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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앤 라이-56화 (56/58)

56화.

“근데 여기 이 분은 누구?”

입술을 떼고 코까지 몇 번 비빈 후에야 떨어진 은하는 그제야 태건의 옆에 선 최가영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안녕하세요. 전 차 쌤이랑 같이 실습 나온 최가영이라고 합니다.”

“아, 동기시구나. 반가워요. 전 이 사람 와이프 설은하예요.”

시원시원하게 악수를 청하는 은하의 모습에 최가영은 움찔대다 손을 맞잡았다. 바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치대던 남자가 진짜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듯했다.

“방향만 맞으면 모셔다드리고 싶은데, 저희가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그치?”

“어? 어.”

은근한 눈빛으로 압박해 오는 은하의 모습에 태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별말은 없었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은하가 몹시 열 받아 있다는 걸.

“그럼 나중에 또 봬요. 자기야, 가자.”

서둘러 태건의 팔짱을 낀 은하가 마치 연행이라도 하듯 차로 그를 끌고 갔다. 평소에 운전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오늘은 태건에게 차 키도 넘기지 않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삼십 분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 *

“여기가 어디야?”

“잠깐 내려.”

차 안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던 은하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씽긋 웃었다. 그러고는 먼저 차에서 내려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 살 거 같다. 사람 엄청 많은 곳에 있다가 여기 오니까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네.”

은하가 태건을 끌고 온 곳은 키 큰 나무들로 가득한 작은 휴양림 같은 곳이었다. 들어오는 길에 문을 따로 통과해야 했던 걸 보면 사유지인 것 같은데, 그럴듯한 건물이 하나도 없어 펜션 같은 데 속한 부지도 아닌 듯했다.

숲속 한가운데 마련된 공터에 차를 덩그러니 세운 은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태건에게 미소 띤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이번에 학술 대회에서 만난 분이 있는데, 그분이 서울에 숲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

“응. 일 년에 두 번 정도 여기서 휴식 시간을 가진대. 대박이지?”

“아.”

“조금 더 들어가면 별채도 있대. 냉장고랑 간단한 가구는 있는데, 인터넷은 아예 안 된댔어. 전화는 비상용으로 한 대 설치했고.”

“멋있네.”

“그러니까. 너무 신기해서 혹시 구경해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하루 묵어 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얼른 감사합니다, 하고 왔지.”

“그럼, 이 넓은 데 우리 둘밖에 없는 거야?”

“응.”

“숲에도?”

“응.”

“최고의 선물인데.”

즐겁게 눈을 휘는 태건을 보며 은하가 은근한 손짓으로 그의 팔을 잡아 왔다.

“갑자기 그때가 생각나서.”

“어?”

“옛날에 자기가 그랬잖아. 차에서 하고 싶다고.”

“아…….”

그런 흑역사는 기억하지 않아도 좋은데. 문득 은하를 거칠게 몰아세웠던 어떤 때가 기억나, 태건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도 이제 엄연한 부몬데, 아무 데서나 하긴 그러니까.”

태건의 목을 감싼 은하의 눈빛이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춥, 뺨에 살짝 키스를 건네는 몸짓에 아래에서는 벌써 반응이 올라왔다.

“화난 거 아니었어?”

“아니? 내가 왜?”

“아까 학교에서.”

“그건 화난 게 아니라 혼자 짜증 난 거지. 남편이 너무 잘나서 문제라니까. 불안해 죽겠어.”

“내가 할 말이거든.”

은하의 기분이 풀어진 것을 확인한 태건은 곧 그녀의 허리를 마주 잡고 이마를 맞대었다.

“근데, 여기 오니까 진짜 좋긴 한데……, 지금 벌써 다섯 시다? 푸른이랑 하늘이…….”

“나 아직 휴가 남았잖아. 아버님한테 전화 드렸어. 저녁 식사까지만 하고 간다고. 물론 돌봄 선생님도 불렀고.”

“하여튼 준비성 철저하다니까.”

“그럼 이제, 와이프한테 사랑 좀 주시겠습니까?”

은하가 은근히 제 몸을 맞대자, 태건은 한술 더 떠 제 몸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그의 적극적인 행동에 은하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뭐야, 언제 이렇게 흥분했어.”

“아까 우리 둘만 있다고 할 때부터. 일단 이렇게 한 번 하자.”

태건은 은하의 입술을 베어 물고 옷을 입은 그대로 몸을 겹쳤다. 하아, 하아, 새소리 가득한 숲속에 두 사람의 숨소리가 끼어들었다.

* * *

“아,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

밖에서 쾌락을 만끽한 두 사람은 다시 차 안으로 들어왔다. 차에서 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운전석에서 해야 한다는 은하의 주장에, 태건은 시트를 반 정도만 뒤로 젖히고 은하를 제 위에 앉혔다. 둘 다 키가 큰 편이라 은근히 몸이 차체에 부딪쳤다.

옷을 황급히 벗어 낸 태건은 천천히 몸을 겹쳤다. 아하, 느릿한 그 느낌에 두 사람에게서 짙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 너무 좋다. 벌써 할 거 같아.”

은하의 부드러운 감촉을 그대로 느끼며, 태건은 그녀의 옷을 벗겼다.

“흡, 하아. 좋은 냄새.”

맨살에 얼굴을 묻은 태건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포근하면서도 온화한 향기가 태건을 자극했다.

태건은 눈을 감고 두 손으로 허리를 쓸어 올렸다. 연신 몸을 겹치면서 그는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부드럽게 만져댔다.

태건이 이렇게 부드럽게 만져올 때면, 은하는 갈비뼈 안쪽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으로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그렇게 못 하는 은근한 간지러움. 미약하게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그 손길에 서서히 눈이 감기면, 언제 순했냐는 듯 태건은 입을 한껏 벌려 진득한 키스를 해왔다.

“아아, 하아…….”

그 행동들에게서 저를 향한 그의 맹목적인 애정이 오롯이 느껴졌다.

“좋아? 몸이 엄청 달아올랐는데.”

“읏…… 너 때문이잖아.”

“너?”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칭에 은하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태건이 고개를 들어보았다. 왜? 눈으로 묻는 은하의 입꼬리를 태건이 길게 핥아 올렸다.

“설은하.”

“응?”

“혼자 해 봐.”

“뭐?”

살짝 놀란 듯 보는 눈에 태건이 얼굴을 떼고 은하를 운전대 앞에 기대게 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따라 주었다.

“보고 싶어. 너 혼자 하는 모습.”

“……뭐야. 갑자기 뭐에 꽂힌 거야.”

웬만한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은하도 대놓고 혼자 하라는 그의 말에는 얼굴을 붉혔다. 태건은 제 어깨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몸을 만졌다.

“읏.”

은하의 손가락을 같이 잡고 만지는 태건의 손짓에 작은 탄성이 쏟아졌다.

태건은 은하의 옷을 완전히 벗겨 버리고, 제 몸을 만지고 있는 그녀를 길게 바라보았다. 스스로 쾌감을 이끌어 내는 그녀의 모습에 순식간에 흥분감이 치솟았다.

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태건이 기습적으로 몸을 겹치자 당황한 은하가 저도 모르게 경적을 누르자, 빠앙! 하는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울려 퍼졌다.

“뭐야. 혼자 하라더니 이렇게 갑자기 몰아붙이는 게 어딨어.”

“미안. 너무 야해서.”

“치.”

밉지 않게 흘기던 은하가 한 손으로 운전대를 넘겨 잡고 몸을 잠깐 뒤로 뺐다. 그러고는 태건의 시야에 제 몸이 제대로 보이도록 자세를 조정했다.

방금 전까지 쑥스러워하던 사람 어디 갔지? 태건이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은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 미안. 미안하다니까.”

얼마 만에 가지는 둘만의 시간인데, 서둘러 하고 싶지 않았다. 항복하는 태건의 표정에 은하가 씩 웃고는 몸을 겹쳤다.

“아아, 좀 창피한데.”

은하의 부끄러움을 상쇄하기 위해 태건은 그녀의 예민한 등줄기를 쓸었다. 두툼한 손가락에 등이 쓸리자 은하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신음을 뱉어 냈다.

“만져. 만지다가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대로 해도 좋고.”

평소에는 다정다감하기만 한 태건이 관계를 가질 때는 거칠게 변했다. 은하는 그런 그의 간극에 더 흥분하곤 했다.

느긋하게 감상하겠다는 듯 등을 깊숙이 묻은 태건을 보며, 은하는 거세게 몸을 겹쳤다.

“아, 읏…….”

이내 눈을 감은 채 몰두하는 은하를 보며, 태건은 은하의 허벅지를 강하게 그러쥐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몸짓에, 태건의 두 손에도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아! 자기야, 나, 아읏!”

은하의 쾌감이 점점 쌓여갔다. 태건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고, 몸을 거칠게 겹쳤다.

“아! 잠, 깐. 아!”

거친 태건의 몸짓에 은하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결국 못 버틴 은하가 완전히 운전대에 누워 버리자, 태건은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그 느낌에 은하가 도리질을 쳤다.

“하아, 으윽, 안 돼. 자기야.”

격하게 고개를 터는 은하를 보던 태건은 잔뜩 화나 있는 제 몸을 뒤로 물렸다가 다시 한번 몸을 겹쳤다.

“아, 아아! 읏, 으읏!”

조금이라도 자극을 피하기 위해 벌떡 무릎을 세운 은하가 제발 그만하라는 듯, 태건의 목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다정하고 자상한 차태건은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은하의 몸을 꽉 붙잡고, 미친 듯이 몸을 겹쳤다.

“으, 아, 하아…….”

순간적인 탈력감에 완전히 지친 은하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평소 같았으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몰아붙였겠지만, 일주일이나 참았던 태건은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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