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200)

“그래서 사실 이번일로 MI6가 당신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건 또 무슨 뜻인가요?”

“사람들이 탈출하기 직전에 MI6에 도움을 요청했거든요.”

“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MI6 요원들을 두바이로 파견할 계획이었습니다. 준비를 하는 사이 적들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우리가 첩보로 받은 정보보다 상대의 움직임이 더 빨랐던 것이죠.”

“음!”

“그런데 다행히도 압둘 무바라크만 다른 사람들 보다 빨리 움직였다고 하더군요.”

“다행이군요. 그런데 압둘 무바라크는 어떻게?”

“압둘 무바라크가 어떻게 두바이를 탈출했는지는 다행이 정보가 누설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이군요.”

"저희도 뒤 늦게 첩보를 받았습니다. 압둘 무바라크를 도와준 조력자가 무조건 해신해운의 비너스호에 승선해야 된다며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서둘러 일을 처리했다고 하더군요.”

“아!”

이쯤 되니 압둘 무바라크를 무사히 영국까지 데려온 것은 정말 하늘이 도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압둘 무바라크는 전생에 권력투쟁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인물.

현생에서도 탈출을 시도한 사람 중에 오직 압둘 무바라크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니.

하늘이 돕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 분명해 보였다.

‘다행이다. 정말.’

인연이 이어진 사람을 전생과 달리 살려냈다는 안도감.

왠지 모르게 뭉클한 감정도 솟구쳤다.

나도 잘 느끼지 못했지만 지난 항해기간 동안 압둘 무바라크와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안이 시시각각 변하는 나의 표정을 살피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정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미스터 장.”

“네, 저도 즐거웠습니다.”

“이송 과정에서 자세한 설명을 드리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조금만 늦게 도착했으면 저희는 코스트가드에게 끌려갈 뻔 했으니까요”

“하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압둘 무바라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는 지금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마지막 인사를 못했는데 아쉽네요.”

“하하하.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아마 곧 연락이 갈 겁니다.”

“네?”

“뭐, 기다려 보시면 알겁니다.”

“네. 그렇군요.”

“하하하. 미스터 장,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가 나에게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제 연락처입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

명함에는 그의 위장신분인 회사 정보, 개인 연락처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신기하네.’

MI6 요원의 명함이라니.

위장신분이긴 했지만 신기한 인연이었다.

이안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곧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네?”

마주잡은 손바닥에 따끔한 통증이 생겼다.

“아야!”

나는 통증을 느낀 손을 들어 올려 바라보았다. 뭔가에 찔린 것 같은 느낌.

< 띠링! >

+ [경고] 신체에 급성 수면제가 투여되었습니다! +

“어? 어!”

나의 시야가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안이 나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는데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대충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 띠링! >

+

<히든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보상 :

- 명성 + 20

- 글로벌 인맥[영국 MI6]이 형성되었습니다.

- 스킬 [잠입 Lv.1] 획득하였습니다.

<연계 퀘스트 달성에 따른 보너스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 :

- 스킬 [마도로스의 심장 Lv.1] 획득하였습니다.

+

< 띠링! >

+수면제의 효과로 3초 뒤 의식을 잃습니다!+

작은 메시지 창들이 연이어 눈 앞에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잃었다.

* * *

- 런던 모처 고급 호텔의 객실

“으아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눈을 뜬 곳은 넓은 침실.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누워서 바라보는 천장에는 화려한 장식이 수놓아져 있었다.

“뭐야? 여기 어디야?”

방안에는 온통 뭔가 고풍스러워 보이는 가구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의 집기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는 탁자위에 놓인 서류를 살펴본 후에 이 장소가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사보이 호텔?’

사보이 호텔이라면 런던의 최고급 호텔 중 하나 아니야?

전생에서도 영국 출장은 몇 번 올 기회가 있었지만 이 호텔에서 숙박해본 경험은 없었다.

빅토리아풍의 장식들이 방 안 곳곳에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유명한 사보이 호텔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객실의 크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넓은 객실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내 물건들은? 여권이랑 지갑이 있었는데.

‘아, 저기 내 가방이 있구나.’

내가 선박에서 메고 나온 가방도 한쪽 탁자 위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가방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펴보니 지갑과 여권 등 필요한 물품이 다 들어있었다.

지갑에는 오히려 돈이 원래보다 더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깐, 내 옷은?’

나는 지금 속옷 위로 굉장히 부드러운 실크 잠옷을 입고 있는 상태.

옷장으로 다가 옷장의 문을 열어 제겼다.

‘뭐야? 이 옷들은?’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들인데?

MI6 이안 요원이 입고 있던 스타일의 정장으로 보였다. 그것도 구두와 벨트, 셔츠 까지 총 3벌이나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정장을 꺼내 들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 옷들은 나한테 주는 건가?

눈대중으로 보아도 내 체격에 딱 맞춘 사이즈.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신체 사이즈라도 측정한 건가?’

알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입어 보지 않아도 내 몸에 딱 맞는 정확한 치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

그리고 그 옷장 옆 탁자위에는 작은 메모장이 있었다.

메모장을 집어 들었다.

+

We have a reservation for a week. All the expenses have been paid, so please be comfortable.

(일주일간 예약이 되어있습니다. 비용은 모두 지불되었으니 편하게 쉬십시오).

The suits and plane tickets are our gifts.

(정장과 비행기 티켓은 제 선물입니다.)

We hope to see you again.

(곧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Sincerely,

Ian(이안).

+

“대박이다!”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 런던 사보이 호텔

‘대박이다! 대박이야!’

“으흐흐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선 휴가 중인데 영국 런던에서 1주일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그것도 최고급 호텔에서! 공짜로!

지금 나는 삼등항해사의 신분에 불과했다. 전생에서 제법 돈을 벌어봤다지만 지금은 사회 초년생에 불과하다.

아직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뜻.

이런 호텔에서 지내는 것은 지금 처지에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동안 배에서 고생했기 때문에 하선한 김에 오랜만에 쉬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서 급하게 처리할 일이 많다.

급한 집안일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투자 문제였다.

선박왕이 되기 위해서는 자금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잠깐의 휴가를 즐길 여유는 필요하다.

‘흐흐흐.’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면 전생의 정보를 이용해 투자의 신으로 변모할 계획이지 않은가?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따르릉.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 일어나셨군요. 호텔 프론트입니다. 지금쯤 일어날 거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네?”

“지금 쯤 일어날 테니 식사 예약을 해드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서비스 좋은데?

꼬르륵.

때마침 갑자기 배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따.

나는 고개를 들어 방안을 둘러보았다.

일어날 시간 까지 정확히 맞추다니?

과연 MI6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도청 되고 있는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 도청되면 또 무슨 상관인가?’

도청이고 나발이고 일단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

“아! 그리고 메모가 있습니다. 압둘 무바라크라는 분이 전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방으로 전달해 드릴까요?”

“네, 같이 룸서비스도 시켜려고 합니다.”

“어떤 메뉴로 하시겠습니까?”

나는 전화기 옆에 비치된 메뉴판을 뒤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즐기는 고급 요리에 눈을 희번덕거렸다.

비용 걱정도 없고.

이 좋은 곳에 혼자 있다는 것만 빼면 아쉬울 것이 없었다.

* * *

- 런던 모처의 비즈니스 호텔

런던의 비즈니스호텔의 식당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는 동양인 남성.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해신해운 법무팀의 사내변호사인 현재형 차장.

그는 현재 해신해운에서 진행 중인 국내외 소송에 대한 업무 협의를 위해 런던으로 출장을 온 상황이었다.

영국식 아침 식사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정면의 텔레비전을 틈틈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면에 놓여 있는 텔레비전에서는 갑자기 뉴스 속보가 떠올랐다.

‘뭐지? 아침부터 뉴스 속보?’

화면에는 카타르 경제 관료 정치적 망명 신청이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음 중동에서 망명이라?”

카타르에 무슨 정치 불안이 생겼나?

현재형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해신해운의 사업목록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카타르와 가스 공사 사이에 체결된 천연가스 운송계약 건이 생각났다.

‘정치적인 권력 다툼 문제가 발생하면 force majeure(불가항력)조항이 적용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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