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2화 (72/200)

“크으읍!”

압둘 아라이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찰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압둘 아라이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한 몸으로 얽혀 갑판 위를 나뒹굴었다.

탁!

압둘 아라이의 손에 들려있던 AK 소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찰리가 급하게 발로 AK 소총을 쳐냈다.

퉁퉁!

사람들의 시선이 옆으로 밀려 가는 AK 소총으로 모아졌다.

압둘 아라이는 찰리를 떨쳐내고 벌떡 일어나 소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닥!

하지만 그때 빠른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선내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조셉이 나타난 것이다.

조셉은 압둘 아라이보다 한 발 빠르게 달려 나가 AK 소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

압둘 아라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조셉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잘했다!”

어느새 압둘 아라이 근처로 다가온 내가 조셉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조셉은 달려가면서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후우!”

나는 짧게 거친 숨을 내쉬며 압둘 아라이를 마주 보고 섰다.

왼쪽은 찰리, 정면은 나 그리고 오른 쪽은 MI6 이안 요원이 압둘 아라이를 포위했다. 압둘 아라이의 뒤편은 컨테이너로 막혀있었다.

압둘 아라이는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려는 듯 우리를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약한 상대를 찾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는 MI6 요원인 이안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 자식이! 내가 제일 약해보이냐?’

압둘 아라이는 돌파할 상대로 나를 택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찰리는 다부진 체격의 사내. 두 사람은 이미 한바탕 격전을 벌인 터라 찰리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압둘 아라이도 위압적인 체격의 소유자 이안 요원은 딱 봐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 했을 터.

내가 제일 만만한 상대라 이말이지?

“미스터 장, 뒤로 물러나시죠.”

이안 요원이 한발짝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는 오른 팔을 들어 올려 그를 슬쩍 제지했다.

“이안 요원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네?”

살짝 놀라는 이안 요원을 뒤로 하고 나는 앞으로 나섰다.

“Surrender. I'm a future MI6 agent!”(항복해라 나는 장래에 MI6의 요원이 될 사람이다!)

내 말을 들은 이안 요원이 뒤에서 웃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압둘 아라이는 내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살짝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압둘 아라이는 거친 해적. 순순히 항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으아아악!”

압둘 아라이가 나에게 소리를 지려며 별안간 달려들기 시작했다.

바로 근접 거리에 있는 나를 인질로 잡으면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건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나는 싱가포르의 흉악한 범죄조직이자 삼합회의 라이벌(?)이었던 흑룡회와도 맞짱을 뜬 사나이.

소말리아 해적들은 전직 어부들이 아닌가? 총이 없다면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압둘 아라이 따위는 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달려오는 압둘 아라이의 어떻게 요리할 지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다.

< 띠링! >

+ 스킬[마도로스의 심장 Lv.5]을 사용합니다. +

- 결투를 앞두고 냉정한 심리 상태를 유지합니다.

+ 스킬[태권도 Lv.4]을 사용합니다. +

- 발차기 위력이 증가합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에게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들려오는 큰 소리. 배가 떠나갈 것만 같은 큰 함성이 갑판에서 울려 퍼졌다.

“와아아!”

구경하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크게 함성을 내질렀기 때문.

“이항사님 짱!”

“최고다!”

“와아아!”

압둘 아라이의 온 전신을 향해 폭풍과 같은 속도로 내 발차기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퍽퍽퍽! 퍼퍼퍽!

“으어어어!”

전신은 난타 당한 압둘 아라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저 신음만 흘렸다.

너는 이미 뒤져있다.

그는 서있는 상태였지만 눈에는 흰자만 보였다. 정신을 이미 놓은 듯 보였다.

이제 마지막 한방만 남았다.

승리의 미소를 지은 채로 나는 주변을 둘러본 후 말했다.

“그럼 이제 마무리!”

< 띠링 ! >

+ 스킬[고무고무킥 Lv.5]을 사용합니다. +

퍽!

나의 오른발이 번개 같이 뻗어져 나갔다. 채찍 처럼 기묘한 궤적을 그리며 그대로 압둘 아라이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어떻게 당한 것인지도 모르는 채로 압둘 아라이는 갑판 위로 속절없이 쓰러져 내렸다.

< 띠링! >

+

<돌발 퀘스트를 달성을 축하합니다.>

보상 :

 - 명성 + 50

- 실마리 획득 (해적 비즈니스에 대한 당신의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압둘 아라이를 통해 소말리아 해적들과 공범 관계에 있는 런던 브로커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스킬 [태권도 Lv.5]를 획득했습니다.

- 스킬 [고무고킥 Lv.6]를 획득했습니다.

- 스킬 [협상 Lv.7]를 획득했습니다.

+

뭐?

나는 떠오른 메시지 창을 바라보았다.

해적 비즈니스 브로커?

‘압둘 아라이가 뭔가를 알 고 있나 보네?’

< 띠링! >

+

<메인 퀘스트 (#07) 달성을 축하합니다.>

보상 :

 - 명성 +50

- 당신에 대한 사내 평가가 상승합니다.

- 당신의 글로벌 명성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당신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 스킬 [항해술 Lv.11]을 획득했습니다.

- 스킬 [마도로스의 심장 Lv.6]를 획득했습니다.

- 스킬 [명사수 Lv.1]을 획득했습니다.

-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

“컥!”

메시지 창을 읽어 내려가던 나는 헛기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대통령?’

대박인데?

* * *

현지시각 오전 8시 16분.

장보고가 압둘 아라이를 생포한 사이.

SBS 블랙그룹 제3부대 찰리팀은 격실 수색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코리가 드헤그, 에스디힙! 에스타그 하디칼레 완코 투칸!”(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러면 살려줄 것이다!)

SBS 부대원들은 소말리아어로 경고방송을 실시하며 격실 수색을 이어나갔다.

부대원들은 수색을 마친 격실마다 붉은 색 페인트로 표시하며 신속하게 수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지시각 오전 8시 30분.

“대장님, 알파팀장입니다.”

“대장이다.”

“줄리엣호 선원 전원 구조했습니다. 임무 완수했습니다.”

“수고했다.”

SBS는 알파팀장은 윈스턴 처칠 함에 탑승하고 있는 부대장에게 인질 전원 구조를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SBS 블랙그룹 제3부대장은 사령부에 보고를 시작했다.

"아덴만 현 시각으로 8시 30분, SBS 블랙그룹 제3부대는「모닝 캄 오퍼레이션(조용한 나라의 아침 작전)」을 완료했습니다. 인질 전원 구조, 해적 8명 사살 5명 생포, 아군 피해 전혀 없습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부대장이 모닝 캄 오퍼레이션에 대한 작전 완료 보고를 마쳤다.

윈스턴 처칠 함에 설치된 작전 실에서 블랙그룹의 부대장이 영국 특수부대 사령부[The United Kingdom Special Forces (UKSF)]에 “전투 완료”를 보고한 것.

부대장이 영상화면을 보며 말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종료.”

“와아아!”

“짝짝짝”

그 순간 사령부 지휘통제실에서는 환호 소리와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 부대장이 바라보고 있는 화면 속 정장을 입은 사내가 말했다.

“생포한 해적들 중에 해적 두목도 있습니까?”

군복을 입은 군인들 사이에 정장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MI6 국장 “C".

“승선한 해적들 중에 해적단의 부두목이 있었다고 합니다. 부두목을 생포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행이군요. 감사합니다. 소말리아 해적들 사이에 제법 비중이 있는 해적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보가 좀 있을 것 같습니다.”

“네, 그런데 생포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있습니다.”

“음?”

“장보고라고 해신해운의 이등항해사라고 합니다.”

“······! 으하하하!”

MI6의 국장 C는 순간 당황한 듯 말을 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 * *

- 선박 “M.V. 줄리엣”호의 선교

줄리엣 호는 윈스턴 처칠함의 호위를 받으며 두바이 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박에 큰 손상은 없었지만 총격으로 인한 흔적들이 있었기 때문에 감항성 검사 등을 위해 두바이 항에 접안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

선교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내게 이안 요원이 다가왔다.

“미스터 장!”

“네, 무슨 일입니까?”

‘뭐지 저 표정?’

아안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 발차기는 도대체 뭡니까?”

“네?”

“압둘 아라이를 상대할 때 썼던 그 발차기 말입니다.”

“아 그거요.”

“도대체 그건 무슨 기술입니까?”

“그건 왜?

“저도 제법 각종 무술을 마스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술은 처음 봤습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태권도가 베이스긴 한데.”

“태권도에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 있습니까? 저도 기회가 되면 꼭 태권도를 배워야겠습니다.”

이안의 표정은 제법 진지해 보였다. 약간의 오해는 있는 듯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킬 덕분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나는 천천히 선교에 있는 선원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들 표정이 밝았다. 큰 위험을 잘 해쳐나간 역전의 용사들다운 얼굴 표정들.

그중 찰리와 조셉은 특히 표정이 밝았다.

벌써 몇 번째인지. 조셉은 이미 여러 번 되풀이 했던 자신의 무용담을 다시 풀어놓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이미 질린듯했다. 하지만 아무도 조셉을 말리진 못했다. 이들의 활약이 실제로 대단했기 때문.

뭐, 사실이니까.

‘나도 인정.’

나도 조셉을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들의 활약은 실제로 대단했기 때문에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근데 찰리도 가만히 있는데 왜 조셉이 저렇게 설치는 거야?’

나는 고개를 돌려 찰리를 바라보았다. 찰리는 그저 조용히 웃으며 조셉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을 튀기며 일장 연설을 이어가는 조셉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

조셉도 제법 활약을 했지만 누가 뭐라 해도 일등으로 공헌한 사람을 뽑으라면 찰리였다.

찰리는 선미 쪽 방향으로 승선하려는 해적들을 막아내고 선장을 인질로 삼으려던 압둘 아라이까지 저지해 낸 대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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