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200)

질순 없지. 나는 해신해운 사람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외국 선원들한테 지면 다 각오하세요! 오늘 해신해운 사람들은 여기서 먹고 죽는다!”

우리도 술 많이 먹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놈들이 아닌가.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해신해운사람들이 바텐더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뱃사람이라면 저 정도는 먹어줘야지.

그게 씨맨쉽이지!

< 띠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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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보상:

- 당신의 명성이 상승했습니다.(명성 + 5)

- 비너스호 외국인 선원들의 충성심이 올라갑니다.

- 외국인 선원 찰리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 글로벌 항해사 인맥(바이킹, 게르만, 갈리아족의 후예)이 형성되었습니다.

- 씨맨쉽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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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다음날 선박 M.V. 비너스호의 선교.

다음날 비너스호는 준비를 마치고 출항을 시작했다.

아직 항구의 출입로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도선사가 아직 선교에 탑승하고 있었다.

“하아암!”

하품을 크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선장이 다가왔다.

“삼항사, 아직 술이 덜 깼나?”

“아, 아닙니다.”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올려 침을 닦아 냈다.

“오늘은 특별히 그냥 넘어가지만 앞으로 승선기간 동안 과음은 절대 금물이네.”

“네 선장님, 당연하죠. 저 사실 술 싫어합니다.”

“그래?”

“위스키도 선장님 드리려고 산거라니까요?”

“고맙네. 그럼 어제 마시고 남은 것도 내가 방에 두고 잘 마시겠네.”

“네? 네, 허허허”

나는 웃어 보이며 선장님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도 아직 숙취가 남아있었다.

“선장님, 점심때 해장국 좀 준비하라고 조리장한테 말해놓을까요?”

“음, 그래 좋은 생각이네.”

“알겠습니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있는 요리로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때 선교에서 도선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일등항해사가 심각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갑판에서 출항을 준비하던 일항사가 선교로 들어왔다.

그는 우리 중 유일하게 숙취가 없는 사람이었다.

“선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음?”

“도선사가 지금 출항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항구로 배를 돌리라고 하네요.”

“뭐? 무슨 일인가?”

“자기도 모르겠답니다. 항만당국에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즉시 배를 회항하라고 합니다.”

일항사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삼항사, 어제 클럽에서 있었던 일 말고 또 다른 사고는 없었나?”

“네, 일항사님. 그게 단데요?

“그래? 진짜지?”

“네, 저 못 믿습니까?”

“그럼 믿겠냐?”

끙. 이거 완전 관심사병 취급이네.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었다. 어제 클럽에서 학교 선배한데 크게 대접 받은 이후로 별 사고 없이 다들 선박으로 복귀했다.

“삐용삐용!”

비너스호 뒤로 경적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해경으로 보이는 정찰선이 우리 배 뒤로 따라 붙었다.

“선장님, 코스트가드입니다. 배를 돌려 항구로 즉시 회항하라고 합니다.”

“해경?”

“네!”

“무슨 일이지? 일단 해경까지 나섰으면 방법이 없으니 배를 둘리게. 항구로 일단 접안해서 사정을 알아봐야겠네.”

“알겠습니다.”

선장의 표정에는 깊은 수심이 드리워졌다.

* * *

- 항구의 부두

비너스호 주변으로 예인선 여러 대가 달라 붙어 배를 항구로 다시 접안시키기 시작했다.

“선장님, 부두를 좀 보십시오! 군대가 포위했습니다!”

일항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선교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밖으로 달려나갔다.

부두에는 군인들로 보이는 자들이 이미 줄을 맞춰 포진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이희영 선장도 처음 보는 일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나를 쳐다 보았지만 나도 아는 바가 없었다. 전생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기 때문에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배가 완전히 접안하자 군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선내로 빠르게 뛰어 올라왔다.

“챙보? 챙보고? 후 이즈 챙보고?”

군인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듯 선내에서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그는 누군가를 찾는 표정이었다.

“보고야 너 찾는 거 같은데? 네 이름 부르는 거 아니야?”

이항사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다가섰다.

“제가 장보고입니다.”

군인은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 손을 움켜잡더니 선박 밑으로 나를 끌고 내려갔다.

“어, 어어!”

내 뒤로 깜짝 놀란 선장과 항해사들이 따라서 배를 내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왜 우리 삼항사를 갑자기 끌고 가는 겁니까!”

그러나 군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나를 잡아 끌 뿐이었다.

"끼이익!"

빠르게 자동차 한 대가 달려오더니 양복을 입은 두 명의 사내가 내려섰다.

그들은 군인들의 책임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한참 나누더니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당신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우리를 보며 물었다.

“아, 제 소개를 안했군요. 저는 대사관에서 나온 외교부 직원입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젊은 사내는 영사로 인도네시아에 주재하는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해신해운 사장님께 갑자기 전화를 한 겁니까?”

“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오늘 새벽에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갑자기 해신해운 회장님한테 전화를 했다구요. 우리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그는 성미가 굉장히 급한 인물이었다.

하긴 외교부 공무원 입장에서는 주재하는 국가의 대통령이 갑자기 본국으로 연락을 취했는데 그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엄청 깨졌겠구먼.’

이 젊은 사내는 외교부 상관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잔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알아듣게 말을 해야지.

'그나저나 진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부두에 길게 늘어선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어제 씨오라인놈들을 털어먹은 게 무슨 문제가 생겼나?’

비상상황 출항금지

- 선박 비너스호의 선교

잔뜩 흥분한 외교부 직원의 뒤로 한 중년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외교부 직원에게 온화한 표정으로 지으며 말을 건넸다.

“하하하. 영사님, 진정하시죠. 사람들 놀래겠습니다.”

“네? 아, 제가 좀 그랬나요?”

“좋은 일로 전화 하신 건데 그렇게 취조하듯 물으면 무슨 일이 잘못된 줄 알고 사람들이 놀랩니다.”

“아, 제가 좀…… 저도 아침부터 연락을 받고 너무 놀라서 제가 실수했군요.”

“선원들은 바다에서는 용감한데 육지에만 내리면 순진하게 변한답니다.”

중년의 사내가 웃으며 말하자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영사도 손을 들어올려 머리를 긁어댔다.

중년의 사내가 웃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선장님, 저는 해신해운 동남아지역본부장입니다. 도형준 상무입니다.”

“아! 네 상무님, 반갑습니다. 저는 비너스호 선장입니다. 이희영입니다.”

“익히 명성을 들었습니다.”

도형준 상무가 이희영 선장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선장의 뒤를 이어 항해사들이 차례로 인사했다.

‘도형준 상무?’

나는 내 차례가 되자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내가 아는 얼굴보다 10년 정도 젊은 얼굴이었지만 잘생긴 미중년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금은 도형준 상무가 동남아지역본부장으로 주재원 근무를 하고 있는 시기이구나.’

그는 향후 해신해운의 기획실에서 엘리트 임원으로 승승장구하게 되는 인물.

해신해운의 기획통으로 불리는 회사의 핵심인재 중 한명이었다.

잘나가던 그의 커리어에도 곧 시련이 다가온다.

그가 무리한 선대확충(선박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반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직장생활을 꼬이기 시작한다.

글로벌 선사들 간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 한 오너일가에 맞서다가 결국 경영진의 눈 밖에 나고 만다.

계열사로 좌천된 이후에는 소식을 듣질 못했다.

해신해운의 사람들은 회사가 파산할 지경에 이를 때쯤 도형준 상무를 떠올렸다.

그가 아직 회사에 있었더라면 이런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만큼 그는 회사 사람들로부터도 존경과 인정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이분이 소문이 자자한 장보고 삼항사님이시군요.”

“제가요?”

깜짝 놀랐다. 나는 그를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이 시점에 나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네, 회사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회사로 전화를 했으니까요.”

“무슨 일로?”

“어제 삼항사님이 구한 분이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친형제처럼 생각하시는 장관의 딸이라고 하더군요. 대통령도 평소 조카처럼 대한다고 하던데.”

“아…….”

“장관의 딸!”

듣고 있던 이항사가 놀라서 소리 쳤다.

“그 미녀가?”

그건 나도 알았지.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설 것이라고는 나도 솔직히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전생에서 별 인연도 없고 미디어로만 접한 사람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대통령이 조카처럼 생각한다고?’

일이 이쯤 되니 전생에 그렇게 인도네시아 언론이 매일 보도했던 일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 오시는 군요.”

도상무가 손을 들어 올려 가리켰다.

그쪽에서는 군인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군인들은 자신의 앞으로 차량이 통과할 때마다 옆으로 돌아서며 총을 가슴팍을 들어 올리는 제식동작을 취했다.

군인들이 칼 같은 제식동작을 선보이자 사람들도 감탄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끼이익!”

딱 봐도 VIP를 태우고 있을것 같은 검정색 고급 세단이 우리 앞에 멈추어 섰다.

뒷문이 열리고, 세단의 뒷자리에서는 검은 드레스를 예쁘게 차려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내렸다.

‘서, 선녀?’

어제 내가 목숨을 걸고 구하려고 했던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도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예사 인연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발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녀 옆으로 정장을 입은 사내가 걸어 나왔다.

그는 제법 덩치가 큰 사내로 어딘지 혼혈의 느낌이 많이 나는 미중년이었다.

그가 나타나자 외교부 직원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한참을 이야기 하더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영사가 나타난 검은 정장의 사내를 우리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인도네시아의 장관님이십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산업통상부와 해양수산부를 합친 그런 부처의 장관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개를 받은 장관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악수를 건넸다.

이희영 선장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손을 마주 잡았다.

장관은 일항사와 이항사를 거치며 악수를 나누고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시작했다.

장관과 악수를 나누는 일항사와 이항사의 모습은 딱딱하기 그지없어 마치 로봇을 보는 듯 했다.

‘저, 저 소심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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