 마약이 선적되어 있다는 첩보를 받고 작전을 실행했으나 허탕이었다.

최근에 싱가폴 범죄조직 판도가 확 바뀌었다고 하더니 그것 때문인가?

‘아니면 혹시?’

누군가 정보를 조작하거나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내부에 적이 있다는 말인데?

신중하게 고민하는 차진혁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차진혁은 현재 과잉진압에 따른 징계로 잠시 내부 발령이 이루어진 상태로 현재 해양경찰서 긴급신고센터에서 잠시 근신 중이었다.

‘그나저나 쪽팔리네 진짜!’

마약밀수조직한테 당해 한 방 먹은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했다.

자신을 놀리던 후배도 떠나자 심심해진 차진혁은 탁자 위에 놓인 신문을 펼쳐 들었다.

신라일보에서 기획보도를 하고 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된 사건. 소말리아 해적 사건에 관한 기사들이었다.

해신해운 선박을 피랍하려고 시도했다가 영국 해군에게 생포된 해적들에 대한 이야기. 이 사건에 가담한 소말리아 해적들은 영국 해군에 의해 체포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되는 우리나라 선적 선박에서 해적들이 체포되었기 때문에 외교적 절차를 거쳐 우리나라 수사기관으로 인계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간부들이 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차진혁이 소속되어 있는 남해해양지방경찰청에서 이 사건을 핸들링할 가능성이 높았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청의 수뇌부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미군은 미군인가?

군대를 동원해 해적들의 본거지가 있는 소말리아로 상륙해 해적 본거지를 해체시키고 일대를 군벌들을 초토화해버렸다는 기사를 보며 차진혁이 혀를 짧게 찼다.

‘쯧쯧쯧, 이 해적 새끼들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지. 이렇게 겁도 없이 아무 배나 납치하고 그러니까 이런 꼴을 당하는 거지. 그나저나 델타포스와 레인저가 갔다고? 미국도 아예 뿌리를 뽑겠다고 작정을 했나 보군. 그런데 해적 문제가 이렇게 심각했나?’

차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조용한 신고 센터에 전화벨 소리가 울려퍼졌다.

따르릉!

‘음?’

차진혁 경위가 대답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긴급신고센터 차진혁 경위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차진혁 경위님 안녕하세요. 제가 음주운항 사건을 목격해서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요.”

‘음주운항? 장난전화?’

차진혁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씨랜드호 광안대교 추돌 사건 (1)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긴급신고센터

차진혁이 음주운항이라는 말에 살짝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음주운항이요?”

“네. 술을 마시고 배를 운항한다고요.”

“그 배가 있는 장소가 어디인가요?”

“용호만 부두입니다.”

“선박은요? 선박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까?”

“러시아 선적(배의 국적)의 선박인데요. 선명(배의 이름)은 씨랜드호입니다.”

“지금 무슨 상태입니까?”

“지금은 정박하고 있는데 곧 출항할 것 같습니다.”

“신고하시는 분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제가 지금 지켜보고 있습니다.”

“네?”

“제가 제트스키를 타고 있는데, 러시아 선원들이 갑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장면이 보여서요. 그래서 바로 신고하는 겁니다.”

그 말에 차진혁 경위는 고개를 갸웃했다. 목격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 것.

‘제트스키를 타다가 러시아 선원들이 술 마시는 것을 목격했다고?’

목소리도 젊어 보이는데 이 새끼 이거 장난 전화한 거 아닐까?

차진혁은 제트스키를 타다가 부두에 정안 중인 선박의 러시아 선원들이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이 황당하게 들렸다.

“경찰에 장난전화 하시면 안 됩니다.”

-네, 바쁘신데 장난전화를 하면 안 되죠. 저는 지금 제가 목격하고 있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 네, 그럼 신고자 성함과 연락처도 좀 알려주세요.”

-저는 장보고라고 합니다. 전화번호는 010-xxxx-xxxx입니다. 곧 출항할 것 같으니 빨리 출동해 주세요! 출항 준비가 얼추 다 되어 가는 분위깁니다. 얼마 안 남았어요. 도망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음? 장보고? 어디서 들은 이름인데.’

신고자의 이름을 들은 차진혁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워낙 특이한 이름이지만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름이기도 했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아! 그래 신문!’

차진혁은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한 손으로 펼쳐 들었다.

소말리아 해적들과 대응하는 과정에서 활약한 항해사에 대한 기사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장보고? 맞네. 해신해운의 이등 항해사 장보고.’

같은 사람인가?

* * *

- 러시아 선적 화물선 “씨랜드”호 갑판

러시아 선적(선박의 국적) 화물선 씨랜드호 갑판에는 러시아 선원들이 모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Fxxx yxx!”

“hxxx!”

러시아 선원들이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난 모습.

출항을 하려고 준비하던 러시아 선적 화물선 씨랜드호는 웬 미친놈 때문에 출항이 지연되고 있었던 것이다.

웬 미친놈(?)은 당연히 장보고였다.

“끼야옷!”

장보고가 씨랜드호 근처를 빙빙 돌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마치 대로를 활보하며 위협하는 폭주족이라도 된 것처럼 씨랜드호 주위를 빙빙 돌아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씨랜드호 러시아 선원들 뒤로 거구의 사내가 다가왔다.

“선장님!”

“무슨 일이야? 빨리 출항할 준비를 하지 않고?”

“저기 좀 보십시오. 웬 미친놈이 배 근처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있습니다.”

“뭐?”

우와왕!

굉음을 내며 제트스키가 질주하고 있었다.

“끼야옷!”

선장은 장보고가 하는 짓을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놈은 도대체 뭐 하는 놈이지?”

“글쎄요.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음, 설마 경찰은 아니겠지?”

“설마요. 뭐 옷도 그렇고 해경이 저런 제트스키를 타고 나타날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요?”

“흥! 그럼 됐다. 시간이 급하다. 빨리 출항하자.”

선장이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저놈은 어떡할까요?”

날카로운 인상에 키가 크고 마른 체격의 사내가 다가서며 물었다.

꿀꺽.

“캬!”

선장이 보드카 병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냥 미친놈 같으니 그냥 밀어버려.”

“네?”

“그래, 알아서 피하겠지.”

“네. 흐흐흐.”

“뭐, 피하지 못하면 어쩌겠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그렇군요. 흐흐흐흐.”

선장의 말에 러시아 선원들도 야비한 웃음을 흘리며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

러시아 선원들이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빠르게 출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끼이익!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며 씨랜드호가 부두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 부산 용호만 부두

‘오케이. 일단 신고는 마쳤고. 해경이 도착할 때까지 좀 기다리면 되겠군.’

해양경찰에 긴급신고를 마친 나는 씨랜드호 러시아 선원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음?’

그런데 갑자기 씨랜드호의 갑판 위 러시아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곧 배가 출항할 분위기.

이제 머지않아 씨랜드호가 부두를 떠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음, 큰일이네. 아직 해경이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시간을 좀 끌어야겠네.

이 자식들 진짜 왜 저렇게 서두르는 거야?

뒤가 구린 게 있는 게 분명한데.

‘뭐야 이 미친놈들은?’

씨랜드호가 부두에서 떨어지기 시작하자 나는 선수 부근에 제트스키를 세워둔 상태.

제트스키의 방향을 돌려 씨랜드호를 바라보았다.

부우웅!

큰 소리를 내며 배가 움직이더니 씨랜드호가 부두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쪽을 향해 선수 방향을 돌리더니 이윽고 속력을 천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놈들이 변침하지 않고 내가 있는 쪽으로 계속 쭉 올 생각인가?’

내가 제트스키를 타고 씨랜드호가 배를 돌려서 나갈 수 있는 항로 근처를 알짱거려서 열받은 걸까?

아무튼 이놈들은 내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배의 진행 방향을 변경할 생각은 없는 것이 분명했다.

씨랜드호가 나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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