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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서비스 (64)화 (6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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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며칠을 굶은 것처럼 정신없이 서로를 빨아들였다.

그의 위에서 해 보는 게 처음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훤한 대낮에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강한 햇살에 비친 유신의 몸은 그림처럼 섹시했다. 그에게 홀린 선율은 창피함도 잊고 뜨겁게 맞이했다.

“하…… 선배…….”

유신이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았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밑에서 보니까 더 미칠 것 같아.”

“나도 그래.”

날이 환하니 흥분한 유신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열에 달떠 더욱 붉어진 그의 입술은 열매처럼 탐스러웠다.

‘흥분하면 이런 얼굴이구나.’

선율은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차곡차곡 눈에 담았다.

“병실에서 매일 내가 무슨 상상을 하면서 버텼는지 알아요?”

유신이 긴 팔을 뻗었다. 손가락 끝으로 꾹 누르면 뽀얗게 묻어날 것 같은 선율의 살결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천천히 힘을 주었다 풀었다. 그의 몸이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나랑 하는 상상?”

“선배가 이렇게 흥분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상상.”

유신은 선율을 부드럽게 잡아당겼다. 조심스레 겹쳐진 그녀의 가슴에 코를 묻으며 그가 뜨거운 숨을 밭게 내쉬었다.

“선배 냄새 너무 좋아. 푹 파묻히고 싶을 만큼.”

그의 잇새로 꾹 빨려 들어간 살갗이 야릇한 감각을 퍼트렸다. 선율의 숨이 점차 가빠졌다.

“아……. 미치겠어, 유신아.”

그의 손길이 선율을 황홀경으로 몰아갔다. 그는 도자기를 빚듯 선율의 몸을 공들여 어루만졌다. 발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이 울 것처럼 일그러지고, 가빠진 호흡엔 흐느낌이 섞였다.

“흑!”

선율은 거칠게 숨을 할딱였다.

유신은 그대로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축 늘어진 선율을 제 중심에 단단히 앉힌 그가 리듬을 타듯 선율의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읏…….”

늘어졌던 선율의 몸에 점차 다시 힘이 들어갔다. 유신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몸을 움직이던 그녀는 점차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나른하게 저를 훑는 눈빛에 온몸이 젖어 들었다.

“사랑해, 유신아.”

선율은 울먹이며 유신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유신은 낮게 웃으며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내가 더 사랑해요.”

그들의 낮은 한밤보다 더 아찔했다.

서로를 향한 탐닉은 한계가 없었고 쾌락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 * *

올해의 승진 대상자가 발표되었다.

바이디오에서는 일 년에 한 번 고과 평가를 통해 승진 대상자를 결정하는데 이번엔 총 네 명이 승진하게 되었다.

<승진자: 기획 2팀 한선율, 총괄 팀장으로 임명.>

제 이름이 적힌 인트라넷의 공지를 보며 선율은 한참이나 모니터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내가 총괄 팀장이라니!’

1팀과 2팀으로 나뉘어 있던 기획팀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다시 합쳐지게 되었다. 즉, 양아준 팀장과 도동묵 대리가 그녀 휘하의 팀원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소리다. 그 팀의 총괄 팀장이 되었다는 건 선율의 작년 고과가 양 팀장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는 뜻이었다.

“팀장님, 축하드립니다! 역시 해내실 줄 알았어요!”

제일 기뻐한 건 역시 주희였다. 그녀는 승진자 발표가 나자마자 돌고래 소리를 지르며 곧장 선율에게로 달려왔다.

“어떡해, 어떡해! 나 너무 좋아요. 내가 승진한 것보다 더 기뻐요!”

“다 주희 씨 덕분이에요. 아, 이제 주희 씨도 ‘황 대리님’이라고 불러 드려야겠죠?”

“에이, 뭘요. 전 지금처럼 이름 불러 주는 게 좋아요.”

주희가 배시시 웃으며 몸을 꼬았다.

이번 승진자 명단엔 주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베링거 모터스의 광고를 기획하면서 카피라이터로서의 자질을 입증한 것이다.

나란히 승진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아낌없는 축하를 건넸다. 입사 이래 이렇게 기쁜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저녁엔 승진 축하 회의가 있었다. 방성범 부장이 직접 주관하는 회식이라 마케팅팀, 기획팀, 제작팀 등 그의 휘하에 있는 모든 팀원이 참석했다. 총 서른 명 남짓한 인원이 모인 자리는 떠들썩했다.

“자, 모두 주목!”

인원이 모두 모이자 방성범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삼오오 수다를 떨던 직원들이 하던 말을 멈추고 그에게 집중했다.

“일단 귀한 저녁 시간을 이 자리에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회식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다들 알 테고.”

그가 선율과 주희를 쳐다보며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 우리 부서에서 승진자가 두 명이나 나왔어요. 주인공들은 모두 앞으로 나오세요!”

짝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선율은 밝게 미소 지으며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광고를 만들며 함께 고생했던 제작 PD는 휘파람까지 불며 환호해 주었다.

“모두 감사합니다. 광고란 것이 한 사람만의 힘으로 만들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함께 고생해 주신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기쁨은 없었을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도움 주신 많은 분께는 시간 날 때마다 식사를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휘익! 공약 꼭 지켜야 합니다!”

“물론이죠.”

선율이 찡긋 눈웃음을 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주희의 감사 인사까지 끝난 후 방성범 부장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이건 사장님이 내리신 특별 상여금입니다. 두둑한 걸 보니 제법 넣으신 모양이네, 하하!”

“감사합니다!”

“이번에 승진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분들은 더욱 분발해 주시고! 승진한 분들은 모두 모두 축하드립니다. 모두 박수!”

두둑한 봉투를 받아 든 선율과 주희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한턱 쏴! 한턱 쏴!”

부러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직원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선율은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애석하게도 이 자리는 우리 부장님께서 계산하신다고 하는데요. 저는 뭘 쏘면 좋을까요?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쏩니다!”

“헛개! 헛개!”

선율이 호기롭게 외친 말에 누군가가 ‘숙취 해소제’를 부르짖었다.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는 말에 선율은 돈 봉투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헛개 세 박스 지금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선율은 곧장 숙취 해소제를 사러 나섰다. 분위기 보니 오늘 안 취하긴 그른 것 같은데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얼른 숙취 해소제를 구해야 했다.

다행히 고깃집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었다. 선율은 편의점에서 숙취 해소제 세 박스를 사서 나왔다. 봉투에 든 지폐 몇 장을 꺼내 계산을 하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두 손은 무겁게, 발걸음은 가볍게 편의점을 나섰을 때였다.

“좀 들어 줘?”

거기엔 양아준 팀장이 똥 씹은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자의로 나온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방성범 부장이 보낸 모양이었다. 회식 내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가 신경 쓰여 여차여차 풀어 보라고 보낸 것 같았다.

“됐어요.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요.”

선율의 거절에 양 팀장도 두 번 권하지는 않았다.

“그래, 남친 백으로 승진하니까 좋아?”

먼저 걸음을 옮기는 선율의 뒤통수를 향해 양 팀장이 폭탄을 투척했다.

‘어쩐 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선율은 작게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팀장님은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뭐?”

“말도 안 되는 거 알면서 자꾸 억지를 부리시잖아요.”

“뭐가 말이 안 돼? 조유신 이사가 광고 꽂아 준 덕에 승진한 거 맞잖아. 둘이 예전부터 죽고 못 사는 사이였다며? 사이 안 좋은 척 아주 꼴값을 떨더구먼.”

세 치 혀로 아주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선율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조유신 이사가 제 광고를 뽑아 줬나요? 최종 비딩 때 바이디오의 직원들이 직접 투표해서 뽑은 거 아시잖아요.”

“그게 그거지!”

“아뇨, 전혀 다릅니다.”

선율은 양 팀장을 똑바로 마주하고 섰다. 그와 티격태격 지낸 지 몇 년이 넘어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으나 이건 선을 넘었다. 자신과 유신을 함께 욕보이는 양 팀장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제 광고는 조유신 이사가 아니라 바이디오의 직원들이 인정한 광고입니다. 계속 이러시면 직원 전부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로 알고 저도 대응할 겁니다.”

“대응? 네가 뭘 어떻게 대응할 건데?”

“양아준 씨.”

“뭐? 양아준 씨……?”

양 팀장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목 뒤를 붙잡았다.

“와, 이제 승진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어딜 하늘 같은 선배한테 그따위 망발을 지껄여?”

“팀장 직함도 떼셨는데 그럼 뭐라고 불러 드릴까요? 아직 조직 개편이 끝나지 않아 제 밑으로 들어온 것밖에는 들은 바가 없는데.”

선율이 냉소하며 쏘아붙였다.

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제 같은 팀이 되었으니 으쌰으쌰 해서 잘해 보자 다짐했던 결심을 무색하게 만든 건 양 팀장이었다. 초장부터 초를 치는 그의 태도에 선율은 더욱 화가 났다.

“제 밑으로 들어오셨으면 팀원답게 똑바로 행동하세요.”

“뭐? 팀원답게? 하, 이게 진짜……!”

양 팀장이 참지 못하고 손을 치켜들었다. 선율은 제 얼굴을 향해 떨어지는 그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

“어엇!”

가까이 다가선 그의 입에선 얼큰한 술 냄새가 났다. 회식 시작 전부터 혼자 술을 들이켜더니 이미 사리 분별이 안 될 정도로 취한 듯했다.

“양아준 씨.”

선율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술기운이 올라 휘청이는 그의 팔목을 꽉 붙든 채 그녀가 경고했다.

“나이 빼곤 그쪽한테 꿇리는 것도 없는데 그간 설설 비위 맞춰 드렸으면 됐잖아요. 그나마 선배 대접이라도 계속 받고 싶으면 서로 선은 지킵시다.”

“하, 어디 여자가 또박또박 말대꾸야! 한선율, 너 이거 하극상이야! 알아?”

“하극상은 누가 하고 있는데.”

선율은 차갑게 내뱉으며 양 팀장을 홱 밀쳤다. 술에 취해 중심을 잡지 못한 그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선율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돌아섰다.

또각또각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뒤통수로 질펀한 욕설이 날아왔다.

“야, 이 새파랗게 어린 게! XXX아! 너 거기 안 서?”

선율은 대꾸하지 않았다.

오늘 당한 수모를 갚아 줄 날은 앞으로도 많을 테니까.

‘앞으로 회사 생활이 기대가 되네.’

선율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뒤에서 끝없이 날아드는 욕설을 차곡차곡 적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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