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사게이스타
《 밍채님이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
평화로운 주말의 아침, 접속하자마자 밍채로부터 파티 초대가 날아왔다. 초대를 수락하고 친구 창을 확인하자, 서쪽과 월월월은 아직 로그아웃 상태였다.
[파티] 밍채 : 레비아탄 랜덤매칭으로 갈게요
[파티] 블랙 : ㄴㄴㄴㄴㄴㄴ
[파티] 밍채 : 왜요?
[파티] 블랙 : 초행이야
세 번째 악마, <시기의 레비아탄>은 채예스의 항구를 배경으로 한다. 항구를 떠난 배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영웅들이 직접 배를 끌고 바다로 떠나면서 보스인 레비아탄을 마주치는 이야기다. 혼자서도 클리어가 가능한 <교만의 루시퍼>, <인색의 마몬> 레이드와 달리 협동심을 요구하는 패턴이 있기에, 웬만해서 최대 인원인 10인을 채워서 가는 게 좋다. 즉,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유저는 욕을 먹기 쉬운 레이드였다.
[파티] 밍채 : 처음 하니까 당연히 초행이겠죠
밍채는 주현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당연한 말을 했다.
랜덤 매칭이라고 유저들의 마음이 관대한 건 아니었다. 특히 경직 스킬을 가진 성기사의 경우,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유저들의 기대치가 높아 조금만 못해도 트롤[20] 소리를 듣는 경우가 허다했다.
[파티] 블랙 : 못한다고 욕먹을 것 같은데
[파티] 밍채 : 그럼 초행은 어디서 연습해요
밍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공개 방 사람들은 숙련된 유저를 원하고, 상위 던전일수록 조금만 실수해도 가차 없었다. 네 번째 악마 레이드가 나오지 않은 지금, 혼돈의 설화 내에서 최종 던전이 <시기의 레비아탄>이었다. 그래서 주현처럼 컨트롤이 미숙한 유저들은 길드원들과 함께 비공개 방을 개설해 연습하곤 했다.
[파티] 밍채 : 헤딩[21]으로 만들게요
결국, 밍채는 주현을 배려해서 공개 방을 만들었다. 랜덤 매칭과 다르게 방 제목을 설정할 수 있었다. 헤딩 방은 클리어를 목적으로 하나, 보스 패턴에 미숙한 유저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파티였다.
[SYSTEM] 만두개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SYSTEM] woworld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SYSTEM] 금명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SYSTEM] 포병이쏜포탄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SYSTEM] 여보yaya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밍채가 방을 개설하자마자 파티원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졌다. 주현은 마우스를 움직여 파티원의 정보를 확인하는데 이마에 힘이 들어갔다. 밍채가 방에 별다른 제한을 걸어두지 않아서 보급 장비를 섞어 입은 유저가 꽤 많았다.
안 맞으면 된다지만 보급 장비 입고 악마 레이드를 하기엔 많이 아프지 않나? 하긴 직업 랭킹 1위가 방을 만들었다는 건 레이드 클리어가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아프고 말고를 떠나서 클리어만 가능하다면야, 유저들이 달려드는 게 당연했다.
[파티] 여보yaya : 두분 커플이신가요?
대기실에 입장한 음유시인이 느닷없이 질문했다. 주현은 마우스를 돌려 주위를 쭉 훑어봤지만, 안타깝게도 커플처럼 보이는 캐릭터는 자신과 밍채밖에 없었다.
[파티] 블랙 : 아뇨
[파티] 밍채 : 네
[파티] 여보yaya : 정보 보니까 커플 맞으시네
[파티] 여보yaya : 좋겠어요 ㅎ
[파티] 블랙 : 경험치 커플이에요
이미 만렙이라서 경험치를 더 받을 것도 없지만, 주현은 애써 뻔뻔하게 대꾸했다.
[파티] 여보yaya : 부끄럼타시네 ㅋㅋㅋ
[파티] 밍채 : 형 제가 부끄러워요?
[파티] 블랙 : 넌 좀.. 입 다물어
[파티] 밍채 : 네
[파티] 여보yaya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현은 제 옆에 찰거머리처럼 엉겨 붙은 밍채를 훑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주현과 밍채의 캐릭터 타이틀이 똑같았다.
《 주신 리라의 인정을 받은 》
믿음직한 성기사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설정해 둔 타이틀이었는데, 밍채까지 같은 타이틀을 착용하니…… 마치 주신 리라가 둘의 사랑을 인정한 것처럼 보였다.
[파티] 여보yaya : 성기사랑 성직자면 같이 파티하기도 편하겠네요
[파티] 밍채 : 네
[파티] 블랙 : 너무 좋아요 ㅎ
[파티] 블랙 : ㅅㅂ사칭하지마
[파티] 금명 : 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밍채가 제 말 뒤에 공백을 잔뜩 넣어서 주현인 척 채팅을 쳤다. 앞이 조금 밀린 것만 빼면 감쪽같았다.
[SYSTEM] 약코그만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파티] 여보yaya : 장비 매너요
[파티] 금명 : 보급 장비도 없음?
보급 장비도 입지 않은, 더군다나 만렙도 아닌 유저가 입장하자 떠들썩했던 방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파티] 약코그만 : 저 숙련임
[파티] 금명 : 장비가 구데기인데 뭔 숙련..
[파티] 약코그만 : 부캐임
[파티] 약코그만 : 형님들 저 한번만 믿어보셈 ㄹㅇ
[SYSTEM] 멍냥낭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SYSTEM] 생각하고하자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나서서 숙련 타령하는 유저 중에 정상이 없는 게 정설이다. 강퇴[22]라도 할 줄 알았는데 밍채는 최대 인원을 달성하자 게임을 시작해 버렸다. 공격력 제한 없이 방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가려 받게 되면 논란이 생기니 밍채의 선택이 옳긴 했다.
로딩이 끝나고 파티원이 배 갑판을 밟고 섰다. 조금 뒤, 배가 흔들리며 바닷물이 갑판 위로 흘러넘쳤다. 어두컴컴한 밤바다 위, 용의 머리와 고래의 몸통을 가진 레비아탄이 이빨을 자랑하며 포효했다.
[파티] 약코그만 : 아 스킵 좀요
[파티] 블랙 : ㅈㅅㅈㅅ
[파티] 금명 : 그거 몇 초나 한다고 걍 보면 되지
[파티] 여보yaya : ㅇㅈ
[파티] 만두개 : 헉 죄송여;;;;; 저 초행이라 신기했음
<시기의 레비아탄>을 처음 해 보는 탓에, 컷신을 스킵해야 한단 것도 잊고 넋 놓고 구경해 버렸다. 주현이 서둘러 사과하자, 마음 넓은 유저 몇몇이 주현을 감싸 줬다. 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부터 삐걱거리는 게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성직자와 음유시인의 파티 버프가 쏟아지고, 익숙한 원형의 방어막이 나타나 캐릭터를 감쌌다.
심해를 헤엄치며 돌아다니던 레비아탄이 불쑥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더니 널찍한 팔로 뱃머리를 내리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밍채가 레비아탄을 빛의 사슬로 속박했다. 파티원들은 서둘러 달려가 레비아탄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잠시 후, 해방된 레비아탄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몸부림을 쳤고 미처 피하지 못한 파티원 몇몇이 공격을 맞고 바닥을 굴렀다.
[파티] 약코그만 : 힐 좀
[ 약코그만님이 도움을 요청합니다! ]
《 치유의 연주 : 1분간 지속적으로 캐릭터의 체력을 최대 50% 회복합니다. 》
[파티] 약코그만 : ㄴㄴㄴ
[파티] 약코그만 : 갠힐 주셈
[ 약코그만님이 도움을 요청합니다! ]
[파티] 금명 : 포션을 드셈
음유시인인 여보yaya가 파티 힐을 넣어 줬지만 만족하지 못했는지 약코그만이 개인 힐을 요구했다. 금명이 끼어들어 중재하자, 약코그만은 하는 수 없이 포션을 마셔 체력을 채웠다.
그사이, 레비아탄은 이를 벌려 뱃머리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귓속말] 밍채 : 형 몸 일으키는 순간 경직이요
파티 채팅 사이로 밍채의 귓속말이 도착했다. 성기사는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 걸까? 주현은 잔뜩 긴장한 채 레비아탄을 주시하다가, 레비아탄이 고개를 드는 순간 스킬을 사용했다.
다만 스킬을 잘못 눌렀다.
《 신념의 방패 : 5초간 본인이 받는 피해량이 30% 감소합니다. 》
떠오른 상태 효과를 보며 좌절하는데, 책을 펼쳐 든 밍채가 빛 기둥을 연달아 레비아탄에게 퍼부었다. 레비아탄이 세 번째 빛 기둥을 맞는 순간, 주춤하며 뒤로 밀려났다.
‘……뭐지?’
경직 스킬은 탱커로 분류되는 성기사와 대장장이만의 강점이었다.
[ 금명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 여보yaya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 멍냥낭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 생각하고하자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본인 싸우기도 바쁜데 남 플레이에 관심을 두는 유저는 없었다. 성직자가 경직을 넣었으리라곤 상상도 못 한 파티원들이 감사 인사를 쏟아 냈다.
[귓속말] 밍채 : 형 중앙으로 와요
[귓속말] 밍채에게 : ㅇㅇㅇ
주현은 서둘러 캐릭터를 중앙에 선 밍채의 옆으로 옮겼다. 레이드할 때만큼은 밍채의 말을 들어서 나쁠 게 없었다. 파티원 몇몇이 배 중앙에 자리를 잡자, 나머지도 눈치껏 쫓아왔다.
[귓속말] 밍채 : 제 캐릭터 쫓아오면 돼요
배와 파티원을 공격하던 레비아탄이 다시 바다로 침수했다. 마우스 휠을 돌려 바닷속을 살피자, 커다란 레비아탄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존재감을 드러냈다. 밍채가 오른쪽으로 움직이길래 쫓아가자, 레비아탄이 왼편에서 나타나 배의 옆구리와 함께 가장 가까이 서 있던 약코그만을 뜯어먹었다.
[파티] 멍냥낭 : 와우
[파티] 약코그만 : 아 ㅅ1발
[파티] 약코그만 : 부활 좀요
우물우물 입 안을 씹던 레비아탄은 시체가 된 약코그만을 갑판에 뱉어 놨다.
[파티] 여보yaya : 마나 부족함 ㄱㄷ
레비아탄한테 혼자 먹힌 것만 봐도 숙련자는 절대 아니었다. 부활 스킬을 사용하려면 마나를 몽땅 소비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후 플레이에 제약이 생겼다. 저런 놈을 살리기엔 마나가 아까웠다. 마침 1페이즈가 끝나고 컷신에 진입해, 주현은 용기를 내 의견을 피력했다.
[파티] 블랙 : 여보님
[파티] 밍채 : ?
[파티] 블랙 : 마나 아까운데 그냥 내버려두
[파티] 블랙 : 아니 넌 또 왜
[파티] 밍채 : 형 여보는 저예요
[파티] 여보yaya : ;;;;
[파티] 블랙 : 아무튼.. 네
말을 던진 건 밍채인데 부끄러움은 주현 혼자만의 몫이었다.
[파티] 약코그만 : 저 숙련이라고요 ㅆㅂ
[파티] 약코그만 : 파도 패턴 니들끼리 어떻게 할건데?
컷신이 끝나고 2페이즈가 시작되면서 약코그만이 언급한 파도 패턴이 등장했다. 영상으로 몇 번이나 시청했던 패턴이지만 직접 피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했다.
[귓속말] 밍채 : 5 4 2 5 1
맹렬해 보이는 파도에는 피할 수 있는 빈틈이 있었고, 밍채가 보낸 숫자가 그 순서였다. 순서를 알려 준 건 고마웠으나, 주현은 연습도 없이 완벽히 피할 실력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실전에 부딪힌 주현은 아기 새처럼 밍채의 뒤를 졸졸 쫓았다.
매서운 파도가 갑판 위를 덮치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파티원도 함께 쓸려 내려갔다. 배에서 떨어진 그들은 레비아탄의 먹이가 되었다.
주현은 마지막 파도를 앞에 두고 잠시 숨을 멈췄다. 오른쪽 끝인 5에서 왼쪽 끝인 1은 너무나 까마득한 거리였다. 밍채는 캐릭터를 굴려 빠르게 틈으로 향했지만, 요령 없는 주현은 그냥 달리기만 하다가 물결에 휩쓸렸다. 주현은 레비아탄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제 캐릭터를 보며 그제야 숨을 뱉었다.
선두에서 파도 공격을 모두 피한 금명은 타륜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금명이 타륜을 손에 쥐고 배를 운전하자, 레비아탄의 복부에 배가 부딪치며 입 안에 있던 파티원을 토해 냈다.
상태에 출혈 증상이 붙긴 했으나 살아난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주현의 캐릭터 머리 위로 음표가 떠다녔다. 음유시인의 개인 힐이었다.
[파티] 밍채 : 형 제 거예요
그 위를 빛으로 만들어진 깃털 표식이 뒤덮었다.
[파티] 여보yaya : 아 네;;
[파티] 블랙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파티] 멍냥낭 : 힐 저주세여 ㅠㅠㅠ
[파티] 약코그만 : ㅅ1발 나 살려준다며
[파티] 약코그만 : 언제살려줌??
《 치유의 가호 》 《 치유의 연주 》
힐러인 둘은 약코그만을 무시하고 파티 힐을 사용했다. 부활은 마나가 꽉 찼을 때만 가능한 스킬이기에, 약코그만을 살릴 생각이 없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싸늘한 시체로 남은 약코그만을 밟고 파티원들은 힘을 합쳐 레비아탄에게 공격을 쏟아 냈다. 보통은 이 정도로 무시를 당하면 파티를 중도 탈퇴하는 유저들도 몇 있었는데 약코그만은 클리어 보상을 노리고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파티] 금명 : <<<<<<
3페이즈가 시작되고 배는 절반이 남은 상태였다. 균형이 맞지 않아서 배가 기울자, 금명이 파티원이 모여야 하는 방향을 표시했다. 파티원들은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르쳐 주는 대로 열심히 하긴 했으나, 레비아탄의 공격 대미지가 워낙 센 탓에 체력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유저가 대다수였다. 결국, 마지막에는 금명과 밍채 둘이서만 남아 레이드를 클리어했다.
[파티] 여보yaya : 고생하셨어요~~
[파티] 금명 : ㅅㄱ
[파티] 포병이쏜포탄 : 수고하셧어요!!!
[파티] 멍냥낭 : 헉 클리어 ㅠㅠㅠ 고생하셨습니다
[파티] 생각하고하자 : 캐리 감사
[파티] 블랙 : 수고하셨습니다
[파티] 밍채 : 수고하셨습니다
[파티] 만두개 : 수고
[파티] woworld : 성직자님 개멋있어요
레이드가 끝나고 서로 수고했다고 말을 전하는데, 약코그만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보상이 들어오자마자 퇴장했다. 인사 없이 나가는 유저야 게임에 널렸으니 그러려니 하고 주현도 파티에서 탈퇴했다.
마을로 돌아온 주현은 레비아탄 처치로 얻은 타이틀의 능력치를 확인하다가 우편함에 들어온 불빛을 발견했다.
보낸 사람 : 밍채 (성직자)
우편 제목 : .
첨부된 금액 : 10,000,000
[귓속말] 밍채에게 : ??
[귓속말] 밍채 : 재료 상자 먹어서요
채팅 창 스크롤을 올려 확인하자, 밍채가 [7대 악마 무기 재료 선택 상자]를 획득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게시판과 확성기에서 자랑하는 것만 본 아이템이었다.
보통 비싼 아이템을 먹으면 혼자 갖고 말지, 밍채처럼 수익을 나누는 건 드물었다. 이래서 밍채 캐릭터로는 소문만 무성하고 사사게 한 번 올라가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주현을 비웃듯, 한 시간 후 사사게에 밍채의 닉네임이 올라갔다.
[비매너] 평온 길드 “밍채” 버그 악용 의심 & 고의 트롤
작성자 : qwqq | 댓글 : 201개 | 조회수 : 7402
1) 밍채가 레비아탄 공개방을 개설함
경직 가능한 탱커는 성기사 한명이었고
밍채는 “성직자”였음
2) 경직 타이밍때 성기사는 다른 스킬을 사용함
(1.gif)
캐릭터 앞에 방패 표식 뜨는 거 보이지?
(2.gif)
밍채가 레비아탄한테 빛기둥 세번 갈기더니
레비아탄한테 경직이 들어감
3) 성기사 힐해줄 마나는 있고
나 살려줄 마나는 없나봄
(3.gif)
힐 표식 몇번 뜨는지 보이냐?
* * *
[댓글]
* * *
- 오히려 팁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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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갓직자인데 빛기둥 연타한다고 경직 안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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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보고 해봤는데 되는데? 창술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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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임 난 안됨
* * *
- 트롤은 성기사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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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사를 박제해야지 ㅋㅋ 캐리해준 애가 박제 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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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 성기사 잘못임
* * *
- 성기사 존나 귀엽네 ㅋㅋㅋㅋ
* * *
- 성기사가 좀 모자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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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박 쓴거 아님?
* * *
↳ 누가봐도 빛기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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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때 속박 안 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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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채 정보 까보니까 저 성기사새끼랑 커플이네
* * *
↳ ㄹㅇ?
* * *
↳ 이래서 내가 커플 거름
* * *
- 성기사놈은 랭킹 300위 해처먹을동안 뭐했길래 경직도 제대로 못넣음?
* * *
- 이래서 커플하면 안됨 같이 머리채 잡힘
* * *
- 성기사 닉 뭐임? 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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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 * *
- 경직 한번 못넣었다고 욕 존나 처먹네
* * *
↳ 너도 경직 못하는 탱커냐?
* * *
↳ 경직 못하는 성기사를 그럼 왜 데려감? 당연히 경직용으로 끼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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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장이 애초에 밍채인데 이게 그렇게 욕먹을 일임? 저 방 안 가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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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방제에 경직 못한다고 적어두는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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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채는 사랑한 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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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글쓴애도 스펙 까는게 맞는듯 성직자 정보 검색해보면 랭킹 1위로 뜨는데 그럼 성직자가 캐리한거 아님? 성기사도 랭킹 300위면 손 쓰레기여도 딜은 웬만큼 뽑았을것 같은데?
* * *
↳ 밍채 랭킹보고 헐레벌떡 버스 얻어탔는데 부활 안 해줘서 빡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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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긴하다....? 부활 스킬은 힐러만 가졌다고 해도 파티원이 아이템 써서 살려주면 되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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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원도 거를 정도인가 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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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다 평온길드임? 밍채 존나 빨아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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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 보고 밍채 아닌줄 커마 바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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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정 판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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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안 살려줬다고 사사게 와서 꼰지르는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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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파티원 부활은 안 시키고 경직 못하는 성기사새끼 힐하는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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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창에 있는 랭커 성직자랑 같이 레비아탄 해봤는데 일정 스펙 넘으면 경직이 되나본데? 저렇게 빛기둥 연속해서 박으면 겹뎀[23]으로 적용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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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대미지 넘으면 경직인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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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버그 악용이든 말든 경직해줬으면 감사인사 박아야지 말 존나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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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직은 탱커만의 고유스킬인데 개나소나 다 되는게 맞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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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적으로 너프해야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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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소나는 아님.. 창술사랑 성직자만 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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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커라고 해봤자 성기사랑 대장장이밖에 없는데; 경직 캐릭터 늘어나면 좋은거지 7대악마에서 경직 필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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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직자 안그래도 할 일 존나 많은데 이제 경직도 시키겠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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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펙만 되는건데 저스펙 갓직자들한테 강요할듯 ㅅㅂ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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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아탄만 저러는듯? 루시퍼랑 마몬도 시도해봤는데 여긴 안 먹힘
* * *
- yaya : 저 같은 파티였던 음유시인인데요. 님 양심 출타하신 듯... 저분 닉 [약코그만]이고 만렙도 안 찍어서 당연히 보급장비도 못 갖춘 암살자입니다. 애초에 파티는 초행도 들어갈 수 있는 헤딩방이었습니다. 성기사님은 초행이셨구요. 암살자님 강퇴하자는 의견 많았는데 밍채님이 그냥 받아주셨어요. 그리고 암살자님 숙련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근데 1페이즈에 죽으셨잖아요. 그래서 안 살렸습니다.
* * *
↳ 헤딩인데 성기사한테 경직을 바라네 ㅅㅂ 이러니까 성기사를 안키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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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아탄에 보급도 안 입은 놈이라니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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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직자는 갓직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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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코그만 장비 보면 존나 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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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명 : 같은 파티였던 창술사인데 이 새끼 1페이즈부터 눕방 때려놓고 양심 뒤졌네ㅆㅂ 마지막에 살아남은거 밍채님이랑 저 둘이었고 끝나고 밍채님이 골드 나줘주심
* * *
↳ 글쓴놈은 밍채한테 돈 받아놓고 박제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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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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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명 : 100만 골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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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친구 길원 아니면 돈 안 나누는데 개착하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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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캐리해주면 안됨 고마운줄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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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웬일로 헤딩 팠냐? 공컷방만 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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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플이 초행이래
길드 마스터인 신사가 사사게를 확인해 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상황이 이미 정리된 상태였다. 이후에는 밍채에게 골드를 받았다는 미담이 담긴 댓글이 쏟아졌다. 주현의 입장에선 괴담이었다.
채채로는 욕만 먹던 놈이 밍채로는 찬사를 받는다. 물론 그건 다 밍채가 나눠 준 골드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평판이 갈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밍채를 박제한 사사게 글은 얼마 안 가 삭제가 되었다. 뒤집힌 상황이 약코그만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게시글을 지우는 게 최선이긴 했다. 게시글은 사라졌지만, 워낙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인 탓에 둘을 알아보는 유저를 종종 만나곤 했다.
[파티] 밍채 : 형 힐 한번당 뽀뽀 한번 해주세요
[파티] 영단어 : 뭐임? 게이임?
[파티] 블랙 : ㅅㅂ 아니에요
[파티] westone : 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영단어 : 예쁜 사랑하세요
[파티] 블랙 : 아니라니까요?
밍채는 사람들이 알아보든 말든, 여전히 주현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굴며 들러붙었다.
[귓속말] 밍채에게 : 너 때문에 내가 공방을 못가
[귓속말] 밍채 : 형 어차피 갈곳 없잖아요
[귓속말] 밍채에게 : ㅅㅂ 아니거든
[귓속말] 밍채 : ㅋㅋㅋㅋ
티격태격하다가도 밍채가 학원 간다고 말을 꺼내면 주현의 마음이 한없이 관대해졌다. 정말로 열다섯 살인진 모르겠지만, 주현보다 어리단 건 확실했다. 핏덩이 같은 애가 장난 좀 치는데 진심으로 화내는 건 어른의 도리가 아니었다.
밍채가 형 타령하면서 쫓아오는 건 부담스러웠지만, 게임 커플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을 가진 녀석이었다. 기본적으로 게임 센스가 좋았고, 모르는 게 있어 질문하면 주현의 수준에 맞춰서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또 아이템을 먹으면 본인은 쓸 곳이 없다고 양보해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린 애한테 받기만 하기 좀 그래서, 주현은 금액에 맞춰서 아바타를 염색해 보내 줬다.
함께 공개 방에서 레이드를 돌면 주현의 잘못 때문에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그럴 때면 밍채가 나서서 얼어붙은 공기를 풀어 줬다. 밍채가 느닷없이 애교 감정 표현을 사용하면, 다른 유저들도 따라 하곤 했다. 주현이 못하는 만큼, 밍채가 딜을 채워 주는데 거기다가 말을 얹을 용기 있는 유저는 없었다.
그리고 돌아온 월요일.
[길드] westone : 초기화 날이네요
[길드] 월월월 : 잠수할게염
[길드] westone : ??
[길드] westone : 어디서 빠지려고 ㅡㅡ
도망가려고 한 건 월월월인데 주현에게도 파티 초대가 날아왔다. 혼돈의 설화 초기화 날짜는 매주 월요일이었다. 모두가 진저리치는 월요일을, 서쪽은 악마 레이드 초기화 하나만을 보고 기다려 왔다. 덕분에 주현은 지옥 같던 월요일을 버티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악마 레이드에 끌려가게 되었다.
[길드] 레아 : 어디 가세요???
[길드] westone : 납치하겠습니다
[길드] 레아 : ???
[SYSTEM] 레아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양심 없는 서쪽은 보이는 길드원마다 초대를 보냈다.
[파티] westone : 밍채님 접속 중이에요?
[파티] 레아 : 그분도 가나여......?
[파티] westone : 부부는 일심동체예요
[파티] 블랙 : ㅅㅂ 결혼 안 했어요
[파티] 월월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STEM] 밍채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막무가내인 서쪽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무슨 파티인 줄도 모르면서 초대를 덥석 문 밍채도 어이가 없었다.
[파티] westone : 레비아탄 갈건데
[파티] westone : 이대로 갈까요? 사람 더 받을까요?
[파티] 월월월 : 배 중심 잡아야 해서 사람 더 받는 게 나을 것 같은데염
[파티] westone : ㅇㅋ 공방으로 갑니다
바다에서 전투가 진행되는 <시기의 레비아탄>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스인 레비아탄이 배를 망가뜨려, 3페이즈부터는 남은 유저들이 캐릭터의 무게로 배의 균형을 맞춰야 했다. 그래서 살아남은 유저가 몇 없을 때는 배가 뒤집히고 유저들이 바다에 떨어지는 결말을 맞이하기도 했다.
[SYSTEM] 어스름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SYSTEM] 단공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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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westone : 5ㄷ5 좋아요
[파티] westone : 갑니다
서쪽이 공개 방을 개설하자마자 평온 길드원이 우르르 쏟아졌다. 몰려오는 평온 길드원이 당황스러울 만도 한데, 서쪽은 개의치 않은 태도로 방을 출발했다. 심지어 서쪽은 평온 길드원과 초면이었다.
[파티] 월월월 : 저희 길드 네명인데염?
[파티] westone : 밍채님 결혼하셨으니까 저희 쪽이죠
[파티] 블랙 : ?
[파티] 어스름 : 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어스름 : 재밌으시네
맵에 입장한 파티원들은 어둑한 밤바다를 헤엄치는 한 척의 배 위에 서 있었다. 주현은 이미 봤던 컷신이기에 ESC를 눌러 스킵했다.
[파티] westone : 조합 진짜 좋네요
[파티] westone : 탱 둘에 힐 셋!
[파티] 단공 : 과연 힐이 셋일까요?
[파티] 월월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공은 밍채가 힐러임을 인정할 수 없었다.
본격적으로 레이드가 시작되자 음유시인인 월월월과 성직자인 코쿄아, 밍채가 파티 버프를 걸어 줬다.
《 빛의 희생 : 받는 공격의 피해량이 일회성으로 30% 감소합니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현은 밍채에게 특별 취급이었다.
[파티] blueberry : 볼때마다 적응이 안되네;
레아와 주현을 제외한 모두가 숙련자인 덕에 시끌벅적 떠들면서도 레비아탄의 체력이 빠르게 깎였다. 채팅을 치면서 할 거 다 하는 파티원들이 마냥 신기했다. 주현은 레비아탄의 움직임을 살피며 검을 휘둘렀다. 마침 레비아탄이 입을 활짝 벌려 뱃머리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경직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레비아탄을 공격하는 손이 느려졌다. 공격하다가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었다. 레비아탄이 고개를 드는 순간, 주현의 앞을 광택 나는 등판이 막아섰다. 새하얗게 염색한 판금 갑옷을 입은 단공이었다.
단공이 있는 힘껏 어깨를 부딪치자, 레비아탄이 뒤로 밀려났다.
[ 어스름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 월월월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 westone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파티] blueberry : ㄴㅇㅅ
[ 레아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성기사나 대장장이나 흔한 직업이 아니었던 탓에, 다른 사람이 경직을 대신 해 줄 거란 생각 자체를 못 했었다.
[ 블랙님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잠시 놓은 정신을 도로 차린 주현은 뒤늦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직자인 밍채가 경직을 대신 해 줬을 땐 놀랍고 고마운 마음이 컸는데, 같은 탱커인 단공을 보면 경직 하나 제대로 못 넣는 자신이 한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현의 실력을 잘 아는 서쪽과 월월월이 주현에게 완벽한 경직을 바라진 않겠다만, 능숙한 단공을 보면서 차이를 느꼈을까 봐 부끄러웠다.
파티원이 중앙으로 모이기 시작하자, 주현도 자리를 옮겼다. 아직 패턴에 익숙하지 않긴 했지만, 이번이 세 번째 입장이었기에 어느 정도 눈치는 있었다. 모두가 정중앙에 정확하게 서 있던 터라, 가장자리를 공격하는 레비아탄에게 잡혀가는 사람은 없었다.
[파티] strawberry : 님들 다 숙련이에요? 왜케 잘함???????
[파티] buleberry : 니가 젤 못하긴 함
[파티] strawberry : 말넘심 ㅜㅜ
[파티] 월월월 : 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월월월 : 레아님이랑 블랙님은 몇판 안 해보셨을거예염
[파티] 레아 : 저 이번이 두번째예요..!!!
[귓속말] 밍채 : 5 4 2 5 1
컷신이 진행되는 동안 파티원들이 떠들든 말든 조용히 있던 밍채가 2페이즈가 시작되는 동시에 귓속말을 보내왔다. 배를 집어삼킬 듯 다가오는 성난 파도는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됐다.
주현의 눈은 밍채가 아니라 단공을 쫓았다. 마지막 파도를 피하는 방법이 캐릭터마다 다른지 단공은 경직 스킬을 사용해 허점으로 돌진했다. 주현도 한번 따라 해 봤지만, 파도에 휩쓸려 레비아탄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귓속말] 밍채 : 형 지금 누굴 보는 거예요?
밍채는 시야가 어찌나 넓은지, 주현이 단공을 따라 했단 걸 바로 알아챘다. 어김없이 집착하는 밍채에 주현이 진땀을 흘리는 동안, 선두에서 요란하게 파도를 피하던 서쪽이 타륜을 손에 쥐었다. 보통은 달리거나 캐릭터를 굴려서 파도를 피하는데, 서쪽은 특이하게도 공격을 섞어 가면서 파도를 넘어 다녔다.
[파티] 어스름 : west님 묘하게 피하시네
[파티] 단공 : ㅈㄴ신기함;;
[파티] 월월월 : 저도 볼때마다 신기해염 ㅋㅋㅋㅋ
[파티] westone : ^^~
고인물들의 인정을 받은 서쪽은 어깨를 으쓱이며 타륜을 조종해 레비아탄의 복부에 배를 들이박았다. 주현과 레아를 삼키려 했던 레비아탄이 침을 뚝뚝 흘리며 갑판에 둘을 뱉어 놨다.
죽다 살아난 주현과 레아에게 월월월과 코쿄아가 기다렸다는 듯 파티 힐을 걸어 줬다. 체력이 바닥난 둘 중 먼저 피를 채운 건 주현이었다. 주현의 머리 위에는 새하얀 깃털 표식이 반복하여 떠오르고 있었다.
[파티] buleberry : 소름끼침;
[파티] 단공 : 와 지가 언제부터 힐러였다고
[파티] 밍채 : 성직자 힐러인데요?
힐 스킬 안 찍어 놓은 거 아니냐고 소문이 자자한 밍채가 마나 아까운 줄 모르고 힐을 퍼붓자, 평온 길드원들이 기겁하며 까무러쳤다. 밍채에게 힐 한 번 받아 보지 못한 단공에게, 밍채는 그것도 모르느냐는 태도로 반박해 단공을 원통하게 만들었다.
단공이 억울해하는 동안, 나머지 파티원은 묵묵히 레비아탄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3페이즈에 진입할 동안 아무도 죽지 않은 덕분에 이후엔 무난하게 레이드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파티] 코쿄아 : 수고하셨어여
[파티] 단공 : 오랜만에 ㅈㄴ 클린한 파티였음
[파티] westone : 너무 빨리 끝나서 좀 아쉽네요
[파티] 월월월 :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예염???
[파티] 레아 : 버스 탔네요 ㅠㅠㅠ 감사합니다
밍채의 빛 기둥에 맞고 체력을 모두 잃은 레비아탄은 바다 위에서 영혼이 흩어지더니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다. 서로 수고했다고 말을 나누는 사이, 정산이 끝나고 보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SYSTEM] westone님이 [시기 섞인 파도의 잔해]를 획득하셨습니다.
[SYSTEM] 월월월님이 [시기 섞인 파도의 잔해]를 획득하셨습니다.
[SYSTEM] 블랙님이 [시기 섞인 파도의 잔해]를 획득하셨습니다.
[SYSTEM] 레아님이 [시기 섞인 파도의 잔해]를 획득하셨습니다.
[파티] blueberry : 응 잡템
[SYSTEM] 밍채님이 [시기의 눈물]을 획득하셨습니다.
[SYSTEM] 어스름님이 [시기 섞인 파도의 잔해]를 획득하셨습니다.
[파티] 코쿄아 : 클골 때문에 도는거져
[파티] westone : 어? 밍채님 ㅊㅊㅊㅊㅊ
[SYSTEM] 단공님이 [시기 섞인 파도의 잔해]를 획득하셨습니다.
[파티] 단공 : 뭐임???????
다들 포션 재료로 교환이 가능한 잡템을 획득할 때, 밍채는 장신구 재료인 [시기의 눈물]을 가져갔다. 마침 잡템을 먹은 단공은 혼설이 망겜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분노했다. 주현도 단공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밍채는 지지난 주에도 [7대 악마 무기 재료 선택 상자]를 먹고 파티원에게 돈을 나눠 줬었다.
[파티] westone : 전 밍채님 좋게 생각했어요
[파티] 월월월 : 저도염
[파티] 레아 : 저도요!!!
파티장인 서쪽이 파티를 없애지 않고 마을로 돌아온 탓에 파티가 유지되고 있었다. 서쪽과 월월월이 밍채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단 건 알았으나, 공개적으로 표현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밍채와의 기억이 좋지 못한 레아까지 밍채를 적극 지지하니 주현은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때마침 우편함에 불빛이 들어왔다.
[파티] 블랙 : ㅅㅂ 다들 돈 받고 이러는 거예요?
[파티] 단공 : 뭐야 우린 왜 안 줘?
[파티] westone : 블랙님도 1억 프러포즈 받았잖아요 ㅜㅜ
[파티] 단공 : 1억은 또 뭐임????
[파티] blueberry : 몰라 무서워.....
단공은 밍채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고, 블루베리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파티] 어스름 : 밍채가 얼마 줘요?
[파티] westone : 비밀은 지킵니다
[파티] 월월월 : 100만이염
[파티] westone : ?
[파티] westone : 입 왜 이렇게 가벼워요 ㅡㅡ
[파티] 월월월 : 아 ㅋㅋㅋ 서쪽님 채팅 늦게봤어염 ㅠㅠ
주현은 파티원들의 채팅을 보며 다시 한번 우편함을 살폈다. 밍채가 주현에게 보낸 금액은 남들보다 0이 하나 더 붙은 1,000만 골드였다.
[파티] blueberry : 사사게 갈까봐 돈 찔러준단게 진짜였네
[파티] 단공 : 왠지 댓글에 미담이 넘쳐나더라
남들보다 10배 더 받았단 걸 들키면 서쪽과 월월월에게 또 놀림을 받을 게 뻔해, 주현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떠들썩한 파티 채팅을 지켜보다가 전화가 도착한 휴대폰을 발견하고 주현이 손을 뻗었다.
“어, 왜?”
발신인은 경찬이었다.
- 임채하도 너 하는 게임을 하더라? 그거 잘생긴 애들만 하는 게임이냐?
“……할 말이 그거야?”
- 나도 한번 해 볼까? 그거 재밌냐?
“……그 시간에 차라리 학원에 다녀.”
취한 기색이 물씬 느껴지는 들뜬 말투에 괜히 전화를 받았다는 후회가 들었다. 경찬도 한번 던져 본 말이었는지 혼돈의 설화를 하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기진 않았다.
- 아니. 나 오늘 조별 과제 애들이랑 같이 술 마셨거든?
같은 과도, 동아리도 아닌 사람들과 술을 마신단 것 자체가 주현은 신기할 뿐이었다. 조별 과제는 보통 하다가 싸움이 나는 게 대다수 아니었나? 채하가 그런 친목의 장에 참여했단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현이 조별 과제를 했던 당시에는 발표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톡방을 나가던 게 채하였다.
“임채하랑?”
- 아니, 아니! 걘 약속 있다고 갔지.
딱 봐도 거짓말이었다. 주현도 채하에게 당한 게 없었다면 그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채하의 잘난 얼굴이 거짓말에도 개연성을 만들어 줬다.
- 걔가 너한테 서운했다는데?
“……내 얘기를 했다고?”
-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긴 했지.
경찬이 먼저 말을 꺼냈든 말든, 채하는 서운하다고 말을 할 자격이 없는 놈이었다. 첫 만남부터 주현을 멸시했고, 내보인 호의는 무안하게 걷어찼다. 양심이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주현의 이름을 언급해선 안 됐다. 하지만 사람 눈치 안 보는 놈이란 건 진작 알아서 그런 기대 따위 해 본 적 없었고, 역시나 채하는 선을 넘었다. 그 언행에 어처구니가 없었고 아직도 제멋대로 사는구나 싶었다.
“무슨 말을 했는데?”
- 너한테 서운했다니까?
술에 취한 경찬은 답하는 속도가 느릿느릿했다.
“……그러니까 걔가 나한테 서운할 게 뭐가 있냐고.”
주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으며, 오른손으론 마우스 휠을 밀어 단공의 캐릭터를 뜯어봤다. 게임을 하면서 판금 갑옷을 입는 유저를 무수히 봐 왔지만, 단공만큼 잘 어울리는 유저는 없었다. 게임을 잘해서일까? 들고 있는 황금빛 해머가 다른 탱커보다 배로 든든해 보였다.
단공이 장비 세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했다.
- 친한 줄 알았는데 과제 끝나고 연락 한번 없었다며?
“……뭐라고?”
당황한 주현은 단공의 정보 창을 열려다가 실수로 친구 신청을 보내 버렸다. 단공이 수락했는지 화면 오른쪽 아래에 접속 알림이 떠올랐다.
[파티] 단공 : 아 ㅋㅋㅋㅋ 블랙님 제가 맘에 드셨나용?
[파티] blueberry : 말투 ㅈㄴ 역겨움
[파티] 어스름 : 왜 저럼?
[파티] 단공 : 블랙님이랑 친구됐음 >_<
[파티] 블랙 : 잘못눌렀어요 ㅜㅜ
[파티] 단공 : 그 말은 절 훔쳐봤다는? (부끄
[파티] blueberry : 작작 나대
[파티] westone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단공 : ㅜ_ㅜ
[파티] 밍채 : 지워요
[파티] 단공 : 내가 왜?
의도치 않게 밍채와 단공의 싸움을 붙였다.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고 티격태격 싸우던 둘은 함께 사라졌다. 아마도 1대1 PvP가 가능한 대련장으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 너 솔직히 너무하긴 했다?
밍채와 단공이 실력을 겨루는 동안 주현의 통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주현이 너무했단 소리를 듣는 건, 경찬이 채하와의 일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또 미주알고주알 설명해 주긴 싫어서 말을 아꼈다. 남들이 봤을 땐 조금 기분 나쁜 일에 불과할 수도 있고, 졸업한 주현이 이제 와서 채하에게 소문을 붙이는 것도 모양새가 별로였다.
“그렇게 아쉬우면 먼저 연락하라 해.”
- 안 그래도 내가 그렇게 말했지!
경찬이 우렁차게 웃으며 회답했다. 시시덕거리는 경찬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다 부질없는 조언이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먼저 연락할 리가 없었다. 과도 다르고, 이미 졸업한 선배에게 치근덕거려 봤자 떨어지는 것도 없었다. 물론 채하는 그렇게 떨어지는 콩고물을 얻어먹는 성격도 아니었다.
결국, 채하에겐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밍채가 대련에서 승리해, 단공은 억울하게도 주현을 친구 창에서 지워야 했다.
* * *
공지사항 | 업데이트 안내
안녕하세요. 혼돈의 설화입니다.
업데이트 후 변경되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직업 밸런스 패치 ]
■ 대장장이
- 전체 공격 대미지가 5% 증가합니다.
■ 성기사
- 전체 공격 대미지가 12% 증가합니다.
- 다음 스킬의 피해량 흡수가 20% 증가합니다.
《 기사의 맹세 》, 《 신념의 방패 》
■ 성직자
- 전체 공격 대미지가 15% 감소합니다.
- 다음 스킬의 마나 소비량이 30 증가합니다.
《 빛의 사슬 》, 《 신앙 》, 《 주신 리라의 축복 》
■ 음유시인
- 다음 스킬의 마나 소비량이 10 증가합니다.
《 영웅들의 합창 》
■ 창술사
- 전체 공격 대미지가 10% 감소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러운 직업 밸런스 패치가 진행되자, 유저들은 확성기와 자유게시판을 통해 불만을 토해 냈다. 포병인 서쪽은 없뎃[24]이라며 슬퍼했고, 마나 소비량 증가로 실질적 너프를 당한 월월월은 차라리 언급 없는 게 편이 낫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탱커는 공격 대미지 증가란 엄청난 상향을 받게 됐는데, 특히 주현의 직업인 성기사는 밸런스 패치의 최고 수혜자라 직업 게시판 분위기가 축제나 다름없었다. 같은 성기사인 신사는 악마 레이드 솔플 영상을 찍겠다며 <교만의 루시퍼>로 떠났다.
가장 피를 본 건 밍채의 직업인 성직자였다. <시기의 레비아탄> 경직 이슈 때문인지 창술사와 함께 공격 대미지 너프가 진행이 됐는데, 스킬 마나 소비량도 증가해서 전투가 더욱 힘들어졌다. 성직자 유저 대다수는 다음 업데이트 때 성능을 되돌려 주지 않는다면 캐릭터를 갈아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다수의 성직자가 좌절하고 있을 때, 그러든 말든 제 갈 길을 가는 놈이 하나 있었다.
[잡담] 성직자는 너프하는게 맞음
작성자 : knight11 | 댓글 : 19개 | 조회수 : 1020
한자리 랭킹 마검사인데 딜 경쟁하는거 좋아해서 기여도 표시 방만 가거든?
가끔 보는 성직자가 있음 걔도 한자리긴 해 ㅇㅇ
근데 매번 걔한테 졌음 한번쯤은 이길만한데도
성직자 기본버프 사기라서 너프가 맞음
* * *
[댓글]
* * *
- 존나 알못새끼 성직자 키우고 말해라
* * *
↳ knight11 : 내가 왜? 마검사 키울거임
* * *
- 걔가 잘하나보지
* * *
↳ knight11 : 한번도 못이기는게 말이 안댐
* * *
↳ 성직자가 이길수도 있지 별걸 다.... 왜 니가 이겨야 하는데?
* * *
↳ knight11 : 성직자는 힐러잖아 딜러가 더 쎄야하는게 당연하지
* * *
↳ 개노답새끼네 넌 성직자 없이 파티 짜라
* * *
↳ knight11 : 응!
* * *
- 누구 말하는지 알겠는데 걔는 애초에 컨이 사기 아님?
* * *
↳ knight11 : 그렇게 잘하지 않던데?
* * *
- 걘 힐 안 하잖아
* * *
- 그분은 힐러가 아냐
* * *
- 뭔데? 나만 모름?
* * *
↳ 나도 누구 말하는지 모르겠음
* * *
- 그 마족 말하는거 아님? 걔 너프후에 만나봤는데 아직 날아다녀
* * *
↳ 누구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이 댓 보니까 걍 걔가 잘하는거 ㅇㅇ;
* * *
↳ 마족이라고 하니까 알겠다 ㅅㅂ 걔 랭킹은 한자리라고 표현하기 좀 그렇지 않냐?
* * *
- 마검사 너프 기원
* * *
↳ knight11 : 그럴일 없는뎈
주현은 성기사가 상향을 받았다고 해서 딱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애초에 컨트롤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던지라, 유저들이 상향 받은 성기사에게 딜을 기대할까 봐 오히려 두려웠다. 밸런스 패치 후 성기사들은 능력치가 조금 부족해도 직업 전형으로 파티에 참여하는 일이 잦아졌다.
반면에 성직자는 같은 힐러인 연금술사와 음유시인에게 비교를 당하기도 하고, 힐이 필요 없는 고인물 방에선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SYSTEM] 블랙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SYSTEM] 밍채님이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파티] 시시로 : 성직자 안 받음
방을 만들까 하다가 이미 공개 방이 있기에 들어갔는데, 밍채의 직업이 성직자란 이유만으로 거절을 당했다. 성직자가 너프를 많이 먹었긴 해도 밍채는 랭킹 1위인데 나가라고 한다니. 직업만 보고 거르는 건 너무하다 싶었다.
혹시 몰라서 방 제목과 설정을 확인해 보자 공격력과 방어력만 제한이 걸려 있고, 직업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 당연하게도 밍채와 주현은 기준 능력치를 넘긴 상태였다.
[SYSTEM] 밍채님이 파티를 탈퇴하셨습니다.
밍채는 이런 일이 익숙한지 채팅을 보자마자 파티를 탈퇴했다.
[파티] 블랙 : 성직자는 왜 안 되는데요?
[파티] 시시로 : 밸패 안 보심?
[귓속말] 밍채 : 형 왜 안 나와요?
[귓속말] 밍채 : 저 버리고 가는 거예요?
[귓속말] 밍채에게 : 뭐래 아님;
[귓속말] 밍채 : 서운해요
[파티] 블랙 : 님이 더 약할텐데 무슨;
[SYSTEM] 블랙님이 파티를 탈퇴하셨습니다.
한소리하고 파티를 탈퇴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지워지지 않았다. 주현은 이럴 바엔 차라리 롤백이나 되었으면 했다. 애초에 상향 같은 거 바라지도 않았다.
이후 주현은 직접 방을 개설해 밍채와 함께 레이드를 갔다. 밍채는 개의치 않아 하는 눈치이지만 이전보다 약해진 게 확연히 보이니 오히려 주현이 열 받았다. 주현은 레이드가 끝나자마자 고객센터로 들어가 문의를 했다.
아군을 위해 마나를 희생하는 힐러인데, 너프가 말이 되느냐고 장문으로 따져 물었다. 그렇게 분노를 쏟아붓고 나서 게임으로 돌아오자 주현을 다급히 찾는 서쪽의 채팅이 보였다.
[길드] westone : 블랙님?
[길드] westone : 블랙님 잠수예요?
[길드] 월월월 : 무슨 일이에염???
[길드] westone : 잠수신가 ㅜㅜ
[길드] westone : 블랙님!!
[길드] 블랙 : 네?
[길드] westone : 블랙님 사사게 박제됐어요
[길드] 블랙 : 네?
주현은 다시 게임 창을 내리고 사건/사고 게시판으로 향했다. 보나 마나 밍채에게 나가라고 한 놈이 게시글을 썼을 게 뻔했다. 그리고 주현의 예상에 적중하듯, 그놈이었다.
[비매너] 재앙길드 성기사 <블랙> 시비충임
작성자 : 시시로 | 댓글 : 15개 | 조회수 : 506
(_00101.jpg)
초면인데 [님이 더 약할텐데 무슨;] 시전함
(_00102.jpg)
제 스펙입니다
엄청난 고스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낮은것도 아닌데
어이가 없네요
* * *
[댓글]
* * *
- 얘 어디서 봤지
* * *
↳ 레비아탄 경직
* * *
↳ 아 걔구나
* * *
- 말 무슨 맥락으로 한거임? 앞에 잘라서 모르겠음
* * *
↳ 시시로 : 개뜬금없이 저런거임
* * *
↳ 입장하자마자?
* * *
↳ 시시로 : ㅇㅇ
* * *
- 랭킹 높긴하다
* * *
↳ 그래도 말 저렇게하는건 아닌 듯
* * *
- 님이 더 약하긴 하네요
* * *
↳ 시시로 : 그렇다고 저렇게 말해도 되는거임?
* * *
- 이분 착하던데
* * *
- 중립
* * *
- 랭킹 좀 높다고 말 ㅈ같이 하네
* * *
- 글쓴애보다 성기사가 랭킹 더 높긴 한데 그래도 별 차이 안나는데? 저런 말할 정도로 지도 센것도 아니네 ㅋㅋ
[길드] 월월월 : 블랙님이 저렇게 말할 분이 아니신뎀;;;
[길드] 레아 : 허얼...... 채팅 조작한거 아니에여??!!!
[길드] westone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댓글까지 정독하고 나서 게임으로 돌아오니, 친한 길드원들이 주현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주현은 괜히 멋쩍어서 목덜미를 한번 쓰다듬고 채팅을 쳤다.
[길드] 블랙 : 제가 저렇게 말하긴 했어요
[길드] 레아 : 네???????
[길드] 월월월 : ?????
[길드] westone : ??
게임하면서 시비와 말싸움이 붙는 건 흔한 일인데, 길드원은 주현에게만 예외인 것처럼 반응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주현은 게임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좋은 장비를 맞추고도 던전에 잘 가지 않는 이유였다. 재밌으려고 게임을 하는 건데 사사건건 트집 잡고 싸우는 게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런 주현이 이번에 나서서 싸움을 걸게 된 건 오로지 밍채 때문이었다. 열다섯으로 추정되는 어린 애가, 직업이 성직자란 이유만으로 파티에서 쫓겨나는 모습이 보기 좀 그랬다. 밍채가 주현처럼 컨트롤이 별로라거나, 약코그만처럼 장비가 형편없는 경우도 아닌데, 밍채의 정보 창 한 번 열어 보지 않고 나가라 하는 건 부당했다.
주현이 당했다면 잊고 넘어갔겠지만, 밍채에게 일어난 일이라서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길드] westone : 헐 그럼 얼른 묻읍시다
[길드] 월월월 : 어떻게 묻는데염???
[길드] westone : 월월님이 더 큰 사건을 터뜨리는거죠
[길드] 레아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월월월 : 제 의견은염?????
[길드] westone : 블랙님을 위해서 그 정도 희생도 못해주나요????
보통 사사게에 박제가 되면 길드에서 쫓겨나기 마련인데, 아직 길드 마스터인 신사가 접속 중이지 않아 길드 채팅의 흐름이 명랑했다. 서쪽과 월월월은 사사게에 처음 닉네임을 올려 본 주현이 불안해할까 봐, 애써 분위기를 띄워 주고 있었다.
주현은 반박 글을 쓰기 위해서 혼돈의 설화 사진첩을 뒤졌다. 언제 억울할 일이 생길지 몰라 스크린 샷을 찍는 게 주현의 습관이었다. 그동안 찍은 스크린 샷을 확인하자, 사진첩의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밍채였다. 언젠간 사사게에 보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젠 그럴 마음도 사라졌다. 수많은 밍채의 만행을 지나쳐 오늘치 스크린 샷에 도달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일단 글이 복잡하면 엄청나게 재밌는 사건이 아닌 이상 대체로 읽지 않는다. 편집 프로그램을 켠 주현은 밍채의 닉네임 위에 까만 네모 도형을 얹어서 가렸다. 그리고 모바일에서도 잘 보이게끔 채팅 창 부분만 크롭했다.
사사게에 글을 올릴 때는 밍채의 닉네임과 귓속말 기록을 지운 원본 스크린 샷을 함께 첨부했다.
[비매너] 시시로님 성직자에게 다짜고짜 나가라고 하는 게 맞나요?
작성자 : SoftBlack | 댓글 : 18개 | 조회수 : 1006
(02.png)
저를 비매너라고 박제하신 시시로님의 원문입니다.
(_0052.jpg)
성직자님 닉네임과 관련 없는 귓속말 기록만 가린 원본입니다.
(01.png)
채팅창 크롭했습니다.
상황 설명
1) 시시로님이 성직자는 받지 않는다고 나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 성직자님은 채팅을 보고 바로 나가셨고, 전 이해하기 힘들어 시시로님께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3) 시시로님은 밸런스 패치를 보지 않은 거냐고 답하셨고, 이유를 듣고 나니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성직자님은 방에 있던 유저 중 가장 랭킹이 높았습니다. 밸런스 패치로 성직자가 하향 받았다고 해서, 파티에서 거절당할 스펙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성직자를 파티에 받지 않을 거였다면, 방 제목에 해당 사항을 기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 *
[댓글]
* * *
- 정성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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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것도 아닌거로 싸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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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로운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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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제에 안 써놓은 시시로가 좀 꼽긴한데 얘도 정상은 아닌듯? 그냥 지나치면 되는건데 지 일도 아닌데 시비 터네
* * *
- 성직자가 랭킹 높아봤자지 ㅋㅋㅋ 시시로 랭킹 보니까 공컷방이었겠네 그런 방은 힐러 필요 없고 데려간다고 해도 차라리 효율 더 좋은 음유시인이나 연금술사 데려가지
* * *
↳ 갓직자 아직 버퍼로 쓸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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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시시로 차단박음~~~~ 넌 나중에 갓직자 상향 먹어도 절대 찾지마라
* * *
- 두놈 다 차단함
* * *
- 이건 성직자 닉을 까야함 봐야 누구 잘못인지 알수있다
* * *
↳ 성직자는 가만히 있었는데 닉을 왜 깜?
* * *
- 혹시 그 성직자 님 커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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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인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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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절당할 스펙 절대 아니란거 보니까 맞나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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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위를 거르네 레전드
* * *
↳ 몰랐나보지
* * *
↳ 1위라고 걘 성직자 아니냐? 싹다 너프 먹었는데 거를수도 있지 뭔ㅋㅋㅋ 랭커라고 성역인줄 아는놈들 존나 많네
* * *
- 셋 다 차단함
* * *
↳ 니가 차단할급은 아닌것 같은데
[길드] westone : 와 저 감동했어요..
[길드] 월월월 : ㅋㅋㅋㅋㅋㅋㅋ 저두염 ㅠㅠㅠㅠ
[길드] 레아 : 찐사랑이세요.........
게시글을 올리고 게임으로 복귀하자, 길드 채팅은 감동의 물결이 한창이었다. 되도록 밍채가 이 사건을 몰랐으면 하지만, 평온 길드원들이 귀띔을 안 해 줄 리가 없었다.
[SYSTEM] 길드원 신사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길드] 레아 : 어서오세여!!!
[길드] 신사 : 블랙님
[길드] 블랙 : 네
[길드] 신사 : 사사게 박제될 짓은 제발 하지 좀 마세요 길드에도 피해가 갑니다;;;
[길드] 블랙 : 네 죄송합니다
길드 마스터인 신사는 접속하자마자 주현을 찾더니 꾸짖었다. 한 소리 들으면서 주현도 나름대로 반성을 했다. 이번에는 주현 혼자만의 잘못으로 끝났지만, 가끔 길드도 함께 욕을 먹는 경우가 있었다.
[귓속말] westone : ㅈㄴ 예민하네요 ㅡㅡ
[귓속말] 월월월 : 블랙님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염
서쪽과 월월월은 주현이 기죽을까 봐 서둘러 귓속말을 보내왔다. 주현은 제가 잘못한 게 맞고, 그래서 그다지 감정 상하지 않는다고 둘에게 답변했다.
[귓속말] 밍채 : 형
그사이, 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밍채에게 연락이 왔다.
[귓속말] 밍채 : 저 반했어요
[귓속말] 밍채에게 : ;
[귓속말] 밍채 : 저희는 저 사람 입장 금지 방 만들까요?
주현은 하루빨리 성직자의 성능이 복구되고, 시시로의 직업인 검사가 하향 받길 염원했다. 그리고 다음 주 업데이트 날, 주현의 소원은 반만 이루어졌다.
성기사의 피해량 흡수가 이전처럼 30%로 돌아왔다. 성직자는 게임 개발진 측에서도 너프가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전으로 성능을 롤백했다. 음유시인의 마나 소비량과 창술사의 대미지 감소도 함께 돌아왔다.
결국, 달라진 건 대미지 상향을 받은 대장장이와 성기사 단둘이었다.
[길드] westone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설 진짜 웃기네요
[길드] westone : 결국 탱커 빼고 다 롤백할거면서 어휴
[길드] 월월월 : 원활한 탱커 상향을 위한 연막이에염 ㅋㅋㅋㅋ
[길드] 신사 : 대장장이와 성기사는 상향 받을만했습니다
떠들던 서쪽과 월월월은 신사가 나타나자마자 함께 사라져 버렸다. 말을 섞기 싫다는 뜻이었다. 눈치가 부족한 신사는 꿋꿋하게 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길드] 신사 : 혼설이 이제야 성기사를 챙겨줘서 뿌듯하네요
[길드] 신사 : 그동안 너무 안 밀어줘서 내심 섭섭했는데ㅋㅋ
[길드] 레아 : 방학인데 신직업 안나오나여??
해맑게 등장한 레아가 의도치 않게 신사의 말을 잘랐다. 기다렸다는 듯 서쪽이 나타나더니 친절히 답장했다.
[길드] westone : 슬슬 티저 뜰 것 같아요
[길드] 레아 : 헉!!! 무슨 직업일까요?!
[길드] westone : 웬만한거 다 나와서 예상이 안 가네요
[길드] 신사 : 묵직한 타격감을 가진 탱커였으면 좋겠네요
[길드] 레아 : 전 귀여운 직업 나왔으면 좋겠어요
[길드] 신사 : 귀여운 직업이 어딨다고ㅋㅋ
[길드] 월월월 : 음유시인 키우세염
[길드] 레아 : 음유시인 귀엽죠!!! 근데 공격스타일이 저랑 안 맞아서 ㅠㅠ
보통의 게임들은 방학 때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고, 혼돈의 설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개발진 측에서 여름에 새로운 직업을 추가하겠다고 말을 꺼내 놓은 상태라, 유저들의 기대가 날이 갈수록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귓속말] 시시로 : 님
새로운 직업을 유추하는 떠들썩한 길드 채팅 사이로 반갑지 않은 닉네임이 보였다.
[귓속말] 시시로에게 : ?
[귓속말] 시시로 : 사사게 게시글 내리시죠?
[귓속말] 시시로에게 : 싫은데요
업데이트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놈이 굽히고 들어오는 이유야 뻔했다. 주현이 쓴 글 덕분에 시시로는 상당히 많은 성직자에게 차단을 받았고, 성직자는 그사이 원래 성능으로 돌아와 버렸다. 당분간은 성직자가 방장인 방에는 입장할 수 없을 테다. 본인이 방을 만든다고 하여도, 쉽게 성직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힐러 없이 파티를 짜거나, 성직자를 대신할 수 있는 음유시인과 연금술사를 구하면 되는 일이지만 그것 또한 귀찮고 번거로웠다. 사람들은 차라리 시시로를 버리고 파티를 구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을 할 테다.
모든 건 업보다. 딱 한 번 선을 넘었다가 밍채에게 게임 인생을 저당 잡힌 주현처럼, 시시로도 본인이 하던 짓을 그대로 돌려받는 거였다.
주현은 절대로 글을 내릴 생각이 없었다. 보호해 주고 싶던 밍채의 닉네임은 댓글에 까발려진 지 오래였고, 글을 지운다고 하여 당시 밍채가 받았던 부당한 대우가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애는 이미 상처 받았는데, 내가 왜?’
밍채는 조금도 상처 받지 않았고 오히려 가소로워했지만, 주현은 혼자 오해하고 있었다.
[귓속말] 시시로 : 씨~발새~끼야 니가 먼저 말 ㅈ같이 했잖아
주현은 습관처럼 스크린 샷 버튼을 눌렀다. 고객센터에 신고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게임 못해서 욕먹는 건 내심 서럽기도 했는데, 시시로가 화를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붓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통쾌했다.
[귓속말] 시시로 : 대련 받아라
[귓속말] 시시로에게 : 싫은데요
대련장으로 따라가 봤자 주현의 실력으론 시시로에게 농락만 당할 게 뻔했다.
[귓속말] 시시로 : 니가 이기면 1억줌
[귓속말] 시시로에게 : 돈 이미 많은데
[귓속말] 시시로 : 내가 이기면 글 지우는거로 해
[귓속말] 시시로 : 읽고 있음?
[귓속말] 시시로 : 내가 미안해 사과함ㅇㅇ
[귓속말] 시시로 : 근데 너도 잘못했잖아?
공격 대미지 상향을 받은 데다가 경직 스킬까지 보유한 주현은 차단당해 봤자, 오히려 주현을 차단한 사람들이 손해였다. 댓글만 보면 주현을 차단했단 유저들이 상당수였는데, 막상 주현과 밍채가 함께 파티를 맺고 방을 만들면 사람들이 앞다투어 입장했다.
주현은 친구 목록을 열어 마침 접속 중인 밍채에게 귓속말을 걸었다.
[귓속말] 밍채에게 : 야
[귓속말] 밍채 : 야는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에요?
[귓속말] 밍채에게 : 밍채야
[귓속말] 밍채 : 네
[귓속말] 밍채에게 : 시시로가 대련하자는데
[귓속말] 밍채 : 형 바람피워요?
시시로 입장 금지 방을 만들자고 제안하던 밍채는 며칠 사이 닉네임을 완벽하게 잊어버렸다. 애초에 의견을 낼 때도 ‘그 사람’이라고 칭하긴 했었다.
[귓속말] 밍채에게 : 너보고 나가라고 했던 애잖아..
[귓속말] 밍채 : 아
밍채는 감탄사만 내뱉고 사라져 버렸고, 곧장 시시로에게 비속어 섞인 귓속말이 도착했다.
[귓속말] 시시로 : 씨~발 너 금세 일러바쳤냐?
[귓속말] 시시로에게 : 왜 갑자기 욕을 하세요?
[귓속말] 시시로 : 니 커플 새~끼가 나한테 대련을 걸잖아
[귓속말] 밍채에게 : 멈춰
[귓속말] 밍채 : 네
밍채가 어디로 갔나 했더니 시시로에게 대련 신청을 넣고 있었다. 밍채와의 대련은 욕을 쏟아 낼 정도로 몸서리치면서, 주현과의 대련엔 1억 골드를 걸 만큼 자신만만한 모양이었다.
주현은 자꾸만 질척이는 시시로가 귀찮기도 해 합의점을 모색해 보기로 했다.
[귓속말] 시시로에게 : 게시판에 사과문 올리면 지워줌
[귓속말] 시시로 : 미~쳤냐?
[귓속말] 시시로에게 : 그럼 안 지움
[귓속말] 시시로 : 5억 걸게 뜨자
[귓속말] 시시로에게 : 5억 없어 보이는데..
주현은 시시로의 정보 창을 열어서 장비와 아바타 도감 점수를 뜯어봤다. 장비는 랭킹이 뜰 정도로 상당히 좋은 편이었지만, 도감 점수가 낮은 걸 보아 랭킹권치고 돈을 많이 쓰는 놈이 아니었다.
장비를 팔지 않는 이상, 5억 골드를 들고 있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귓속말] 시시로 : 팔아서라도 줄게ㅇㅇ
5억이면 밍채에게 어울릴 만한 아바타를 금액 신경 쓰지 않고 고를 만한 골드였다. 주현은 시시로와의 대화를 스크린 샷으로 저장하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귓속말] 시시로에게 : 대신 금요일에 해요
[귓속말] 시시로 : ㅇㅇ 말바꾸지마셈
대련에서 주현이 져 봤자 올려놨던 게시물을 삭제하는 게 전부였고, 운 좋게 이긴다면 시시로에게 5억 골드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시시로가 골드를 주지 않고 도망간다면 다시 한번 사사게에 정성스럽게 글을 쓰면 되는 일이었다. 시시로의 입장에서 밑지는 장사였다.
시시로와 대화를 끝낸 주현은 밍채에게 말을 걸었다.
[귓속말] 밍채에게 : 밍채야 대련하자
PvP 1타 강사와의 맹연습을 위해 일부러 대련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았다.
* * *
[길드] westone : 블랙님 뭐예요? 왜 대련장이에요?? 시비 걸렸어요??
[길드] 월월월 : ?????????
[길드] westone : 누가 괴롭혀요 ㅡㅡ 바통터치 합시다
[길드] 블랙 : 밍채랑 하고 있어요
[길드] westone : 어..
[길드] 월월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을 치느라 캐릭터를 잠깐 멈춰 놓자, 밍채가 날린 빛 기둥에 정수리를 얻어맞더니 뒤로 자빠지며 대번에 시체가 되었다. 밍채와 함께 대련장에 들어온 이후, 주현은 대미지 한 번 못 먹여 보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대련장에 입장한 지 30분이 넘었으니, 서쪽이 주현을 발견할 만도 했다.
[길드] westone : 구경 가도 되나요?
[전체] 블랙 : 길드원분들이 구경하고 싶다는데 방 다시 파도 돼?
[전체] 밍채 : 네
[길드] 블랙 : 그럼 방 다시 만들게요
[길드] 레아 : 저도 갈래요!!!
[길드] 월월월 : 저두염
관전을 허용한 대련장으로 방을 새로 개설한 후, 길드원 셋을 초대했다. 주현은 세 명이 모두 입장한 걸 확인하고 준비 버튼을 눌렀고, 밍채가 곧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주현이 밍채에게 다가가는 동안, 밍채는 빠르게 제 몸에 버프를 둘렀다.
《 신앙 : 10초간 공격의 대미지가 10% 감소합니다. 》
주현에게 디버프를 걸어 주는 것도 까먹지 않았다. 밍채와 한 시간 넘게 싸우다 보니까 성직자의 웬만한 스킬은 외우게 되었다. 맞다 보면 공격 패턴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밍채의 공격은 맞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참신한 방법으로 허를 찔렀고, 주현의 캐릭터는 매번 바닥을 굴렀다.
《 신념의 방패 : 5초간 본인이 받는 피해량이 30% 감소합니다. 》
능력치 보정이 있는데도 밍채의 공격은 주현에게 너무나 아팠다. 빛 기둥이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버프를 둘렀으나 주현의 화면에는 방어구 중 장갑과 신발이 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체] westone : 그냥 일방적 폭행 아닌가요?
[전체] 월월월 : 맞는 것 같은데염....
[전체] westone : 블랙님 보호자로서 용납할 수 없네요
[전체] 밍채 : 봐주면 형 실력이 안 늘잖아요
[전체] westone : 아 연습 중인 거였어요?
싸우면서 채팅을 치는 밍채는 몇 번을 봐도 경이로웠다. 스킬을 쓰고 주현의 캐릭터가 자빠지는 동안 말을 쏟아 내는 모양인데, 여간 타자가 빠른 게 아닌 듯했다.
어느새 또 시체가 된 주현은 대련장 구석으로 날아갔다. 관전이 가능한 대련장은 지붕 없는 둥근 계단식 구조였는데, 주현의 캐릭터가 부딪힌 벽 너머 객석에는 길드원들이 쪼르르 앉아 있었다.
[전체] westone : 블랙님 랭크전 2시즌 미리 준비하는 거예요?
구경하던 서쪽의 머리 위로 말풍선이 떠올랐다.
[전체] 블랙 : 아뇨 자꾸 대련하자는 사람이 있어서..
[전체] westone : 누가요?
[전체] 월월월 : 그 스스로 아니에염?
스스로가 아니라 시시로였다. 밍채에 이어 월월월까지, 시시로를 두 번 죽였다.
[전체] westone : 아 그 성직자 나가라던 애요?
[전체] westone : 성직자 안 받는단 것도 웃겼어요 공격 스킬이랑 대미지만 너프 당한 건데 ㅋㅋ
[전체] westone : 애초에 힐버퍼용으로 구하는 거면 상관없지 않나?
[전체] 레아 : 성직자한테 얻어맞은 기억 있는 게 아닐까여...?
[전체] westone : 가능성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밸런스 패치 때마다 성능이 하향된 직업을 꺼리는 기색이 몇 번씩 있긴 했지만, 노골적으로 나가라고 눈치를 주는 건 논란이 될 법한 일이었다. 특정 직업을 우대한다는 방 제목은 봤어도, 쫓아내는 건 처음 경험해 봤다.
언제 어느 직업이 다시 떠오를지 모르는데, 이것저것 조건을 따져 가며 거르면 끝이 없었다.
[전체] 밍채 : 형 레디해요
[전체] 월월월 : 쉴틈 안 주고 때리시네염 ㄷㄷ
[전체] westone : 여러 방면에서 사랑이 넘친달까
[전체] 블랙 : ㅅㅂ 뭐라는 거예요
[전체] 레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현은 이후에도 샌드백처럼 밍채에게 흠씬 얻어맞았다. 반격도 못 해 보고 맞기만 하는 모습이 지루했는지, 길드원들은 레이드에 가겠다고 퇴장했고 어느새 대련장엔 밍채와 단둘이 남았다. 시시로와의 대련 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주현은 오늘은 이만 마무리 짓기로 했다. 방에서 나온 주현은 채예스 상가에 있는 거래소로 향했다.
유저들 사이에서 예쁘다고 자자한 아바타 아이템을 둘러보다가, 밍채가 늘 투명 모자를 착용한단 걸 상기하고 모자 위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되도록 캐릭터 얼굴은 가리지 않았으면 해서 매번 모자를 빼고 아바타 세트를 보내곤 했었다.
그렇게 구경하던 차에, 캐릭터 코디에 따라 안경도 하나쯤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바타로 나온 안경 중 가장 얇고 둥글어 유저들 사이에서 필수템이라 불리는 [지적인 학자 안경]을 사려다가, 뭔가 아쉬워 [지적인 학자 세트]를 통째로 구매해 버렸다. 그동안 밍채에게 도움받은 것도 많았고, 함께 레이드를 다니면서 번 골드도 꽤 됐던 터라 주기 부담스러운 선물은 아니었다.
NPC를 통해 염색을 마친 주현은 우편으로 아바타를 밍채에게 넘긴 후 로그아웃을 했다.
* * *
[밍채] (사진)
[밍채] 저 예뻐요?
블라인드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이 살인적이라 느껴지는 다음 날 오후. 사무실에서 편집 프로그램을 켜고 업무를 보던 중에 밍채로부터 톡이 도착했다. 커스터마이징 파일을 넘겼던 날 이후 처음 온 연락이었다. 애교 감정 표현을 사용한 밍채의 캐릭터가 화면을 바라보며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주현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밍채가 보낸 사진을 키웠다.
얇은 금테 안경이 밍채와 퍽 어울렸다. 확실히 잘 만들었다. 밍채의 사진을 뜯어보면서, 제 캐릭터도 유려한 미인형 얼굴로 바꿔 볼까 하다가 생각을 관뒀다. 그러면 밍채와 쌍둥이처럼 보일 게 뻔했다.
[블랙] 어 괜찮다
[블랙] 지금 접속 중이야?
[밍채] 아뇨 저 영어 학원이요
[블랙] 저 사진은 뭔데?
[밍채] 형 보여주려고 어제 찍어 놓은 거예요
어제 찍어 놓은 걸 왜 이제야 보냈을까. 답장을 보내려다가 때마침 자리를 비웠던 대리가 돌아오는 걸 보고, 주현은 서둘러 PC 톡을 화면에서 내렸다. 주현의 자리를 지나쳐 파티션 너머에 앉는 걸 확인한 후, 다시 PC 톡을 화면으로 끌어왔다.
[밍채] 왜 읽고 답도 안 해줘요?
[밍채] 서운해요
[블랙] 업무 중이라 그래
[밍채] 형 일 몇 시에 끝나는데요?
[블랙] 6시
[밍채] 게임 접속하면은요?
[블랙] 7시 30분?
[밍채] 그럼 그때 만나요
간간이 예고 없는 야근이 주현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지만, 오늘은 운 좋게도 피해 갔다. 작업한 파일들을 제대로 저장했는지 확인하고 컴퓨터를 종료했다. 내일은 아침부터 업무 메일이 쏟아지지 않길 기도하며 책상 정리를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섰다.
붐비는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니 역에서 내릴 때쯤엔 몸이 녹초가 되었다. 여름철이라 그런지 저녁이 되어도 길거리의 공기가 후끈했다. 이대로는 안 될 듯싶어서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사기로 했다.
편의점 냉동고 앞에 서서 무슨 맛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힘들게 돈 버는데 이런 것도 마음껏 못 사나 서러워져 손이 가는 대로 집어 바구니에 넣었다.
“너 진짜 안 가?”
“안 가.”
주현의 왼편에 있던 출입문이 열리면서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초콜릿 맛 콘 아이스크림을 집으려 했던 주현의 손이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보통 3년이나 지났으면 목소리를 잊을 만하지 않나? 어제 들은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쉬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얘들이 너 꼭 데려오라는데?”
“나 약속 있어.”
귀찮은 기색을 숨기려고 애써 말을 지어내지만, 그게 모두 연기라는 걸 안다. 그래서인지 감춰진 속내를 읽어 내기가 쉬웠다.
검은 반소매 아래 하얗게 드러난 팔이, 어정쩡하게 서 있던 주현의 어깨를 지나쳤다. 머리 위를 어둑한 그림자가 뒤덮으며, 상대의 가슴팍과 맞닿은 등에 짤막한 온기가 전해졌다. 상대는 주현이 잡으려고 했던 초콜릿 맛 콘 아이스크림을 가져가더니, 냉동고 위에 올려진 분홍색 바구니에 쏙 집어넣었다.
“선배. 오랜만이에요.”
주현은 자신이 채하를 얕봤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경찬의 앞에서 제 얘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얼굴 가죽 한번 두꺼운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서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붙이니 그 모습에 기가 찼다.
주현은 힐끔 눈알을 굴려 채하의 행색을 훑었다. 3년 만의 재회라서 그런지, 마지막 기억과 차이가 있었다. 당시보다 얼굴 살이 빠져서 턱선이 날렵해진 것과 목소리에 무게감이 실려 조금 더 묵직해졌다는 것.
물론 변하지 않은 점도 있었다. 고개를 꺾어서 올려다봐야 한다는 것과 군대도 갔다 온 애가 피부는 하나도 타지 않아서 여전히 새하얗단 것.
그리고 속내를 아는 주현만이 느끼는 채하의 특이점. 기다란 속눈썹 때문에 그늘진 그림자가 서늘한 분위기를 준다는 것과 매끄럽게 올라간 입매가 비웃음처럼 보인다는 것.
당장 화를 내도 모자랄 판에 목구멍으로 침만 삼켰다. 주현이 말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채하의 얼굴이 여전히 취향이라는 사실이었다. 저 잘난 껍데기에 홀리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는데, 그 각오가 무색하게도 채하의 앞에서 몽땅 무너져 버렸다.
“안녕하세요!”
선배라는 호칭 때문인지, 뒤에 서 있던 모자 쓴 남자가 채하의 어깨 너머로 주현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주현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까딱였다. 이미 졸업도 했고 과도 다른데 인사 받기가 민망했다.
“잘 지내셨어요?”
안부를 묻던 채하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시선을 맞췄다. 이제 보니까 변화가 하나 더 있었다. 곧게 뻗은 콧대 위에 얄따란 은테 안경이 걸쳐 있다는 것. 그게 또 잘 어울려서, 더 재수가 없었다.
“그동안 연락 한번 없으셔서, 저 섭섭했어요.”
주현이 대답하지 않아도, 채하는 홀로 말을 이어 갔다. 진짜로 섭섭한 애들은 선배 눈치 보느라 말도 못 꺼낼 텐데, 채하는 뻔뻔한 태도로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았다. 이젠 채하가 형식상 건네는 말이란 걸 안다. 주현은 대충 흘려들으며 냉동고 문을 닫았다.
“과제 때문에 바빴고, 졸업 때문에 바빴고, 취업 때문에 바빴고, 이젠 일하느라 바빠.”
주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대학가에 사니까 아는 사람을 너무 자주 만났다. 얼른 이사하든가 해야 하는데, 역세권이라 위치 좋은 현재의 자취방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주현은 아이스크림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계산대로 향하려 했지만, 검은 슬랙스 밑단과 반들반들한 운동화 앞코가 쓱 밀려오며 길을 막아섰다. 새삼스럽게도, 생긴 애들은 대충 입어도 태가 난다는 걸 실감했다.
“선배, 저 안 반가워요?”
채하가 잘난 얼굴을 들이대며 서운하단 식으로 말을 뱉었다. 두툼한 입술의 꼬리까지 내려간 모습이, 둘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주현이 나쁜 놈이었다.
주현이 아는 채하치고 말이 구질구질하게 길었다. 친구 앞이라서 친한 척 들러붙는 건가도 싶었지만, 채하의 친구는 주현과 초면이었다. 채하가 주현을 모르는 척 지나간다고 하여 의아해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채하는 주현에게 원하는 바가 있다.
“집 가면 게임밖에 안 할 텐데, 가서 친구랑 놀지 그래?”
그리고 주현은 채하의 목적을 쉽게 읽어 냈다. 그래서 더더욱 채하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싫었다. 주현은 채하가 그랬던 것처럼, 거짓말을 거침없이 술술 뱉어 냈다.
“친구는 너랑 놀고 싶은 눈치인데.”
말이 길어질수록 채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주현은 도리어 그 모습에 힘을 얻었다.
“너 모여서 노는 거 좋아하는데 쑥스러워서 잘 못 낀다며? 있는 친구들한테 잘해.”
“헐, 너 그랬냐? 야, 얘들이 너 기다리고 있다니까?”
브랜드 로고가 박힌 하얀 모자를 쓴 남자는 의심 없이 그 말을 믿으며 채하에게 엉겨 붙었다. 주현은 채하의 낯빛이 어두워진 걸 확인하고 서둘러 바구니를 챙겨 계산대로 달려갔다.
“선배.”
뒤에서 들려오는 냉랭한 말투에 주현은 처음으로 쾌감을 맛봤다. 카드로 계산을 마친 주현은 아이스크림이 담긴 봉투를 들고 들뜬 얼굴로 채하에게 인사했다.
“그럼 오늘은 잘 놀고. 연락해, 다음에 보자.”
실소하는 채하를 끝으로, 주현은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꿉꿉한 공기를 가르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늘 여유롭고 위선적이던 채하가 자신 때문에 열 받아 본모습을 드러냈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러다가 문득, 세 살이나 어린 애를 상대로 너무 진심이었던 게 아닌가 후회가 들었다. 터벅터벅 걷는 다리와 함께 손목에 걸린 흰 비닐봉지가 흔들렸다. 고개를 든 주현은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가로등을 지나, 어둑한 하늘에 떠오른 초승달을 바라봤다.
‘아직도 임채하를 좋아하나?’
좋아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었고, 그 이름을 구태여 떠올리지만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채하를 앞에 두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까지 좋아했나?’
가깝게 지낸 건 고작 몇 달에 불과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오래도록 자리를 지킨단 게 참으로 기묘했다. 이후에 만남을 꺼리며 단절된 삶을 산 것도 아니었다. 기억을 묻어 둔 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채하의 존재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단 게 절망스러웠다.
자취방에 도착한 주현은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 둔 후 찝찝한 몸을 씻으러 욕실로 직행했다. 샤워를 끝내고 돌아온 주현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든 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주현이 택한 건 채하가 바구니에 넣어 주던 초콜릿 맛 콘 아이스크림이었다. 냉동실에 계속 내버려 두면, 볼 때마다 채하를 떠올릴 것 같아 서둘러 해치우기로 했다.
“뭐야?”
혼돈의 설화에 접속한 주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친구 목록을 훑었다. 밍채가 아직 접속하지 않았다. 7시 30분에 만나자고 하길래 시간이 애매해 저녁까지 걸렀는데, 정작 밍채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
* * *
[귓속말] 코쿄아 : 블랙님
밍채의 접속을 기다리는 동안,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모니터 채팅 창에는 어디선가 본 닉네임으로부터 귓속말이 도착해 있었다. 왜 이렇게 낯이 익나 싶어 정보 창을 열어 봤다. 길드는 없었고, 직업은 성직자로 랭킹이 표기되지 않았다.
[귓속말] 코쿄아에게 : 누구세요?
[귓속말] 코쿄아 : 저 평온길드였는데
‘레비아탄에서 만났었나?’
같은 성직자인 밍채에게 가려 존재감이 흐릿했다. 커스터마이징을 보면 누군지 기억이 날 성싶은데, 정보 창은 입은 장비와 아바타만 열람할 수 있었다. 코쿄아의 장비를 마우스로 대충 훑어본 주현은 레비아탄에서 만났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답장을 보냈다.
[귓속말] 코쿄아에게 : 그래서요?
평온 길드원도 아니고, 평온 길드를 탈퇴한 유저가 주현에게 구태여 말을 붙일 이유가 없었다. 주현의 물음이 딱딱하게 느껴졌는지, 코쿄아는 움츠러든 상태로 대화를 이어 갔다.
[귓속말] 코쿄아 : 저 평온에서 들은게 있어서여...
[귓속말] 코쿄아 : 블랙님은 아셔야 할것 같아서 귓속말 드린건데
[귓속말] 코쿄아에게 : 뭔데요?
코쿄아는 서두가 길었다.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 걸 보아 심각한 일인 것처럼 보였다. 주현이 꼭 알아야 한다면 밍채와 관련된 이야기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코쿄아가 평온을 탈퇴한 상태라 어떤 주제일지 감이 안 잡혔다.
[귓속말] 코쿄아 : 밍채님이 블랙님을 좀 나쁘게... 말하셨거든여
[귓속말] 코쿄아 : 재밌어서 데리고 다닌다고
[귓속말] 코쿄아 : 길마랑 말하는걸 제가 봤어여
[귓속말] 코쿄아 : 아 평온 길마는 어스름이에여
별로 나쁜 말을 한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상황을 모르는 코쿄아의 입장에선 흉보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었다. 주현이 채팅을 읽으며 밍채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는 동안, 코쿄아는 조곤조곤 나머지 말을 늘어놓았다.
[귓속말] 코쿄아 : 그래서 어스름님이 나중에 재미없으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셨거든여?
[귓속말] 코쿄아 : 그럼 버린다고 하셨어여
함께 다니는 이유야 어떻든 상관없었지만, 밍채가 단번에 주현을 버리겠다고 결정을 한 건 좀 뼈아팠다. 정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하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었다. 원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이었는데, 몇 달 붙어 다녔다고 달라졌을 리가. 말장난 한 번 친 거 가지고 죽일 듯 쫓아오던 게 밍채였다.
그렇게 밍채와의 일을 곱씹을수록 내심 서운해졌다. 커스터마이징부터 해서 아바타까지. 겉모습을 그렇게 갱생해 줬는데 냅다 버린다고 대답했다니. 게임 친구한테 정 주는 거 아니라지만, 애초에 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몇 번을 당하고 결심해도 무엇 하나 제멋대로 할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었다.
물론 코쿄아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스크린 샷 같은 명확한 증거를 내민 것도 아니었고, 평온 길드에서 탈퇴한 상태였으니 말을 지어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코쿄아가 일부러 둘의 사이를 갈라 놓을 이유도 없었다.
[귓속말] 코쿄아에게 : 괜찮아요 저도 걔 좋아서 커플하고 있는 건 아니어서요
[귓속말] 코쿄아에게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귓속말] 코쿄아 : 넵 즐겜하세여
섭섭한 속사정을 꾹 삼켜 내고 침착하게 대화의 끝을 맺었다. 코쿄아의 이야기가 진짜든 가짜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줘서 좋을 게 없었다.
무심코 든 생각에 주현은 게임 커뮤니티에 접속해 밍채의 닉네임을 검색해 보았다. 보통은 박제의 위험성을 우려해 글에 대놓고 닉네임을 쓰는 경우가 드물지만, 밍채는 랭킹이 워낙 높아서 그런지 게시글 몇 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잡담] 갓직자 랭킹 뒤집힘
작성자 : crescent | 댓글 : 12개 | 조회수 : 680
랭킹 상승 500위 뭐임?
밍채가 존나 치고 올라왔는데
* * *
[댓글]
* * *
- 뭐긴 돈 많은 아저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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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가 닉을 저렇게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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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 아저씨들이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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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씨바 500위 상승; 템 한번에 다 맞춘건가?
* * *
- 이분 복귀하셨네
* * *
↳ 원래도 랭커임?
* * *
↳ 엉 그때 템 다 팔고 갔었음
* * *
- 거래소에서 묵힌 아바타 존나 팔던데 그 돈으로 스펙업하셨나보지
* * *
- 대가리깨진놈들 많네 이걸 돌아와?
* * *
↳ ㄹㅇ 이걸 복귀해?
* * *
- 이렇게 랭킹 확 오르는 애들 템 어디서 구하는거임???
* * *
↳ 직작[25] 아니면 사는거지 뭐
계속 게임을 했을 줄 알았는데 밍채가 복귀 유저라는 게 신기했다. 게시물의 날짜를 살펴보니 작년 가을이었다. 생각보다 최근의 일이라는 게 의외였고, 랭커인 서쪽이 밍채를 모르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복귀한 거라면, 처음 게임을 했을 때는 얼마나 어렸던 거지? 밍채가 나이를 속였을 수도 있지만, 주현이 어릴 때 했던 게임에도 나이 또래 랭커가 꽤 있던 편이었다. 오히려 게임을 접은 유저의 계정을 샀다는 가정이 상황에 알맞았다.
때마침 밍채의 접속 알림이 떠올랐다.
[귓속말] 밍채 : 형
평소와 같은 대화인데도 괜히 껄끄러웠다. 스물여섯 먹고 열다섯 살 남자애한테 따져 묻는 것도 이상해 주현은 말을 아꼈다. 세대 차이를 느껴서 거리를 두고 싶었을 수도 있지. 주현은 그렇게 냉정한 밍채의 선택을 위안했다.
[귓속말] 밍채 : 친구가 자꾸 놀자고 해서 늦었어요
[귓속말] 밍채에게 : 그럼 놀고 오지
[귓속말] 밍채 : 재미없어요
밍채는 재미를 기준 삼아서 사는 모양이다. 하긴 그 나이대엔 당장 재미있는 일이 우선이긴 하다.
[귓속말] 밍채 : 이상한 사람도 만났고
밍채가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면 어떤 경지에 올라야 하는 걸까? 주현이 만나 본 사람 중 밍채는 손으로 꼽힐 정도로 괴상망측했다. 주현은 밍채가 말투와는 안 어울리게도 조금 만만하게 생겼으리라 짐작했다.
늦은 이유를 정성스럽게 늘어놓는 밍채를 보면 코쿄아가 했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만약 코쿄아가 이야기를 지어냈다면, 열다섯 살을 상대로 너무 진심인 게 아닐까? 물론 그런 방법으로 사람을 농락하는 유저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겠다만.
[귓속말] 밍채 : 형 제가 귀찮아요?
[귓속말] 밍채 : 왜 놀고 오라고 해요?
[귓속말] 밍채 : 전 형이랑 놀고 싶어서 학원 숙제도 열심히 했는데
[귓속말] 밍채에게 : 미안하다..
무심코 뱉은 말이 서운하게 느껴진 건지, 아니면 본인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함인지 밍채가 말을 길게 쏟아 냈다. 주현은 늘 그랬던 것처럼 밍채를 달래 주며 대련 신청을 걸었다. 함께 대련장에 입장한 주현은 어김없이 밍채에게 얻어맞다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뻗어 버렸다.
[전체] 블랙 : 너 어스름님이랑 친해?
이 정도는 물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고심하다가 힘겹게 내뱉은 말이었다. 돌아오는 답은 재빠르면서 싸늘했다.
[전체] 밍채 : 형 저번엔 단공이더니 이번엔 어스름이에요?
[전체] 블랙 : 그런거 아니거든;;
단공의 정보를 훔쳐보다가 친구 신청을 넣었던 일은 회상할 때마다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다.
[전체] 블랙 : 왜 평온 길드에 갔나 해서
[전체] 밍채 : 탈퇴하고 재앙으로 갈까요?
[전체] 블랙 : ㄴㄴㄴㄴㄴㄴ
큰일 날 소리였다. 작정하고 남의 길드원을 빼돌리는 건 비매너 행위 중 하나다. 주현은 서둘러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했다. 밍채도 가볍게 뱉은 농담 정도였는지 눈치껏 넘어갔다.
[전체] 밍채 : 어스름 형이 오라고 해서요
‘형?’
주현은 밍채가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형이라고 부르는 걸 처음 봤다. 딱히 애칭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어스름도 형이라고 불린단 사실을 알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아끼던 동생이 제일 친한 형으로 다른 사람을 지목했을 때의 심정과 상당히 유사했다.
[전체] 밍채 : 형 평온에 관심 있어요?
[전체] 블랙 : 아니 그냥 너희 길드니까
[전체] 밍채 : 저한테 관심 있어요?
[전체] 블랙 : 그렇다고 치자
[전체] 밍채 : 저도 형한테 관심 있어요
부정할수록 한술 더 뜨는 놈이니, 주현은 웬만해서 밍채의 말에 수긍하는 편이었다.
주현은 제가 선물해 준 [지적인 학자 세트]를 입은 밍채의 차림새를 눈으로 꼼꼼히 훑었다. 어깨에 걸쳐진 새까만 케이프와 목 카라에서부터 이어진 황금빛 브로치와 체인이 적절히 어우러져 단정하고 절제된 느낌이 있었다. 다만 커스터마이징 때문에 여전히 변절자의 기운을 풍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전체] 밍채 : 형 제 거예요
[전체] 블랙 : 그래 너 가져
금테 안경 너머로 깜빡이는 눈꺼풀이 누군가를 연상시켰으나 주현은 빠르게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 * *
시시로와 기약한 결전의 날. 주현은 그간 겨뤘던 밍채와의 대련을 떠올렸다. 친구 목록에 있는 유저 중 PvP 콘텐츠에 뚜렷한 두각을 보이는 게 밍채였던지라, 배우겠단 마음으로 대련에 임했는데 주현은 두들겨 맞은 기억밖에 없었다.
‘이래서 이길 수가 있나?’
주현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시시로에게 걸려 온 대련 신청을 수락했다. 관전을 허용해 두지 않은 탓에 시시로가 발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전체] 시시로 : 님 말 지키셈
[전체] 블랙 : 네
[전체] 시시로 : 님이 이기면 나도 진짜로 5억 줄게
[전체] 블랙 : 네
주현이 준비 버튼을 누르자, 시시로는 냉큼 게임을 시작했다. 시시로의 직업은 무기로 검을 사용하는 검사였다. 비슷한 직업으로는 마검사와 성기사가 있으며, 둘과 다른 점으론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현의 캐릭터를 향해 달려오던 시시로가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더니 크게 휘둘렀다. 주현은 서둘러 검날을 세워 방어했다. 시시로는 의연하게 다음 공격을 이어 갔다. 칼날이 왼쪽 어깨를 가르려 하자, 주현도 대검의 방향을 바꿨다.
밍채가 이렇다 할 공격은 알려 주지 않아서, 주현은 방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시로는 계속해서 주현의 몸을 노렸지만, 때마다 재빠르게 알아채고 날을 세우는 대검 탓에 무기에 피 한 방울 묻혀 보지 못한 상태였다.
본능적으로 시시로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낸 주현은 당혹스러운 심정이었다. 그동안 밍채와만 대련을 해 봐서 제 실력이 늘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 막상 시시로와 붙어 보니까 밍채와 비교하면 공격이 시시하다 못해 지루했다. 공격 못 막고 매번 바닥을 구르던 주현의 모습은 과거에 남게 되었다.
방어에만 매진하던 주현은 때를 엿보다가, 공격을 마친 시시로가 굼뜰 때를 노려 반격을 넣었다. 시시로도 같은 300위대 랭커이고 마냥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 쉽게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장소가 PvP 랭크전과 달리 별다른 장애물도 없는 뻥 뚫린 원형의 경기장이라, 도망가거나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맞붙고 있었다. 거기다가 둘 다 원거리 공격이 불가한 직업이고, 판정 좋은 방어 기능도 갖고 있어 서로의 체력을 깎지 못해 경기가 지루할 만큼 길어졌다.
그렇다고 대충하고 끝낼 수도 없어서 주현은 시시로의 움직임을 읽는 데에 집중했다. 밍채에게 두들겨 맞은 눈물겹던 날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주현은 잠시 시시로와 거리를 벌리고 키를 눌러 스킬을 사용했다.
《 신념의 방패 : 5초간 본인이 받는 피해량이 30% 감소합니다. 》
캐릭터 이마에 빛으로 만들어진 방패 문양이 떠오르자 시시로가 서둘러 달려와 검을 휘둘렀다. 주현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제 앞으로 가깝게 다가온 시시로를 향해 있는 힘껏 어깨를 부딪쳤다. 성직자와 대장장이만 가진 경직 스킬이었다. 벽으로 몰린 시시로의 몸이 움츠러들며 자세가 무너지자 주현의 캐릭터가 날렵하게 뛰어올라 정수리에 푸른빛으로 물든 대검을 꽂아 넣었다.
공격을 제대로 맞은 시시로가 땅을 굴렀다. 구석에 몰아넣어 놓고 마구잡이로 스킬을 쏟아부어 패는 데에 집중했다.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대검에 맞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니 화가 났는지, 시시로가 도중에 퇴장을 해 버렸다.
《 Win 》
주현은 떠오른 승리 문구를 확인하고 긴장을 놓았다. 대련장을 빠져나와 채예스 광장으로 돌아온 주현은 우편함을 들여다봤지만 역시나 텅텅 빈 상태였다. 5억 골드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50만 원에 가까웠다. 그런 거금을 쉽게 줄 리가 없었다.
[SYSTEM] 시시로님은 친구/길드원에게만 귓속말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시로에게 귓속말을 보내 보려고 했으나 이미 막힌 상태였다. 영상을 커뮤니티에 올려 볼까도 하다가, 제 플레이가 썩 잘난 것도 아니라서 관뒀다. 어쨌건 승부에서 이겼고, 사사게 글은 지우지 않아도 되고.
[귓속말] 밍채 : 형 이겼어요?
[귓속말] 밍채에게 : 이기긴 했는데
[귓속말] 밍채에게 : 걔가 튀었어
[귓속말] 밍채 : 형 멋있어요♡
밍채는 시시로가 죗값을 치르는 것보단 주현이 제 편을 들어주는 데에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며칠 뒤, 확성기에서 시시로가 닉네임을 변경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현이 올린 사사게 글을 보고 분노한 성직자가 시시로를 벼르고 있던 탓에 곧바로 적발되었다. 닉네임을 변경해 봤자 차단 목록에는 그대로 떠올라 있으니 아무 소용이 없는 셈이었다.
성직자에게 나가라는 말 한 번 했다고 너무 심하게 박제하는 거 아니냐는 입장과 똑같이 해 주는 건데 뭐가 나쁘냐는 여론이 팽팽했다.
[길드] 블랙 : 글 지워야 할까요?
주현에게 시시로는 5억 안 주고 도망친 한심한 놈이었지만, 확성기로 유저들끼리 싸우는 걸 보니 한 일에 비해 과하게 욕을 먹는단 생각이 들었다.
[길드] westone : 그 사람이 성직자 싸잡아서 거른 거라 더 화력 센 것도 있는데요
[길드] westone : 방제에 안 써놓은 잘못이 커요
[길드] 월월월 : 맞아염 그거 사사게감이에염 ㅋㅋㅋ
[길드] 월월월 : 방제에 초행 헤딩방 써놓고 진짜 초행 들어오면 나가라는 거랑 똑같아염
[길드] westone : 경험담?
[길드] 월월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넴
그리고 정말로 시시로가 방제를 초행 헤딩으로 해 놓고 초보들을 쫓아낸 전적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