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이 달려왔다.
“선수 밑이 잘 안보여서 말이야. 난간 밖으로 상체를 빼서 볼 테니 뒤에서 좀 잘 잡고 있어.”
“삼항사님 너무 위험해요!”
“괜찮아.”
내가 난간 밖으로 몸을 반쯤 빼냈다. 조셉은 뒤에서 내 다리를 잡고 버티는 중.
“어! 저건?”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황색 물체가 보이는 듯 했다.
파도 때문에 선박의 선수 부분이 들썩일 때면 선수 밑으로 주황색 물체가 살짝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건?
‘구명튜브다!’
갑판위로 내려서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브릿지, 삼항사입니다.”
“삼항사, 브릿지다. 선장님도 옆에 계신다.”
“아무래도 일항사를 발견한 거 같습니다. 멀리 떠내려가지 않고 선수 밑 부분에 아직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진짜야?”
“정확하진 않은데 주황색 튜브 같은 물체가 언뜻 보입니다.”
“다행이다! 잘했다.”
“빨리 구명보트를 내려주십시오.”
“그래. 기다리고 있어 사람들 보낼게.”
“혹시 모르니 제가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위험해 그냥 기다려.”
“일항사가 수영을 못하니 아마 패닉 상태에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모르니 제가 내려가 볼게요. 빨리 구명보트를 빨리 내려주세요.”
“야! 야!”
무전교신을 마친 나는 조셉을 보며 말했다.
“조셉 위에서 잘 지켜보고 있어.”
“……?”
나는 조셉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난간으로 뛰어 올라 두 팔을 벌리고 크게 세상을 향해 외쳤다.
“I am Shipping tycoon of the world!(내가 선박왕이다!)”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 선수 같이 멋진 포즈로 바다를 향해 뛰었다.
“사, 삼항사님!”
조셉이 달려오며 크게 소리쳤다.
“삼항사 이 미친놈아!”
조셈이 나를 애틋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낙하하는 내 눈 앞으로 작은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 스킬 [인명구조 Lv.2.]를 사용합니다. 잠수, 수영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매우 높은 높이에서 뛰어내렸지만 스킬덕분인지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다.
풍덩!
아주 매끄럽게 물속으로 입수했다.
‘십점 만점에 십점!’
스킬 덕분인지 그야 말로 만점에 가까운 다이빙 스킬을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나는 물속에서 빠르게 몸을 빙글 돌려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선수 쪽인데.’
주변을 둘러 선수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주황색 물체가 내 눈에 들어왔다. 선수의 중심선 부분에 걸려있는.
“저기구나.”
나는 빠르게 수영을 시작했다.
+ 스킬 [인명구조 Lv.2.]를 사용합니다. 잠수, 수영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내가 바로 부산 영도의 펠프스다!’
스킬 덕분인지 매우 빠르게 물살을 가를 수 있었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선수 근처에 다가서자 구명튜브를 끼고 반쯤 실신해 있는 일등항해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수의 중심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버티고 있는 김영 일등항해사.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하얗게 질린 상태.
“일항사님! 일항사님!”
내가 김영 일등항해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김영 일등항해사가 귀신소리라도 목격한 사람처럼 주변을 급하게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여깁니다!”
내가 손을 흔들자 그가 나를 발견했다.
“제가 거기로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물살을 빠르게 갈랐다. 그의 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일항사님! 괜찮으세요.”
“사, 사하앙사!”
김영 일등항해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수온은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장시간 노출되어 있어 체온이 많이 떨어진 것.
탁탁! 탁탁!
추위 때문인지 그의 턱이 떨리면서 이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왔다.
아직 의식이 있는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저체온 증에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
‘한시라도 빨리 물 밖으로 올라가야겠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구명보트가 내려올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일항사님, 잘 버티셨어요.”
나는 손을 들어 올려 그의 손 위로 내 손을 감싸 올렸다.
“이제 괜찮아요. 그만 손 놓으세요.”
공포에 질린 그는 손이 경직된 사람처럼 선체를 부여잡고 있는 손가락을 펴지 못했다.
선박에서 멀어지는 것이 두려워 온 힘을 다해 선체를 부여잡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손가락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의 손은 하얗게 핏기가 없고 손톱이 다 너덜너덜해 질 지경.
“일항사님, 괜찮아요. 튜브만 잡고 있으세요.”
“으으으.”
“이제 구명보트가 내려 올 겁니다. 제가 발장구를 쳐서 구명보트가 내려오는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할게요.”
“으, 으으.”
“몸에 힘을 풀고 뒤로 살짝 기대세요. 네 그렇게 편한 자세를 유지하세요.”
그는 추위 때문인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나는 그의 손을 천천히 떨어뜨렸다.
그리고 튜브를 밀면서 구명보트가 오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킬 덕분인지 아니면 조류가 잦아든 것인지 일항사 밀면서 이동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선체의 측면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소리가 들려왔다.
“삼항사님! 삼항사님! 여기요 여기!”
내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주시했다.
구명보트 위에서 소리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세차게 손을 흔들고 있는 사내.
조셉이었다.
나는 김영 일등항해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활짝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일항사님, 저기 보세요. 구명보트가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구명보트를 발견한 김영 일항사.
이제야 창백하게 질린 그의 얼굴에도 핏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 * *
- 선박 “M.V. 비너스”호의 선교
나는 젖은 옷을 갈아입고 선교에 들어섰다
“삼항사!”
“네, 이항사님.”
“야 이 미친놈아!”
내가 선교로 들어서자 김호영 이항사는 욕설을 한바가지 쏟아냈다.
“제발 다음번에 그냥 기다려. 사람 구하다가 너도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래?”
“제가 영도의 펠프스라고 불렸던 거 까먹었어요?”
“야이 미친 새끼야! 이런 일은 장난이 아니라고.”
“알았어요. 그만해요. 허허허.”
김호영 이등항해사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표정.
“그나저나 크게 다친 사람도 없고 뭐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다.”
“네, 정박 중에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망정이지 운항 중이었다면 어쩔 뻔 했어요.”
“그러게.”
김호영 이등항해사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비너스호가 로테르담 정박지에서 대기 중인 상태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은 행운이었다.
만약 운항 중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실족한 즉시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아마도 구조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근데 일항사랑 선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너 씻으러 간 사이에 일항사는 일단 배에서 응급조치만 하고 바로 해경 헬기로 이송했어.”
“선장님은요?”
“보호자가 있어야 되니까 같이 따라갔지.”
“그러네요.”
“회사에는 연락했어요?”
“응, 선장님이 대리점 통해서 바로 연락하셨지.”
“선장님도 안계시고 일항사도 없으니 우리도 하역작업도 못하고 한동안 대기해야겠네요.”
“그래, 선장님이 돌아 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으라고 하시더라.”
“일항사님은 배에 내려야겠죠?”
“응, 선장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아무래도 일항사도 정신적 충격도 좀 받았을 거 같다고 하시고, 또 음주문제도 그냥 넘어갈 순 없는 일이니까.”
“그렇군요.”
“회사에서는 펠릭스트우에서 어차피 삼항사 교대하니까 그때 교대할 일항사도 같이 올려 보내준다고 했데.”
“잘됐네요.”
“그래, 너도 들어가서 좀 쉬어. 선교에는 내가 좀 있을 테니까.”
“네, 알았어요. 간만에 수영하고 난리쳤더니 피곤하긴 하네요. 허허허.”
내가 선교를 나서려고 일어섰다.
갑자기 등 뒤로 이등항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보고야.”
“네, 형.”
“그 밀항자 말이야.”
“네.”
“일등항해사가 난간에서 떨어질 때 멀리서 봤다는거 아니었어?”
“음, 뭐 그랬던 거 같은데요.”
“근데, 어떻게 일항사가 술 취해서 혼자서 떠드는 걸 들은 거지?”
“네?”
“이상하잖아 술 취한 상태로 난간에서 소변 누는 사람이 주변에 다 들릴 정도로 그렇게 큰 소리를 쳤을 거 같진 않아서 말이야.”
“음? 그런가요? 깊게 생각을 안해봤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간에서 오줌 싸면서 동네방네 소리친다는 게 이상하잖아. 그렇게 술을 마신게 자랑도 아니고. 일항사가 그런 스타일은 아니잖아?”
“……?”
김호영 이항사가 머리를 절레 흔들었다.
“아니다. 뭐 일항사님도 무사하니까. 이제 와서 뭐 이런 이야기 하면 뭐하겠어.”
“…….”
음?
내 머릿속으로 중동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법전의 내용이 떠올랐다.
‘눈에 눈 이에는 이.’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만약 압둘 무바라크가 갑판에서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일항사를 발견하고 뒤따라 간 것이라면?
그런데 구명튜브를 그렇게 빨리 찾아서 던질 수가 있나?
아니면 술에 취해 난간 이에 올라가 소변을 보고 있는 일등항해사를 발견한 후 구명튜브를 들고 뒤 따라 간 것이라면?
< 띠링! >
+ [고소고발 Lv.2]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
‘뭔데? 왜 지금 경험치가 상승하는 건데!’
온 몸에 닭살이 솟아오르면서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나를 엄습했다.
‘더, 덮자.’
꿀꺽.
그게 내 신상에 좋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스킬[고소고발 Lv.2] 사용을 중지합니다. +
< 띠링! >, < 띠링! >, < 띠링! >
+
<보너스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보상 :
-명성 + 20
-당신에 대한 본사의 평가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 스킬 [고소고발 Lv.2]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능력치 상승에 따라 직업 항해사 [Lv. 3.]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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