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1/200)

나는 미소를 지으며 최부자에게 말했다.

“어르신, 그럼 제가 대신 돈 벌 기회를 알려드리면 되는 겁니까?”

“뭐?”

최부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이 누군가.

부산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알부자. 부사나 최고의 현금왕이라고 불리는 그였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게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그도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듯 했다.

“그래 한번 들어나 보자. 무슨 헛소린지.”

그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나에게 말했다.

“어디 가서 이야기 하시면 안 됩니다.”

“뭐? 허허허.”

최부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썰을 풀기 시작했다.

사실 썰이 아니다. 이건 전생에서 얻은 최고급 투자 정보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미국의 그 유명한 투자가 와렌 바피도 감히 따라올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최부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쉽지 않았다.

그는 전생의 나의 은인.

이번 생애에는 그를 나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점찍었다. 선박왕이 되기 위해서는 자금력을 지원해줄 동료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근 지속되는 호황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번 고비가 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특히 국제원유가격에 대해서 말인데요. 블라블라블라…….”

나는 전생의 기억을 이용해서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과 선박 가격에 대한 정보를 그에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의심하는 표정으로 가늘게 뜨고 있던 최부자의 눈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기 시작했다.

그는 나의 이야기에 점차 매료된 듯 입을 살짝 벌리기 시작했다.

* * *

- 몇 주의 시간이 흐른 후

이제 2달간의 하선 휴가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남은 시간을 레벨업에 몰두하기로 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

‘이런 방법으로 레벨업을 할 수 있다니. 개꿀이다!’

그 방법은 바로 취미활동.

우선은 수영. 새벽시간 매일 수영장으로 출근했다.

수영 연습에 열중하면 수영과 잠수 경험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 수영, 잠수 경험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

그리고 오전에는 해양스포츠센터를 방문에 요트와 제트 스키 등을 하루 종일 연습했다.

+ 스킬 [항해술 Lv.4]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해류를 읽는 능력이 상승합니다.

이런 취미활동을 통해서도 가장 중요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항해술]의 경험치를 많이 올릴 수 있었다.

항해술의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올라 갈수록 바다의 유동적인 움직임이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정도가 깊어졌다.

항해술의 레벨이 올라간 효과는 대단했다.

요트 교실에서 선수 출신인 강사들을 빼고는 아무리 오래 요트를 탄 사람들도 나보다 빠르게 요트를 몰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인명구조 스킬을 향상시키기 위해 라이프가드 교육을 등록해서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 스킬 [인명구조 Lv.4]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체력적으로 상당히 무리인 일정이었지만 스킬 [인명구조]의 경험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해 스킬을 레벨업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몇 주간 열심히 노력한 덕분인지 항해사 레벨도 올릴 수 있었다.

“띠링”

+ 항해사 [Lv.4]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한번 확인해 볼까.

“상태창!”

내가 조용히 외치자 눈앞에는 상태창이 떠올랐다.

“띠링!”

<상태창>

이름 : 장보고

나이 : 23세

클래스 : 항해사

세부클래스 : 삼등항해사

직업레벨 : Lv.4

명성 : + 300

스킬 : [항해술 Lv.4], [기관술 Lv.1], [태권도 Lv.3], [고무고무킥 Lv.4], [인명구조 Lv.4], [고소고발 Lv.3], [협상 Lv.3], [잠입 Lv.1]. [마도로스의 심장 Lv.1.]

칭호 : [수성의 달인], [인도네시아를 구한 영웅], [인도네시아의 국민 사위], [구조의 달인], [부산사나이], [용감한 시민]

+

이번 하선 휴가 기간 동안 이룬 성과들이 제법 많았다.

스킬 항해술, 인명구조, 협상의 레벨을 올리는 데 성공했고, 명성도 제법 올라간 것이 보였다.

‘이제 얼추 준비가 된 건가?’

다시 승선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부산항에서 삼등항해사로 두 번째 승선생활을 시작했다.

* * *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 선박 M.V "줄리엣“호의 선교.

해신해운의 컨테이너 선박 M.V. "줄리엣"호가 유럽항구를 떠나 지중해를 지나고 있었다.

유럽을 떠난 줄리엣호는 아시아로 향하기 위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예정.

줄리엣호의 선교에서 당직 근무를 서는 항해사가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멀리 수평선을 견시하는 모습이 마치 영화속 주인공 같았다.

큰 키에 균형 잡힌 몸매. 탄탄한 근육.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와 뒷모습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남자인지는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때 선교 구석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나타났다.

양손에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그는 대학생 마냥 어려보이는 외모.

그는 양손에 커피잔을 들고 매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보아 그는 승선경험이 많지 않은 듯 보였다.

커피를 들고 온 사내가 잘생긴 항해사 곁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커피잔을 공손하게 건네며 말했다.

“커피 드십시오. 장보고 이항사님.”

그 말에 선교 밖을 견시하고 있던 항해사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항해사는 잘생긴 얼굴에 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생긴 항해사.

그는 해신해운의 컨테이너 선박 "M.V. 줄리엣"호의 이등항해사 장보고였다.

“띠링”

+

<상태창>

이름 : 장보고

나이 : 25세

클래스 : 항해사

세부클래스 : 이등항해사

직업레벨 : Lv.13

명성 : + 1225

스킬 : [항해술 Lv.10], [기관술 Lv.3], [태권도 Lv.4], [고무고무킥 Lv.5], [인명구조 Lv.7], [고소고발 Lv.5], [협상 Lv.6], [잠입 Lv.2]. [마도로스의 심장 Lv.5]

칭호 : [수성의 달인], [인도네시아를 구한 영웅], [인도네시아의 국민 사위], [구조의 달인], [부산사나이], [용감한 시민], [최연소 이등항해사], [항로계획의 달인], [응급처치의 달인]

Remark: 일등항해사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경험치가 필요합니다.

+

음모론

- 선박 “M.V 줄리엣”호의 선교

나는 실항사 이대성이 건네주는 커피잔을 받아들고 맛을 음미했다.

선교에서 넒은 대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일품이었다. 커피 자체의 맛보다 분위기랄까?

“음! 좋네.”

내 말에 이대성 실항사는 기쁜 듯 미소를 활짝 지어보였다.

‘뭐냐? 이 부담스러운 반응은.’

이대성은 줄리엣호에 승선해서 항해사가 되기 위한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이다.

실항사는 실습항해사를 줄인 말.

해양관련 대학 과정 중 3학년 기간에 보통 실항사로 실습기간을 가지게 된다.

보통 6개월간 실제 해운 회사의 선박에 승선해서 항해사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이들을 실습항해사라고 한다.

실항사들은 그동안 책으로만 접한 선박과 항해에 대한 이론들을 이 실습 기간을 통해 실무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항해사들이 보기에 실항사들은 그저 대학생. 백지상태와 다름이 없다는 뜻.

실항사가 타면 항해사가 바로 옆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길 수밖에 없다.

간혹 실습기간 동안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선박에 실항사가 승선하면 실항사들은 삼항사들을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우게 된다.

이대성 실항사도 그동안 줄리엣호의 삼등항해사와 함께 근무를 하면서 실습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등항해사인 나와함께 근무를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줄리엣호 선장님의 ‘특별지시’가 있었기 때문.

이 배의 삼항사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챙길 여력이 없으니 이등항해사와 당직을 함께 하라고 하시며 실항사에게 특별히 언급한 말씀이 있었다.

선장님이 한 말을 정확히 옮기면 이렇다.

“장보고 항해사는 회사에서 최우수직원상을 받은 우수한 항해사이니 장보고 항해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라.”

크!

취한다.

물론 내가 그 동안 해신해운에서 이룬 업적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입이 아플 정도이고 일개 항해사가 이런 일들을 해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

그리고 나에 대한 회사의 평가도 계속 올라갔다.

전사 최우수직원 표창을 받은 이후 나는 모든 고과에서 최고등급을 받았고,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이등항해사로 승진했다.

정기인사가 아닌 특별 인사 발령을 내려 동기들보다 몇 달 빠르게 승진시키는 파격 대우가 있었다.

일이 이쯤 되니 곤란한 점도 있었다.

그건 바로 부담스러운 시선!

이 배에 승선한 실항사가 나를 무슨 연예인 보듯 아니 위인을 바라보는 것 마냥 존경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이 살짝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나를 존경하는 것이 틀림없는 이대성 실항사가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저기 장보고 이항사님.”

“음?”

“그 이야기 좀 자세히 해주시면 안 됩니까?”

“무슨 이야기?”

“삼항사때 수에즈 운하 통과하신 이야기요!”

“음!”

이대성 실항사는 소문으로 들은 나에 대한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뭐 믿기 어렵겠지.

“그건 왜?”

“그 사건 이후로 수에즈운하 도선사들이 우리나라 선박에 갑질하는 경우가 없어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뭐, 그렇다고 하던데.”

나는 별일도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 일은 내가 이룬 업적들 중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그저 내가 그저 삼항사로 근무한 기간 동안에 이룬 일들 중 하나.

내가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하자 나를 바라보는 이대성 실항사의 눈은 더욱 존경심이 가득했다.

뭐, 자신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일인데 내가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자 나의 배포에 감탄한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수에즈운하청장 오사마 라덴은 소문대로 정말 청렴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기대한 효과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나는 해신해운 선박에 대한 수에즈운하 도선사들의 갑질만 없어져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에즈운하청에 해신해운의 요율을 대폭 할인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기대이상의 보상을 얻은 상황이었기 때문.

그런데 수에즈운하청장 때문인지 아니면 참교육 당한 미스터 퐁퐁의 사례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인지 그 사건 이후로 우리나라 선박에 대한 갑질이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신해운을 넘어 국내 선사의 항해사들 사이에 나에 대한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소문은 해양대학교 학생들에게까지 넘어갔고, 학교에서 잘생긴 외모로 유명했던 나는 외모에 실력까지 더한 자랑스러운 선배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궁금하냐?”

“네!”

“맨 입에는 안되지.”

내 말에 실망한 표정을 짓는 이대성 실항사.

실항사 놀려 먹는 재미에 배를 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