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3화 (83/200)

‘잘됐네.’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었다.

이쯤 됐으니 국내 정유사들도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외국 정유사들도 환경보호를 위해 협조한다는 데 국내 정유사가 반대할 명분은 없었다.

“저기요!”

내가 상념에 빠져 걸음을 옮겨가는 그때.

제법 귀엽게 생긴 젊은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음?”

나를 가로막고 선 이 여자의 정체는 기자회견장에서 본 그 유난히 질문이 많던 기자였다.

“네?”

“저 아시죠? 아까 기자회견장에서 봤잖아요.”

“아 네.”

“저는 신라일보 소속 기자 유혜영입니다.”

“신라일보? 아 네, 그러시군요.”

“잠시 물어볼 것들이 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저, 저기요!”

후다닥!

나는 깜짝 놀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유혜영 기자가 나를 부르며 달려왔지만 거리가 점차 멀어졌다.

배에서도 조셉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나를 앞지르지 못했다.

나는 한참을 달려 더 이상 유혜영 기자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건물 뒤편으로 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나저나 신라일보라고?

신라일보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고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마로로스의 심장 스킬을 습득한 이후 이렇게 당황한 일은 처음이었다.

신라일보,

신라일보는 내 전생의 아내가 다녔던 직장이었다.

그런데 문뜩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왜 도망친 거야?’

잘못한 것도 없는데.

Operation Shark Fishing(상어 낚시 작전)

- 부산 영도 장보고의 집

며칠 뒤.

장보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텔레비전 속 화면에서 보도되는 뉴스 속보를 보고 있었다.

화면 속 남자 앵커가 간략하게 국제 속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

- 뉴스 속보입니다.

- 케냐의 라올 이딩가 총리(56·사진)는 xx일(현지 시간) “제2의 줄리엣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말리아 반군을 소탕하는 데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케냐 정부군은 지난달 xx일 소말리아 반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소말리아에 직접 전투기를 투입해 소말리아 해적의 배후인 이슬람 반군 소탕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 이딩가 총리는 이날 본 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육지 지역을 폭격해 다수의 사상자를 냈다.”며 “x월 xx일 대한민국 선적 해신해운 소속 줄리엣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될 위기에 처했다가 구조된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그는 “인근 해상에서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말리아 반군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음! 이제 시작되나 보군.’

잘되야 할 텐데.

뉴스를 바라보는 나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 * *

- 소말리아 모처 미합중국 합동특수전사령부의 임시 연병장.

20XX년 X월 XX일, 미합중국 육군 소장 윈터 개리슨 장군이 지휘하는 미합중국 합동특수전사령부(Joint Special Operations Command)가 소말리아에 파병되었다.

파병된 부대는 레인저 2대대 B중대, 델타포스 D분견대, 제160 특수작전항공연대 “나이트 스토커”(The Night Stalkers) 예하 헬리콥터와 조종사 및 정비병, 특수부대 DEVGRU, 미공군 제24 특수전술대대 소속 CCT 요원 등 총 400여 명.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바로 앞바다에 니미츠급 5번함과 에이브라함 링컨과 항공모함 소속 제11 비행단도 배치됐다.

미군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본거지를 일거에 초토화하겠다는 작전을 수립.

미군 최고의 엘리트 전력들이 모였다.

구체적으로 첫 1주일 동안에 병력을 소말리아에 전개하고, 2주 차에는 최대 해적단으로 파악되는 두목 일명 ‘샤크’를 색출해서 검거하고, 3주 차에 해적단의 잔존 세력과 지휘체제를 붕괴시킨 다음에 깔끔하게 소말리아를 떠난다는 작전이 입안됐다

작전 전개 2주 1일 차 오전 6시.

지휘관 윈터 개리슨 소장이 합동특수전사령부에 마련된 지휘본부(Headquarters: HQ)에 들어섰다.

“Attention(차렷)!”

개리슨 소장이 들어서는 것을 목격한 사병이 큰 소리로 외쳤다. 지휘본부에 있던 전 부대원들이 빠르게 일어서 차렷 자세를 취했다.

“At Ease(쉬어).”

“Stand at Ease(쉬어)!”

개리슨 소장이 말하자 사병이 큰 소리로 다시 외쳤다. 구령이 크게 외쳐지고 부대원들은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모두 편하게 앉아 듣도록.”

개리슨 소장의 말에 부대원들이 마련된 의자에 착석했다.

“우리의 목표는 3주 안에 소말리아 해적들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푼틀랜드 지역의 해적단 두목을 생포하고 지역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알겠나?”

“Hooah(미군들이 긍정적인 대답을 할 때 쓰는 말)!”

개리슨 소장이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적들은 고작 어선들이나 선원들을 상대로 털어먹는 좀도둑에 불과하다. Hooah!”

“Hooah!”

“오전 10시. 작전을 시작한다. 생포 작전부터 시작한다.”

이곳에 모인 미군 정예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 * *

- 작전 전개 2주 차 1일 차 오전 10시.

미합중국 합동특수전사령부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두두두.

몇 대의 헬기들이 빠르게 날아올랐다.

곧이어 험비들이 컨보이(convoy)를 이루어 한 개 소대 이상의 병력이 빠르게 달려나갔다.

몇 시간 후.

출동한 레인저와 델타 포스팀이 좋은 소식을 알려왔다.

- 해적단의 주요 간부 2명을 체포하는 데 성공.

“와아아!”

초조한 표정으로 연락을 기다리던 지휘본부에 활기가 돌았다.

첫 작전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지휘본부에 있던 미군들은 짧게 함성을 내질렀다.

합동특수전사령부가 샤크의 안가와 세부 일정을 파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윈터 개리슨 소장은 샤크의 반대파 정보원에게 얻은 정보 및 압둘 아라이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정보분석관은 샤크가 인근 해적 밀집 지역의 정보 교류를 위한 집회에 참석한다는 정보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집회에서는 “미스터 L”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내가 참석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도.

- 작전 전개 2주 2일 차. 새벽 6시.

푼틀랜드 동남쪽 공업지대 인근 해상.

인도양에 파견되어 있는 영국 해군의 함정 윈스턴 처칠함이 이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평온하던 함정이 몇 시간 전부터 갑작스럽게 소란스럽게 움직이더니 출동을 준비했다.

풍덩! 풍덩! 풍덩!

영국 해군특전대 SBS 블랙그룹 제3 부대 부대장의 지시 아래 고속단정들이 일거에 내려졌다.

고속단정위로 제3 부대 부대원들이 내려섰다. 빠르게 해안가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인근 해상에서 새벽부터 어업 활동을 하던 어부들이 있었다.

이들의 눈앞에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군함이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뒤 군인들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작고 빠른 선박들이 연안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어부들에게 목격됐다.

어부들은 이상한 낌새를 목격하고 급하게 숨겨둔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다급하게 무전을 치는 그들의 표정이 긴박해 보였다.

고속단정들이 향하고 있는 해안가 인근.

부르릉!

자동차 소리가 크게 계속 울리더니 사람들을 잔뜩 태운 트럭들과 승용차가 해안가로 질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무전을 받은 소말리아 해적들. 해적들을 가득 태운 차들이 해안가에 밀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와아아아!”

해안가에 도착한 소말리아 해적들이 총을 들고 해안가로 달려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해안가를 향해 달려오는 고속단정을 저지하기 위한 것.

탕탕탕! 드르륵! 드르륵!

아직 해안가에 도착하려면 한참 남은 상태였지만 해적들은 바다에 떠 있는 고속단정을 향해 연이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수십 아니 수백 발의 총격을 받은 고속단정은 연안으로 더 이상 접근을 포기하고 목표 지점을 변경했다.

“와아아!”

적들의 접근을 막은 해적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 현지시각 오전 8시경 미군 합동특수전사령부.

두두두! 두두두!

미군 합동특수전사령부 지휘본부에서는 블랙호크들이 굉음을 내며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국 해군특전대 SBS가 해상으로 침투하는 작전을 시도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

양동 작전에 따라 해적들이 SBS를 막기 위해 해안가로 해적들을 급파한 것을 확인했다.

두목 샤크를 생포하기 위한 작전 상어 낚시 작전(Operation Shark Fishing)의 세부 계획이 시작된 것이다.

아홉 대의 험비와 석 대의 5톤 트럭에 탑승한 지상군(호송대)이 먼저 출발해 목표 건물 인근에서 기다릴 예정.

델타포스와 레인저는 헬리콥터를 타고 목표 건물로 이동한다.

레인저는 헬리콥터에서 패스트 로프로 투입돼 목표 건물의 모서리 쪽 코너(총 4곳)에 자리를 잡고 목표 건물을 방어하는 데 집중.

상공에서 지상엄호는 담당하는 병력으로 3대의 헬리콥터가 배치된다. 이들은 목표 건물의 경비병력을 제거한 후 혹시 모를 지원부대를 견제하기 위해 대기.

목표 건물로 투입된 델타포스가 목표를 획득하면 레인저가 목표 건물로 철수.

델타포스와 획득한 목표물이 헬리콥터에 탑승한 후 헬기가 철수하면 지상군도 철수를 시작한다.

이 모든 작전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예정이었다.

- 현지시각 오전 9시.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와 데브그루의 대원들이 탑승한 블랙호크가 빠르게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목표는 두목 샤크의 생포.

실전 경험이 풍부한 SBS 부대원들도 해적 본거지로 침투하는 것이기에 그리 여유로운 순간은 아니었다.

- 오전 9시 15분.

새벽 6시부터 해적 두목 샤크의 근거지를 상공을 떠다니며 샤크의 동태를 살피던 미군의 초계기에서 정찰한 정보를 보내왔다.

“목표. 위치 변동 없음. 목표 건물 옥상 및 정원에만 20명이상 해적들이 식별되었음! 작전에 참고할 것.”

지휘본부는 작전을 수행 중인 델타포스와 레인저들에게 수신한 내용을 전파했다.

“땡큐! 잘 수신했음!”

하늘엔 미군의 블랙호크, 그리고 육지로는 지상군을 태운 험비와 트럭이 목표 건물 외곽지역을 크게 돌며 소란스럽게 운행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육지의 지상군들이 본거지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는 사이 샤크의 거주지 상공으로 침투한 블랙호크에서 특수부대원들이 급강한 후 목표물 두목 샤크를 생포한다는 계획을 위해서였다.

- 오전 9시 30분.

지휘본부로 출동한 험비와 헬리콥터가 대기하기로 한 목표지점에 도착해 작전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보고가 전해졌다.

개리슨 소장이 보고를 받은 후 조용히 말했다.

“로미오(Romeo)! 작전 개시!”

로미오는 체포할 요인인 두목 샤크를 지칭하는 암호명이자 체포 작전을 시작하라는 작전 개시 명령이었다.

두두두.

두목 샤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표 건물 위에 미군 헬리콥터들이 나타났다.

탕! 탕! 탕!

총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지상 호위를 맡은 헬리콥터에 탑승한 저격수들이 목표 건물 옥상에 있는 해적들을 겨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촤라락!

로프가 내려지고 빠르게 델타포스와 레인저 부대원들이 하강을 시작했다.

탕탕탕! 탕탕탕!

해적들의 반격이 시작되자 강하부대를 호위하던 지상 호위를 맡은 헬리콥터에서 기관총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 오전 9시 32분.

샤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목표 건물의 주요 부분과 옥상을 강하부대가 모두 점거했다.

- 오전 9시 34분.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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