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84/200)

소형 폭탄이 터지고 미리 계획된 작전에 따라 특수부대원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을 시작했다.

탕탕탕!

당황한 해적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숙련된 특수부대원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총소리가 울릴 때마다 해적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우와앙!

블랙호크에 타고 있는 상공을 날고 있던 저격수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적들의 지원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음. 예상 도착 시간은 15분 뒤!”

민간 지역으로 보이는 곳곳에서 목표 건물 일대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해적들과 민간인들을 구분하기 어려움! 식별이 어려워 저지하는 데 무리가 있음!”

헬리콥터에서 지상을 엄호하던 저격수의 보고 목표 건물에 투입한 부대원들에게도 전해졌다.

건물 내부로 진입한 부대원들의 얼굴에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15분 안에 목표물을 생포하고 탈출해야 했다.

“RPG!”

헬리콥터에 탄 저격수가 큰 목소리로 외치자 헬기가 급격한 회피기동을 실시하며 날아올랐다.

쓩!

지상 어딘가에서 날아온 RPG 포탄이 가까스로 블랙호크를 지나쳤다.

목표 건물로 들어선 특수부대원 사이에는 CIA 요원 제임스가 있었다.

제임스는 목표 건물에 들어가 섬광탄 등을 이용해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몇 개의 방을 수색한 이후 유난히 젊은 여자들이 모여 있는 방을 발견했다.

제임스는 이곳에 두목 샤크가 숨어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으아아!”

방 안으로 부대원들이 들어서자 여자들 사이에 숨어있던 샤크가 갑자기 뛰쳐나오며 저항을 시도했다.

탕!

소총을 난사하며 저항했으나 바로 제압당했다.

두목 샤크는 허벅지가 총탄에 뚫리며 쓰러졌다. 그의 허벅지에서는 출혈이 뿜어져 나왔다.

CIA 요원 제임스는 쓰러진 사내가 목표물인 샤크라는 사실은 식별했다.

그리고 침대 옆 구석.

무릎을 꿇은 채로 벌벌 떨고 있는 사내.

바로 해적 브로커 ‘미스터 L’이었다.

제임스가 씩 웃으며 지휘본부에 보고를 시작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모두 생포 완료. 상어 낚시 작전 완료(Operation Shark Fishing Complete)!”

* * *

- 부산 영도 장보고의 집

며칠 뒤.

따르릉!

장보고의 핸드폰이 울려퍼졌다.

‘음?’

발신번호는 국제번호였다.

“헬로우?(Hello?)”

- Mr. Jang, it's me. Ian(미스터 장, 접니다. 이안).

전화를 건 사람은 MI6의 이안 요원이었다.

“이안 요원? 반가워요.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 하하하. 좋은 소식이 있어서요.

“좋은 소식이요?”

- 네, 해적 두목 샤크 잡았습니다.

“역시! 그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 Mr. L 말인가요?

“네.”

- CIA에서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잘됐네요.”

- 미스터 장, 공이 컸습니다.

“별말씀을요.”

- 곧 좋은 연락이 있을 겁니다.

“좋은 소식?”

- 기다려 보시죠. 하하하.

뭐야? 이사람.

그런데 도대체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연락한 거야?

< 띠링! >

+

<퀘스트에 연계된 활동이 공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보상 :

- 명성 + 50

- 글로벌 인맥 [미국 CIA]가 형성되었습니다.

- 제임스가 당신과 이안의 관계를 질투합니다.

- 글로벌 명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 CIA가 당신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

‘뭐, 뭐야?’

퀘스트 달성도 아닌데 공적을 인정해준다고?

대박인데?

국정감사

다음 날 아침.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미군의 작전 내용이 뉴스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소식이었지만 그래도 통쾌하네.’

뉴스 화면 속 앵커가 말을 이어갔다.

“뉴스 속보입니다. 지난밤 현지시각으로 새벽 6시경 미국은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소탕 작전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국 대통령의 발표를 직접 듣겠습니다.”

화면 속에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났다.

+

뉴스 속보.

미국 대통령의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 발표.

- 미국은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소탕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미국은 해적들은 은신처를 목표로 하는 작전을 벌였고, 총격전 이후, 요원들은 해적단의 두목 아브디 샤크(Abdi Shakh)의 신병을 생포했습니다. 이 해적단의 정체는 일명 샤크 해적단으로 산하에 많은 해적단을 둔 조직입니다. 현재 소밀리아 해적들의 근거지인 푼틀랜드 지역은 빠르게 치안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작전은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합동 작전으로 진행되었으며 특히 영국과 대한민국의 협조자들의 공로가 매우 컸으며 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오늘의 성공은 없을 것입니다. 정의가 실현되었습니다(Justice has been done).

+

‘음?’

대한민국의 협조자? 혹시 나를 말하는 건가?

< 띠링! >

+ 당신의 글로벌 명성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

+ 미국 대통령이 당신의 존재를 언급했습니다! +

* * *

- 대한민국 국회

며칠 뒤.

나는 국회에서 진행 중인 해양수산부의 국정감사장에 와 있었다.

방청석에 앉아 국회의원들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흐흐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들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난리를 치는 모습이 한 편의 희극처럼 느껴졌다.

국정감사장에서 이렇게 난리 칠 게 아니라 평소에 열심히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소리를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열성인 이유.

그건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떨치기 좋은 기회의 장이었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국정감사 기간에는 항상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의 스타 의원, 일명 ‘국감 스타’가 되기 위해 열의를 불태우는 것이다.

특히 국정감사를 통해 스타 의원으로 발돋움하면 향후의 정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차기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의원들이 연휴도 반납한 채로 국정감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내 계획에 따르면 초선 의원 한 명이 국감스타로 떠오를 예정이었다.

물론 그는 다름 아닌 오재민 의원.

나는 지난 며칠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그의 국감 준비를 도왔다.

이곳에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해양수산부의 종합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연이은 의원들의 공세에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오재민 의원의 시간이 왔다.

오재민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바라보며 질문을 이어갔다.

“장관님, 지금 수에즈운하를 지나가는 선박 소유자들과 선원들은 매일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방인이 있습니까?”

“선원들의 걱정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관이 대답하는 분위기가 정부가 선원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그 정도를 잘 보여줍니다."

오재민 의원이 질타하자 해양수산부 장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번에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될 뻔했던 줄리엣호의 선원들 인터뷰 내용을 보셨습니까? 선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선주는 바다 위에 있으면 무정부 상태의 국민들과 같은 처지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선원들의 가족들은 배를 타서 국가에 세금을 내는 사람은 국민이 아니냐고 말하며 분노하고 있다 이 말입니다!”

“……!”

오재민 의원이 좌중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버럭 큰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 자리에 해적들과 맞서 싸운 영웅이 있습니다!”

“컥!”

나는 오재민 의원의 갑작스런 급발진에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래?’

오재민 의원이 나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저 청년이 바로 그 선원들 중 한 명입니다!”

찰칵찰칵!

“장보고 이등 항해사는 선원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해적들의 승선을 직접 저지한 청년 영웅입니다. 그리고 승선한 해적단의 부두목을 직접 생포했습니다! 살아있는 우리나라의 영웅입니다!”

웅성웅성.

“그 인터뷰의 주인공?”

“바로 그 사람이었구나!”

“이름이 뭐라고?”

“장보고?”

국정감사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나를 향해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 띠링! >

+ 당신의 명성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

+ 기자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

+ 언론의 관심이 높아집니다. +

황당해하는 나를 바라보는 오재민 의원이 흡족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정부는 지난 다른 과거의 인질 사태 때는 외교부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국정원장이 직접 외국으로 건너가 협상을 하는 등 인질 구출에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말리아 해적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선주가 대책을 주도하고 정부는 측면지원만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너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해수부 장관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특히, 테러단체와 마찬가지인 해적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다른 국가들과 공조하여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선원들의 생명이 달린 일입니다.”

“네, 의원님 말씀대로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오재민 의원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청석에 있는 BK해운의 사장을 호명했다.

BK해운의 사장은 해운업계의 선원들 처우와 관련된 실태를 증언하기 위한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이 요구된 상태.

“사장님, 방금 본 의원이 외항선을 타고 있는 선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선주회사의 경영자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BK해운의 사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선원들의 처우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재민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사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BK해운에서 작업 중에 사고를 당한 선원 소식이 있더군요.”

“네?”

“BK해운에서 작업 중 사고로 장해를 입은 선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입니다!”

오재민 의원이 버럭 호통을 치자 BK해운 사장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사장이 뒤를 돌아보자 그 뒤에 앉아 있는 임원진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들 중에는 법무팀장도 있었다.

법무팀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뭐라 뭐라 대답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땀을 삐질 흘리는 모습이 쌤통이었다.

BK해운 사장이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의원님, 아직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의원실로 자료를 제출하겠습니다.”

오재민 의원이 말을 이어갔다.

“모른다고 하시니 제가 지금 알려드릴게요. BK해운이 운항 중인 선박에서 탱크선에서 승선 중에 사고를 당한 갑판장이 있습니다. 누군지 아세요?”

“……!”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BK해운이 보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무리하게 합의를 강요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이 말입니다. 예?”

“……!”

웅성웅성.

“그런데 더 큰 문제도 있어요. 재해보상금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나 승선임금에 대해서도 계약서를 교묘하게 작성해서 BK해운이 그동안 선원들을 속여 왔다는 말이 있어요!”

“화, 확인해 보겠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기자들이 바쁘게 타이핑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BK해운의 사장이 고개를 돌려 뒤에 앉은 임원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시선은 한 남자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