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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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업체를 망하게 하는 것.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정말 많은데,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상견례라고 할 수 있었다.

결혼식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은 다 빼더라도 상견례만큼은 식전 필수라고 어른들이 말했다.

그래서 부모님이 이혼했다고 할지라도 자식 혼삿길 상견례는 참석한다고 했던가.

우리 아버지가 그랬다.

동생 결혼식 상견례는 한국에서 했었다.

베트남에서 살고 계시는 제수씨 부모님이 한국으로 직접 오셨고, 어느 한식당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제수씨의 부모님이 만났고 인사했다.

그때 당시 아버지가 온다는 소식에 나는 따로 참석하지 않았었다.

아버지와 사이도 좋지 않았을뿐더러, 동생 상견례 자리에서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상견례 당시의 에피소드를 동생 도현이로부터 전해 들었었다.

아버지가 또 술에 취해서 말실수를 몇 번 했다고 한다.

그런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나니 상견례를 꼭 해야 할까도 싶었다.

신경 쓸 일도 너무 많다.

상견례 일정부터 부모님과 사전 상의해서 조율해야 하고, 날짜를 하나만 정해서는 또 무슨 펑크가 날지 모르니 후보 날짜까지 선정해야 했다.

장소부터 일정까지 결혼 6개월 전후 빽빽하게 스케줄 표를 정리한 뒤 뭐가 하나라도 수틀리면 또다시 계획한다.

그 과정에 성격이 맞지 않아 파혼하는 커플도 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으…

게 중에 상견례가 제일 스트레스란다.

과거의 상견례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적 없는 예비부부가 어른들을 모시고 결혼을 허락받는 자리였다고 하나, 지금은 다르지 않나?

모르겠다.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상견례는 필수 에피소드인데, 자극적이고 재밌는 분량을 뽑아내는데 그만큼 좋은 자리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예단, 폐백, 이바지, 답바지, 혼수, 집, 식장, 집안끼리 서로 물고 뜯고 맛보고 할 거리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바라는 건 딱히 없다.

단지 누군가 말실수나 사고만 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버지는 수술 이후 암을 100% 제거하지 못하고 혈관에 잔존암이 있다고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수술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체력 관리부터 식단, 챙겨 먹을 영양제, 항암치료,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게 할 거다.

누워 있는 시간 보다 움직이며 활동적인 하루를 보내게 할 거고,

암 환자라고 해서 못 해볼 것 없이 세상 구경 원 없이 시켜줄 계획이다.

그러면 좀 나아지겠지.

* * *

다음 날 아침 일찍 회사 사무실에 출근하자 현준이가 가장 일찍 도착해 있었다.

현준이에게 기업 회장들을 만나서 있었던 무용담을 전해줬다.

현준이의 눈동자가 동그라졌다.

"정말요? 회장님들을 만나고 왔다고요?"

"그렇다니까 대체 몇 번을 말해."

현준이는 내 무용담을 믿지 못하는 투였다.

특히, 회장들의 구두까지 집어 던지고 왔다고 하니 더 그랬고, 철강 황회장과 말싸움을 해서 어느 정도 이긴 것 같다고도 말했다.

"말도 안 돼."

"진짜라니까, 냅다 집어 던져버렸더니 크크 전화 오더라고, 개새끼라고."

"와…"

때마침 정주임도 들어왔다.

현준이와 내가 시끄럽게 떠들고 있으니 의아한 얼굴이었다.

"정주임? 네가 해줄 게 있어."

"뭐죠?"

"최철기라는 인간 신상 좀 파낼 수 있을까?"

"그게 누구죠?"

"있어. 나이 많은 늙다리 어르신. 내가 듣기로는 부동산 재벌이니, 뭐 사채왕, 이런 소문이 있긴 하던데,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신상을 좀 파볼까 했다.

정주임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표님?"

"응?"

"인터넷 검색을 해보세요. 아주 자세히 나오는데요."

"그래?"

그런데 그 신상을 파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최철기의 이름만 쳐도 자세하게 소개된 상태였다.

이런 병신.

왜 여태 검색을 해보지 않았을까.

연관 검색어에는 부동산, 사채, 기업, 주식 등의 단어가 나타났다.

그는 부동산 재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그 자체라며 부동산 재벌을 꼽자면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그제야 최철기 이 양반이 마을을 통째로 사버린 게 이해가 됐다.

땅과 건물이 그렇게 많으니, 뭐든 본인 소유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겠지.

그리고 특이한 이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다.

요즘은 비혼이나, 자식을 낳지 않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도, 여든 먹은 노인네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식이 없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경우가 아닐까.

그리고 특이한 것.

그의 주식은 여느 평범한 우량주가 대부분이라는 것.

특히, 삼정, 철강의 주식을 꽤 소유하고 있었는데, 주식 지분만 봐도 그의 철두철미한 성격이 나타났다.

경영권에 참석할 여지를 남겨둔 지분이랄까.

수틀리면 언제든 기업을 먹어버리겠다는 협박 같은 지분처럼 보였다.

그래서 회장들이 늙다리 어르신 앞에서 고개를 숙였구나 싶었다.

부동산 재산은 비공개라 알 수가 없었다.

공직자도 아니기 때문에 재산을 공개할 의무도 없는 양반이다.

아무튼 부동산 재산이 대한민국에서 1등이라고 하니 뭐 말 다 했겠지.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

"뭐죠?‘

정주임이 궁금한 듯 물었다.

"최철기, 이양반이 우리 앞길에 좀 걸리적거릴 것 같거든."

"…이런 분이 왜요? 할 일도 더럽게 없는 양반인가 봐요."

"에휴, 그러니까 말이다."

"설마 어제 만나서 큰 실수 했어요?"

"내가? 무슨 실수를 해, 얌전히 잘만 만나고 왔는데 뭘."

그때, 현준이가 코웃음을 치며 정주임에게 꼰지르듯 말했다.

"큰 실수 하셨지, 기업 회장님들 구두를 전부 던졌대."

그러자 정주임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와…대표님 미치셨네. 우리 완전 찍히겠다."

"먼저 시비를 걸잖아. 짜증나게, 그런데 우리가 뭐 죄지었냐? 왜 다들 우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죄는 아니고, 눈엣가시 정도는 되겠죠."

사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 최부장님의 빈자리가 눈에 걸렸다.

그는 최근 계약을 따내느라 바빴다.

"최부장님은 요즘 본사 사무실 좀 들어오셔?"

"요즘 엄청 바쁘신 거 알잖아요. 이번에 물류센터 계약 엄청 많이 따내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했어요."

전국적으로 일어난 착취 배제 운동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었다.

"아, 그거 들으셨어요?’

"뭐?"

"워킹휴먼 폐업했다고 들었어요."

"정말?"

"네. 전부 퇴사했데요."

착취의심, 착취 정황이 확실한 중간 업체의 인력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중간 업체, 도급사의 특성상 인력으로 장사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인력이 없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

원청에서 백 명의 인력을 원하는데, 중간업체가 인력 조달을 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게 내가 노린 결과였다.

인력을 빠지게 만드는 것.

그리고 경쟁 업체들이 망하게 하는 것.

누군가는 내게 돌을 던지며 상도덕 없는 개새끼라고 할지 몰라도, 나는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을 뿐이다.

자진해서 퇴사한 사원들은 자연스레 휴먼매니저로 발길을 돌렸다.

인력이 넘치다 못해 일감이 부족한 수준이랄까.

그러다 보니 반대급부로 부상한 휴먼매니저가 원청의 계약을 많이 따내고 있었다.

인력이 없으니 원청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현재 최부장님이 따낸 물류센터 계약건 좀 볼 수 있을까?"

"네."

정주임이 건넨 계약 사항들을 살폈다.

역시, 계약서에서도 최부장의 노력이 물씬 풍겼다.

저가 입찰은 없었다.

수의 계약도 아닌 공정하게 공개입찰로 따낸 계약이었다.

거기에 타 업체와의 경쟁성을 위해서 인력 미달시 페널티를 물겠다는 조항도 넣었다.

인력을 미달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에 묻어난 조항이었다.

이런 특약은 원청이 휴먼매니저에게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지.

심지어 전국의 대형 물류단지는 휴먼매니저가 독점해 나가고 있었다.

언젠가 최부장님과 이런 얘기를 했었다.

전국의 물류센터는 다 먹어보자고.

그게 불가능 한 일인 걸 알면서도 그런 얘기를 하며 미래를 다짐했었다.

지금 와서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최부장님 언제 들어오시는데?"

"오늘은 모르겠는데요. 지방에 계셔서…"

"오시거든 최부장님 사무실 하나 따로 만들어 드리고 공채 준비하자."

"공채요?"

"우리 인력으로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을 관리해? 이번에 신입 사원 대거 채용해보자고. 경력직이면 더 좋고."

내 말에 정주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알겠습니다."

그다음으로 많은 계약이 아파트였다.

경비원들이 단체로 경비 업체를 뛰쳐나와 휴먼매니저와 계약을 원했고, 지방 구석구석 아파트까지 휴먼매니저가 직접 위탁 관리를 통해 경비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오과장이 주로 계약을 맡았다.

오과장도 마찬가지, 경비팀을 따로 신설하여 도일빌딩 한편에 사무실을 만들어 줄 계획이다.

"정주임?"

"네 대표님."

"이번에 광고 새로 찍자."

"광고요? 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광고도 다시 찍을 계획이다.

과거 광고는 근로자의 중간착취 관련해서 찍었다면, 이번에는 기업을 상대로 한 광고였다.

인력이 넘치는 휴먼매니저, 인재와 창의적인 인재가 넘쳐나는 휴먼매니저 등의 10초짜리 광고였는데, 다소 유치했으나 정보 전달에만 중점을 뒀다.

원청에서도 구미가 당기도록 말이다.

앞으로 더 계약을 따내면 수십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매출도 그렇고 말이다.

직원들과 회의를 통해 앞으로의 회사 방향성에 관해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계약과 인력이었다.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할 수 있는 계약은 모조리 따내 회사의 덩치를 키우자고 말했다.

이번 공개 채용을 통해 전문 인력들을 대거 채용하기로 했다.

특히 내가 잘 모르는 분야들.

건설부터 시작해서 IT까지,

각자의 전문 분야 인재들을 채용하여 휴먼매니저가 아직 당도하지 못하고 있는 계약도 따낼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회사 사이즈는 금방 커지겠지.

"현준아 내 말 이해됐지?"

"그럼요."

"현준이가 이해를 했겠어요? 본인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인데요."

"정주임 네가 잘 설명해줘."

"네."

* * *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을 때였다.

할 일이 태산이었다.

공채도 준비해야했고, 앞으로 사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야 했다.

그때.

-쾅!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한 중년 사내였다.

나는 급히 일어나 그를 맞이했고, 그 중년 사내는 별안간 아무 말도 없이 우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

갑자기 들이닥친 한 사내 탓에 저마다 난처해하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이번에 우리 아이가, 사고로…사고로…"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씀해주시죠."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휴먼매니저로 오면 해결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아들, 억울하게 다치고 죽을 고비에 있는 아들을 위해 사건 좀 해결해 주십시오. 대표님."

"…"

현준이가 다가왔다.

"어르신 일어나시죠."

"…"

"저희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현준이가 어떻게 해결해 주겠다고 하는 진 모르겠지만, 일단 중년 사내의 사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법이 통하지 않는 곳.

중년 사내가 코를 훌쩍거렸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짙은 한숨을 내쉬며 연신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한참 진정이 안 된 탓에 정주임이 그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따듯한 차 한 잔을 건네자 그가 한 모금 마셨다.

"괜찮으니 말씀해 보세요."

달래주듯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문을 열었다.

그의 첫마디는 ‘본인이 아들을 잘못 키웠습니다.’였다.

"그게 무슨 말이죠?"

"부당하면 부당하다, 못 하겠으면 못 하겠다. 절절매지 말고 당당하게, 확실히 주장을 얘기하라고 가르쳤어야 했는데요."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주일 전 지하철 스크린도어 안전 점검 일을 하던 아들이, 점검 과정에서 관제실과 소통이 되질 않아 지하철과 충돌했다고 한다.

"그게 가능합니까? 어떻게 충돌하게 된 거죠?"

"제 아들이 너무 착했습니다. 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말도 안 되는 작업 환경에 놓여 있었던 거죠."

아버님은 그러면서 스스로를 탓했다.

"아버님 잘못 아닙니다. 진정하시고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아버님이 구체적으로 사고 발생 경위에 관해 설명했다.

아버님의 아들 최군은 20살이 되던 해에 한 안전관리업체에 취업했고, 스크린도어를 점검 및 보수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일머리도 좋고 싹싹하고 예의도 발랐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

일을 너무 잘하고 빠릿빠릿했기 때문이었을까.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일을 어느 날부턴가 업체 관리자로부터 홀로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여느 날처럼 출근했고, 홀로 안전 보수 일을 하던 중에 지하철을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한다.

"2인 1조로 하는 일을 왜 혼자서 하게 됐습니까? 구체적인 이유라도 있을 거 아닙니까?"

"저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1인 작업으로 바뀌었다고 아들에게 들었던 적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회사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게 말도 안 되는…"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아마 아드님께서 아버님 걱정하지 않게끔 말한 것 같은데, 뭔가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요."

그는 더 이상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이미 사고가 터졌다.

아들은 의식을 잃었고, 구체적인 이유는 업체로부터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업체는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오히려 최군의 작업 미흡과 실수로 인한 산업재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흠…"

언론사에 제보를 해보기도 했고, 중간 업체의 원청 격인 공기업 서울지하철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도 듣지 못하고, 아들은 억울하게 사고를 당해 충격으로 의식을 잃고 누워있다고 했다.

아버님의 감정이 다소 격해졌다.

어디 하나 숨통 트일 곳도 없었고, 그간 홀로 고군분투했을 생각하니 그럴 만도 했다.

이제 휴먼매니저에 왔으니 걱정할 게 없다.

그에게 담배 한 대를 건네며 말했다.

"잘 오셨어요. 저희가 어떻게든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아버님이 원하시는 게 구체적인 사건 전말과 사고 책임자들을 색출하는 것,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죠?"

"맞습니다. 가능하십니까. 제 아들의 억울한 사고를 풀어주신다면 제 전 재산을 드려도 아깝지 않습니다."

"전 재산은 나중에 아드님 깨어나시면 쓰시고, 제가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 * *

지하철 역사마다 설치된 스크린도어가 최초 만들어진 계기는 투신자살을 막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도어를 점검 및 보수하는 근로자들은 안전하지 못한 근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아버님이 억울해하는 것은 최군의 사고에 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2인 1조로 근무해야 될 일을 홀로 하다 사고가 났다.

명백히 사업주가 처벌받아야 하는 사안이지만,

근로자가 사망하지 않았고, 전치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구하는 부상이 아니다.

심지어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면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처벌법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정주임과 스크린도어 사고 관련 조사를 하는 와중에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군 사건이 하나가 아니었다.

사고는 잦았다.

심지어 최군 사건이 있기 한 달 전에도 사고가 발생했던 전적이 있었다.

대체 왜 이럴까.

"사고가 잦네요. 뭔가 더러운 냄새가 나지 않나요? 대표님?"

"어, 쾌쾌한 게 영…한번 파봐야 될 것 같은데?"

사고가 잦다?

대부분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서 결론이 난다.

누군가 안전관리로 써야 할 비용을 뒷돈 해 먹고 있거나,

인건비와 인력을 과하게 절감하여 근로자들을 쥐어 짜내어 회사 이윤을 불리거나,

원청과 말도 안 되는 계약 조항을 걸어서 업무 자체가 과부하로 마비됐거나, 어쨌든 구체적으로 파보면 거의 예상한 결과가 나온다.

현재 최부장과 오과장은 각자 맡은 일을 위해 사무실을 나가 있었고, 정주임과 현준이와 함께 이번 서울지하철 사건을 맡아보기로 했다.

"대표님?"

"어?"

"2011년 7월 10일 자 중성일보 인터넷 기사 살펴보시면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 민관 사업의 전관 특혜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 있거든요? 한번 보시겠어요?"

"확인."

정주임이 찾아준 인터넷 기사를 살폈다.

전관특혜에 관한 글이었다.

서울지하철의 스크린도어 시공 도급회사를 유성PSD가 낙찰을 받았는데, 유성PSD의 직원들 대부분이 공기업 서울지하철에서 은퇴한 간부급 인사라는 추측성 기사였다.

여기서 전관특혜란 전직 관리에 대한 특혜를 뜻한다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여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등 특혜가 대표적이다.

비단 법조계뿐만 아니라 공기업, 사기업 등에서 고위 관직으로 퇴직 후 혜택을 몰아주는 관행이 많다.

실제로 너무 많다.

과거 콜센터 화승 대표였던 김한성의 아버지가 과거 은행 간부였고, 퇴직 후 콜센터를 설립하여 은행으로부터 일감을 몰아받았듯이 말이다.

기사는 꽤 자극적이었다.

추측성이라고 보기엔 글에서 확신과 힘이 느껴졌다.

기사 내용을 좀 더 찾아보려 했으나 서울지하철의 전관특혜에 관한 글은 이 기사만이 유일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실제 서울지하철의 공개 입찰 과정에서 유성PSD의 단독 입찰은 조금 수상해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단독 입찰을 유찰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

확실히 구린내가 진동했다.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추측성 기자이긴 하지만 아닌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사의 스크롤을 내려 기자를 확인한 순간, 그만 입이 떠억.

어?

그런데 익숙한 이름,

기자는 ‘조순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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