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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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지만, 오과장이 처한 현실을 목격하고도 외면하는 건 내 성질상 불가능이다.

결국 로또다.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좋지만,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기껏 수십만 원 올려줘도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

오랜만에 쌍문동 인근의 돼지 복권방에 들렀다.

내 인생 최초로 5등 복권 오백 장에 당첨된 곳이었다.

로또 방 테이블에 앉아 OMR카드를 썼다 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복권방 주인 할아버지가 내 옆으로 쓱 나타났다.

"5등 맞지? 예전에?"

"네. 기억하시네요."

"흐흐."

돼지 복권방의 할아버지는 여전히 정정하셨다.

평일 오전이라 손님들은 한산했으나, 여전히 서울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뭐가 그렇게 반가운지 내게 커피 한잔을 타서 건넸다.

"마셔가며 해."

"네."

믹스 커피 한잔을 마신 뒤 다시 생각에 빠졌다. 오과장에게 로또 1등을 주고 싶다가도 차마 선뜻 손이 나서지 못하는 건, 현재 휴먼매니저의 오과장의 위치가 너무 막중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회차는 20억이라고 가정한다면, 세금도 떼지 않고 순전히 20억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정도 금액 정도면 투자만 잘한다면 평생 일하지 않고 살아도 먹고살 만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가 로또 1등에 당첨된 순간 퇴사를 하게 된다면…

회사는 큰 손해였다.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고민이었다.

"휴우."

복권방이 울리게 한숨을 쉬었더니 할아버지가 물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

"1등 번호를 고민하죠."

"대충 써. 어차피 운이야."

"흐흐. 그걸 모르겠어요?"

"몇 번이 고민인데? 할아버지가 써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어르신, 요즘 김씨 아저씨는 여기 잘 오세요?"

"김씨? 아 예전에 이 동네에서 1등 당첨된 친구? 걔 이제 안 와.."

"뭐 하고 지낸답니까?"

"걔…걔가 뭘 하더라."

어르신이 기억을 찾으려 애썼다.

김씨 아저씨란 내가 로또라는 이능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1등 번호를 건넸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르신이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걔 일해."

"일 한다고요?"

"취업했다고 들었어. 월급받아가면서 산대. 그게 내가 아는 전부야."

"식당은요?"

"접었어. 망한 게 아니고, 권리금 적당히 챙기고 나간 거야."

"잘됐네요."

"그렇지 뭐."

할아버지가 김씨 아저씨에 관해 부연했다.

김씨 아저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이후 재산을 지키려 애썼다고 한다.

주위에서 갖은 유혹이 많았다고 한다.

도박과 유흥,

그리고 주식투자와 코인.

김씨 아저씨는 어느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돈을 지켰다고 한다.

"돈은 지키려 애쓸수록 커지는 법이야. 그걸 깨달은 거지."

때마침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르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고민은 짧았다.

어르신에게 로또 1등 번호를 작성한 뒤 건넸다.

수동 1회.

적당히 20억만 오과장에게 건넬 생각이었다.

지키려 애쓰는 것.

오과장의 성격상 충분히 돈을 지키려 애쓸 것 같았고, 퇴사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오과장에게 로또를 어떻게 건네지?

"할아버지!"

"응?"

"예전처럼 로또 좀 많이 사야 할 것 같은데요."

"안 돼, 1회 1인 10만 원이 한도야."

할아버지는 예전과 달리 법 공부를 좀 했나 보다.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내게 오백 장을 팔았는데, 실질적으로 복권을 판매하는 자는 1명에게 한 번에 10만 원 범위 내에서 판매해야 했다.

그 이상 팔면 오백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런데 사실상 유명무실하지 않을까?

"보너스 드릴게요."

"크흠."

할아버지가 고민했다.

이걸 해 말아?

"좋다."

"그러면…로또 1,500장 뽑을게요."

"1,500장…?"

할아버지가 셔터를 내렸다.

대표님, 1등에 당첨된 것 같습니다.

1,500장의 로또 용지를 들고 휴먼매니저로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정주임과 현준이가 바삐 움직였다.

휴먼매니저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열었다.

현준이와 정주임이 도일빌딩 입구에서 책상을 깔았다.

책상 위에는 총 1,500명의 본사 직원에게 선물할 로또 용지가 잘 정리돼 있었다.

오과장에게 로또 1등을 건네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벤트를 해볼 요량이었다.

1,500장의 로또 용지 중에 단 두 장의 번호가 로또 1등 번호였다.

그리고 한 장은 지금 내주머니에 있었고, 나머지 한 장은 1,500장에 섞여 있었다.

누가 걸릴 진 모르겠지만, 1,500대 1의 경쟁률이다.

"로또 한 장씩 받아 가세요."

정주임이 외쳤다.

출근 하는 사원들이 호기심에 다가왔고, 정주임이 로또 한 장씩을 건넸다.

사원들이 급속도로 몰려들었다.

저마다 즐거워했다.

동기들로 보이는 사원무리가 몰려와 로또 용지를 받아 갔다.

"로또 1등 되면 회사 때려치운다!"

한 사원이 말했다.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1등 하면 퇴사하겠다니, 무슨 객기인가?

그가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며 급히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했다.

"괜찮아. 나도 회사 팔고 싶은데 뭐."

"죄송합니다. 대표님."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다들 저마다 꿈에 부풀었다.

자식들 대학 등록금, 생활비, 여행 등 다양한 소원들이 나왔다.

정주임은 현준이하고 헤어져서 비혼주의자로 살 거라며 농담했다.

그리고 현준이는 정주임과 함께 살 아파트를 구매하고 바로 결혼할 거라며 말했다.

오과장은 유독 말이 없었다.

그저 좀 편하게 살고 싶다며,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타이밍이 왔다.

주머니에서 로또를 꺼내 오과장에게 건넸다.

"받아."

오과장이 로또를 한참 바라봤다.

살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힘내 오과장. 행운은 갑자기 닥치는 법이니까."

오과장이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제 인생에서 재물복은 없나보다 하며 살고 있습니다. 살면서 5등 당첨도 해본 적 없거든요."

"번호를 어떻게 찍기에 5등이 안 돼?"

"1번부터 45번까지, 기분 내키는 대로 찍습니다. 뭐, 이렇다 할 요령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비밀 하나 있는데 알려줄까?"

"네?"

"나는 로또를 1부터 45번까지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과장이 의아하게 바라봤다.

"그러면?"

"이번 주는, 1번부터 30번. 그리고 다음 주는 10번부터 40번까지. 내 기준을 정해, 그러면 마음이 더 편하고, 왠지 당첨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아…

"행복도 그렇잖아? 남의 기준에 맞추는 것보다 본인만의 기준이 필요한 거고, 그래서 내 기준을 세웠어. 로또의 기준 말이야."

"생각의 차이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오과장 너도 너의 기준을 정해, 비단 로또뿐만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야."

"알겠습니다. 대표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당첨 되면 뭐 할 거야?"

"…"

오과장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온갖 희망회로가 돌아가고 있겠지.

"퇴사만 하지 마."

"흐흐, 퇴사라니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일단 1등부터 당첨되고 나서 생각해야죠. 흐흐."

오과장이 어떤 선택을 하던 개인의 자유다. 로또 1등에 걸려서 퇴사하는 건 직장인 대부분 꿈꾸는 로망 아닌가?

오과장이 퇴사 선택을 하더라도 서운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많이 굴렸다.

오과장도 열심히 했고,

미련 없이 떠나보내 주리라 다짐했다.

* * *

지영씨는 친구들과 결혼 전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결혼 전 마지막 한 달은 서로에게 자유를 주기로 했었다.

그 자유를 지영씨는 친구들과의 여행으로 시작했고, 나는 집안에서 멍하니 텔레비전 보는 걸 선택했다.

사람 만나는 일을 평일 내내 했기 때문에 또 밖에 나가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소파에 퍼질러 누워 스마트폰을 켜서 여러 인별그램을 살폈다.

주말이라고 다들 어디 놀러 가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는 것 같았다.

지영씨는 강릉에 도착했는지 바다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바로 내게 전화 왔다.

"도착했어요?"

-네. 지금 횟집 왔답니다. 도일씨는 집에만 있게요? 어디 좀 나가서 놀라니까. 명석씨는요?

"걔 오늘 약속 있다고 해서요. 그냥 집에 있을게요. 얌전히 재밌게 잘 놀다오세요. 지영씨."

-고마워요!

“아! 그리고 공형진이라는 횟집 있을 거예요. 거기 꼭 들리세요. 아마 제 이름 얘기하면 서비스 많이 줄 겁니다.”

-공형진이요?

“네. 꼭 들리세요.”

지영씨의 전화 너머로 친구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전화가 끊기고 나서야 다시 적막함이 밀려 들어왔다.

토요일 저녁 8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시간을 축내고 있을 때 문득 로또 본방송이 생각났다.

시간에 맞춰 로또 방송을 틀었다.

방송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과거 로또 오백 장을 샀을 당시 엄마와 함께 시청했던 일이 마지막이었으니까.

5등 당첨으로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쳤었다.

그때 생각만 해도 기분은 짜릿하게 올라왔다.

로또 추첨 방송이 시작됐다.

오과장에게 로또 1등 당첨 용지를 건넸고, 사원들 중에서 누군가 1등 번호를 받아 갔을 것이다.

"행운의 번호 1번입니다!"

첫 번째 추첨 번호는 1번이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추첨이 흘렀고 끝이 났다.

-와아!

아마 지금쯤 누군가 고함을 치고 있겠지.

* * *

평일 아침 일찍 사무실로 향했다.

최부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매번 빠르면 한 시간이나 삼십 분 전에는 출근하는 양반이다.

회사에서 세면하고 씻고 화장실 이용하고 짧은 단잠 자면 한 시간 전에 출근이 딱 정석이라고 했다.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주임이었다.

"최부장님 안 오셨어요?"

"그러게, 무슨 일 있으신가?"

"매일 일찍 오셨는데 괜히 걱정되네요. 제가 전화라도 해볼까요? 어디 쓰러져 있는 거 아니겠죠?"

"됐어. 부담스럽게 무슨 전화야. 오시겠지. 기다려보자."

정주임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뒤 사무의자에 앉았다.

그때 또 누군가가 들어왔다.

-덜컥

최부장님이나 오과장일 것 같아 기대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역시 현준이었다.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굿 모닝!"

한 손에 도넛 박스를 들고 들어온 현준이가 잽싸게 자리에 앉아 허겁지겁 먹어댔다.

현준이는 회계팀에서 로또 3등이 나왔다며 얘기했다.

"정말?"

"네. 출근길에 들었습니다. 로또 3등 됐다고 하네요. 참 운도 좋으신 분이야."

"회계팀에서?"

"네. 흐흐, 저는 꽝입니다. 번호 하나도 안 맞아요. 그런데 오과장님하고 최부장님은 아침에 외근 나가셨나요?"

현준이가 입을 연신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냐. 오늘 사무실 출근이야."

"그런데 아직도 안 오셨다고요? 헐,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요. 설마…"

"설마 뭐?"

"로또 1등 된 거 아니겠죠?"

"뭐?"

"왜, 최부장님은 정시 출근했던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잖아요? 저번주에 로또를 뿌렸고 그 다음주에 바로 정시 출근? 뭔가 수상한데요?"

"전화해 봐."

"네?"

"전화해 보라고 인마. 빨리."

"넵."

현준이가 급히 스마트폰을 켜서 최부장님에게 전화했다.

오과장은 확실히 로또 1등이 맞다.

그런데 정말 최부장님이?

최부장님이 로또 1등이라고?

이건 내 계획에 없던 일이다.

현준이가 최부장님에게 전화했다.

"부장님! 대체 어디십니까! 우리 대표님이 한참 찾습니다!"

최부장의 얘기를 듣던 현준이의 미간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암울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닫았다.

"오고 계신답니다. 사고가 좀 있었나 봐요."

최부장님은 출근 중에 차량 접촉 사고로 늦는다고 했다.

그나마 차대 차끼리 살짝 부딪치는 정도로 다행히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 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최부장님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가 급히 서류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댔다.

"아, 썩을 놈의 새끼가, 운전을 그 따위로 하는 새끼가 어딨냐고, 본인 차선도 제대로 못 밟는 새끼들은 저기 뭐야, 운전면허 취소시켜버려야 돼."

현준이가 최부장님과 맞장구를 쳐줬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 * *

그런데 현준이는 연신 최부장을 의심했다.

현준이가 타이밍에 맞춰 최부장님에게 로또 얘기를 꺼냈다.

"최부장님 로또 확인해 보셨어요?"

"로또? 무슨 로또?"

"저번 주에 회사에서 로또 뿌렸잖아요. 설마 까먹으셨어요?"

현준이가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깜빡하고 있었네."

"아…"

그러자 최부장은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로또 용지를 꺼냈다.

현준이가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회계팀에서 3등 나왔다는데요. 부장님도 확인 해보시는 게…."

"그럴까? 기분도 지랄 맞은데, 확 1등이나 돼버려라!"

그러자 현준이가 맞장구를 쳤다.

"부장님 1등 되면 전 직원에게 피자 한 판씩 콜?"

"피자 한 판이 뭐냐, 치킨도 쏜다."

"정말요?"

"그럼."

그때, 정주임이 최부장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장님, 저는 따로 받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차요."

최부장의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가정이라고 할지라도 차라니.

"…그 정도쯤이야. 1등 되면 사주지 뭐."

이참에 나도 손들었다.

"부장님."

"어이! 김대표!"

"저는 결혼식장에서 신을 구두 하나만 사주십시오."

"이야, 이거 다들 너무한 거 아냐? 알았다. 내가 그 정도도 못 해주겠어? 사주지!"

최부장이 큰소리를 뻥뻥 쳐댔다.

"부장님, 제가 번호 불러드릴게요. 맞춰보세요."

"어이, 땡큐."

현준이가 번호를 불렀다.

"첫 번째 자릿수는 1번이요!"

"오, 1번. 시작부터 좋은데?"

"맞았어요?"

"두 번째 불러봐."

"9번입니다."

"9번? 이야, 9번도 있네. 두 개 맞으면 얼마냐?"

"없습니다. 세 개 맞아야 5등 오천 원이요. 지금 두 개 맞으신 거죠?"

"어. 다음 번호 불러봐."

"11번이요."

"이야! 오천 원이다 오천 원! 캬하하하!"

최부장이 로또 용지를 보며 웃어댔다.

"살면서 내가 5등을 한번 해보네. 크하하하."

그러자 현준이가 다음 번호를 불렀다.

"네 번째 19번이요. 맞나요?"

"어? 뭐라고 19번?"

"네!"

그때부터였다.

최부장의 안색이 파래지기 시작한 것은…

"맞아요?"

"어?…어…맞는데, 맞아. 4개 맞으면 얼마냐?"

"4등이요. 와아 그러면 5만 원은 따신 겁니다. 부장님! 축하드립니다! 전 직원에게 피자 한 판씩은 안 되더라도, 저희들에게 피자 두 판은 돌릴 수 있을 겁니다."

"두개만 더 맞으면 1등인거지"

최부장이 설렘 가득한 얼굴이었다.

"네! 다음 번호 부르겠습니다! 24번이요!!"

"24번! 있어, 있다고!"

그의 손이 얼마나 떨리는지 책상이 흔들릴 정도였다.

최부장의 거친 숨소리, 정주임의 토끼 눈, 현준이의 격앙된 목소리,

폭풍전야와도 같을까.

최부장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현준이가 크게 소리쳤다.

"마지막 번호 31번!"

"이야 XXXX발!!"

생전 욕을 하지 않던 분이다.

그런데 로또 1등에 당첨되자마자 최부장은 의자를 뒤로 밀어 재끼며 만세를 하며 크게 욕했다.

"1등이다아아아아!"

사무실이 떠나가라, 아니 도일빌딩이 떠나가라 소리를 쳤다.

"부장니이이임! 으아아아!"

현준이가 최부장님에게 얼른 달려들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밖에서 청소하던 청소부 아주머님들이 사무실 내부를 들여다봤다.

현준이가 최부장에게 안겼고, 이 틈을 타서 정주임도 최부장에게 다가가 안겼다.

삼박자가 어우러져 서로 어깨동무하며 축하했다.

1등,

20억.

저마다 기쁨이 다부졌다.

"부장님 로또가 1등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최부장님에게 말했다.

그러자 최부장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기쁨의 눈물을 닦아댔다.

"부장님 축하드립니다."

"어이, 김대표…"

그가 기쁨의 숨을 푸욱 내쉬며 나를 꼭 안아줬다.

"고맙다. 이건 다 김대표 덕분이다."

"…"

"구두고 뭐고, 내가 네 결혼식은 책임지고 해주마."

"괜찮습니다. 부장님. 그 돈으로 아드님 대학 등록금하고, 아니 편의점 차려주시고 부모님 부양하셔야죠."

"하아…"

뿌듯했다.

최부장의 어깨가 가벼워져 보인다고 해야 할까.

매번 뻣뻣하고 근육이 뭉쳐있는 것 같았다. 어딜 가도 편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도 했다.

"하아."

수십 년간의 노고가 단숨에 빠져나가는 듯했다.

최부장의 로또 1등 당첨 소식은 휴먼매니저 직원에게 피자가 들어가면서부터 퍼져나갔다.

심지어 깨톡 방도 난리가 났다.

최부장의 로또 1등을 축하해주는 글이 난무했다.

최부장은 저마다 감사인사와 답글을 달며 하루 종일 바빴다.

그런데, 오과장.

왜 안 오는 걸까.

시간을 살폈다.

점심이 넘었다.

그때 오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어이, 오과장 대체 어디야?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말이야."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야?"

-제가 로또 1등에 당첨된 것 같습니다.

"…"

-일단 정주임에게 반차 내달라고 부탁했는데, 깨톡을 아직도 안 읽은 것 보니까 전달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지금 당첨금 받고 들어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최부장님도 1등 되셨다면서요? 어떻게 이런 일이 두 번씩이나…"

"오과장. 들어와서 얘기하자고.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마, 알았냐?"

-네?

"일단 들어와서 얘기하자."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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