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200)

“조셉! 찰리! 먼저 들어가!”

나는 찰리와 조셉을 먼저 시타델 안으로 진입시켰다.

복도 끝에 후방을 살핀 후 아무도 근처에 없는 것을 확인 한 후 나도 시타델 안으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 * *

- 선박 “M.V. 줄리엣”호의 시타델 내부

시타델의 출입문은 최소 8mm 이상의 철제문과 추가 출입문으로 합계 최소 13mm 이상의 철판 두께로 만들어져 있고 외부에서 열수 없도록 내부 장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타델 내부에는 양방향 초단파대 무선전화 장치와 위성통신설비 1대가 비치되어 있으며, 구난식량과 음료수, 소화기 및 간이 화장실이 갖추어진 시설이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는 긴장한 표정의 선원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장이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넸다.

“이항사 어디 다친 곳은 없나?”

“네, 모두 무사합니다.”

“다행이야. 고생했네.”

선장이 나와 찰리, 조셉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어갔다.

“그래, 해적들은 어떻게 됐나?”

“저희가 시타델로 피난하려고 결정했을 때는 아직 승선하기 전이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으니 곧 승선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 몇 명이나 왔던가?”

“총 3척의 보트에 나눠 타고 있어서 정확한 인원은 모르겠지만 제법 숫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원들이 내 말이 끝나자 짧게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본선 위치는?”

“계획한 곳 근처까지 왔습니다. 여기라면 구조 신호를 받은 해군함정이 늦어도 하루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다행이군. 이제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 없겠군.”

“네, 최대한 소음을 내지 않고 있으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구조대가 올 겁니다.”

내 말에 신뢰가 있는 것일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지만 아직 용기를 잃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시타델에서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들의 심리상태가 어떻게 변해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늦지 않게 구조대가 도착하기만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본사에 있는 사람들을 믿자.

* * *

- 대힌민국 서울 해신해운 본사 지하 1층의 커피숍

해신해운 본사 직원들의 공식적인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하지만 본사 직원들은 보통 암묵적으로 30분 일찍 출근하는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법무팀의 현재형 차장은 보통 7시까지 출근한다.

그는 지하에 설치된 헬스장에서 아침 운동을 한 후 커피를 뽑아서 사무실로 올라가는 것이 그의 아침 루틴이었다.

현재형 차장이 운동을 마치고 본사 지하의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음?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오늘 따라 아침부터 커피숍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현재형 차장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홍보팀 팀장을 발견했다.

홍보팀장에게 다가서며 현재형 차장이 말했다.

“홍보팀장님, 안녕하세요. 일찍 출근하셨네요.”

“오, 현 차장! 그래 아침 운동하고 오는 건가?”

“네, 그런데 이렇게 아침 일찍 무슨 일입니까? 사람들이 많네요.”

“아! 자네 이야기 못 들었나?”

“네? 간밤에 무슨 일 생겼습니까?”

홍보팀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현재형 차장에게 귓속말을 시작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 전이긴 한데.”

“네.”

“M.V. 줄리엣호가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됐다는 소문이 있어.”

그 말에 현재형 차장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아니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해적이라고?’

현재형 차장이 홍보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해적이라고요? 피랍이요?”

“아직 사실 확인 중이야. 확실하게 확인된 사항은 아니야.”

“M.V 줄리엣호는 컨테이너선이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컨테이너선이 피랍된 적이 있습니까?”

“아직까진 없지.”

“설마 줄리엣호가 진짜 피랍됐을까요?”

“구조신호가 있었나봐, 그리고 현재는 통신 두절이라는 말이 있더라고.”

“······!”

현재형 차장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를 바라본 홍보팀장이 말했다.

“뭐,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게. 곧 운항팀에서 확인해서 정식 보고가 있을 예정이니까.”

“그래서 아침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많군요.”

“그래, 다들 새벽에 불려 나온 거지. 나도 곧 언론사들 브리핑 준비 때문에 일찍 나왔거든. 사장님하고 임원들도 다들 새벽에 불려나왔다고 하더라고.”

“저도 빨리 올라가봐야겠습니다.”

“그래, 아마 비상 테스크 포스를 구성한다고 하니까 법무팀에서도 인원이 파견 나와야 할 꺼야.”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현재형 차장은 홍보팀장에게 인사를 건넨 후 걸음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아! 현 차장!”

자리를 떠나려던 현재형 차장을 홍보팀장이 불러 세웠다.

현재형 차장이 뒤로 돌아 홍보팀장을 바라보았다.

“네, 홍보팀장님?”

“자네 그 유명인사하고 친하다고 하지 않았나?”

“유명인사요? 누구?”

“해기사 중에 그 친구 있잖아 몇 년 전에 최우수직원상 받은 항해사.”

“장보고 이항사요?”

“그래. 그 친구 말이야.”

“네,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연락이 두절된 줄리엣호 말이야. 그 장보고 이항사도 이항사로 승선하고 있는 선박이라고 하던데?”

“······!”

‘장보고 이등항해사?’

깜짝 놀란 현재형 차장이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향해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현재형 차장의 얼굴에도 당황한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 * *

- 해신해운 본사 10층 경영지원본부

해신해운 본사의 10층은 경영지원부서가 자리하고 있는 층수.

왼쪽으로부터 인사팀이 위치하고 차례로 총무팀, 법무팀, 기획팀이 배치되어 있었다. 경영지원 본부 산하의 팀들이 모두 위치한 곳이었다.

현재형 차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빠르게 사무실로 들어섰다.

현재형 차장은 법무팀장 자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역시 출근하셨구나.’

현재형 차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는 법무팀장을 바라보았다.

곧 정년퇴임을 앞둔 법무팀장은 평소에는 9시가 다 되어서야 출근했는데 오늘은 날이 날이니 만큼 이미 출근한 상태였다.

현재형 차장은 법무팀장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팀장님!”

“오, 현차장 왔나.”

“네, 팀장님 일찍 오셨네요.”

“그래, 안 그래도 자네한테 연락했는데 전화를 안 받더군.”

“죄송합니다. 지하에서 운동하고 있는 중이라 전화를 확인 못했습니다.”

“허허허. 뭐 어쩔 수 없지. 그래, 일단 좀 앉게.”

현재형 차장이 팀장의 책상 옆에 마련된 테이블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팀장님, 해적이라니 무슨 일입니까?”

“아! 자네도 벌써 들었나?”

“네, 올라오는 길에 홍보팀장님을 만났습니다.”

“그래, 줄리엣호가 피랍됐다는 말이 있어. 나도 새벽에 운항팀장한테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네.”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이네요.”

“뭐,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피랍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음, 내 생각엔 피랍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일단 구조신호가 왔고 운항팀에서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데 연락이 두절됐다고 하니 말이야.”

“그럼 앞으로 계획이 있습니까?”

“일단, 22층에 테스크 포스를 만들어서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하네. 따로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고 테스크 포스에서 바로 의사결정을 할 생각인가 봐.”

“그렇군요. 그건 다행이네요.”

대기업과 같이 큰 조직일수록 결재에 많은 시간과 시력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런 비상상황에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일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일 수 있다.

‘경영진도 심각하게 보고 있는 모양이네. 제대로 대응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현재형 차장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재 받는다고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

법무팀장이 현재형 차장에게 말했다.

“우리팀에서는 자네가 가서 필요한 일이 있거든 바로 처리하게.”

“제가요? 팀장님이 안가시고요?”

“이미 법무팀 실무는 자네가 나보다 더 낫지 않나? 곧 정년퇴임할 내가 가봐야 무슨 도움이 되겠나. 기획팀에 도형준 상무님이 주재하신다고 하니까 법무팀 결정이 필요한 내용은 적의 판단해서 바로 처리하도록 하게. 따로 결재 받으러 나에게 연락할 필요는 없네. 한시가 급한 일이니까.”

“음.”

현재형 차장이 법무팀장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법무팀장은 사람 좋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해적 테스크 포스는 현재형 차장과 같은 직장인에게는 큰 기회의 장.

최고 경영진과 바로 소통하며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팀장은 정년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하지만 아직 정기인사가 남아있다. 이번 일을 잘 처리하면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형 차장의 생각을 아는지 법무팀장이 말했다.

“사장님과 회장님도 참여 할 테니 잘해보게. 실력을 잘 보여주시게. 허허허.”

“네, 팀장님. 알겠습니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현재형 차장은 법무팀장이 후임 팀장으로 자신을 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부장 직함을 달고 있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법무팀장의 의도를 이해한 현재형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 빠르게 서류들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갔다.

* * *

- 해신해운 22층 해적 테스크 포스센터

현재형 차장이 22층에 마련된 회의실로 들어섰다. 이미 각 팀에서 차출된 사람들이 벌써 자리에 모여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형 차장이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인사를 해왔다.

“현 차장 왔나? 법무팀장님이 안 오시고?”

기획팀의 도형준 상무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도형준 상무는 법무팀장보다 나이가 어리고 입사도 늦게 한 후배였다. 하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빠르게 승진했기 때문에 직급을 오히려 높았다. 하지만 항상 법무팀장을 존대하고 현재형차장에게 존경하는 선배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형 차장이 도형준 상무에게 인사를 하며 물었다.

“네, 도 상무님. 안녕하세요. 그나저나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큰일입니다.”

“그래, 자네 혹시 그 이야기 들었나?”

“네? 장보고 이항사 말하는 겁니까?”

“그래, 자네도 벌써 들었군. 장보고 이항사도 줄리엣호에 승선해 있다고 하더군.”

“네 저도 홍보팀장님한테 전해 들었습니다.”

“큰일이야. 다치지 말아야 할 텐데.”

그 말에 현재형 차장이 긍정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아닌 오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사실 장보고 이항사가 줄리엣호에 있다고 하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음? 무슨 소린가?”

“장보고 이항사가 있다고 하니까요. 왠지 해적들의 피립 시도가 있어도 잘 대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 듣고 보니 그건 그렇군. 그 동안 보여준 일들이 있으니. 그는 항상 이런 일들도 다 잘 처리해 왔으니까.”

도형준 차장도 장보고를 떠올린 듯 살짝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깜짝 깜짝 놀라게 해서 탈이지요.”

현재형 차장이 물었다.

“그런데 줄리엣호로 선원들을 구조할 군함이나 구조대는 파견된 겁니까?”

그 말에 도형준 상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음, 사실 그게 지금 문제야.”

“왜요?”

“우리나라에서 파견한 해군의 함정은 지금 교대하고 본국으로 잠시 돌아온 상황이라고 하더군.”

“음, 근처에 다른 나라 함정은 없나요? 인근 국가나 아니면 미국이나.”

“사실 가장 근처에 있는 함정은 영국 해군이라고 하더군.”

“영국이요? 그럼 잘 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접촉 중인데 말이지. 자국 선박이 아니라서 군함을 출동 시키는 것을 주저한다는 말이 있어.”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음, 일단 주한영국대사관에 사람이 나가서 교섭을 해보고 있으니까 좀 기다려 보세.”

“대사관이요? 누가 갔습니까?”

“외교부 인맥을 동원했네.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건 때 같이 출장을 갔던 외교부 영사를 알고 있거든. 부탁 좀 했지.”

현재형 차장은 장보고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아! 맞다!”

고민하던 현재형 차장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현재형 차장은 과거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장보고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닝캄 오퍼레이션(Morning Calm Operation)

믿기 힘든 장보고의 글로벌 인맥 중 한명.

장보고 이항사는 자신과 아주 친한 미모의 MI6 요원이 주한영국대사관에 무관으로 파견되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름이 뭐더라?’

당시에는 반신반의했던 이야기.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아! 레이첼이라고 했었지?’

현재형 차장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도형준 상무에게 말했다.

“제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뭔가?”

“장보고 이항사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거든요. 글로벌 인맥을 좀 이용해야겠습니다.”

“글로벌 인맥?”

“네, 제 인맥은 아니고요. 장보고 이항사 인맥입니다. 흐흐흐.”

도형준 상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현재형 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영국 해군 함정 “윈스턴처칠”함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인도양에 파견되어 있는 영국 해군의 함정 윈스턴 처칠함.

평온하던 함정이 몇 시간 전부터 갑작스럽게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두두두 두두두.

몇 대의 헬기가 오고 가더니 함정 내 탑승하고 있던 영국 해군의 특수부대원들이 바쁘게 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국의 특수부대로는 SAS의 명성이 대외적으로 높지만 해군이 강한 영국 해군에도 유서 깊은 해군의 특수부대가 존재한다.

이들은 바로 영국 해군 특전대(Royal Navy Special Boat Service, 약칭 SBS).

영국 해군 특전대(Special Boat Service; SBS 스폐셜 보트 서비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해군의 특수부대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창설된 유서 깊은 부대로 영국 육군 코만도의 장교였던 로저 커트니가 육군 코만도 부대 내에 카누를 이용한 해상침투에 특화된 팀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게 받아들여져 창설된 팀이 SBS의 시초.

첫 부대명은 Folboat Troop로 12명의 대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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