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6/200)

다행인 것은 전생과 달리 현생에는 그 동안 레벨업으로 쌓아올린 스킬들이 있다는 점이다.

+ 스킬 [마도로스의 심장 Lv.5]을 사용합니다. +

- 냉정한 심리상태를 유지합니다.

+ 스킬 [항해술 Lv.10]을 사용합니다. +

- 해적들의 보트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상승합니다.

+ 칭호 [수성의 달인], [부산 사나이], [용감한 시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용기를 얻은 나는 조심스럽게 난간 밖으로 고개를 빼서 해적선의 위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근처까지 왔구나!’

해적들이 탄 보트가 줄리엣호의 측면으로 바짝 따라 붙고 있는 상황.

보트에 탄 해적 한 명이 선체 외부에 설치된 비상계단을 잡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다.

‘큰일이다!’

휘청.

선박이 한바탕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조셉이 줄리엣호를 보트가 있는 쪽으로 급하게 변침하자 선체가 심하게 흔들린 것이다.

줄리엣호로 접근하려던 보트가 줄리엣 호의 선체와 살짝 충돌했다.

우당탕!

외부 계단을 잡으려던 해적들이 보트 위로 크게 나뒹굴었다.

“쌤통이다 이 새끼들! 이거나 먹어라!”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벌떡 일어섰다.

물대포를 해적선을 향해 조준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가 해적선을 향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갔다.

콰아악!

물대포에서 고압의 물이 쏟아지자 마치 진짜 대포가 폭발하는 것 같은 소음이 크게 들려왔다.

강한 수압의 물대포가 보트위로 쏟아졌다. 해적들이 당황해서 급하게 몸을 보트 안으로 숨기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나는 소리를 지르며 해적놈들에게 물세례를 안겼다.

보트 위에 서서 계단을 잡으려고 하는 해적의 머리를 집중해서 노렸다.

“음? 뭐지?”

< 띠링! >

‘어? 메시지창? 뭐지?’

갑자기 눈앞에 작은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 [경고 : 피하세요. 총으로 당신을 겨냥한 사람이 있습니다.] +

‘어?’

메시지를 확인하지 마자 나는 급하게 몸을 선박 안쪽으로 날렸다.

갑판 위로 철퍼덕 엎드린 채로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감쌌다.

탕탕탕!

내가 있던 곳을 노리고 날아온 총알이 줄리엣호 갑판 난간과 부딪치며 금속성이 강하게 울려 퍼졌다.

‘이 미친놈들이! 진짜로 사람한테 총을 쏘네!’

그것도 조준사격을?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방탄조끼와 헬멧이 있다고 해도 보호구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경고창이 뜨지 않았다면 과연 피할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순간이었다.

실제로 현생에서도 다시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탕탕탕! 탕탕탕!

해적들이 물대포가 있는 곳을 향해 위협사격을 시작하는 듯 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이번에는 기관총 소리다!

‘이놈들이 소총만 들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자동으로 연발되는 소리가 들렸다. 기관총을 들고 위협사격을 시작했다.

나는 난간 밑으로 고개를 최대한 숙여 해적들이 들고 있는 무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소총을 들고 있는 놈들이 많았지만 한 놈은 예상대로 제법 큰 기관총을 들고 있었다.

‘정말 무식한 놈들이구나! 배위에서 기관총을 쏠 일이 뭐있다고 바다에서 저런 걸 들고 있냐?’

과연 악명 높은 소말리아 해적 놈들다운 흉악한 무기였다.

‘그나저나 언제 저런 무기들을 갖춘 거지.’

들고 있는 무기도, 이들이 타고 나타난 보트와 모선까지.

여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꾸릴 수 없는 장비들이 분명했다. 지지리도 가난하던 소말리아의 어민들이 언제 이렇게 돈을 모았단 말인가?

‘정말 영국 런던에 이들의 배후가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아직 RPG를 꺼내 든 놈은 보이질 않았다. 줄리엣 호에 붙은 보트에 RPG가 없는 건지 아직 꺼내 들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RPG가 없으면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처럼 하면 버텨볼만 할지도 모르겠어. 시간을 끌면 이들도 피랍을 포기할 지도?’

RPG 같은 화력이 쎈 무기가 없다면 물대포를 쏘며 회피조선을 하면 꽤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흔들리는 보트위에서는 소총이나 기관총으로는 정밀한 조준이 힘들기 때문에 승선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고개를 들어 살며시 밖을 살피기 시작했다.

‘얼씨구?’

내가 몸을 숨기고 숨어 있는 사이 계단으로 올라타려고 뛰어 오른 해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보트에서 뛰어올라 난간을 붙잡고 있었다.

“썩을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일어나 물대포를 조준했다.

몰래 계단으로 올라오려고 매달려 있던 해적은 내 물대포를 얻어맞고 그대로 바다로 추락해버렸다.

“내가 바로 수성의 달인이다 이놈들아!”

+ 명사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

‘음? 명사수?’

명사수라는 말에 흥이 오른 나는 큰소리를 버럭 지르며 해적들이 타고 있는 보트 위로 물대포를 살포하기 시작했다.

해적들이 탄 보트는 물대포를 피해 바다에 떨어진 해적을 구조하기 위해 잠시 본선에서 멀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적들이 탄 보트는 크게 반원을 그리더니 바다로 떨어진 해적을 태우기 위해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해적들이 탄 보트는 사람을 건져 올린 후에도 거리를 둔 채로 섣불리 줄리엣호를 향해 접근하지 않았다.

위협사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강한 물대포가 쏟아지자 외부 계단을 이용해 선박으로 올라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조셉의 조타 실력도 정말 많이 늘었구나.’

조셉은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면서 적절히 지그재그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었다. 최근 회사에서도 조셉을 칭찬하는 항해사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조셉의 운항실력 덕분에 우리 배는 해적들의 보트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잘 밀어내며 계획대로 육지가 있는 방향을 향해 운항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여전히 해적들의 추격을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해적들은 외부계단을 이용해 승선하려는 시도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좌현에 접근한 보트 위의 해적들은 내가 숨어 있는 갑판 쪽을 향해 위협사격을 해댈 뿐이었다.

그렇게 약 몇 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 띠링! >

“음? 뭐지?”

+ [경고 : 줄리엣호로 승선을 시도 중인 해적이 있습니다]. +

나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외부계단 쪽을 확인했다.

측면으로 따라오는 보트는 총을 들어 위협할 뿐 외부계단으로 올라타서 선박으로 진입할 시도를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쪽인가?

지지직! 지지직!

“이항사님!”

무전기에서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셉이었다.

“응? 조셉이야?”

“네! 이항사님!”

“그래, 무슨 일이야?”

“선미 쪽으로도 보트가 붙은 것 같습니다.‘

“뭐?”

‘큰일이다! 해적들이 선미 쪽으로 넘어왔구나!’

외부계단이 제1순위라면 2순위가 바로 선미 쪽이었다.

나는 선미 쪽을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한척의 보트가 줄리엣호의 선미 쪽으로 붙은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선미 쪽으로 뛰어가며 주변을 살폈다.

‘저기구나!’

나의 눈에는 이제 막 선미 쪽 뒷부분 난간을 넘어서 올라오려고 하는 해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검은 머리가 난간 위로 불쑥 올라온 것이다.

‘큰일이다! 한 발 늦었구나!’

아직 넘어 오는 해적과의 사이에는 거리가 제법 남아 있었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해적이 난간을 넘어서 갑판 위로 올라 설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문 좀 열어주세요.

- 선박 M.V. 줄리엣호의 선미 부근

난간 위로 모습을 드러낸 해적.

난간 밖으로 검은 머리가 불쑥 올라오더니 어느새 상반신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해적이 난간을 넘어오기 일보 직전의 상황!

다다닥!

이 소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해적이 선미 쪽 갑판으로 넘어 올라오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해적의 왼쪽 편에서 사람이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 같이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이 쭉 길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손이 아니라 방망이였다.

쾅!

바람같이 빠르게 달려온 사내는 손에 들고 있던 나무배트를 휘둘러 해적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무지막지한 풀 스피드 스윙.

‘저런! 아프겠네.’

나도 모르게 머리통을 부여잡고 추락하는 해적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야구 방망이냐?’

유달리 야구 배트를 좋아하는 바다사나이. 그는 바로 찰리였다.

“잘했어! 찰리!”

찰리도 나를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 후 씩 웃었다.

“어? 또 온다!”

그러나 한숨 돌릴까 했더니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내 눈에 찰리 뒤편으로 난간을 넘어오려는 또 다른 해적의 모습이 들어온 것이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나는 달리는 속도를 더 빠르게 끌어 올렸다.

“찰리! 뒤에 한놈 더 있다!”

“네?”

당황한 찰리가 뒤돌아 보려고 하는 순간.

“찰리 허리 숙여! 이번엔 내가 간다!”

나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찰리를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눈빛을 교환한 찰리는 나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우리는 이미 그런 사이. 이제 눈빛만 스쳐도 손발이 착착 맞는 그런 사이랄까? 전우애가 바로 이런 것인가?

찰리가 허리를 숙이며 다리를 살짝 벌리고 섰다.

나는 찰리 바로 앞까지 달려와 그의 어깨를 짚으며 그대로 날아올랐다.

“아뵤!”

내가 영도의 이소룡이다!

퍽!

높이 날아올라 찰리 옆으로 넘어오려던 해적의 가슴을 그대로 걷어찼다.

날라 차기? 아니다. 이 아름다운 궤적을 설명하기에는 그런 말로는 부족했다. 이건 그야말로 헥토파스칼 킥!

“풍덩!”

찰리와 나에게 얻어맞은 두 명의 해적들이 그대로 바다위로 추락했다.

“잘했어! 찰리!”

짝!

나와 찰리는 반대편을 보고 있다가 반대로 빙글 돌면서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쳤다. 슬램덩크의 한 장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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