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5화 (85/200)

법무팀장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 * *

- 국회 오재민 의원의 의원실

몇 시간 후.

나는 후련한 표정으로 오재민 의원에게 말했다.

“의원님 고생하셨습니다.”

“고맙네. 전부 자네가 준비해준 자료 덕분 아닌가. 하하하.”

“제가 뭘요. 다 의원님이 열심히 준비하셨기 때문이죠. 이제 국감스타로 등극하실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가? 으흐흠! 국감스타?”

“네?”

“허허허!”

초선 의원에게 국감스타라는 타이틀만큼 좋은 유명세도 없었다.

똑똑똑!

보좌관이 노크를 하더니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제법 상기되어 있었다.

“의, 의원님!”

“그래? 기사가 좀 보도되었나?”

“네, 오늘 있었던 국감에 대해서 첫 보도를 낸 언론사가 있습니다.”

“어딘가?”

“신라일보입니다.”

“그래 무슨 내용인가?”

흡족한 표정의 오재민 의원이 보좌관이 건네주는 프린트물을 받아들었다.

“으음?”

뉴스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오재민 의원이 눈을 부릅떴다.

“으하하하!”

+

- 신라일보, “오늘의 국감스타.”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장에서 스타가 탄생했다.

“소말리아 해적 대책 마련하고, 선원 처우 개선하라!”

시작은 오재민 의원이 스타트를 끊었다. 오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해적들에 대한 대처를 강구하고 선원들의 처우를 마련하라고 질타했다.

그리고 증인으로 출석한 BK해운의 사장에게도 선원들의 복지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의 새로운 스타는 따로 있었다.

주인공 바로 해신해운의 장보고 이등 항해사였다.

오재민 의원은 장 씨에 대해 “지금 이 자리에 해적들과 맞서 싸운 영웅이 있다. 장 씨는 선원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해적들의 승선을 직접 저지시킨 청년 영웅 그리고 승선한 해적단의 부두목을 직접 생포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유는 따로 이었다.

사진 속 주인공인 장 씨의 영화배우 못지않은 외모가 눈에 띈다.

날카로운 콧날, 지적인 눈매,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잘생긴 얼굴이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나라 걱정 때문에 국정감사를 봤는데 내 얼굴이 더 걱정.”, “진정한 영웅의 마스크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신라일보 유혜영 기자.

+

“……!”

뭐야 이 사람?

신라일보 유혜영? 그때 만났던 그 여기자구나!

귀엽지만 당차게 생긴 여기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재민 의원의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많이 하던 당돌한 모습이 떠올랐다.

아쉬운 표정의 오재민 의원.

“의원님, 뭐……, 별일이 다 있네요? 국회의원도 아닌 제가 국감스타라니?”

“하하하. 어쩔 수 없지! 자네 외모가 잘생겨서 그런 것이니 누굴 탓하겠나!”

“…….”

잘생겨서 죄송한 일이 또 생겼네?

나는 오랜만에 양화종 선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 띠링! >

+ 언론보도의 효과로 명성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

드르륵!

탁자 위에 올려둔 휴대폰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백경운 변호사의 전화.

“예, 변호사님.”

“장보고 이항사님 방금 BK해운에서 전화 왔습니다.”

흐흐흐. 효과가 빠르네?

“네, 뭐라고 하던가요?”

“원하는 조건만 제발 알려달라고 하네요.”

“네?”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합의를 하겠다고. 갑판장님 말고 다른 선원들 보상금도 우리가 주장하는 계산 방식으로 다시 보상금 재산정하겠답니다. 그동안 미지급된 보상금 있으면 지연손해금하고 같이 일괄 지급하는 것으로 최대한 빨리 합의하고 싶다고 합니다.”

“하하하. 잘됐네요.”

역시 국회의원의 힘인가? 아니 국정감사인가?

바로 해결이 되네?

< 띠링! >

+

<돌발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활약으로 선원들이 정당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상 :

- 명성 + 50

- 당신의 명성이 상승합니다.

- 선원들 사이에서 당신의 명성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 칭호 [국감스타]를 획득했습니다.

+

< 띠링! >

“해상법 전문 변호사 육성 퀘스트 진척도입니다.”

+ 해상법 전문변호사 #01 육성 : 진척도 [48%] +

+ 해상법 전문변호사 #02 육성 : 진척도 [12%] +

+

요트 마리나 센터

- 부산 용호만 요트 마리나 센터

부산 용호동에 위치한 ‘용호만 요트 마리나 센터.’

서울에서 내려온 나는 간만에 부산에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어째서 배에서 내린 휴가 기간인데 더 바쁜 거지?’

오지랖 병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이곳에 온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 보아도 제법 황당한 일이 벌어질 예정이었다.

며칠 전부터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이곳으로 와서 일을 돕기로 한 상태였다.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 도장을 찍었다.

끼이익!

“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요트 마리나 센터의 문을 밀고 들어서며 인사를 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센터 안에는 한 중년의 남성이 오전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로 다가서며 말했다.

“선배님, 일찍 출근하셨네요.”

“어이! 우리 전국구 스타 장보고 이등 항해사! 오늘도 일찍 왔네.”

“전국구 스타요?”

“그래 요즘 뭐 이곳저곳에서 자네 소식이 들리던데?

“쩝...... 그나저나 선배님 오늘도 신세 좀 지겠습니다.”

“신세는 무슨 신세. 일도 도와주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

센터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그는 전생이나 지금이나 선후배들 사이에서 한결같이 평판이 좋은 남자였다.

‘참 좋은 분인데 말이야.’

그는 항해사 출신으로 해신해운 선박에 승선하다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이 마리나 센터를 소소하게 차렸다.

한창 꿈을 키워 나가고 있는 이때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온다.

만약 오늘 내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이 사람은 전생의 기억대로 파산할 지경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는 안 되지. 내가 사고를 막아야지.’

나는 센터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결의를 다졌다.

사람 좋은 인상의 센터장이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한 잔 타서 나에게 들고 왔다.

“그런데 보고야 오늘이지?”

“네?”

“제트스키 좀 빌려달라고 했잖아 오늘 아니야?”

“아! 네, 맞아요. 오늘 좀 사용해도 될까요?”

“그래, 내가 얼마 전에 정비도 다 해뒀고, 기름도 빵빵하게 채워놨으니까 마음껏 타고 와.”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뭘, 휴가기간에 언제든지 타고 싶으면 말하고!”

“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밖으로 나가 간단하게 제트 스키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센터장 말대로 정비가 잘되어 있는 만족스러운 상태였다.

‘음 이 정도면 됐고.’

준비를 마친 나는 제트스키에 시동을 걸었다.

‘한번 달려볼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나는 바다 위를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속력을 끌어올리자 바닷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 띠링 ! >

+ 스킬[항해술 Lv.11.]을 사용합니다. +

- 조류를 읽는 능력이 상승합니다.

“끼야옷!”

빠르게 바다 위를 질주했다. 오랜만에 걱정 없이 레저를 즐기니 스트레스가 바닷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 *

2XXX년 XX월 XX일.

러시아 선적의 화물선 씨랜드호가 대한민국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광안대교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해당 러시아 선적 씨랜드호는 20XX년 X월 XX일 15시 35분경 부산 VTS(해상교통관제)에 출항 신고도 없이 용호만 부두를 출발한다.

그리고 이 씨랜드호는 목적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향해 가던 중 15시 47분에 요트 2대와 바지선 1대를 추돌한 후 16시 23분에 광안대교를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킨다.

이후 선박의 항해사들은 해경의 검거를 피해 도주를 시도하다가 대한민국 해양경찰에 의해 제지당한다.

이 사고로 인해 요트 승선자들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고, 요트와 바지선이 파손되었다. 바지선에서 작업하던 사람들도 생명을 잃는 큰 피해가 발생한다.

그리고 광안대교 하단부가 크게 손상되기까지.

화물선이 광안대교를 들이받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다.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해상교통관제에 출항 신고도 하지 않고 지정 항로를 이탈한 상태였기 때문.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밝혀졌다.

바로 이 선박을 운항한 선장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6%로 알려진 것.

이 황당한 사고의 원인이 다름 아닌 선장의 음주운항이라는 뜻이었다.

‘문제는 이 황당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지.’

이렇게 연안에서 술에 취해 운항한 탓에 요트 사업을 하던 마리나 센터장 선배님은 큰 피해를 입고 결국 사업을 접게 된다.

이 사고로 인해 마리나 센터의 고객들에게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요트 승선자들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요트가 크게 파손되어 큰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그 이후 마리나 센터장은 다시 빚을 갚기 위해 승선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 * *

- 용호만 부두 근처

제트스키를 타고 가면서 이 사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단 말이야.’

전생에 이 사건을 접했을 때도 들었던 의문이다.

도대체 이놈들은 왜 이렇게 급하게 출항하려는 것일까.

전생에 이놈들은 요트와 바지선을 추돌하고 대규모 인명피해와 재산손해를 일으킨다. 그것도 모자라 계속 도주하다 광안대교까지 들이받는 놈들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던 거지?’

물론 사건 종류 이후에 발각된 내용은 음주운항이었다.

그런데 그 난리를 쳐가면서까지 도주하려고까지 한 이유가 고작 음주운항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상념에 빠져 있던 나는 용호만 부두가 잘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음, 이쯤이면 되겠네.’

제트스키의 속력을 줄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는 준비해온 쌍안경을 들어 올려 부두 쪽을 바라보았다.

문제의 그 씨랜드호가 눈앞에 들어왔다.

광안대교와 추돌한 그 러시아 선적 화물선이 틀림없어 보였다.

갑판 위로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이제 출항을 준비하는 모양새였다.

갑판 위 선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뭐라 뭐라 소리치는 남자의 손에 큰 투명한 유리병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저놈이 선장이구나. 손에 들고 있는 건 보드카 병이겠지?’

아무래도 술병을 들고 다니는 것이 출항 전부터 이미 한잔 마신 상태가 틀림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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