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팀장이 크게 소리쳤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해적들이 무릎을 꿇은 채로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감히 대적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클리어!”
선교 내부를 확인한 알파팀 부대원이 큰 소리로 외쳤다.
선교를 완전히 장악했다.
알파팀원들이 항복한 해적들을 선교 밖으로 끌고 나와 격리하기 시작했다.
선교수색을 마친 공격팀 중 브라보팀은 데크 하우스의 격실을, 찰리팀은 기관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6시 32분.
브라보팀은 격실 수색 중 총격전을 벌이며 해적 4명을 추가로 쓰러뜨렸다.
6시 45분.
알파팀장은 줄리엣호의 수색을 완료했다는 보고를 마쳤다.
두두두! 두두두!
헬기가 줄리엣호 위로 내려섰다.
촤락!
하강 로프가 내려오더니 저격수가 로프를 타고 하강했다.
그는 미리 사전에 제공 받은 지도를 가지고 알파팀장과 함께 시타델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 * *
- 선박 "M.V. 줄리엣"호의 시타델 입구
시타델에 도착하자 SBS 블랙그룹 제3부대 알파팀장이 시타델의 문을 강하게 두들겼다.
탕탕탕!
“······.”
지도에 표시된 시타델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Don't worry. It's the Royal Navy.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국해군입니다.)”
“······.”
“"Don't worry, sailors! It's the Royal Navy. The ship is now under the control of the Royal Navy. Please feel free to come outside.(선원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국 해군입니다. 현재 선박은 영국 해군이 장악하였습니다. 안심하시고 밖으로 나와 주십시오.)"
“······.”
여전히 시타델 내부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복면을 쓴 저격수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문을 두들기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
“Mr. Jang!(미스터 장!)"
“······?”
“It's me!(접니다!)”
* * *
- 선박 “M.V. 줄리엣”호의 시타델 내부
나는 시타델로 피난한 이후 입구 앞을 계속 지키고 있었다. 귀를 문에 갖다 대고 있었지만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고개를 들려 시타델 내부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우리가 시타델로 들어선 이후 해적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줄리엣호에 승선했다.
선박을 뒤지기 시작한 해적들은 우리를 찾지 못하자 소리를 치고 허공을 향해 총을 쏘며 시끄럽게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선박에 선적된 컨테이너의 개수는 6천여 개.
해적들은 처음 몇 시간 동안은 바쁘게 우리를 찾았지만 이내 포기한 듯 보였다. 그 이후로는 선박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곽호진 삼등항해사가 조용히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장보고 이항사님.”
“그래 삼항사, 무슨 일이야?
나도 목소리를 낮춰 조용히 속삭였다.
“밖이 상당히 조용하지 않습니까? 수색하는 소리도 멈춘 지 오래되었고요.”
“그런 것 같네.”
“해적들이 찾는 걸 포기한 거 아닐까요?”
“그럼 다행이지.”
해적들이 활발하게 선박 내부를 수색을 할 때는 시타델 바로 근처까지 해적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에는 얼마나 긴장했던지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소리조차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스럽게도 해적들은 컨테이너와 외관이 동일한 시타델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곽호진 삼등항해사가 말을 이어갔다.
“혹시 해적들이 포기하고 하선한 건 아닐까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
“한번 나가보는 게 어떨까요?”
“안 돼. 우리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우리는 시타델 안에서 대기한다.”
내 말에 곽호진 삼등항해사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에 들어 온지도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안에서 정처 없이 기다리는 것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몇 시간이 또다시 흐른 후.
“어?”
나는 시타델 입구 쪽으로 귀를 갖다 댔다.
사타델 밖에서 총소리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타델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조용하던 배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 느껴졌다. 이곳에 들어선지 만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갑자기 시타델 근처에서 군인들의 군화 발자국 소리 같은 것들이 들려왔다.
쾅쾅쾅!
누군가 시타델 입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는 긴장한 빛이 가득했다.
꿀꺽.
‘설마 해적들은 아니겠지?’
제법 긴장되는 순간.
“쉿!”
나는 손을 들어올렸다. 검지를 펴서 입술에 앞에 갖다댔다.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며 모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불안한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탕탕탕!
“······.”
“Don't worry. It's the Royal Navy.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국해군입니다.)”
“······!”
‘영국 해군?’
사람들의 표정에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이들의 정체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
그리고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퀘스트 달성 메시지가 떠올르지 않고 있다는 점.
‘만약 이들이 영국 해군이라면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떠야 되는 거 아닌가?’
문 밖의 사람들이 영국 해군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 아닐까?
나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문 뒤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Don't worry, sailors! It's the Royal Navy. The ship is now under the control of the Royal Navy. Please feel free to come outside.(선원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국 해군입니다. 현재 선박은 영국 해군이 장악하였습니다. 안심하시고 밖으로 나와 주십시오.)"
“······!”
내 옆에 있던 곽호진 삼등항해사가 기쁜 표정을 짓더니 시타델 입구의 잠금장치를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탁!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해적들일지도 몰랐다. 무턱대고 문을 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쾅쾅쾅!
다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Mr. Jang!(미스 장!)"
“······?”
“it's me!(접니다!)”
“······!”
“Mr. Jang! it's me 009 from MI6! (미스터 장! 접니다. MI6의 더블오나인!)”
“······!”
뭐? 더블오나인?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버렸다.
아무리 소말리아 해적들이 런던에서 활동 중인 정보 브로커와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나와 MI6의 관계를 알리는 만무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국 MI6 요원이랍니다. 영국 해군이 분명합니다.”
“와!”
“살았다!”
“흑흑흑.”
소리를 지르는 사람. 우는 사람. 서로 얼싸안고 기도를 하는 사람.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시타델 잠금 장치를 열기 시작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뭐야 시발!”
깜작 놀랐다.
기대한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잘생긴 얼굴의 이안 요원이 문 뒤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뒤에 서 있는 사내는 검은 전투복을 입은 험상궂은 사내. 산적 같은 외모. 아니 해적 같은 외모의 사내.
웃으니까 더 무서워.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 복면의 사내가 우둑 커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래적 해적과 복면을 쓴 남자라니. 순간적으로 해적으로 의심될 비주얼이었다.
“하하하.”
저격수가 웃으며 복면을 벗어던졌다.
복면을 쓰고 있던 저격수의 정체는 놀랍게도 MI6의 요원 009 이안이었다.
영국 해군 특전대 SBS 출신으로 SBS 저격수들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중동에서 진행 중이던 임무를 잠시 중단하고 이 작전에 가담했던 것이다.
“미스터 장, 접니다. 고생했습니다. 이제 안전합니다.”
시타델 밖에서 잘생긴 MI6 요원 이안이 우리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선원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영국 해군 특수 특전대(SBS)입니다. 현재 선박은 영국 해군이 장악하였습니다. 안심하시고 갑판으로 나와 주십시오."
“와아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감사합니다!”
줄리엣호의 선원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정말 살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명만 빼고. 나다. 나는 아직도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주변을 계속 빠르게 살피고 있었다.
‘왜 아직도 퀘스트 달성 메시지가 안 뜨지? 이상한데?’
아직도 메시지창이 울리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
경고음과 함께 퀘스트 메시지창이 느닷없이 떠올랐다?
< 띠링! >
‘뭐야? 퀘스트?’
+
<돌발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시나리오 진행에 따른 돌발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줄리엣호에 승선한 해적들 중 두목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해적두목을 반드시 생포하세요.”
세부 퀘스트 : 해적
클리어 조건 : 해적두목 생포
제한시간 : 해적 두목이 살아있을 때까지
보상 : 명성 + 50, 실마리 획득
실패시 : 문제 해결 가능성 하락
+
깜짝 놀란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 해적 두목?”
Who's the boss?
- 선박 “M.V 줄리엣”호의 갑판
인도양 현지 여명시간인 6시 45분.
SBS 블랙그룹 제3부대는 줄리엣호의 시타델로 피난해 있던 선원 전원을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SBS 블랙그룹 부대원과 줄리엣호의 선원을 포함해서 단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테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임무부대라고 할지라도 이번 작전은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SBS 블랙그룹 부대원의 호위를 받아 갑판으로 나온 줄리엣호의 선원들은 갑판 위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